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회호주지회(이하 광복회)는 지난 3월 1일 ‘21세기 청소년 독립운동가 육성’의 기치 아래 재호광복장학회(이사장 황명하 광복회호주지회장)를 결성했다. 그 첫 사업으로 2명의 대학생(맥콰리대 우현식, 시드니대 김현우)을 선정하여 7월15일~21일,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주관으로 시행하는 중국 광주, 장사, 계림, 중경 등 8개 도시의 독립운동사적지 탐방행사에 참여시켰다.
이 기고는 행사를 다녀온 우현식씨(맥쿼리대 정보통신학과) 독립운동사적지 탑방기다. – 편집자 주(註)
광복회호주지회가 주관하는 2015년 제1회 청소년 민족캠프에 운영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었던 나는 한국에서 초등학교 졸업 후 쭉 호주에서 공부했기에 참여 학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학생들이 힘든 강의 일정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으로 임하는 모습을 보며 나 또한 자연스럽게 민족정신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민족캠프를 시작으로 순국선열의 날 행사, 삼일절 행사 등 여러 행사에서 봉사하며 점점 교민사회와 민족정신에 대한 생각의 틀이 잡히기 시작했다. 그 즈음 감사하게도 재호광복장학회의 첫 번째 장학생으로 선정되어 한국왕복항공권과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에서 주관하는 제12기 독립정신 답사단에 참가하는 비용 전액을 지원받게 되었다.
이런 좋은 기회를 주신 것에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과 첫 번째 장학생으로서 좋은 선례를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 초등학교 졸업 이후 오랜만에 대한민국의 독립운동사를 다시 공부하고, 학교에서 중국어를 수강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며 준비했다. 스스로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한 상태에서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리는 답사단 사전 워크숍에 참석하게 되었다. 30명 정도의 한국 대학생들 사이에서 강의를 듣고, 토론을 하는 중에 나름 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이 얼마나 대한민국의 역사 지식이 부족한지 깨닫게 되었다. 이번 답사단의 단장인 단국대학교 한시준 교수님이 나를 지목해 대한민국의 건국일이 언제냐고 물어봤을 때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해 나의 준비가 부족했음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스스로를 ‘역사덕후(젊은 세대에서 쓰는 역사 매니아와 같은 의미의 신조어)’라고 부르는 한국의 학생들이 윤봉길, 안중근, 김구와 같이 익히 들을 수 있었던 독립운동가가 아닌, 전에 들어보지 못한 독립운동가의 생애와 업적에 대해 상세히 말하는 것을 보고 사전 준비로 안주했던 나의 모습을 반성하고 이번 기회에 많은 것을 배워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광주, 불산, 장사, 유주, 계림, 기강, 귀양, 중경 등 8개 도시를 둘러보는 6박 7일의 일정에서 정말 많은 것을 직접 보고 듣고 배웠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이튿날 밤, 광주에서 장사로 향하는 야간열차에서의 시간이다. 광주의 살인적인 더위로 인해 땀을 흠뻑 흘리고도 씻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 속에 투덜거리며 우리는 열차에 올라탔지만, 새벽까지 다 같이 모여 앉아 이육사, 윤동주 등 민족시인들의 시를 서로 돌아가며 낭독할 때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고 뜨거웠다. 역사에 대한 깊은 지식뿐만 아니라 안타까운 역사를 진정으로 슬퍼할 줄 알며, 순국선열들의 고귀한 희생에 진심으로 감사할 줄 아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대한민국의 젊은 민족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불산에 있는 임시정부가족거주지, 계림에 있는 조선의용대 본부터 등의 보존상태가 훌륭하지는 못해도 답사 기간 중 무엇보다 크게 느낀 점은 독립운동 선열들이 얼마나 어렵게 민족의 뿌리를 지키고자 했는지 였다. 사실 이전에도 선열들이 고된 여정을 무릅쓰고 조국 광복을 위해 얼마나 힘썼는지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배울 수 있었지만, 직접 그 분들이 꿈꾸었던 대한민국의 모습을 그리며 발자취를 따라다니는 것만큼 가슴으로 깨닫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마지막으로 망명 생활을 했던 중경 임시정부청사를 마지막 일정으로 방문했을 때 답사단 일행은 고된 망명정부의 여정 끝에 찾아온 민족 독립의 가슴 벅차오르는 기쁨을 나누었다.
이번 답사를 통해 내 안에 흐르고 있는 한민족의 정신이 얼마나 많은 분들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알 수 있었다. 해외에서 살면서 민족의 정체성과 자아에 대한 고민을 하는 건 이민 1.5세, 2세, 3세들의 공통점으로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호주 사회에 자리 잡아 타민족과 조화를 이루어 가는 것도 분명 우리의 의무이지만 그 속에서 애국선열들의 희생으로 지켜온 우리의 민족정신을 잃지 않는 것 또한 우리의 엄연한 의무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이번 답사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게 해주신 재호광복장학회,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그리고 한마음으로 뭉쳐 독립투쟁 발자취를 찾았던 제12기 독립정신 답사단원 모두에게 큰 감사를 드린다.
우현식 (재호광복장학회 1기 장학생)
사진: 장사 임시정부활동구지(김구 선생 좌상 앞에서. 우현식(오른쪽), 김현우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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