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강기영
잘못 떠넘기지 않고 실수 인정하는 멘토
'상사 갑질' 시달린 직장인들 환호
"팬데믹으로 각박해진 현실 , 참어른에 대한 열광"
애드리브 끝판왕... "현장 분위기 띄우고 싶어" 17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강기영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안동역'을 부르기 위해 트로트 보컬 레슨도 받았다"며 "촬영하다 음정을 놓쳐 표정이 일그러졌는데, 그 장면을 감독님이 방송에 내보냈다"며 웃었다. 나무액터스 제공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변호사 정명석을 연기한 강기영(39)은 6일 코로나19에 확진됐다. 병을 떨친 뒤 17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2년 동안 잘 피하다 촬영 끝나고 '우영우' 포상 휴가 이틀 전에 걸렸다"며 "휴가 사진 공유하려고 사정상 못가는 친구들 빼고 (인도네시아) 발리 떠나기 전 단톡방을 내가 따로 만들었는데 결국 내가 나왔다"고 말했다.
우영우가 나간 뒤 "한 마디를 안 져, 씨"라고 힘없이 혼잣말하던 드라마 속 모습처럼 그의 말엔 유머와 '짠내'가 곳곳에 배어 있었다.
정명석은 '우영우'에서 '힐링'의 아이콘이었다. 우영우(박은빈)의 든든한 멘토였던 그는 "이런 건 내가 먼저 봤어야 하는데 내 생각이 짧았네"고 후배 앞에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이건 신입들이 사과할 일이 아니야, 내 불찰이지"라며 잘못에 책임을 졌다. 방송 후 온라인엔 '정명석 같은 상사 있으면 회사도 다닐만 하겠다' 등의 글이 줄줄이 올라왔다.
상사의 '갑질'에 시달리고 '꼰대력'에 머리를 지끈거려야했던 직장인들이 그를 보며 환호한 것이다. 강기영은 "팬데믹을 지나면서 개인주의가 심해지고 각박해진 현실이 참어른 같은 명석을 더 열광하게 해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박은빈)의 멘토로 나온 정명석(강기영, 오른쪽) 변호사. 강기영은 "위암 진단을 받고 관련 촬영을 할 때 박은빈이 진짜 울기도 했다"고 촬영 뒷얘기를 들려줬다. ENA 제공
강기영은 '제2의 납득이('건축학개론' 조정석)'로 통했다.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2018)를 비롯해 영화 '엑시트' '가장 보통의 연애'(2019) 등에서 철부지 역을 감칠맛 나게 연기해 주목받았다. 그는 '오 나의 귀신님'(2015)에서 바지까지 벗고 웃음을 줬다.
그랬던 배우에게 '우영우' 그리고 정명석 역은 도전이었다. 강기영은 "코믹한 캐릭터를 많이하다 보니 다른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고 했다. '우영우'를 준비하며 그는 또 한 번의 성장통을 치렀다. 강기영은 "처음엔 14년 차 변호사란 배경만 바라보니 명석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더라"며 "극중 인물들과의 관계를 생각하며 접근해 그 답을 찾았다"고 말했다.
캐릭터에 대한 숙지가 되고 나니 그의 연기에도 자연스럽게 살이 붙었다. 새벽에 걸려온 우영우의 전화를 잠결에 받은 정명석이 "다들 자는 시간 아닌가? 새들도 아가 양도 명석이도"라고 중얼거린 대사는 그의 애드리브였다고 한다. 강기영은 "그 장면을 찍을 때 '아 잠 다 깼어'라고 한 뒤 비속어가 들어간 애드리브도 했다"며 "현장 분위기를 띄우고 싶어 방송에 쓸 수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무리수를 던졌다"며 웃었다. 그는 '우영우'의 분위기 메이커였다.
2009년 연극 '나쁜 자석'으로 연기를 시작한 강기영은 "그동안 관객이나 시청자들이 나에 대한 호기심이 없는 줄 알았다"고 했다. '우영우'로 강기영은 자신감을 찾았다. 그는 "요즘 '나의 해방일지' 손석구씨한테 푹 빠져있다"며 "앞으론 사연 많아 보이는 역을 해보고 싶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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