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이백순 주호주대사가 이번 주 켄버라에 부임했다. 2월 초 귀임한 전임(19대) 우경하 대사는 재임 기간이 18개월로 짧아 아쉬움을 남겼다. 우 전 대사도 상당히 활발하게 활동을 했지만 타의에 의한 결정이었으니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헌정 초유의 사태인 대통령 탄핵으로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의전 비서관을 역임한 것이 조기 교체의 빌미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백순 신임 대사는 1심 재판에서 20년형을 선고 받은 최순실의 국정농단 피해자였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최씨가 관심을 가진 미안마의 K프로젝트와 관련해 청와대에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보고서를 보낸 것이 밉보여 미얀마 대사에서 경질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과정에 전 정부의 핵심 실세였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부당하게 개입한 것도 드러났다.
한국내 언론에 ⟪부정적 보고서를 받은 청와대 측에서 "'몸조심해라. 반론을 제기하면 신상에 좋지 않고 날아갈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라고 특검에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는 보도가 나갔을 때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국익을 대변하는 주요 직책인 대사를 억지로 쫒아낸 추태가 드러나면서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이 어느 정도까지 피해를 주었는지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 신임 대사는 14일 필자와 전화로 인사를 나누면서 가볍게 대화를 했지만 몇 가지 중요한 점을 거론했다. (2면 관련 기사 참조) 특히 한호 관계가 현재의 낮은 단계에서 격상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양국 관계 격상의 파급 효과는 호주 안에서 한인커뮤니티의 위상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기에 매우 중요하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호주의 이웃 국가인 인도네시아와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서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또 외교•국방 분야에서 ‘2+2 회의’ 등 신규 협의체 설치를 추진하는 한편 방산 분야 협력을 더욱 증진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갖고 ‘한-인도네시아 공동번영과 평화를 위한 공동 비전 성명’을 채택했다. 이 성명은 전략적 협력 강화•공동 번영을 위한 실질적인 협력 증진•인적 교류 촉진•지역•글로벌 협력 강화 등 4개 분야 27개 문단으로 구성됐다.
궁극적으로 한호 관계도 이런 단계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한미 동맹, 호주-미국 동맹 관계로 한국은 호주와도 연례 ‘2+2(외교•국방장관) 회의’를 하고 있지만 교역 외 다른 분야에서도 진정한 교류와 협력을 통한 발전이 필요하다. 한국은 호주의 3대 수출국이지만 교역 외 다른 분야에서 교류는 아쉽게도 별다른 변화가 없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961년 양국 공식 외교관계 수립부터 2015년 FTA 발효를 지나 한호 관계 3.0 시대에 진입해야 하는 것은 어쩌면 시대적 요구일 수 있다. 이런 관계 격상은 국제무대에서 중견 국가들의 역할이 커지는 시기에 MIKTA(멕시코 인도 한국 터키 호주 협의체) 회원국인 한호 양국의 국익 증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호 정상외교의 부재 상태를 조속히 벗어나야 한다. 한국 대통령의 방호와 정상회의, 호주 동포간담회는 무려 10년 전(2009년 3월 이명박 대통령과 케빈 러드 총리 시절)이 마지막이었다. 박 전 대통령이 2014년 11월 브리즈번 G20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제대로 된 양국 정상회담은 물론 호주동포 간담회도 없었다.
이런 와중에 일본과 호주의 정상 외교는 ‘밀월 시대’라 할 만큼 긴밀해졌다. 2014년 아베 신조 총리가 일본 총리 중 최초로 호주 의회에서 연설했다. 당시 토니 애봇 총리는 “일본이 아시아에서 호주의 최고 우방국(best friend)”라고 거침없이 말할 정도였다.
미국을 방문할 예정인 말콤 턴불 총리의 올해 첫 해외 방문국이 일본이었다. 교역 외 양국 국방 협력, 대북 제재 공동 참여, 호주 방위산업의 대일본 수출 확대 등이 주요 아젠다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말콤 턴불 총리가 지난해 G20, 아세안정상회의 등에서 만나 약식 양자 회담을 하긴 했지만 이것과 공식 순방을 통한 확대 정상회담과는 차이가 클 수 밖에 없다.
이같은 한호 정상 외교의 오랜 부재와 낮은 단계에 고착된 한호 관계는 호주 한인동포사회에도 피해를 주어왔다. 그러기에 이백순 신임 대사의 발언은 매우 중요하며 한국 공관장으로부터 듣기를 고대했던 말이었다.
공관장의 교체보다 중요한 것은 공관장의 인식 변화일 것이다. 신임 주호주대사가 한호 관계의 진정한 격상을 위해 본국 정부와 호주 외교부를 향한 분명한 메시지 전달과 이에 필요한 노력을 한다면 양국 관계가 재임 기간 중 분명 달라질 수 있다. 한호 관계는 시기적으로 그럴 때가 됐고 그럴만한 자격이 충분하다 필자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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