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내용은 교육선교회 로뎀나무아래 김석원 목사의 강의로 시드니 영락교회에서 열렸던 ‘21세기 기독교 가정의 신앙교육 방향’ 세미나 내용이다. 제목이 말해주듯, 격변하는 문화 속에서 자녀들에게 어떤 교육을 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는 기독교 가정을 대상으로 한 강의였지만, 논의의 배경은 최근 일반 교육계의 전반적인 고민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비기독교인 가정에도, 현대교육 문제, 특히 가치관 교육의 방향에 대한 건전한 논의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편집자 주).
무엇이 문제인가 (4)
현대사회를 지배하는 극단적 개인주의와 현실집착, 더나가서 미디어 혁명 뒤에는 공통 분모가 자리하는데, 바로 돈의 지배, 상업주의다. 다시말해 현대는 돈의 지배가 더 절대적이 되어가고 있고, 이제 돈은 우리 사회를 평가하고, 지배하는 유일한 수단이 되어버렸다. 부모들이 자주 걱정스럽게 이야기하는, 현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선정성, 폭력성도 사실 더 돈을 벌기 위한 경쟁의 결과로 이해해야 한다.
물론 돈이 중요하지 않았던 시대는 없었다. 그러나 개인의 삶과 사회를 지배하는 힘으로서 자본의 힘은 과거 어느 때보다 커졌고, 현대사회의 눈부신 풍요에 비해 돈에 대한 욕구는 줄기는커녕 더 커져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 경쟁도 더 커져간다. 그러다 보니 이 엄청난 경쟁 속에서, 모두가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서는 그냥 조용히 설득해서는 상대를 끌어들이기 힘들어졌다. 덕분에 원래 극소수의 대기업들만 사용하던, 인간의 보다 깊은 내면을 조정하려는 심리학적 마케팅이 이제는 동네 가게 영업에도 동원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과거에는 경험할 수 없는 수많은 ‘설득’ 속에서 살게 되었다. 미디어를 통해 쏟아지는 많은 광고의 시대 말이다. 이들은 이제 그냥 뭐가 필요하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당신이 이런 멋진 상류 같은 삶을 살고 싶다면 이것을 가지는 편이 좋을 겁니다”란 식입니다. 보다 효과적인 광고들일수록 나름대로의 매력적인 가치관을 깔고 이를 설득한다. 동성애도 건강한 것으로 묘사하고, 남들이 어떻든 나만 편하면 최고라는 생각을 주문처럼 반복하고, 참다운 자유란 성적 만족을 의미하는 것으로 설교한다. 물건 광고뿐 아니라 정당이나 구호단체, 이젠 교회까지도 이런 광고성, 자극적 방법을 쓰지 않으면, 경쟁에서 도태될 것 같은 부담을 느낀다.
레드크로우 마켓팅이란 미국의 광고회사는 미국인들은 하루 평균 사천에서 만개 정도 광고에 노출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광고를 더 하라고 설득하는 광고회사의 주장이지만, 실제로 우리는 인터넷 속에서도, 버스정류장을 지날 때도, 차를 몰고 하이웨이를 갈 때도 수많은 광고를 만난다. 이제는 드라마속에서 조차 주인공이 뜬금없이 음료수를 마시며, PPT 협찬광고를 한다. 공짜 같은 서비스가 많아질수록, 우리의 세계관을 지배하려는 광고의 지배력도 커지고 있다. 어른들도 그런데 아이들에게는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까?
세계관 전쟁에 대비하라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들이 유행이란 이름으로 광고들이 조장하는 가치관에 휘둘리는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이를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장기적 전략을 생각해 보겠지만, 지금 당장 가장 시급한 일은 아이들이 좀 더 그런 영향에 덜 노출되도록 하는 것일수도 있다. 나름대로의 답을 가지고 내용을 분별할 능력을 갖추기 전까지는 가능한 미디어와 광고에 좀 덜 휘둘릴 여유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동시에 모발폰, 영상, 인터넷에 무절제한 몰입에 빠지지 않도록 사용제한 시간을 세우고, 다른 운동이나 활동에도 충분히 노출되도록 이끌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이 엄청난 양의 상업적 정보들과 광고 앞에서 전략과 기준을 말하기도 전에 이미 피지배자의 처지에서 벗어나기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미 세계관의 전쟁 속에 있다. 자극적인 장치와 엄청난 양의 광고 정보 속에서 수많은 세계관들이 나를 따라 살라고 소리를 치고 있다.
더 무서운 사실은 이 전쟁 속에서 사람들의 생각과 판단을 조정하는 방법을 찾아,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특히 그리스도인들이 이러한 세계관 전쟁 속에서 정말 건강한 길을 지키고, 건강하지 않은 유혹들을 잘 상대하도록 아이들에게 해 줄 일은 무엇일까? 당연히 창조자의 지혜가 선포되는 성경을 바탕으로 한 ‘건강한 세계관’을 세워주는 일이 첫째가 되어야 한다. 기독교인으로 우리는 이 작업을 얼마나 제대로 하고 있을까?
세계관에 대한 오해들
중간캡: 세계관이 일관성을 가질수록 자심감과 정체성, 상황판단과 분별도 쉬워진다
이야기를 더 하기 전에 세계관에 대한 몇 가지 오해부터 풀어야 할 필요가 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세계관에 대한 오해로 인해 불필요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세계관을 ‘개인이 가진 철학’처럼 생각한다. 특히 기독교 학문 운동을 주로 해 왔던 학자들을 보면 많이 그렇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세계관 이야기를 하면, 그런 거창한 것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나름대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따르는 기본적인 가치들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생각이 없이 사는 사람도 나름대로 기준이 있다. 예를 들어 쇼핑을 하러 나가면, 당연히 어떤 물건을 언제 살 것인가를 고민한다. 어떤 사람은 끌리는 대로 산다. 어떤 사람은 고민하다가 다음에 사기로 한다. 이런 평범한 행위도 잘 뒤져보면 그 사람이 삶에 대한 태도, 생각이 드러난다. 미래를 준비하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으면 지를 거고, 당장 그것을 가지는 것보다 다른 것이 더 중요하게 생각되면 안 살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모든 사람은 삶과 세상에 대한 관점과 기준, 다시말해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사람도 그렇지만 어떤 세계관은 일관성이 없기도 하고, 변덕도 심하고, 잘 설명이 안되기도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중요 세계관적 관점을 바탕으로 삶의 다른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우리의 세계관이 잘 정리되고, 일관성을 가질수록 자신감을 가지고, 자기의 정체성을 분명해 지고, 상황판단과 분별도 쉬워지는 까닭이 여기서 나온다
다음 시간에는 1. 무엇이 문제인가 (5)가 에 이어집니다.
김석원 목사
- 로뎀나무아래 디렉터,
- 전 호주동아 논설주간,
- 한호일보 편집 자문위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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