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우 속 창문 사이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
막으려는 찰나 가슴 베인다
벌어진 창문 낑낑 잠궈보지만
틈새는 나이를 먹고도 날카롭네
전화벨이 울리고
10년 전 생일날 은주에게서 울렸던
작은 틈 구석구석 스며드는
똑같은 벨소리
그래, 너는 언제나 불쑥 찾아와
우리집 돌고 돌아 창문 흔들어대며
놀자 놀자 고집 부렸지
틈으로 숨었으면 못 찾았을까
여름 들고 남쪽으로 헤엄쳐오다 목소리가 쉬어 버렸니
전화벨 소리 멈추자
세 아이에게 연달아 내주던 네 심장 소리 멎어 버렸지
잠잠해진 어둠 너머
창문에 얼룩진 네 지문 자국들
눈인사 대신 놓고 간
개포동 골목 어귀 여름빛 챙겨
검지 손가락으로 어둠을 넘기고
자카란다꽃이 출근 준비를 하고 있다
동그라미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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