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대표적 부호 집안으로 꼽히는 라이만(Reimann) 가문이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와 히틀러에게 협력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의미로 자선단체에 1000만유로(약 128억원)를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24일(현지 시각) 라이만 가문이 소유한 지주회사인 JAB홀딩의 페터 하르프 대표는 "라이만 가문이 전쟁 중 독일군에 포로가 된 사람들과 독일이 침략한 국가의 민간인들을 동원해 강제 노역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나치를 지원한 죄가 있다"고 일간 빌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하르프 대표는 "우리는 모두 부끄러워하고 있다"며 "조만간 적절한 자선단체를 찾아 기부하겠다"고 했다.
라이만 가문은 1828년 세운 JAB홀딩을 통해 세계적인 유명 식음료 브랜드들을 소유하고 있다. 크리스피 크림(도넛), 닥터 페퍼(음료), 피츠(커피) 등이 대표적이다. 라이만 가문의 전체 자산은 330억유로(약 4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JAB홀딩의 대표와 라이만 가문의 대변인을 겸하고 있는 하르프 대표는 "의혹은 모두 사실로 확인됐다"며 "(라이만 가문이 저지른) 이런 범죄는 혐오스럽다"고 했다.
라이만 가문이 나치 부역 사실을 인정한 것은 자체적으로 역사학자에게 조사를 의뢰한 결과를 따랐다는 점에서 남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2차 대전을 전후로 가문의 사업을 크게 키운 알베르트 라이만(1868~1954)과 그의 아들 알베르트 라이만 주니어(1898~1984)가 나치에 협력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들어오자 라이만 가문은 객관적인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2014년 뮌헨대 소속 역사학자를 포함한 전문가들로 조사단을 꾸렸다. 후손들은 집안에서 보관하던 문서들을 그대로 조사단에 보여줬다.
5년에 걸친 조사 끝에 조사단은 지난달 알베르트 라이먼과 아들 라이만 주니어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치를 도왔다'는 잠정적인 조사 결과를 전달했다. 조사단은 1941년부터 라이만 가문이 군수품을 직접 만들어 나치를 돕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1943년부터는 군수품 생산에 당시 전체 라이만 가문 고용 인원의 30%에 해당하는 175명을 강제로 동원했으며, 이들에게 임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거나 학대를 일삼았다고 했다. 당시 강제로 동원된 사람들은 프랑스 포로, 러시아나 동유럽 출신 민간인들이었다. 조사단은 전쟁 도중 라이만 주니어가 남긴 편지에서 '포로들이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불평한 대목을 발견했다. 또한 라이만 가문이 나치의 SS친위대에 돈을 기부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라이만 가문은 조사 결과를 보고서로 만들어 일반인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하르프 대표는 "얼버무리고 넘어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전쟁 직후 라이만 가문의 나치 부역에 대해 프랑스 주도 조사가 이뤄진 적이 있지만 당시엔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알베르트 라이만과 아들 라이만 주니어는 생전에 나치와 관련한 언급을 회피했다고 빌트는 전했다.
출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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