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지난달 주행거리 250㎞(1회 충전 기준) 이하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삭감을 발표하자, 전 세계 배터리 생산 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저용량의 보급형 배터리가 사실상 퇴출되고, 앞으로 고용량의 배터리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미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차세대 고성능 제품 개발에 진력해 온 배터리 업체들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현재 출시된 양산형 전기차의 최대 주행거리는 400㎞ 내외. 국내 전기차 중 주행거리가 가장 긴 '코나일렉트릭'도 한 번 충전으로 405㎞를 주행하는 정도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테슬라처럼 배터리를 많이 달면 주행거리를 쉽게 늘릴 수 있겠지만, 차값이 크게 뛴다"며 "결국 기존의 배터리 크기와 무게, 가격을 유지하면서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업체들은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적 도전에 나서고 있다.
◇전극 표면의 성분이 성능 좌우… 高價의 코발트 사용량을 줄여라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 이온(Li-ion) 배터리는 리튬 이온이 전해액을 타고 음극(-)과 양극(+) 전극 사이를 오가며 전자를 전달하는 과정을 통해 전기 에너지를 머금었다가(충전) 내놓는(방전) 원리로 작동한다. 이 중 양전극은 얇은 알루미늄 판에 니켈(Ni)과 코발트(Co), 망간(Mn)이 섞인 '활성물질'로 코팅되어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활성물질의 성분 구성에 따라 양전극에 있는 리튬의 양이 달라진다"면서 "이 활성물질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배터리의 용량, 안정성을 좌우한다"고 했다.
일반적인 니켈과 코발트, 망간의 성분비(比)는 6:2:2다. 이 세 가지 물질 중 니켈 비중이 높을수록 배터리의 용량이 올라간다. 하지만 니켈의 함량을 무조건 끌어올릴 수는 없다는 게 문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코발트는 출력, 망간은 안정성을 좌우하는데 니켈 성분을 늘리려다 코발트와 망간이 줄어들면 결국 출력과 안정성에 타격이 온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코발트와 망간을 덜 쓰는 대체 기술이 적극 개발되고 있다. 배터리 내부의 핵심 소재(분리막)를 고내열성으로 만들어 안정성을 높이고, 출력을 유지하기 위해 기존 전해액보다 효율이 높은 고성능 전해액을 활용하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동일한 무게의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주행거리가 100㎞ 이상 늘어날 수 있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니켈·코발트·망간의 비율을 8:1:1 또는 9:0.5:0.5로 끌어올리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고 했다.
코발트 비중을 낮추면 배터리 원가도 떨어져 1석2조다. 배터리 원가에서 니켈·코발트·망간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하며, 이 중 코발트가 가장 비싸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16년 3분기 ㎏당 26.19달러였던 국제 코발트 시세는 지난해 2분기 87.71달러로 3배 이상이 됐다. 일본에서는 이 때문에 배터리 성능 향상과 별도로 고가의 코발트를 재활용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리튬메탈·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업체들은 제3의 배터리 기술 개발에도 전력 투구하고 있다. 다양한 차세대 배터리 연구가 벌어지고 있으며, 이 중 '리튬메탈 배터리'가 대표적이다. 기존 리튬 이온 배터리의 음전극은 얇은 흑연판으로 돼 있는데, 이를 금속 리튬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리튬은 흑연보다 (한 번에) 더 많은 리튬 이온과 반응한다"면서 "결과적으로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기존 제품보다 2배 이상 높아져 같은 크기의 배터리에도 더 많은 전기를 저장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리튬메탈 배터리는 충전 과정에서 리튬 이온 결정(結晶)이 발생하면서 열을 일으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 관계자는 "리튬 이온 결정이 음전극 표면에 뭉치지 않도록 특수한 분리막을 이용하는 게 관건"이라며 "안정적인 기술이 구축되는 데 앞으로 10~20년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액체 성분인 배터리 전해액을 고체물질로 대체하는 '전고체 배터리(All solid state battery)'도 개발 중이다. 업계는 전해액이 없어지면 주행거리는 물론 충전시간·안전성·내구성 등에서 획기적인 발전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 단계에선 액체인 전해액의 성능을 대체할 만큼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소재가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리튬 이온 배터리로는 (보급형 기준) 주행거리 400㎞ 정도가 고작이지만, 배터리 기술의 발전이 전기차가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을 대폭 넓힐 것이라고 본다"면서 "주행거리가 500~600㎞대를 넘어서게 되면 더 이상 주행거리 경쟁이 아닌 가격 경쟁 구조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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