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교포신문 (이 용어는 20여전부터 필자가 한국어 신문을 고국과 교포신문으로 나눈 그대로다)에 대한 일부 비평(批評)이며 대안 제시다. 한인사회에서 신문에 대한 시시비비는 사실상 금기가 되다시피 한 지금의 상황에서 쉽지 않은 과제다. 논의의 초점은 그 많은 정보 가운데 이 매체가 1차적으로 맡아야 할, 이민자이기 때문에 특별히 필요로 하는 생활 정보의 부재 또는 빈곤이다.
먼저 이에 대하여 매체 종사자들을 나무랄 생각은 없다. 매체 수는 많으나 실제 발로 뛰며 기사를 쓸 수 있는 기자 또는 언론인의 수는 각 신문에 한 두 사람이다. 이들을 매질하는 것은 마부가 기진맥진한 말을 때리는 것과 같아 보인다. 그럼 대안은 무엇인가? 기존의 외부기고가들이 일부 글의 방향을 바꿔줌으로써 정보와 이슈의 보완이 조금이나마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다. .
이해가 쉽게 필자의 경험담을 몇 개 써보겠다.
〈# 사례1〉재작년까지는 한국에 갈 때마다 인천공항의 SK대리점에서 모발폰을 임대해서 썼다. 여기서 가져간 모발폰도 되길래 한 두 번 써 봤다. 나중 알고 보니 이른바 로밍이 된 것이어서 2, 3백달러 넘게 예상치 않은 비용이 나왔다.
그래서 작년에는 새로 들은 대로 서울에 가 KT대리점을 찾아가 여기서 가져간 스마트폰에 심카드를 사서 바꿔 넣었다. 또 거기서 카카오톡 문자를 보내고 받자면 데이터를 충전해야 한다고 해서 그것도 했다. 총 10여만원 좀 넘게 들었다. .
그 후 곧 알게 된 사실은 호텔에 와이파이(Wi-Fi)가 있으면 외출 시가 아니라면 데이터 충전은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걸 미리 알았으면 호텔에 들어가자 마자 카카오톡을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발품도 줄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사례2〉나는 몇 년 전 여기 한국어로 수업하는 한 신학교에 가서 한 학기 강의를 한 적이 있다. 파트타임 일이지만 세금 정산의 편의로 믿어지는데 자영업자들이 갖는 ABN 번호를 가져야 강사료를 받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세청에 가서 이걸 신청해서 받았다.
문제는 노령연금 수혜자로서 이 과외 소득을 어떻게 센터링크에 신청하느냐였다. 이 기관에 문의를 해보니 두 가지 양식을 써서 내라는 데 깨알같이 많은 기재 사항으로 되어 있다. 아무래도 그 건 식당, 용역 회사 등 지속적인 자영업 용이지 필자처럼 캐주얼로 몇 푼의 강사료를 받는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 싶었다. 몇 사람의 한인 회계사들에게 물어봤으나 도움이 되지 않았다.
센터링크를 몇 번 찾아가 묻느라 고충이 컸다. 결국 2주마다 소득 액수를 인터넷으로 신고하라는 결론이었다. 지금도 아리송한 것은 이런 푼 돈 벌이에 그런 복잡한 양식 제출이 필요했는지, 또 그런 상황에서 ABN이 필요했을까이다.
〈# 사례3〉전철을 타고 고스포드에서 위로 두 번 째 역인 리자로에 내릴 참이었다. 열차가 이 역에 섰으나 문이 열리지 않아 당황했다. 뒤에 알고 보니 홈이 짧은 작은 역은 중간 몇 개 칸에 탔어야만 하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전 기내 방송이 있었으나 유심히 듣지 않았던 게 탓이다. 큰 낭패였다.
사례 세가지를 들었지만 오팔 카드, 공항 통관, 한국과 호주 병원 이용의 차이 등 10여 가지를 당장 더 꺼낼 수 있다. 중요한 사실은 서두에서 이미 시사한 대로다.
이민자, 그 중에서도 여기 1세 한인들은 호주 주류인들과 달리 현지에서 자라지 않았고 언어 장벽으로 그들과 같은 정보력을 갖지 못한다. 그 간극을 메꿔 주는 게 커뮤니티 매체라고도 불리는 교포신문의 제1차 존재 이유다.
