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 영향력’ 뒤에 감춘 무기는 ‘폭언과 독설’
호주 방송계에서 좌충우돌하며 센세이션을 자주 만드는 라디오 방송인을 ‘쇼크 족(shock jock: 충격을 주는 기수)’이라고 부른다. 호주에서 ‘쇼크 족’의 대명사는 알란 존스(Alan Jones)와 이미 은퇴를 한 방송인 존 로(John Laws)였다. 79세인 존스가 건강상 이유로 5월말 2GB 아침 방송 진행의 은퇴를 발표했다.
35년 방송 경력의 ‘시드니 라디오 킹’ 존스는 호주 강경 보수파를 보호하고 두둔하는 막강 전사로 군림하며 보수층에서 두터운 지지 세력을 형성했다. 강경 보수 성향인 루퍼트 머독과 돈독한 친분 관계를 유지하면서 협력해 왔다. 그의 수십년 방송 중 머독을 비난한 적은 없었다. 그만큼 노골적 편향성을 드러냈다. 2GB 라디오 방송 진행이 본업이라면 머독의 뉴스 코프 계열사인 스카이뉴스, 데일리 텔리그라프, 디 오스트레일리안지의 논객 활동은 그에게 짭짤한 수입을 가져다준 부업이다.
자유당 보수 성향 중진급 정치인들이 존스의 단골 인터뷰 상대였다. 이들은 그와의 친분을 중시했고 정치적으로 활용했다. 자유당 강경 보수파의 좌장이던 토니 애봇 전 총리는 특히 존스와 절친 관계였다. 서로 도움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권력을 공유했다는 비난을 받을 정도였다. 막강 영향력을 앞세운 존스는 대기업들과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지지 발언(cash for comments)’을 자주 한 인물로도 유명했다.
존스를 비토하는 반대 세력도 만만치 않다. 특히 노동당과 녹색당 정치인들은 방송에서 존스에게 샌드백처럼 난타당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노동당이 집권한 기간 중 존스는 ‘반정부 선동대’의 행동대장 역할을 수행했다. 비영어권 이민자 커뮤니티에게도 심하다 싶을 정도로 독설을 퍼부었다.
그는 방송에서 대담자들과 무수한 설전을 교환하며 일방적인 주장으로 공격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그 결과 여러 건의 명예훼손(defamation cases)에 휘말렸다. 대표적인 송사는 2018년 존스와 2GB, 브리즈번 라디오방송 4BC가 명예훼손 소송에서 패배해 375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한 것이다. 퀸즐랜드 투움바의 사업가인 와그너 가족(Wagner family) 소유 회사가 2001년 그랜탐 홍수(Grantham floods) 기간 중 숨진 12명의 사망에 책임이 있다고 존스가 비난하는 방송을 했는데 재판에서 ‘근거 없는 비방’이라며 패소한 것.
한 시대를 풍미했던 호주의 막강 방송인 알란 존스.. 그는 지난 10년 동안 방송감독규정을 가장 많이 위반한 방송인이란 기록을 세웠다. 존스의 대표적인 막말, 망언 파문 사례를 요약했다. 일종의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기위해서다.
▲ 말콤 턴불 인터뷰 독설(2014년)
턴불 장관과 인터뷰에서 존스는 “나는 애봇(총리)/호키(재무장관)의 예산적자 탈피 방안을 전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말하자 턴불은 “나는 당신으로부터 지시를 받지 않을 것(I am not going to take dictation from you)"이라고 받아쳤다. 턴불이 다른 자유당 의원들처럼 복종, 협력하지 않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공개하자 존스는 “토니 애봇 정부의 중진급 장관인 당신은 당내 폭탄 투척가이며 리더(당 대표)가 될 희망이 없다”라고 공격했다. 그러나 턴불은 그후 당내 표대결에서 이겨 애봇을 총리직에서 축출했고 총선에서 승리했다.
▲ 제신다 아던 NZ총리 막말 공격(2019년)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기후변화 정책과 관련해 호주를 비판하자 존스는 “스콧 모리슨 총리에게 그녀(아던 총리)의 목구멍을 양말로 틀어막아라(shove a sock down her throat)라고 전할 것”이라는 막말을 내뱉었다. 그는 이어 아던 총리를 ’완전한 꼭두각시‘, ’하찮은 존재(an absolute and utter lightweight)‘, ’웃음거리(joke)‘라고 조롱했다.
이 막말 후 각계에서 ‘여성차별적 폭언(misogynistic rant)’이라는 비난이 쇄도했고 콜스, 코먼웰스은행 등 유명 대기업들이 존스 프로그램에서 줄줄이 광고를 취소했다. 존스는 결국 방송 중 사과했다.
▲ 망언의 절정 ‘딸이 창피해 죽었다’(2012년)
존스는 2012년 시드니대 자유당 클럽(University of Sydney Liberal Club)이 주관한 자유당 모금 행사장에서 줄리아 길러드 총리와 작고한 부친을 싸잡아 모욕했다. 그는 “길러드 총리의 작고한 부친이 딸의 정치적 거짓말 때문에 부끄러워서 죽었다(died of shame)”라는 충격적인 망언을 했다.
그는 2012년 초 방송에서 미디어 감독당국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으며 “길러드 총리와 봅 브라운 녹색당 대표를 쓰레기 백에 넣어 바다에 던져버려야 할 것”이라고 폭언했다.
부친 모독 망언과 관련, 길러드 총리는 나중에도 존스의 사과 전화마저 거절했고 공적인 코멘트를 하지 않고 끝내 외면했다.
▲ 크로눌라 폭동 선동(2005년)
존스는 2005년 크로눌라 폭동(The Cronulla riots) 발생 4일 전 방송에서 “레바니즈 깡패들(Lebanese thugs)이 크로눌라 전철역에 도착할 때 바이키갱단 단원을 많이 초대하도록 권유한다. 짐승들(레바니즈 깡패들 지칭)이 잠자리로 돌아가려고 할 때 이 비겁자들을 기차 뒷칸에 몰아넣고 입장료를 받아야(폭행 암시)한다”는 매우 위험한 선동 발언을 했다.
이 선동 발언 4일 후 실제로 다수의 군중들이 크로눌라역으로 몰려가 중동계 남성들을 무차별 구타, 폭행하는 인종폭동이 발생했다. 이 폭동은 호주 현대사에서 가장 수치스러운 인종차별 행위로 기록됐다.
호주 미디어 커뮤니케이션감독청(Australian Media and Communications Authority)은 존스가 폭동을 선동했다고 판정했고 NSW 행정심판소(Administrative Decisions Tribunal)는 레바논 무슬림에 대한 증오 선동과 심각한 모욕을 했다고 유죄를 평결했다. 존스는 1만 달러의 벌금 처벌을 받았다.
고직순 편집인 editor@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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