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푸치노 커피 값 $3.50 이 아깝지 않다. 커피 한잔 값이라도 아껴야 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사색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억만금을 주고도 쉽게 살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커피 한잔을 마시며 귀한 가치를 느낀다.
휘황찬란하고 값진 인테리어로 꾸며진 카페도 이처럼 멋진 분위기를 풍길 수는 없을 것 같다. 푸르름이 넓게 펼쳐진 공원을 바라보며 창 없는 찻집에서 상념에 젖어 글을 쓴다.
선진국이란 무엇일까? 과학이 발달하고 경제적으로 부유한 국가를 지칭한 것일까? 물론 그 말도 맞겠지만 자기들만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가지고 우리는 선진국이라고 지칭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날 택시를 탔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택시 바우처(Taxi voucher) 를 택시기사에게 주었더니 그가 “너는 참으로 행운아다. 만약 네가 우리나라 레바논에서 살았다면 너는 굶어 죽었을 것이다.”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내가 그에게 건네준 바우처가 정부에서 장애인에게 준 것임을 알고 또 내가 장애인이라는 것을 알고 한 소리이다. 그 말을 듣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불쌍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아주는 배려심에서 이 사회의 성숙 정도를 가늠해 본다.
흔히 영국 신사라고 한다. 영국 신사라면 멋진 모자를 쓰고 바바리 코트를 입고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신사를 연상하게 되나 꼭 외형적인 면만 갖고 그런 이름이 붙여진 것은 아닐 것이다. 이민 와서 더불어 살며 그것을 알게 되었다. 이 사회 속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신사도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닐 것이다. 그들의 부모에게서 자식들에게 전해지고 또 그들의 후손들에게 이어지며 평화롭고 평등한 사회 형성에 이바지해 온 것이다.
아는 분이 군에 있을 때 어떤 사유로 개를 키우게 되었는데 그 개를 무척 미워했다고 한다.
그 개는 때가 되어 새끼들이 주는 밥을 먹으려고 하면 강아지들에게 으르렁거리며 먹지 못하게 한다며 어찌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하여 나는 “아마도 그 개의 엄마 아빠 개도 그랬을 것이다.” 라고 말해 주었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키웠던 개는 새끼들이 밥을 먹으면 멀찌감치 뒤로 물러서서 강아지들이 먹는 것을 침을 질질 흘리며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무척 감명을 받았었다.
성선설과 성악설 중 난 성선설을 믿고 싶다.
사람들은 어린아이가 우물에 들어가려 하는 것을 보면 깜짝 놀라며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생기는데, 그 어린아이의 부모와 교제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동네의 친구들에게 어린아이를 구해 주었다는 명예를 얻기 위함도 아니며, 어린아이를 구해 주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소리가 싫어서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 같은 성의 작용은 인간의 생각이나 판단을 초월해 존재하는 만인 공통의 것이며 그러한 의미에서 이를 천명이라 설명한다. 이러한 성이나 천명의 작용을 맹자는 선(善)이라고 한 것이다. 그러므로 선은 인간의 의식이나 생각이 개입된 판단에 의해 이루어진 도덕적 행위를 표현한 말이 아니라, 의식을 초월해 그 밑바닥에 흐르고 있는 성의 움직임 그 자체를 표현한 말이다.
이같은 인간 본성이 약한 자를 배려하는 호주 사회형성에 기인한 것일까?
이곳에 살며 또 하나 느낀 것은 이 곳 노인들은 젊은이들이 공공질서를 해치거나 남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보면 바로 바로 지적해준다. 그러니 건전한 사회질서가 유지되는 것이다.
요즘 고국에서는 노인들이 젊은 사람들에게 무어라 말을 못한다고 한다. 이제 우리도 먹고 살만 해졌다. 그러니 자기 밥 그릇만 헤아리고 남을 배려하지 않는 어린애 같은 삶에서 벗어나 다 함께 행복할 삶을 추구하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과일 나무에서 과일을 수확할 때도 모두 거두지 않고 까치 밥이라고 몇 개는 남겨두었다. 이런 너그럽고 훈훈한 마음을 이어가며 모두가 배부르고 등 따습게 사는 나라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이런 것들을 실천하는 곳이 비로 Vision Australia이다. Blindness and low vision services 를 하는 자선기구가 이렇게 넓은 곳에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오래 전에 누가 이 넓은 땅을 기증했기 때문이다. 그 사람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이를 이용할 수 있는가.
그간 많은 이들과 옷깃을 스쳐왔다. 이 모든 것이 우연으로 만 알았다. 이곳과 나의 만남도 그런 것으로 알았다. 호주인 친구가 장애자 연금을 신청해보자는 것이다. 물론 호주가 장애자 천국이며 장애 복지가 잘된 나라라는 것은 알았지만 내가 호주사회에 이바지 한 것이 무엇이 있다고 그런 것을 신청하는가? 머뭇거렸다.
“네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기특하지만 네가 그 돈을 안 쓴다고 해서 호주가 무엇이 달라 질 것이냐? 네가 갈 곳은 Vision Australia밖에 없다.”고 해서 만난 곳이 이곳이다.
쾌적한 카페에 앉아 푸르게 펼쳐진 초원을 바라보며 상념에 젖다 보니 중천에 둥실 떠 있는 해가 방긋 웃고 있다.
임보형(글무늬 사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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