내겐 발랄한 계절이 배어든
가을이 있다
찻잔에 내려앉은
낙엽 한 잎
팔짱 낀 뒷골목 서걱거리며
밤새워 푸르름 함께 물들이던
꼭 다문 가을을 우려낸다
길상사 돌담길 거니는 바람 앞세워
귀퉁이 한 점 찾았던
단풍나무 아래 낙엽에 싸여
나눈 차 한 잔의 체온
허리 맞잡고 붉어진 잎새
바라만 보지 않았던
찻잔에 내려앉은
단풍 한 잎
타오르는 색깔에 동화되는
순간 오련히 피어나던 샹그릴라*
그리고 하늘은 온통 놀빛으로
닿는 곳을 알 수 없었던
꼭 다문 침묵을 풀어헤친다
찻잔에 내려앉은
가을 한 잎
가락마다 굽이친 푸름푸름
어디까지 우려낼 수 있을까
낙엽 지는 소리 철없는 어제와 오늘
가을이 우러난다
* 샹그릴라 : 숨겨진 낙원의 이름. 신비롭고 아름다운 산골짜기
송운석 시인
2017년 ≪한국동서문학≫ 신인작품상
2016년 제18회 재외동포문학상 시부문 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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