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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전후 해 네플렉스를 보는 인구가 많아지고, 한국의 드라마 ‘ 오징어 게임’이 미주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정재와 이병헌과 같은 스타가 등장하고 빚으로 만신창이가 된 별의별 사람들이 456억원의 상금을 차지 하기위해 다른 사람들을 죽이고 생존하는 생존 게임이다. 실제로 이런 일이 있을까 생각하며 보다보면, 어느새 시선을 휘어 잡는 구성과 액션이 빠져들게 한다. 능력만 있으면 어느 누구든 돈을 쟁취할 수 있다는 전제로, 456명의 도전자들의 즐비한 배신과 잔혹한 살인이 똑같은 옷을 입고 먹고, 동일한 환경과 규칙에서 생존 게임을 벌이는 드라마이다.“아직도 사람을 믿나?” 는 주인공 이정재를 향한 질문은 이 시대에, 한 사회 속의 사람들을 경쟁 상대로 생각하고 저 사람을 이기면 내가 우위를 차지하고 이득을 취하는, 없어져도 무방하고 넘어지고 죽어나가도 나쁠 것없는 무정한 세태를 향한 질문이기도 하다.만약 우리 아이들이 저런 세상에서 산다면, 저런  환경에 살인과 범법으로 얼룩진 과거를 그대로 안고 살아간다면 얼마나 참혹할까? 저 안에 등장한 사람들도 자신의 과거가 실제가 아니었으면 하고 얼마나 과거를 지우고 싶을까?  한국 대선을 몇달 앞두고 며칠 전 맞은 추석 명절 연휴 기간이 지나면 대선 주자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추석이 지나면 대체로 민심의 향방이 정해질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대선 후보들은 큰 소리는 치지만, 신문에서 더는 자신의 어느 과거에 대해 떠들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간절함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노심초사 진실이 드러날까봐 두려운 것도 있을 법하다. 될 수만 있다면 지우고 싶은 과거의 편린은 누구에게나 있게 마련이다. 그것만 아니라면 대세를 잡고 큰 정치, 대권을 잡고 이름을 떨치고 역사에 업적을 남기는 인물이 되고 싶을 것이다. 어린 시절 지우고 싶은 것이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예쁜 짝이 있었다. 그 때 엄지 손가락에 사마귀가 있었는데, 짝에게 보여주지 않으려고 그것을 면도칼로 자르고 문지르며 없애 볼려고 애썼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없애고 싶어도 자라고 마음 대로 쉽게 없어져 주지 않아 한 동안 속이 상했었다. 세월이 많이 지났는데도 어린 마음에 애타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10년 전 쯤 시드니를 방문한 고등학교 동창이라며 전화를 한 친구가 있었다. 그는 여행 중 이라면서, 왠지 양복을 갖춰 입고 나왔다. 여기저기 기름 때로 색이 매무새, 생기 없는 까칠한 얼굴, 파고에 휩쓸려 다니다 이제는 쉬고 싶은 마음이 뭍어 나는 지친 표정, 어디서 다쳤는 지 붕대를 감고 있는 손, 뭔가 다 말하지 않으려는 가려진 사연들..,  자기가 직접 만들었다는 동문들 앨범을 스스로 대견스러운 듯 보여 주었다. 그 안엔 국회의원, 기업가, 변호사, 의사, 다양한 동문들의 얼굴들이 있었다. 많이 들고 다녔는 지 이미 닿아서 책 귀퉁이 마다 손 때가 뭍고, 꼬깃해진 책이 되었다. 마치 이 시절 만이 자신의 기쁨을 담고 있는 것 같은 연민이 그에게서 느껴졌었다. 얘기를 듣기도 전에 이미 그의 삶의 아픔과 좌절, 낙망과 실패의 자괴감이 내 마음을 채우고 있었다. 그는 얼마나 과거와 씨름을 했을까? 지우고 싶었을까? 그는 다음 여정지로 갈거라며 티 한잔을 마시고 헤어졌다. 10년이 지났는데 요즘 불쑥 그 때 밥이라도 한끼 먹여 보내지..얘기를 잘 하도록 좀 더 따뜻하게 들어 줬어야지..하는 다시 시간을 돌릴 수 없는 후회가 든다.소설에서 170년 전 세상은 주훙글씨를 겉옷에 새기고, 간음한 여인의 평생을 낙인 찍었다. 