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자 기다렸다는 듯 자녀들의 결혼을 알리는 청첩장이 여러 지인들로부터 날아들었다. 지난 몇 주 동안 토요일마다 결혼식에 참석하게 되었다. 여러 행사들이 있지만 결혼식엔 깨끗하고 좋은 정장을 골라 입고 참석하게 하는 예식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특히 시내에서 열리는 결혼식엔 마치 봄 나들이 가는 들뜬 기분마저 든다. 아내는 이 옷 저 옷을 입어 보고 여러 번 거울 앞에 서서 맵시를 살핀다.
밝은 봄날 햇살을 가득 담은 토요일 오전에 시내에서 열린 지인의 딸의 결혼식에는 근래에 드문 많은 하객이 참석하였다. 빨갛고 하얀 꽃과 핑크 빛 리본으로 장식한 실내는 가득 메운 하객들의 정중함과 들러리들의 한껏 멋을 부린 달라붙는 원피스와 화려한 화장과 밝은 미소와 더불어 이미 격조와 품위가 가득하다. 한 송이 화사한 꽃처럼 장식된 하얀 드레스를 입고 부케를 든 신부와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마치 기름이 흐르듯 새로운 정장과 구두, 웃음과 윤기로 가득한 신랑은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든 하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결혼 할 나이가 된 두 아들을 가진 엄마는 이리저리 살피며 화려한 결혼식 준비 속에 감춰진 비범한 아이디어를 찾아내느라 여념이 없다. 실내 오케스트라의 음악이 흐르고 지명도 높은 주례는 그 분의 명성에 걸 맞는 좋은 교훈을 들려 주었다.
아름답고 멋진 결혼식이 상징이었다면 결혼 생활은 실제가 되듯 가나의 혼인 잔치에 오신 예수님은 유대인의 성결을 상징하는 물이 결혼식에 필요한 포도주가 되게 하는 실질적인 일이 되게하였다. 그렇듯 부부로 출발하는 이들의 삶에 실질적인 구원이 이르게하는 예수님을 의지하는 여정이 되기를 축복한다는 내용이었다. 결혼 반지를 서로에게 끼워주고 미래의 약속을 묻는 주례의 질문에 두 사람은 또렷하게 대답하였다. 이 약속에 대동한 증인들과 결혼 증서에 서명을 하고 축가와 결혼의 선포와 더불어 결혼한 새 신랑 신부는 부부로서의 행진을 시작하였다. 하객들은 격려와 축복의 진심을 담은 따뜻하고 힘찬 박수를 아낌없이 보내주었다. 또 하나의 사랑이 결실을 맺었다. 하객들을 증인으로 그들의 앞날의 사랑에 대한 약속을 공언하였다.
1981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세기의 결혼식이 있었다. 영국의 황태자 챨스와 다이애나의 결혼식이었다. 온 세상 7억 인구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런던의 역사 깊은 성 바오로 대성당에서 세기의 가장 화려하고 성대한 결혼식이라고 세계 언론이 모여 극찬했지만 이들의 결혼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처음부터 행복하지 못했던 결혼 생활은 급기야 15년 만에 이혼하고 수많은 세상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리고 다이애나는 그 다음 해에 파파라치를 따돌리려다 교통사고로인한 비극적인 죽음으로 그의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그들은 더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온 세상이 주목하는 가운데 사랑을 약속했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결혼은 서로의 사랑에 대한 약속이다. 계속 사랑하겠다는 약속의 증표이며 또 만인 앞의 선언이다. 약속이 있지만 사랑이 없으면 유효하지 못한 계약이 된다. 그래서 이혼율이 OECD국가 중 1위라는 요즘의 한국은 그런 면에서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불 명예를 안고 사는 국민이 되었다.
요즘은 말로 한 약속은 믿지 못해서 문서로 된 계약서를 작성한다. 법적 효력을 동반하면 잘 지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약속도 마음이 식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내게 불리하리라 생각되면 약속했어도 그 계약을 파기하고 싶어진다. 많은 사업 파트너들이 깨지는 이유이다. 국가간 약속도 쉽게 파기하는 건 강대국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미국은 대국의 체면도 없이 FTA를 파기하겠다고 대통령의 입으로 국제적인 엄포를 놓았다. 자국의 이익에 도움이 안되면 약속 따윈 저버려도 괜찮다는 자국 보호의 합리화는 의로움을 기대했던 한낱 기대를 자책하게 만든다. 그는 그럴 만한 사람이라해도 국가마저 약속을 저버리니 기댈 수가 없다.
약속을 끝까지 지키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신뢰가 될까? 약속을 믿을 수 있다면 얼마나 안심이 되고 기댈 수 있을까? 메시야는 인류에게 이렇게 약속을 하셨다.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 (마태복음2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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