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내의 등에 실려
새벽 세시를 밝히는 청소기
굽은 어깨 내려놓고 바닥에 눕다
오늘도 해진 작업복
밑단 안에 쌓인 마른 먼지 털어내고
시접 접고 있으니 반쯤 감긴 눈빛이
왕십리 양철지붕에 매달리고 흔들리는 그림자
알전구 아래 엄마 손이 소쿠리에서
바느질거리 하나씩 꺼내고 있다
깨알처럼 별꽃 박힌 골무
자신의 상처는 삼킨 채
손톱마저 무뎌진 여인의 검지를 싸매고
실패에 꽂힌 굵은 바늘
엉켜버린 아버지의 술주정이나 바람기
마른 풀뿌리 뽑듯 올올이 꿰매다
한 끝이 부러진 아픔 참아내는 가위도
두꺼운 가난 조금씩 잘라내고
저 홀로 옹글어진 단추는
노름에 세월 뜯긴 날건달 오라비까지
군복잠바에 단단하게 매달린다
천정 위의 푸른 빛, 알전구도 조는 밤
나이롱양말 비집고 나온 허기
거북손에서 한 뜸 한 뜸 기워지고 참
맛있게 먹고 있는 사내
밥에서도 별꽃 모락모락 피어난다
울워스, 맥도날드 바닥에 비치는
저 낮은 새벽별
내일도 유난히 푸르다
* 이 시는 제 17회 재외동포 문학상 시부문 가작이다
신현숙(시 동인 캥거루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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