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찌민에서 발생한 한국인 시신훼손 살인 사건의 범인은 빚 독촉에 시달리던 가까운 한국인 지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지에서도 드문 토막 살인 사건을 접한 베트남 공안은 범인이 사용한 흉기와 피해자의 금전 탈취 정황까지 확인,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29일 베트남뉴스통신(VNA)등 현지매체와 호찌민 총영사관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25일 베트남에서 뷰티 및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던 정모(35)씨와 그와 친분이 깊었던 A(33)씨가 호찌민 한인 밀집거주 지역인 7군에 위치한 정씨의 숙소에 도착한 뒤 발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사업 위기에 봉착한 정씨는 A씨와 술을 마시며 자신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둘 사이에 다툼이 벌어졌고 격분한 정씨가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의 범행은 27일 현지 집주인과 그의 부하 직원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정씨가 "이제 월세를 못 낸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에 의심을 품은 집주인이 정씨 거주지를 방문한 뒤 혈흔 등을 발견해 현지 공안에 신고한 것이다. 정씨의 부하 직원도 총영사관 소속 영사에게 살인사건 의심 정황을 신고했다. 살인 이후 불안한 상태를 보였던 정씨가 직원에게 "사람을 죽여서 그러니 비닐봉지와 테이프, 캐리어(대형 여행용가방)를 좀 사 와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신고를 받고 온 베트남 공안은 현장에서 캐리어와 비닐봉지 등에 나눠 담긴 시신과 혈흔을 확인했다. 이어 톱과 절단기 등 시신훼손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 범행 도구도 확보하고 도주한 정씨를 즉각 추적했다.
50명 이상의 공안과 경찰이 정씨의 검거작전에 동원됐다. 그는 28일 범행 현장에서 5㎞ 가량 떨어진 호찌민 2군의 한 아파트에서 체포됐다. 그는 베트남 수사당국의 취조에 이날 "사업이 어려워져 빚 독촉에 시달렸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 살인을 저질렀다"고 범행을 자백했다. 호찌민 당국은 정씨가 범행 전후 A씨의 돈 2억동(한화 약 1,000만원)과 금괴 등을 훔친 것도 확인하고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호찌민 교민사회는 잔혹한 범죄 수법은 물론 연이은 한인 범죄에 두려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호찌민에 거주하던 한인 사업가 가족이 무참히 살해되는 일이 벌어졌다. 범인은 한인 치과의사 지망생이었다. 호찌민에서 9년째 거주 중인 한 교민은 "정확한 신분과 소속이 확인된 지인끼리만 교류하고 처음 보는 한국인과는 관계를 맺으면 안 된다는 경고가 교민사회에 퍼지고 있다"며 "강력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만큼 한인 밀집 거주지역만이라도 치안을 강화하는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info@itap36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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