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내리지 못해 휘어진 너도
절벽 난간에 매달려 내려가고 있는 나도
너나 할 것 없이 제대로 서지 못하는 이유는
휑한 허공에 머리를 두고 있는 탓이다
푸른 꿈은 운무에 가려져
멀리 저 멀리
새들도 닿지 않는 곳에 있어
해진 배낭 꽉 들어찬 그 무엇을 메고
깊은 숲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절벽 위 쏟아져 내리는 폭포에
던져버린 것은 겨우 작은 돌멩이 하나,
물풀이 퐁퐁 내쉬는 숨
깊숙이 빠진 나무의 짓무른 발을 주무르며
큰 나무에 기댄 작은 풀꽃의
그늘진 주름을 펴준다
오르고 내리는 길 지나
평지에도 경계가 있음을
오솔길에서 만난 뱀에게 길을 내어주며 본다
숲과 허공에도 난관은 있는지
스스로 자신의 사지를 묶고 나무에 매달린 거미를 보며
휘어진 어깨, 그늘진 주름에 걸려버린 이
숲은 쉬이 길을 열어주지 않고......
백경(시동인 캥거루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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