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이야기>는 이혼의 과정을 겪는 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그런데 왜 제목이 ‘이혼 이야기’가 아니라 ‘결혼 이야기’일까? 노아 바움백 감독은 이혼이 결혼의 끝이나 실패가 아니라, 결혼의 또 다른 과정이자 새로운 관계일 수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 같다. 이혼 후 남남이 되는 경우도 많지만 자녀가 부모 사이를 오가며 정기적으로 만나기도 하고, 이혼의 상처가 어느 정도 가라앉고 난 뒤에는 오히려 상대에 대해 애틋함이 생기거나 편안한 마음으로 전남편이나 전 부인을 만날 수 있게 되었음을 고백하기도 한다. 결혼에 대한 성경적 관점을 염두에 두면서 이 영화를 보았다.
영화의 시작은 찰리(애덤 드라이버)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아내 니콜(스칼렛 요한슨)이 어떤 매력을 지닌 사람인지 무심한 듯 가볍게 툭툭 내뱉는 찰리의 목소리에는 니콜을 향한 애정이 담겨 있다. 찰리는 “니콜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라는 칭찬으로 독백을 마무리한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니콜도 찰리가 어떤 좋은 점을 지닌 사람인지 들려준다. 니콜은 찰리에게서 자신에게는 없거나 부족한 부분을 발견한다. 이를테면 찰리는 뭘 원하는지 정확히 아는 반면에 자신은 확신이 없어서 정반대라는.
<결혼 이야기>의 포스터는 여유로운 캘리포니아의 감성을 지닌 니콜과 현대적인 뉴요커의 감성을 지닌 찰리가 얼마나 다른지 잘 보여준다.
남자와 여자는 다른 존재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재미있는 제목의 책도 있지만, 창조주 하나님은 남자와 여자를 참 다르게 지으셨다. 부부의 연을 맺고 함께 생활하게 되면 남녀가 다른 존재라는 사실을 비로소 실감하게 된다. 처음에는 그 다름이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나만 옳다는 이기심에 사로잡히게 되면 불화를 낳게 된다.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고 하와를 칭송했던 아담은 타락 이후 하와에게 자신의 죄를 떠넘기면서 “하나님이 주셔서 나와 함께 있게 하신 여자”라고 하와를 지칭한다. <결혼 이야기>의 초반부는 이렇듯 서로 다른 존재인 남녀가 함께 부부 생활을 공유하면서 느끼게 되는 ‘차이’를 말하고 있다.
이혼 전쟁 가운데 임한 하나님의 임재
영화는 시편 118편 24절 ‘이날은 여호와께서 정한 것이라’는 찬양을 흥얼거리며 커튼을 열어젖히는 니콜의 엄마를 보여주면서 뉴욕에서 캘리포니아로 이동한다. 이후 영화의 중반부는 이혼 전문 변호사들이 등장하면서 이혼 소송 과정의 현실적인 문제를 보여준다. 이혼 소송은 어마어마한 변호사 비용과 아이의 양육권을 두고 벌이는 치열한 전쟁이다. 이를 조롱하듯 찰리가 찾아간 변호사 사무실 의자에 놓인 쿠션에는 ‘Eat, drink and remarry’라는 글씨가 우스꽝스럽게 박혀 있다.
두 사람은 왜 이혼이라는 난장판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을까. 표면적으로 볼 때 이혼을 더 원하는 쪽은 니콜인 것 같다. 오랜 세월 결혼 생활에 대해서 성찰하면서 점점 왜소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본 니콜은 변호사 앞에서 마치 고해성사를 하듯 잃어버린 자신을 찾고 싶다고 말한다.
영화는 중반 이후 두 사람이 언성을 높이면서 서로의 잘못을 후벼파기 시작하면서 절정에 치닫는다. 해서는 안 될 말이 난무하는 가운데 찰리가 고통스럽게 절규하며 “Oh, God!”를 부르짖으며 바닥에 주저앉아 니콜에게 먼저 미안하다고 말할 때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