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자 윌킨슨의 방송 이직.. 진정 ‘여성의 승리’일까?
지난 17일 채널 9의 유명 간판 진행자인 리자 윌킨슨(Lisa Wilkinson)이 10여년을 몸담았던 방송국을 떠난다고 전격 발표했다.
‘그녀와 채널 9과의 결별소식’이 알려지자 대부분의 호주언론들은 “채널 9이 (고작) 80만불 연봉추가 인상요구를 들어주지않아 윌킨슨같은 ‘인기녀’를 놓침으로써 엄청난 손실을 입게됐다”면서 방송사에 측은한 시선을 보냈다.
동시에 윌킨슨의 이직은 호주사회에 만연한 남녀 임금격차에 반항한 의로운 행위로 비춰지면서 그녀의 행보에 기꺼이 박수를 보냈다.
따라서 윌킨슨의 결정을 지지하는 입장은 주로 철옹성같은 남녀임금차별 시스템 가운데서 일하고 있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한, '여성의 승리'라는 관점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남성 동료보다 훨씬 더 많은 경험과 아마도 더 넓은 호소력을 가진 여성이 지금은 그보다 약간 더 많은 수입을 올리는 것이 뉴스 가치가 있는 것일까?
윌킨슨의 결정에 붙여진 ‘승리’라는 말 경제적인 부를 오롯이 더한 ‘윌킨슨 개인의 승리’는 아닐까?
작년 회계년도에 채널 9은 2억3백만달러의 적자를 보았다. 그런 가운데서도 진행자 칼 스테파노비치는 연봉으로 2백만달러를, 휴 마크 채널9 CEO는 2백77만 달러를 벌었다.연봉으로 백 십만불이상을 받았던 윌킨슨을 포함, 세 사람의 연봉은 일반인들이 평생 벌어도 벌기힘든 액수이다.
회사의 적자는 아랑곳하지않고 내 몫만을 챙기는 소수 고위 임원들의의 돈 잔치인데 거기에 남녀 임금격차라는 거대한 이슈를 들이대는 것은 ‘엉뚱한 비약’이다.
그런 면에서 "더 높은 연봉을 받고 채널 10으로 옮긴 것은 윌킨슨의 성공이 아니라 고용주와의 싸움에서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한 ‘그녀의 패배’라고 지적한 여성학자 케이시 에드워즈(Kasey Edwards)의 주장에 기자는 동의한다.
남녀임금 격차의 부당함 때문이었다면 그녀는 채널 9에 남았어야 했다.
그녀의 이별사 어디에서도 남녀임금격차의 부당성 언급은 없었다. 특권을 부여한 채널 9방송에서 더한 특권을 베풀 다른 방송으로 '자리를 옮겨갔을 뿐'이다.
더구나 10여년 동안 매일 아침 생방송을 진행한 그녀가 전날까지도 사전 공지없다가 밤 사이 전격적으로 그 것도 트위터를 통해 “오늘이 투데이 쇼의 마지막 방송”이라고 발표한 사실은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공인으로서의 그런 처신에 어느 누구도 ‘책임성’의 잣대를 들이대지는 않았다.
물론 호주 상업 방송의 여성에 대한 시각은 극히 보수적이어서 비난받아야할 점이 많다.
'임금인상을 요구할 특별한 무엇이 없는 한 임금인상을 요구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보수적인 고용주들에게 한 방 날린 것은 옥의 티가 아니라 ‘티 속의 옥’이다.
거대 호주 언론과 소수민족 신문사 기자 사이만큼이나 시각 차가 큰 것은 어떤 의미를 담고있는 것일까?
전소현 기자 rainjsh@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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