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여 현재 모습이 완성형인듯한, 그래서 더 이상 변화란 없을 것 같은 제품이 있다. 이번에 소개할 지퍼처럼 말이다. 두 개의 이가 맞물리면서 잠가지는 지퍼는 특별히 다른 형태와 기능이 상상되지 않는다. 그러나 일본 디자인 스튜디오 넨도(Nendo)는 이런 생각의 한계를 깨트렸다.
관점을 살짝 다르게 함으로써 평범한 사물도 새롭게 선보이는 넨도는 그동안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재미있고 신선한 디자인을 보여줬다. 가구, 제품, 건축 심지어 음식(초콜릿)까지 분야를 넘나들며 다양한 시도를 했던 넨도가 이번에는 지퍼를 선택했다.
지퍼 리디자인 프로젝트 - Zippppper는 지퍼를 전문으로 제작·생산하는 일본 기업 YKK의 의뢰로 진행되었다. 넨도는 디자인을 하기에 앞서 ‘지퍼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부터 던졌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형태는 새롭지만, 지퍼의 정체성은 변하지 않은 5개의 지퍼를 디자인했다. 프로젝트 이름도 5가지 디자인을 강조하기 위해 ‘Zipper’의 스펠링 p를 5개로 늘린 ‘Zippppper’다.
N0.1 교차하는 지퍼(Zipper that crosses)
한 방향으로만 여닫을 수 있는 지퍼와 달리, 이 지퍼는 가로와 세로, 양방향으로 모두 열고 잠글 수 있다. 두 개의 지퍼가 만나는 교차점의 이빨 부분을 새로 디자인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여닫이의 형태가 다양한 가방이나 옷을 만들 수 있다.
N0.2 틈이 벌어지는 지퍼(Zipper with gaps)
일반적인 지퍼는 벌어지면 고장 난 거지만, 넨도의 지퍼는 그러지 않다. 라인 중간에 있는 접점을 단추처럼 고정함으로써, 틈새가 벌어져도 잠금이라는 기능은 유지할 수 있다. 벌어진 부분으로는 가방끈 혹은 이어폰 라인을 꺼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N0.3 세 개로 된 지퍼(Zipper to fasten three elements)
라인이 3개인 지퍼가 탄생했다. 돌출형 슬라이더를 통해 3개의 라인이 하나로 합쳐지며 지퍼가 잠가진다. 기존의 지퍼가 평면적이라면, 이건 입체적이다.
N0.4 주변을 부드럽게 도는 지퍼(Zipper to seamlessly fasten around)
지퍼에는 시작점과 끝점이 있다. 넨도는 이 두 지점을 연결하여 모든 방향에서 360도로 접근할 수 있는 지퍼를 디자인했다. 시작점과 끝점이 구별되지 않으니, 다른 지퍼와도 연결할 수 있다.
N0.5 회전운동 지퍼(Zipper with a rotating motion)
마지막은 슬라이드를 변경한 지퍼다. 톱니바퀴가 내장된 슬라이드는 부드럽게 지퍼 라인의 이빨을 맞물리게 한다. 일반 지퍼는 여닫을 때 한 손은 슬라이드를, 다른 한 손은 지퍼의 끝점인 막음쇠를 잡아야 하지만, 회전운동 지퍼는 한 손으로 가볍게 여닫을 수 있다.
넨도는 새롭게 디자인한 지퍼를 적용한 가방의 모습까지 공개함으로써 Zippppper 프로젝트가 단순히 컨셉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실용 가능한 디자인임을 보여줬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 지퍼 프로젝트에서도 넨도의 도전정신이 느껴진다.
지퍼 디자인 영상 바로가기:
https://youtu.be/UNPvFk4Stv0
http://www.nendo.jp/en/works/zippppper-proj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