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친구와의 만남은 귀하다. 그런 친구와 가까이 사귀며 함께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축복이다. 그런 직접적인 만남과 비교할 수 없지만 책을 통한 간접적인 만남도 중요하다. 어떤 의미에서는 인간적인 편견 등에 매이지 않고, 글의 내용에만 집중하여 교제할 수 있다는 유익도 있다.
이번 주말에 ‘치유’라는 책을 통해서, 저자인 다비드 세르방-슈레베르 (David Servan-Schreiber) 를 만난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프랑스 정신과 의사이며 인지신경학 연구의 권위자다. 미국 피츠버그 대학에 대체의학 연구센타를 설립하여 운영한 사람이다. 그는 이 책에서 약이나 정신과 의사의 도움없이 우울증, 화, 불안, 스트레스 등을 없애는 7가지 자가 치유법을 소개했다. 이 책은 프랑스에서만 50만부 이상 팔렸고, 25개 국어로 번역되어 큰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아마 그의 치유 방법이 단순하면서도 실제적이기 때문인것 같다. 의학적 임상실험의 결과나 수치로 증명할 수 있어 설득력이 높다. 또한 다른 의사들과 다른 그 만의 방법을 통해 빠른 치유를 경험한 많은 환자들의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인상적이다.
인터넷 잡지 ‘하이퍼 마인드’는 뇌분야에서 가장 유능한 12명의 연구자 중의 한 명으로 그를 지명했다. 동료들이 추천하는 ‘펜실바니아 정신과 의사상’과 ‘피츠버그 의사상’도 받았다. 그렇게 인정받는 서양 의사로서 동양의 침술을 운명처럼 사랑한다든가, 기(氣)를 생명 에너지의 흐름이라고 말하는 그에게 친근감을 느낀다. 무엇보다 고통당하는 환자들의 치유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그에게 낯선 침 시술을 몸으로 경험해보며 배우는 진지한 열정과 열린 마음 등이 감동을 준다. 환자들을 긍휼히 여기며 그들의 입장에서 최선의 치료방법을 추구하는 그의 따뜻한 마음씨가 존경스럽다.
다비드 세르방-슈레베르, 그는 참 멋있는 친구이다. 한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가까운 친구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정작 그에 관해 아는 것이 너무 없어 민망했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인터넷 구글을 통해 그 친구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그런데 전연 예상치 못했던 사실들이 나를 놀라게 했다. 그는 젊은 의사였던 31세에 뇌종양 선고를 받고, 큰 수술을 받았으며 그 후 꾸준한 노력과 치료를 통해서 완치의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 재발해서 지난 20여년간 의사로써 왕성한 활동을 했지만, 그는 동시에 투병 중에 있던 암환자였다고 한다. 그는 세 번의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받는 등 힘든 투병 생활을 했으며, 2010년 이후에는 미국 피츠버그에서 프랑스 파리로 돌아온 뒤 2011년 7월에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그러나 이 모든 힘든 기간 중에도, 그는 단순히 의사로서가 아닌 한 사람의 암환자로서 자신의 병을 극복하기 위한 여러가지 방법과 지혜를 찾아 10만권 정도의 서적을 뒤지며 연구를 계속했다고 한다. 그 내용을 간추려 ‘항암’이라는 제목의 또 다른 서적을 출판하여 세계적 베스트 셀러가 된 것도 알았다.
그는 한 사람의 훌륭한 의사였고, 동시에 투병 중인 암환자였으며 또한 보통 남편이었고 세 자녀를 향해 마지막 안녕이라고 말해야 했던 아버지였다. 그는 어린 자녀들에게 “어느 날 바람결이 너희 얼굴을 스치거든 아빠의 키스인 것을 알라”고 했다고 한다. 또한 “삶이란 죽음을 향한 긴 준비 과정이며, 죽음이란 산자들과 아름다운 이별을 하는 것이며, 또 하나의 시작이다”라고 말한 것을 읽었다.
자신의 삶을 반영하는 그 친구다운 말이다. 그의 인간적인 심경을 헤아리며 가슴시리는 그런 아픔을 느꼈다. 나도 모르게 그가 내 마음 속에 들어와 오랜 친구처럼 자리를 잡은 것일까?
여기서 그가 제안한 7가지 치유법의 내용을 소개할 필요가 없는 줄 안다. 이미 알고 있는 분도 있겠고 또 관심이 있다면 그의 책을 통해 직접 읽고 실습해 보면서 그 결과를 스스로 판단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너무 새롭고 유익하다고 생각되는 핵심을 아주 간략하게 나누고 싶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우리 뇌의 가장 중심에 있는감정뇌는 호흡, 심장박동, 혈압, 식욕, 수면, 성욕, 호르몬 분비, 면역기능 등을 담당한다. 이 감정뇌는 신체와 더 긴밀한 관계에 있으며, 인지뇌보다 더 중요한 뇌안의 뇌다.
다음의 세가지 치유법은 자가치료 능력을 지닌 이 감정뇌를 할용한 것이다. 첫째, 정상심장박동 훈련을 통해 감정뇌를 안정시켜 불면증 피로감 등 생리적 현상을 정상으로 변화시킨다. 심장의 신경세포는 실제 감정을 느끼며, 옛 상처들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둘째, 안구운동(EMDR)에 의한 자극으로 위축된 감정뇌의 활동을 변화시킴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나 트라우마같은 정신적 장애를 때로는 15분안에 없애준다고 한다. 셋째, 사랑의 감정이나 대화는 약물이나 외과수술 이상의 치료효과를 발휘한다. 그래서 사랑은 산소나 음식처럼 삶 속에 꼭 필요한 요소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운동과, 수면, 좋은 음식 등이 중요하다는 정도의 상식이 전부였던 내게도 도전을 주었다. 매일 정상적인 심장박동수를 유지하며, 매일 안구운동으로 삶속의 스트레스나 감정의 찌꺼기등을 날려 보내야 되겠다. 무엇보다도 어떤 약물이나 수술보다 더 강력한 치유력을 주는 사랑의 마음으로 만나고, 대화하고 일해야겠다는 소박한 다짐을 해본다. 여러가지 손상된 감정이나 외적 상처들로 인하여 심리적, 신체적으로 고통당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이 이 방법에 따라서 스스로 치유를 시작해 볼 수 있다면 참 좋겠다. 그러한 사람들의 치유를 돕는 전문 상담가들에게도 새롭고 효과적인 대안으로 한번 시도해 볼만한 가치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어제 오후에는 비가 추적이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밝은 햇살이 가득하다. 맑고 푸른 하늘, 평화스러운 구름의 행진, 상쾌한 바람, 정원에 만발한 목련꽃, 그리고 흰색 보라색으로 활짝핀 데이지 등이 눈이 부시도록 황홀하다. 비록 산 자들에게 아름다운 이별을 하고 떠났지만, 너무 훌쩍 떠난듯 싶어 못내 아쉬운 내 마음의 그 친구가 생각난다. 그의 가족들이 어떠한지도 궁굼하다. 오늘도 어제 같은 그저 평범한 하루지만, 지금 내가 살아있다는 이 사실이 문득 특별한 은총의 선물임을 알게된다. 그래서 기도한다. 감사드린다. 감히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내 모습 그대로를 아시면서도 먼저 친구라 불러주신 나의 가장 귀하신 친구, 예수 그리스도 나의 주님께!
최정복(호주연합교회 은퇴목사) Jason.choi4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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