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값 인상으로 촉발된 이란 반정부 시위가 닷새 동안 이어진 가운데, 이란 당국의 강경 진압으로 인해 100명 이상의이 숨졌다는 보고가 나왔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은 19일(현지시간) “21개 도시에서 최소 106명의 시위자가 목숨을 잃었다”며 “실제 사망자 수는 훨씬 더 많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최대 200명이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앰네스티는 이어 “이란 보안군은 시위대를 ‘완전히 진압하라’는 허가를 받았다”며 “이란 정부는 잔인하고 치명적인 탄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앰네스티가 자체 집계한 시위대 사망자수는 관영 언론들이 그간 발표해 온 12명을 크게 상회하는 것이다. 또 당국은 시위대가 경찰관 2명과 보안군 5명을 숨지게 했다면서 시위대의 폭력 양상을 규탄해왔다.
앰네스티는 “사망자수는 ‘입증 가능한 보고’에 근거한 것”이라며 “이란의 목격자들로부터 영상과 소식을 들었다”고 밝혔다. 앰네스티는 건물 옥상에 배치된 저격수나 헬리콥터에서 시위대를 향해 실탄 사격을 하는 모습이 담긴 시위 현장 영상 등을 입수했다고 부연했다. 또 최루탄과 물대포 등을 동원해 격렬하게 시위대를 해산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시위는 지난 15일 이란 당국이 휘발유값 인상 계획을 밝히면서 촉발됐다. 이미 미국과 서방의 제재로 경제난과 재정위기에 빠져있던 상황에서, 민생고가 한층 더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시위는 전국 규모로 점차 확산됐다. 시위는 대체로 평화롭게 진행됐지만, 일부 시위대는 정부 건물이나 은행에 불을 지르고 돌을 던지는 폭력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사태가 악화되자 이란 정부는 16일 밤부터 인터넷을 사실상 전면 차단하고, 시위 이틀 만에 1,000여명을 체포하는 등 강경 진압에 나섰다. 국제위기그룹의 알리 베즈 이란 프로그램 국장은 “이번 시위가 규모와 범위 면에서 심각하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정권이 훨씬 더 빨리 철권(강경 진압)을 휘둘렀다. 싹을 자르고 싶어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 접속 차단으로 인해 정확한 시위 규모와 범위는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미 뉴욕타임스(NYT)는 19일까지도 여러 도시들에서 학교와 대학 수업이 중단되고, 축구 경기가 취소되는 등 아직 소요사태가 가라앉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란 의회의 국가안보회의도 이날 정보·보안 기관장들과의 긴급회의를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국제 사회가 시위대에 완화된 대응을 촉구하고 있음에도, 이란 당국의 강경 대응 기조는 아직 완고하다. 강경 보수 성향의 이란 일간지 케이한은 18일 “거리에서 폭동을 일으키는 폭도들은 교수형에 처해야 한다”고 썼다. 모하바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은 19일 각국에 이란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다른 당국자들 역시 이번 시위를 이란을 불안정하게 하려는 야당과 외국이 꾸민 음모라고 일축했다고 NYT는 전했다.(한국일보)
info@itap365.com
https://www.itap365.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