그런 정보는 호주나 한국의 큰 매체들의 기사들에 비하면 자질구레하게 들리나 우리의 삶의 질을 먼저 결정한다. 숲 속의 100마리의 새보다 내 손 위에 있는 한 마리가 더 중요하다는 격언대로다. 고국의 정치인과 저명인을 초청해서 듣는 대중 강연도 그렇다. 이들이 도작하자마자 묻는 질문은 거의 전부 “교민 숫자가 얼마나 되는가요’라는 데 그들로부터 무슨 신통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지난 주 한호일보가 보도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교포매체 실태 조사도 이들의 1차 역할로서 지역사회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들었다는 데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자기들이 그 역할을 가장 잘 평가하고 있다고 했다는 건 수긍이 안 간다. 한 예로 필자는 런던에 갈 때마다 6-7개 되는 그곳 교포신문의 내용을 분석해보았다. 거의 80-90%가 고국 신문의 재판이다.
독자의 참여
여기 교포신문은 한국의 신문에 비하여 독자에게 넓게 문이 열려있는 게 특징이다. 한호일보의 경우는 벌써 몇 년을 매주 큰 광고를 통하여 널리 독자들의 참여를 권해왔다. 왜 이에 대한 참여가 그렇게도 저조할까. 그렇게 해서 돌아올 개인의 실익이 없어 그런 것 아닌가.
여기 제안은 한국의 일부 매체들이 시도해 본 시민 기자 모델이 아니다. 그건 더 잘 안 될 것이다. 위에서 오팔카드에 대하여 언급했지만 하루 여러군데 여행하면서 매 역을 출입하면서 카드 찍는데 실수가 날 가능성은 늘 있다. 기억력이 약한 노인들은 특히 그렇다. 교민 중 경험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오팔카드제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 필자는 경전철을 타면서 도중 찍는 것을 깜박했는데 검사원이 $1.5를 내라고 해서 따른 적이 있다. $200의 벌금은 어느 정도면 물게 되는 것인지. 인터넷 고장으로 전화국에 전화를 하면 곧바로 기술자를 보내주지 않는다. 때로는 1주일이 걸리는 때가 있다. 그런 때는 어디에다가 어떻게 호소를 해야 할까? 참으로 답답하다.
몇 년 전 부모님의 화장한 유골을 모셔왔다. 사전 통관에 필요한 서류가 필요한지 세관에 물어보면 되는데 아예 안전하게 준비하고 왔다. 세관 신고서에 그런 항목이 없고 서류도 갖추었으니 신고할 것 없음으로 적고 짐 찾는 곳에 서 있었다. 그런데 감시견이 와 자꾸 냄새를 맡자 세관원인가 경찰인가가 무엇이냐고 묻길래 애쉬(ashes)라고 하니 아무 소리 안하고 가버렸다.
그런가 하면 지난 10월에는 기내식으로 받은 과자와 물을 무의식 중에 가방에 넣고 내린 게 통관에서 문제가 되었었다. 불과 며칠 전에는 고국에서 분할 상속 포기 서류를 해오라고 해서 총영사관에 갔다. 잘 마치고 보내긴 했는데 호주에 비한다면 서류가 너무 복잡하고 많다는 생각이었다. 한국의 은행에 해둔 예금은 여기 현지 같은 은행에 본인이 가도 못 찾는다. 한국에 가서 보니 비행기 마일리지 티켓은 예약이 어려워 때로는 무용지물이다. 그저 그러니 하고 살면 될까.
신문이 볼게 없다?
이런 경험담들이 ‘독자의 편지’ 같은 형식으로 많이 들어와 고정 지면이 생긴다면 정보 제공과 공유의 효과는 크게 늘어날 것은 물론 한인사회 안에서 공론화해야 새로운 이슈들도 많이 발굴될 것이다.
지금과 같이 구성원들이 신문 볼게 없다며 등을 돌린다면 그 매체는 겉만 화려하지만 중고교 교지 수준을 넘기 어려울 것이다. 기존의 기고가들 외에 이 좁은 한인사회에도 여러 관련 협회가 존재하는 대로 필력 좋은 문인들이 많다. 이분들의 일부 참여는 불가능할까. 꿈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지 모르겠다. 필자만이라도 앞으로도 실천해보고자 한다.
누가 뭐라고 하든 신문은 그 사회의 얼굴이다. 그 중요한 지적 자산 하나 제대로 못 키우는 커뮤니티의 장래가 밝다고 어디에 가서 자랑할 수 있겠는가. 인터넷 신문이면 된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인터넷은 돈과 물량과 과학기술은 몰라도 사회 가치관으로 본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보다 오히려 퇴보시키는 걸 보게 된다. 요즘 인터넷 매체의 출현으로 만연된 가짜 뉴스와 사회 혼란을 생각해보라.
신문의 기능 가운데 정보 못지 않게 중요한 게 교육이다. 교육은 우리의 생활만큼 넓은 분야다. 여기 관심은 교포신문이 감당해야 할 한인사회 교육이다. 이에 대한 신문 비평은 다음 기회로 미룬다.
김삼오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info@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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