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젊은 그가 파밀라와 숨어든
바닷가 마을 파통가엔
등에 업힌 호수 하나 있습니다
아침 이슬 젖은 발등
햇살 간지르며 지나가면
그리 깊지 않은 호수엔 보트가 띄워집니다
중간쯤 노 저어 가 책을 읽으면
고기들도 지느러미 허리에 접어 둡니다
저녁 상에 올릴 물고기 하나 못 잡아도
코발트리 꽃잎노을 호수에 엎어지면
점벙점벙 호수를 건넜습니다
어둠이 슬그머니 집안에 스며들 때
벽난로 주전자엔 클라멘티스 잎차 올려지고
파밀라는 풍금을 어루만집니다
타닥 타닥 타다—다악
밤새 장작소리 시간을 덥혀 주고
새벽이 밤을 재울 때까지
펜을 놓지 않았던 돈오,재가 되어
파밀라에게 안겼습니다
그 집 앞 바닷바람도 숨 고르며
비켜갑니다
*돈오 김--- 영문학사에 남은 한국계 작가
공수진 시인
시집 ‘배내옷’
info@itap365.com
www.itap365.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