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이었다. 엠마오대학에서 한 강좌를 가르치게 되었다. 그 대상은 신설된 한국어학부 기독상담학과 신입생들이었다. 그런 인연으로 지금까지 강의해 왔다. 돌이켜보니, 그것은 피차 가르치며 배우며 함께 해 온 여정임을 깨닫게 된다.
내가 가르치는 과목은 성서해석학, 학술적 글쓰기, 신학개론 등으로 상담학 전공과목이 아니다. 실제 나는 제한된 목회상담 이론과 경험이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학생들과의 소통을 위해, 상담학과 심리학 분야의 책들을 읽게됐다. 한국 모 대학에서 30여년간 상담학 교수로 가르치다 은퇴한 친구가 좋은 서적들을 추천해 주었다. 또 최근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여러 책들을 선물로 보내 주기도 했다. 행복학, 명상, 심리학과 연계된 뇌과학 등 내게는 낯선 분야의 책들이었다. 그러나 이런 책들을 통한 배움이 재미있고 유익했다. 내 삶에 새로운 활력을 주었다.
또한 학생들을 통해서 배우며 깨닫는 것도 많았다. 대부분 성인 학생들로, 나이며 배경, 학력 등이 다르지만, 모두 독특한 삶의 경험들이 있다. 이민생활에서 자신을 살펴볼 겨를도 없이 살다 뒤늦게 공부하고 싶어 등록한 사람들이 많다. 처음에는 교재를 읽어도 들어오지 않고, 과제를 위한 컴퓨터 사용 등이 익숙치 않아 힘들어 하는 것 같다. 그런 문제들을 극복하고 한 학기를 마치면 새로운 자신감으로 급성장하는 것을 보게된다. 가족들과의 대화 내용도 달라지고, 자신들의 삶과 이웃, 세상을 조금씩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었다고 말한다.
학생들 중에는 아직 어린 자녀들의 어머니도 있고 풀타임 혹은 파트 타임으로 계속 일하면서 학업을 계속하고 있다. 그래서 밤잠을 줄이거나 다른 면들을 희생하면서 힘들게 공부하고 있다. 한번은 우연히 그런 분의 딸과 가벼운 대화를 나눈적이 있었다. 그녀는 어머니가 과제며 공부 자체를 힘들어 하심에도 불구하고, 이를 통해 더 큰 어떤 의미와 보람을 느끼신다고 했다. 무엇보다 어머니가 상담학을 공부하면서 많이 변한 것을 가까이 지켜보며 놀랍다고 말했다.
뉴카슬에서 통학하는 두 학생들이 있는데 오히려 결석이나 지각하는 일이 없는 것 같다. 가정과 교회에서 다른 일들도 많아 스트레스가 있을텐데, 늘 밝고 여유있는 모습이다. 모든 학생들이 다 바쁘지만 그 중의 한 사람은 더욱 그런 것 같다. 그분은 한인교회 목사의 사모이며, 두 청소년의 어머니다. 또 여성합창단의 지휘자로 정기 연주회 및 선교 목적으로 자선 음악회 등을 주관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반장의 중책(?)을 맡아 교재를 주문받아 배포해 주며 크고 작은 모임과 연락을 맡고 있다. 그런 학생들의 섬김과 성실함에 도전을 받는다.
나는 개인적으로 예수님께서 가장 훌륭한 상담자요 최고의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모든 학생친구들이, 예수님의 가치와 세계관의 터위에 세워진 복음적 상담자들이 되기를 기도한다. 그러나 기독상담자로써, 동시에 교회밖에서 보는 그런 시각을 가지라고 도전한다. 마치 지구 전체를 잘 보려면, 지구를 떠난 밖에서 보는 것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최소한 우주선에서 찍은 지구 사진을 볼 때, 정말 지구가 둥근 모습이며, 다른 행성들에 비해 얼마나 더 아름다운지를 확인할 수 있듯이 말이다.
은퇴 후에 두 호주 교회에서 2년여 사역하면서 여러가지를 배울 수 있었다. 연합교회 한인노회 리뷰위원으로 일년간 봉사하면서도 여러 문제와 갈등가운데 때론 괴로워하며 기도하며 더 성숙할 수 있었다. 엠마오대학에서 가르치며 또한 여러가지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있다. ‘삶을 배우는데 일생이 걸린다’고 했던 세네카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우리 모두는 행복을 추구한다. 행복한 삶에는 어떤 공식이 있는 것일까? 그러한 삶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모든 삶은 너무 다양하며 때로는 난해하고 모순투성이다. 그래서 나는 객관적인 공식이나 기준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하버드대학 성인발달연구소의 보고서를 읽으며 그런 생각을 바꾸었다. 이 보고서는 1938년부터 75년간에 걸쳐, 각기 다른 능력과 배경을 가진 세 집단의 814명(하버드대 학생268명, 중산층에서 IQ 140이상의 여성 90명, 보스톤 저소득층 고교 중퇴자 집단 456명)의 삶을 분석, 평가했다. 그리고 행복의 조건들을 제시했다. 이는 가장 오랜 기간의 추적 연구를 통한 소중하고 묵직한 결과였다.
삶의 황혼기에 이른 다수의 사람들이 뽑은 행복의 조건 첫째는 ‘따듯한 인간관계’이며 둘째는 ‘계속 공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사람들이 추구하는 안정된 결혼생활과 건강이 아니었다. 부귀와 명성도 아니었다.
은퇴자로써 메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싶은 바램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엠마오 공동체가 원하고 또 건강이 허락되는대로, 지금처럼 가르치며 배우며 함께 동행하고 싶다. 무엇을 추구하는가? 이곳은 계속 공부하는 공동체이다. 선생과 학생들이 서로 공감하며 배려하며 섬김과 친밀함으로 연결되어 있다. 저들과 내 자신이 행복한 삶, 품위있게 나이드는 비결을 배우기 원한다. 그것을 함께 경험했으면 참 좋겠다.
최정복 목사 (엠마오대학 기독상담학과 교수) jason.choi4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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