톤즈서 故 이태석 신부의 통역사
수단어린이장학회 지원받아 유학… 신부님 조언으로 토목공학과 공부
"조국에 한국 같은 도로 만들고파"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이태석신부님을 만나기 전까지 제가 대학에서 공부한다는 건 꿈 같은 일이었어요. 신부님이 제가 다른 인생을 살 수 있게 기도해주신 것만 같아요."
충남대 토목공학과를 24일 졸업하는 남수단 출신 산티노 뎅(32)씨가 말했다. 서툴지만 분명한 한국어로 "한국에 오지 않았다면 내전 중인 조국에서 군인이 되거나 농부가 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 출신인 산티노 뎅씨는 고교생 통역사로 고(故) 이태석 신부를 만난 일을‘기적’이라고 표현했다. 신부가 세운 수단어린이장학회 지원을 받아 24일 충남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는 그는“한국에서 배운 지식을 남수단을 위해 쓰겠다”고 했다. /수단어린이장학회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에서 자란 산티노씨는 18세였던 2003년 고(故) 이태석(1962~2010) 신부를 처음 만났다. 이 신부가 톤즈에서 생활할 때 현지어인 딩카어를 영어로 번역해 신부에게 전달하는 통역사 일을 했다. 이 신부는 의대를 졸업하고 사제의 길을 택해 2001년 수단으로 건너가 봉사 활동을 펼쳤다. 남수단에 머물며 병원과 학교를 짓고 오랜 전쟁으로 고통받는 환자를 돌보는 삶을 살았다. 2008년 휴가차 한국에 돌아왔다가 대장암 판정을 받고 투병하다 2010년 세상을 떠났다.
그의 선행은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졌다. 남수단에서 이 신부 옆엔 늘 산티노가 있었다. "장난을 많이 치는 재밌는 분이었어요. '사랑해 당신을'이란 노래를 가르쳐주셨는데 저는 노래를 원래 못하거든요. '넌 아프리카 사람인데 왜 이렇게 노래를 못하느냐'고 엄청 놀리셨죠. 한국에서 이 노래 들을 때마다 신부님 생각이 나요."
산티노씨는 이 신부가 만든 수단어린이장학회 지원을 받아 2011년 한국 땅을 밟았다. 서강대 어학당에서 한국어 과정을 마치고 2013년 여주대 토목과에 입학했다가 2015년 충남대로 편입했다. 현재 산티노씨 외에 남수단 학생 2명이 장학회 지원을 받아 인제대 의과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다.
"'산티노, 대학 공부해서 꼭 네가 태어난 나라에 도움되는 일을 해. 남수단에는 너희가 필요해.' 이게 가장 기억나는 신부님 말씀이에요." 그래서 토목공학과에 진학했다. 그는 "오랜 내전으로 폐허가 된 남수단에 한국과 같은 도로를 만들고 싶다"며 "한국 대학원에서 공부를 더 해서 토목공학을 가르치는 교수로 조국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 졸업식에 신부님이 오신다면 '저 잘 컸죠?'라고 자랑하고 싶어요. 신부님 덕분에 한국 사람들 도움을 받았어요. 저도 이렇게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고향의 다른 친구들에게 나눠 줘야죠."
그는 일단 다음 달 남수단으로 떠난다. 수단어린이장학회가 남수단에서 벌이는 봉사 활동 '100개 마을 학교 만들기' 프로젝트에 참여해 건설 시공 작업을 1년간 돕기로 했다.
출처: 조선일보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23&aid=00032576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