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처 영화관에서 상영하고 있는 영화 열네편 중 셋이 한국영화다. 한류가 호주에 휘몰아치고 있다. 그 중 ‘부산행’을 봤다. 좀비 영화다. 중국에서는 객사한 군사들을 일으켜 고향으로 보내기 위해 강시를 만들어냈다. 중남미의 부두(Voodoo)교에서는 노예로 잡혀온 흑인들을 아프리카 고향으로 보내준다며 좀비를 만들었다.
한국에도 거기에 버금가는 도깨비가 있었지만, 이제는 세계화 물결에 맞춰 좀비가 대세다. 이미 천백만 명 이상이 이 영화를 관람했다. 서울역을 떠난 KTX는 방금 전 좀비가 된 한 여자를 태우고 떠난다. 천안과 동대구역을 지나면서 여객 모두가 좀비화된다. 유일하게 좀비-FREE지역인 부산으로 살아 들어간 사람은 극소수다. 이기적으로 돈 벌고, 연애하고 살던 사람들은 물론 애꿎은 사람들도 다 좀비가 됐다. 부산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또 한 영화는 ‘인천상륙작전’이다. 공산사상으로 좀비화 된 북한이 단 두 달 만에 남한을 잡아먹었다. 부산 지역만 오직 남았는데, 영웅적인 첩보활동에 힘입어 전세를 역전시킨다. 공산좀비를 물리치고 자유대한이 된다. 거의 만화 수준의 영화지만 그래도 7백만명이 봤다. 세 번째 영화는 ‘터널’이다. 흥행보증수표인 배우가 홀로 터널 속에 갇혀 사투를 벌이는 영화라는데, 포스터의 메시지가 의미심장하다. “저 구할 수 있는 거죠?” 감독의 말을 들어보자. “아무 잘못 없는 평범한 사람이 사회가 저지른 실수로 인해 재난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구조대장의 말이 허공을 때린다. “이 안에 갇힌 건 사람이예요. 자꾸 까먹는 것 같은데, 사람이라구요.” 그 사람은 과연 구조될 수 있을까? 이 영화에서 고발하는 좀비는 사회나 정부 자체다. 이 영화 역시 7백만을 돌파했다.
시드니에서 과연 몇 명이 이 영화들을 볼런지 궁금하지만, 사실 문제는 좀비 사회에 대한 우려다. 돈과 권력 그리고 성적 충동이, 멀쩡한 사람들을 좀비로 만든다. 우리도 이미 좀비에게 살짝 물렸는지도 모른다.
자아비판적인 통계를 인용한다. 2010년부터 5년간 전문직군별 강간 및 강제추행범죄 건수에 대한 한국 경찰청 통계다. 이에 따르면 종교인이 442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의사(371건), 예술인(212건), 교수(110건) 순이었다. 그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종교인들한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목사 신부 스님은 모두 사기꾼입니다. 자기들은 실천하지 못하는 말 같지 않는 논리로 하나님, 석가모니를 팔아먹는 직업적인 사기꾼입니다.”
가슴 아픈 지적이지만, 사실 그 댓글 쓴 이를 포함한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
얼마전 말콤 턴불 호주 총리가 오른손으로 걸인에게 $5짜리 지폐를 주는 사진이 신문에 실렸다. 다른 손에는 $10, $20, $50짜리가 두툼하게 들려 있었다. 그 중 가장 낮은 액수의 돈을 뽑아 건네주며 악수하는 것을 보고 말들이 많았다. 카메라를 의식한 정치적 쇼냐 아니면 진심이냐? 하나님만이 아실 것이지만, 자고로 변화는 위로부터 내려와야 한다. 부자들이 지갑을 열고, 상류층들이 욕심을 버려야 한다. 물론 서민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 세상에서 당신보다 고귀한 존재가 또 어디 있는가? 나 자신이 내가 사는 세상을 책임져야 한다는 당당한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좀비로 부터 숨을 것이 아니라, 좀비와 싸우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역사상 가장 강했던 로마제국 전성시대 때, 귀족들의 대부분은 군인이었다. 전투의 최전방에서 무기를 휘두르며 남보다 먼저 달려 나갔다. 평상시에도 강한 훈련에 자신을 바쳤다. 두배 무게의 훈련용 무기를 들고 땀 흘리며 훈련했기에, 실전에서는 실제 무기를 성냥개비처럼 휘두르며 돌격해 나갈 수 있었다. 병사들도 그를 따라 서슴없이 목숨을 바쳤다.
그렇다면 돈과 권력, 섹스, 심지어는 종교의 탈을 쓰고 달려드는 ‘좀비전성시대’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무엇인가? 당신이 이 상황을 책임져야 한다. 남에게 미루거나, 주위 눈치보는 사람은 결국 좀비가 된다. 그러니 당신 목을 먼저 자세히 만져보라. 돈, 권력, 섹스 좀비에 물려 상처 난 곳이 없는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아직 제 정신일 때, 백신주사를 강하게 찔러 넣으라. 그 백신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흘리신 십자가의 피다. 그 피만이 당신 속의 좀비를 죽일 수 있다. 좀비-FREE의 몸을 새롭게 만드신다. 이제는 돌아서라. 당신을 향해 몰려드는 좀비들에게 당신을 내어 주라. 뜯기기 전에 먼저 주라. 탁한 피만 마시던 좀비들에게 당신 안에 있는 투명한 생명의 피를 나눠 마시게하라. 돈을 주고, 자리를 양보하고, 시간을 내어 주며 사랑을 나눠주라. 그렇게해서 살아난 사람들을 모아 ‘부산행’ 기차를 돌려타라. 서울로, 평양으로, 하늘 나라를 향해 달려가라.
칙칙폭폭, 칙칙폭폭, 뿌웅~ 기적소리를 울리며 힘차게 달려나가라.
김성주 (새빛장로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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