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음식뿐 아니라 언어적으로나 관계적으로 매우 독특한 취향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아무리 여러 가지를 먹어도 김치를 먹지 않으면 뭔가 맹맹하다. 아무리 영어를 잘 알아들어도 한국어로 이야기해야 속이 편하다. 외국인 친구와 열심히 놀긴 하지만 뭔가 빈 자리가 있다고 호소한다. 막상 한국에 있으면 김치만 먹거나, 한국어를 유달리 사랑하거나, 한국문화를 특히 자랑스럽게 여기지도 않으면서 그런다. 어쩌면 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한국이란 울타리 밖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 민족이라고 그런지도 모른다. 어쨌든 아프리카에서 10년이 넘도록 사역했다는 선교사를 만나 봐도 여전히 사발면 선물에 눈이 반짝거린다.
이러한 배경 때문인지는 몰라도 한국인의 영적 필요 역시 유별나다. 교회조직, 설교양식, 사역방향까지 한국인은 따로 교회를 세워야 직성이 풀린다. 이러한 분위기를 초기 호주교계는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 오랫동안 한국에서 선교사로 일하다가 돌아온 한 선교사는 1970년대 호주에 사는 한국인들이 따로 한국교회를 만들겠다며 도움을 청해오자 난색을 표했다. 기존 교회에서 조화하며 있으면 되지 왜 따로 하겠냐는 말이었다. 그러나 결국 ‘영어 때문에 잘 섞이지 못하는 아내’ 핑계에 밀려 호주최초의 한인교회가 만들어진다. 이제 한인교회는 교회수로도 호주 최다, 규모로도 최대의 비영어권 교회가 되었다.
호주에서도 다른 언어권 교회가 그전에도 있긴 있었다. 그러나 거의 유일한 성공담이었던 호주장로교회안의 중국교회는 철저하게 호주주류교계의 무관심과 방치 속에서 자라난 경우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무관심이 중국 교회의 자생력을 키워줬고, 지금은 교단안에서도 수 뿐 아니라 영적 영향력도 상당하다. 이곳 출신 사역자가 호주 교회를 섬기는 수도 늘고 있고, 기존 사역도 왕성하다. 그러나 옛 버릇을 바꾸기가 어려운 듯, 이들은 교단 안에서 별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이들이 내는 상회비에 비하면 놀라울 정도다. 아마도 조용히 자리를 차지하는 데 너무 오랫동안 익숙해 있는 것일까? 더 놀라운 것은 이미 이-삼세대가 주류된 상황인데도 이들은 호주주류교회로 통합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만의 교회들, 다시 말해 ABC (Australia Born Chiese) 교회는 날로 왕성해지고 있다. 물론 정서나 언어도 철저하게 영어권이다. 그러나 관계나 정체성은 자기만의 그것이 강하다. 이들 사이에 종종 발견되는 백인들은 대게 중국인들과 결혼했거나 기성호주문화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이다. 여기에 끼지 못하는 ABC들도 대게 특정호주교회에 몰려있다. 자기만의 정서적 공감대를 어떤 식으로든 필요로 한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 호주한인교회의 미래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묘한 영적 교만과 권력에 대한 욕심이 큰 교회다. 묘한 영적 교만이란 하나님께서 한국 교회를 세계사의 특별한 도구로 쓰시기 위해 선택하셨다는 생각이다. 근거가 뭔지는 분명치 않지만 어쨌든 한국교회는 제 3세계출신 교회답지 않게 매우 자신감이 강하다. 더구나 한국교회는 ‘자기가 직접 하지 않고서는’ 성에 차지 않는다. 한국사회에서 동업이나 동역이 잘 안되는 이유기도 하지만, 어쨌든 다들 대장이 되고 싶어 한다. 호주주류교회에서는 목사도 성도든 성에 차는 대장이 되기 힘든 까닭에도 한인교회로 모인다. 물론 이것은 기성호주교회 일부에서 여전히 남아있는 백호주의나 기성체제의 공고함 때문이기도 하기에, 우리쪽 탓만 하거나 우리만 변하면 된다는 식의 답은 답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교회는 아마도 2-3세대가 가도록 계속해서 독립교회로 남고, 또 독자적인 해결방법과 독자적인 사역을 더 선호하는 교회로 남을 확률이 크다. 이를 통해 호주교회들이 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신선한 도전도 많이 나올 것이다. 한 호주교회사가의 전망대로 ‘21세기에는 호주기독교의 새로운 생명력을 집어넣는 일이 한국교회에서 나올 수’ 있다고 필자 역시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끼리 잘하고 그것가지고 남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는가에 상관없이, 한인교회는 우리가 모이는 힘이 문화적인 편안함이나 욕심에 중심이 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신자가 교회로 모이는 과정은 매우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사회심리학적 결과지만, 신앙의 원리는 내어주고 섬기고, 자신의 편리를 희생하며 다른 이들에게 나가라는 가르침이다. 이점에서 이민교회의 구성논리와 신앙의 본질은 항상 긴장감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우리의 그렇게 슈퍼맨은 아니기에 어느 정도는 우리의 편의와 본성에 부합하게 되겠지만, 결국 신앙의 성숙은 그것과 어떤 식으로 싸워나가고 극복하는 가에 달려있게 된다. 이점에서 한인이민교회의 가장 큰 숙제는 생존가능성이 아니라, 자신의 사회적 문화적 본성을 신학적 소명을 통해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달려있게 될 것이다.
김석원(교육전문사역단체 under broomtree ministry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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