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바람부는 거리에서 시위 군중의 밥과 전경의 밥과 기자의 밥은 다르지 않았다. 그 거리에서 밥의 개별성과 밥의 보편성은 같은 것이었다. 아마도 세상의 모든 밥이 그러할 것이다”.
김훈이 쓴 <라면을 끓이며>의 ‘밥 2’에는 시위대를 막는 전경과 시위군중 그리고 시위현장에 취재를 나온 기자가 시위현장에서 각자의 일을 마치고 밥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그 밥을 구하는 수단과 과정이 다를 뿐, 공통적으로 ‘밥’을 위해 일하고 싸우고 꿈을 꾸는 것은 아닐까.
지난 주말 시드니에서 월드옥타 대양주 지회 통합 차세대 무역스쿨에 강사로 참여한 호주 동포 기업인 천용수 코스트그룹 회장을 인터뷰했다. 그는 30여년 전 퍼스 플리맨틀 항구에 들어오는 선박의 선원들에게 필요 물품을 공급하는 것으로 호주에서의 ‘밥을 위한 일’을 시작해 연매출 2억 달러 이상의 사업을 일궜다.
“사업가로 특별한 부분이 많다. 인연을 맺기가 힘들지만 한번 인연을 맺으면 끝까지 가는 사람이다.”
천 회장의 46년 지기인 사업가 웨스코어(Wescore)의 임석일 회장은 ‘천용수’에 대한 평을 이렇게 했다. 대학과 ROTC동기인 임 회장은 ‘친구따라 강남간다’는 말처럼 천 회장이 살던 퍼스로 이민을 온 호주 동포다.
천 회장은 인상에서 대단한 강인함을 준다. 그런 끈질김으로 수백만 달러의 손실을 보면서 ‘북한을 잡은’ 사업가가 됐다.
지난 7월 천 회장의 ‘조선 투자자문회사’가 5개 중국 회사와 2개 영국회사와의 경합을 물리치고 북한으로부터 대 북한 무역 및 투자의 유일한 창구로 지정받았다.
‘북한=불확실성’을 같은 선상에 두고 두려워하고 주저하며 포기하는 많은 사업가들 속에서 ‘북한의 밥’, 그 필요에 집중해 거친 길을 걸어온 셈이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의 성사는 천 회장의 표현대로라면 “우리 민족에게 기적”이라고 할만큼 한국 역사상 다시 오기 힘든 기회일 수 있다. 천 회장을 비롯한 여러 대북사업가들이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며 닦아놓은 ‘북한으로 가는 길’에 다수의 동포사업가들이 두려움을 털고 통일의 시대를 여는 주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전소현 기자 rainjsh@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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