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2020 도쿄올림픽이 지난 21일 호주와 일본의 여자 소프트볼 경기로 19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습니다.
특히 일본은 올림픽 첫 공식 경기를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원전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에서 진행함으로써 건재함을 전 세계에 드러내려 했습니다.
게다가 세계 최강을 자부하는 '디펜딩 챔피언' 일본 여자 소프트볼 대표팀은 호주를 제물 삼아 5회 콜드게임(8-1) 승리를 따내며 예정되었던 드라마 대본에 극적인 연출까지 가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경기의 분위기는 일본의 기대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약 3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후쿠시마 아즈마 야구 경기장 관중석은 50명 남짓한 사람들만 앉아 있었습니다. 이들조차도 올림픽 관계자와 기자들이었습니다.
팀원을 응원하는 선수들의 외침만 커다란 경기장을 공허하게 떠다닐 뿐이었습니다. 로이터는 "리틀 야구단 경기와 같은 분위기"라고 평가했습니다.
무관중 경기로 진행된 이번 경기에 대해 일본의 승리투수인 우에노는 "후쿠시마 주민들 앞에서 우리의 플레이를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중과 함성으로 세계인의 축제라는 꽃을 피워야 할 올림픽에서 이같은 처량한 모습이 연출된 것은 분명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의 혼란 속에서도 강행한 대회의 필연적 결과이기도 합니다.
결국, 일본 소프트볼 대표팀의 폭발적인 경기력을 앞세워 후쿠시마의 건재함을 선전하려던 일본의 전략은 자충수에 불과하다는 것이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이제 전 세계인들은 경기장을 가득 채운 무거운 공허함으로 후쿠시마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 아이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