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병동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내가 운다
비상문을 열고 눈물이 나가고 있다
모든 눈물은 절정에서 온다는데
아내는 어느 벼랑을 걷는 것일까
지난 밤 꿈인 듯
눈을 뜨자 침대가 한 뼘 커졌다
세상에서 빛나는 것들도 울기는 할까
큰애를 붙들고 학부모 상담하러 가던 길
오월의 나무처럼
아내가 빛이 나는 것도
눈물에 많이 젖었기 때문일 것이다
기쁨의 울음 뒤를 돌아가면
아프지 않은 눈물은 없어
서러움 줄지어 높게 서 있으니
병원 유리 귀퉁이로 보이는 버짐나무도
가지 어느 한 곳 아픈 것인지
반쯤 마른 이파리가 빛난다
내가 아파서 우는 걸까
자신의 서러움에 우는 걸까
점점 커지는 병원의 침대처럼
이제 해마다 아내의 눈물은 작아지리라
흐려지는 비상문 틈
천천히 계단 아래로 내려가는 울음
많이 젖으면 많이 닦아낼 것이라며
다 지나간 계절에도
잎 떨구지 못하는 나무가 손을 흔든다
오늘도 한 뼘 자라난 침대
높아진 계단을
눈물이 눈물을 쓰다듬으며 내려간다
김오 (시인. 시 동인 캥거루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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