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장이 없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
유언장을 남기지 않고 사망했을 때 흔히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문제 두 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첫째로, 누가 고인의 재산을 관리하고 분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갈 것인가에 관한 분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상속권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administrator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권리자가 복수인 경우에는 공동 신청을 하거나 또는 대표자 1인을 지목하여 그 대표자 명의로 단독 신청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 단독 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상속권자들로부터 서면 동의를 법정 진술서(affidavit)의 형태로 받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상속재산을 관리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갖는 administrator로 누구를 선정할 것인지 혹은 다 같이 신청할 것인지에 대해 먼저 합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Administrator로 선정된 사람은 고인의 재산을 관리할 권한만을 갖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떻게 상속 재산을 처분할 것인지도 결정할 수 있는 권한 역시 가져가기 때문에, 가족 구성원이 서로 이해하고 동의하지 않는다면 서로 이 권한을 차지하려고 다투는 일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설령 Administrator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더라도 법원이 보기에 적임자가 아니라고 판단되면, 법원은 독립된 제삼자를 administrator로 임명할 수 있습니다. 즉, 신청서를 제출했다는 사유만으로는 자동으로 상속재산을 관리할 법적인 권한을 받게 된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만약 독립된 제삼자가 관리자로 임명될 경우에는 해당 절차에서 발생하는 상당한 비용을 상속재산에서 별도로 공제하게 되므로 상속 재산이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둘째로, 고인의 재산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가족의 형태에 따라 다소 달라지기는 하지만, 유언장이 없는 경우에 상속재산은 법으로 정해진 공식에 따라 분배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는 나의 재산을 어떻게 나눌지에 관한 나 또는 내 가족들의 의지나 희망사항과는 무관하게 재산이 분배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사실 가족들 사이에서도 어떤 재산을 처분하고 어떤 재산은 그대로 보유할 것인지에 관해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고, 만약 특별히 더 애착을 갖고 있는 특정 재산이 있는 경우 이를 누구 명의로 할 것인지 등에 관해 의견이 분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상속재산은 오직 법에 따라 나눠지기 때문에 유족들이 원하는 것과 다를 수 있으며 이는 유족들 사이의 분쟁으로 이어져 불편한 상황과 감정 소모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지난 수년간, 고인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분쟁과 충돌이 발생하는 케이스를 많이 봐 왔습니다. 특히 부모님께서 모두 돌아가신 경우에는 남은 자녀들 사이에서 더 심각한 불화로 번지곤 합니다.
유언장의 이점
좋은 유언장이야말로 이런 문제를 미연에 방지해 주는 열쇠입니다.
유언장을 잘 작성해 두는 것이야말로 남은 가족들에게 화목한 가족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진정한 유산’을 남겨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꼼꼼하고 명확하게 잘 작성된 유언장은 가족들 사이의 불필요한 분쟁 가능성을 줄여줍니다.
내 재산을, 내 스스로의 결정에 의해, 누구에게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 그 ‘결정권’을 갖게 해 주는 것이 바로 유언입니다.
유언장을 작성하다 보면 유언자가 자기 가족들의 관계나 성향 등에 관해 한 번 더 숙고해 볼 수 있게 됩니다. 상속인들, 즉 자신의 가족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바로 유언자이기 때문에 누가 Executor로 적합한지, 누가 가장 신뢰할 만한 성향을 갖고 있는지를 짚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유언자는 유언장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가족들에게 자신이 어떤 의도에서, 어떻게 상속재산을 나눈 것인지 설명할 기회를 얻고 가족들로부터 이해를 구하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게 됩니다.
만약 가족 구성원 중 유언자의 결정에 대해 의문을 갖거나 문제를 제기한다 하더라도 유언자가 살아있는 동안 논의될 수 있고 이에 관해 유언자가 가족들로부터 양해를 얻을 기회를 가지기 때문에, 유언자가 사망한 후에 일어날 수 있는 분쟁의 가능성을 상당히 줄여줍니다.
이러한 상속인들 사이에서의 원활한 관계 및 절차의 진행뿐 아니라, 유언장은 남은 가족들을 외부의 경제적 압박으로 지켜주는 도구로 쓰이도록 작성되기도 합니다. 유언장은 필요에 따라 채무면제용 또는 가족 및 자손을 위한 재산보호용으로 작성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면밀하게 잘 작성된 유언장은 세금 혜택과 재산 관리상의 융통성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아주 간단한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50만 달러의 투자용 아파트 및 70만 달러의 현금이 유산으로 남겨진 상태에서 상속지분을 가진 2명의 상속인 A와 B가 있는 상황을 가정해보겠습니다.
대개 상속재산 분배 시, 특히 유언장이 없는 경우에는 모든 재산을 현금화시킨 뒤 법정 비율에 따라 상속인들에게 지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즉 아파트와 같은 부동산이 있다면 이를 매각한 뒤 그 매매대금에서 각종 세금이나 수수료 등을 공제한 잔액을 상속인들이 나눠 갖게 되는 것이므로, 양도소득세(Capital Gains Tax)가 발생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세금은 어느 재원에서 지급될까요? 바로 상속재산에서 지급됩니다. 이는 결국 상속인들에게 지급될 상속재산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만약 동일한 상황에서 ‘A에게 아파트와 현금 10만 달러를, 그리고 B에게 나머지 현금 60만 달러를 지급한다’는 내용의 유언장이 있었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러한 경우, 상속재산에 관해 바로 발생하는 Capital Gain Tax는 없으므로 상속인들에게 더 많은 재산을 남겨줄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방법으로 아파트가 A에게 상속될 경우, A는 CGT를 당장 납부하지 않아도 되며 추후 자신의 자금 사정이나 시장 상황, 재산 계획 등을 두루 고려하여 본인이 실제로 해당 아파트를 매각하고 싶을 때에 내면 됩니다. 예컨대, A의 다른 재산에 capital loss가 있는 회계연도가 있다면 이 때에 상속받은 아파트를 팔아 A의 capital loss를 상속받은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CGT를 줄이는데 활용하는 등 본인에게 유리한 세금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이렇듯 잘 작성된 유언장은 유언자의 의도를 명확하게 담음으로써, 분쟁을 유발하는 불투명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고 상속재산 및 상속인에게 발생할 수 있는 세금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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