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쯤, 12학년에 막 접어든 나에게 HSC 헤리티지 한국어 코스로부터 개인 연구과제가 주어졌다. 평소에 관심있어 하던 주제를 바탕으로 거진 1년 내내 상세히 조사하는 과제였기 때문에 뭔가 특별하고 의미있는 것을 하고 싶었던 나는 고민 끝에 일제 강점기를 주제로 정하기로 했다. 일제 강점기를 나치독일과 비교하여 오늘날 가해자와 피해자의 서로를 향한 어떤 감정과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또 그런 감정들이 행동으로 어떻게 비추어지고 있는지 연구하면 꽤 의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연구과제를 시작하기 전, 이 문제에 대한 나의 지식은 그다지 풍부하지 않았지만 일제 강점기의 가해자 국가인 일본이 아직까지 한국에게 제대로 된 사과를 한 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의 사건들도 대충 알고 있어, 그들을 향한 인식은 좋지 않았다.
조사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며 내가 보지 못했던 일본의 반성적인 태도를 찾아내길 원하는 바램이 있었지만, 그런 태도는 신기할 정도로 찾기 어려웠다. 일본을 향한 나의 좋지 않은 인식은 과제 후에도 변함이 없었고, 오히려 그런 나의 감정을 악화시킬 정보와 지식만 더해져서 더욱 실망스럽다. 같이 조사하던 나치독일의 가해자인 독일 정부에서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세우고, 계속해서 유대인을 향한 죄송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모습과 비교되어 더욱 무책임하고 교활하게 느껴졌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일방적으로 노예삼아 성노리개로 쓴 사실에 대해 ‘미안하다’기보단 ‘안타깝다’는 표현을 써가며 매춘부로 포장하던 일본 아베 총리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왜곡된 정보로 무죄를 주장하며 공개적 사과 한마디를 하지 않는 그를 보며 한국인으로써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학교에 쓰이는 교과서에 잘못된 정보를 실어, 학생들에게 일제 강점기를 자랑스러운 역사로 세뇌시키는 일본 정부의 뻔뻔한 모습을 보며 여러가지 복잡한 감정이 북받쳤다. 단지 자존심 때문에 뻔히 보이는 반인륜적인 범죄의 진실을 부정하며 마음 편히 살면서 수많은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에 대한 죄책감은 없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연구과제 수행 중 일제 강점기가 점점 잊혀지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나와 같은 이민자 2세들이 특히 왜곡된 정보에 동조되어 한국의 참혹한 역사를 그저 지나간 일로 인식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일본의 거짓된 주장에 맞서 싸우기는 커녕 도리어 그것을 귀찮게 여기는 모습을 보여, 이미 돌아가시거나 살아계셔서 아직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계시는 위안부, 강제징용자 등의 피해자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더욱 죄송한 마음만 들 뿐이다.
시드니에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된다고 한다. 소녀상을 세움으로써 이곳 호주의 한인 이민자들이 이 문제를 조금 더 심각성을 가지고 바라보게 되는 것이 나의 작은 소망이다. 또한 전혀 반성적이지 못한 일본의 치사한 태도에 맞서 대항하자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었으면 좋겠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다. 일제강점기의 수치를 잊어서는 안되며, 일본이 역사의 진실을 받아들이고 고개숙여 사죄하는 그날을 향해 쉬지 않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이지수 (혼스비걸스하이 12학년생/ 벨필드 하나로 장로교회 한글학교 재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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