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말엽 외국 선교사들이 조선 백성에게 영향을 준 업적 중 하나는 신도들의 금주 실천을 생활화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당시 지배계층인 양반과 일반 평민들의 대부분은 아침 식사부터 ‘반주’를 곁들어 상식 함으로써 하루 종일 몽롱한 취기 속에 생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마디로 약주 시대 혹은 막걸리 시대였다고 본다.
한편 유럽에서도 중세시대 성인들의 음료는 와인이나 맥주 같은 알코올을 과용했다.
17세기 기록을 보면 평균적인 가정의 맥주 소비량은 남녀노소 어린이 포함 1인당 하루에 3리터나 되었다.
종교 개혁으로 시작된 프로테스탄트 신자들은 와인 대신 커피를 마심으로써 의식을 각성 상태로 만들어 이성적인 생활을 유도하여 늘 깨어 있는 의식을 유지토록 했다.
유럽의 커피가 서양인들에 의해 조선에 상륙하여 이제는 한국이 ‘커피 공화국’ 타이틀을 차지하게 되었다.
지난해 필자는 고국 방문 길에 성묘하러 시골 친척 댁을 찾아 갔는데 친척 아주머니가 막걸리 잔에 검은 색 액체를 가뜩 따라 주었다.
처음에는 한약인줄 알았는데 웬걸 커피가 아닌가?
무슨 커피를 이렇게 많은 양을 마시냐는 질문에 농촌에서는 막걸리 대신에 커피를 큰 잔으로 마신다고 해서 아연 실색한 경험이 있다.
최근 한국의 커피 시장 규모가 작년에 10조원을 돌파했다고 한다. 국민 전체가 1년 동안 마신 커피는 무려 265억잔이라니 1인당 500잔 이상 마신 셈.
이는 10년 전에 비해 7배 이상 성장한 수치로 상승세를 이어 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유명한 커피 프랜차이스인 ‘스타벅스’는 17년 전 신촌에 1호점을 오픈한 후 성장세를 이어가 작년 매출 1조원, 영업이익 1천억원을 넘어 섰다고 한다.
그런데 호주에서는 스타벅스가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수년전 시드니 매장을 대부분 폐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커피의 역사를 살펴보면 커피는 기원전 이디오피아에서 자생 나무 열매를 으깨어 만든 경단 모양으로 된 식용이었다.
커피를 마시는 습관은 이슬람권의 수피 교도로부터 시작됐다. 수피는 8세기경 메소포타미아 지방에 나타난 신비주의 집단이다. 16세기에 이집트에서 발칸 제국을 거쳐 유럽으로 전해진 것이다. 수피 교도들은 명상 시 커피의 각성 효과를 평가했다.
커피는 이성의 음료로 감성의 음료인 와인을 대신 함으로써 르네상스 문화에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 된다.
오늘날 세계 농산물 교역 시장에서 주식 곡물이 아닌 커피가 당당히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매일 전 세계에서 25억 잔의 커피가 소비되어 물 다음으로 많이 마시는 음료수로 등극했다.
커피 생산국은 브라질 1위, 베트남 2위. 콜롬비아 3위이며 소비국 순위는 미국, 독일, 이탈리아인데 한국은 일본과 러시아를 제치고 6번째로 커피를 많이 소비하는 나라가 됐다.
이제 커피는 호주나 한국의 가정에서 필수 음료로서의 입지가 굳어지고 있다.
호주에서는 유럽형으로 강한 원두커피를 선호하며 미국에서는 아메리카노로 대표되는 약한 커피가 주종을 이루고 있으나 한국에서는 유럽식, 미국식 가리지 않고 애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드니에서도 시티뿐만 아니라 스트라스필드, 이스트우드, 버우드 등의 다운타운에 커피숍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바야흐로 커피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커피와 건강에 관한 의학 정보가 최근 신문 방송에 자주 보도되어 커피를 매일 상식하는 독자나 청취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커피가 건강에 좋다, 아니 나쁘다의 견해가 분분하다.
과유불급이라는 선현의 가르침대로 정도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고 했으니 커피를 애용하되 과도하게 마시지 않도록 유의하자.
항상 깨어 있으면서 생각하며 살자. 커피의 각성제처럼..
"인생은 당의정과 같다. 왜냐하면 단맛, 쓴맛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던 약사 친구 H씨의 덕담처럼.
커피는 우리에게 단맛, 쓴맛으로 인생의 맛과 멋을 보여주어 인기가 날로 상승하는 걸까?
안개 자욱한 테라스에 앉아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 멜로디를 벗 삼아 마시던 커피 한잔의 향기를 어찌 잊을 수가 있으랴.
김봉주 (자유 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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