가녀린 여인으로 딸을 데리고 주홍글씨를 안고 사는 것도 죽음보다 힘들텐데, 사람들은 사는 내내 그녀를 정죄하였다. 체코의 코스니스키의 원작을 영화화한 ‘페인트 칠한 새(The painted Bird)’에서 처럼, 페인트가 칠해져 있으면 떼로 모인 수많은 새들이 한번 씩 쪼아대며 결국 피를 흘리며 땅에 떨어져 죽기까지 살상에 동조한다.우리는, ‘오징어 게임’처럼 저런 인간 하나 없어져도 눈 하나 깜짝안하고 오히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승리를 자축하는 사악한 무리들로 변해 가는 것을, 스스로 감지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과거의 죄가 없는데도 예수는 죄인을 위해 대신 죽었다. 그를 믿는 사람들의 죄가 지워지도록 하기 위해서 이다. 빌라도가 “ 그에게 무슨 죄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수많은  군중은 그를 죽이라고 소리 질렀다.지금도 진짜 예수를 믿는 사람은 드문 듯하다.  정원일(공인회계사)  wijung@gmail.com

  23/09/2021
  금요단상 - 정원일 회계사

요즘 밖에 다니질 못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늘자 전화로 소식을 나누는 일들이 많아졌다. 오랜 만에 외국인 친구에게 전화를 했는데 연결이 되질 않는다. 데이비드(David)는 22여년 전 나와 함께 사무실에서 일하던 파트너이다. 이미 나이가 들어 은퇴를 앞두고 있던 시기에 몇 년 동안을 함께 일했던 유대인이다. 호주에서 유대인 가정에 태어나 좋은 교육을 받으며 엘리트 코스를 거치며 사회에서 인정받고  화목한 가정을 이끈 가장이다. 몇 년 전 아내가 치매와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나고 북부 해변의 리트릿 단지로 이사하면서 몇년 째 혼자 살고 있다. 매주 점심을 같이 먹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 지고 집을 오가며 가족들도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1. 친구흔히, 많은 유대인들이 그렇듯, 처음부터 정치와 종교 얘기는 서로 하지 말자고 약속을 했지만, 나중엔 질문도 많이 하고 서슴없이 자신의 신앙에 대해서도 주제에 구애 받지않고 다양한 얘기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50년을 넘게 함께 살아온 아내의 죽음을 맞고, 그의 아담한 아파트에 갔을 때 특별히 자신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했는데, 얼마나 외롭고 허전한 마음인지를 느끼면서도, 한편 종교의 벽을 넘어 스스럼 없어진 그의 신뢰에 감사했었다. 혼자 있는 데이비드는 늘 씩씩한 목소리로 인사를 했지만, 그는 귀가 어두웠다. 보청기를 썼지만 점차 잘 듣지 못하고 때로는 딴 이야기를 한 참 하다가 전화를 끊곤 했었다. 이제 아흔을 넘고 감염에 예민하니,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로 만난지가 일년 반이 넘었다.며칠 전 길거리에서 오래 전부터 알던 지인인 줄 알고 반가워 선뜻 다가 가다가 그 사람이 아니고, 그가 벌써 세상을 떠난 지 몇 해가 되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갑자기 볼 수 없다는 연민이 마음을 가득 채웠던 순간이 있었다.그래서 일까, 전화를 받지 않으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연락처도 없고 미리 가족들에게도 말을 해두었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아내에게 난데없는 하소연을 하는데 그의 이름이 전화 액정에 떠오르며 안도와 반가움에 전화를 받자 다른일을 하느라 미처 받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보고 싶었다고 살가운 인사를 전한다. 그는 곧 92번째 생일을 맞이하고, 며칠 전 운전 면허를 2년 더 연장을 받았다며 어린아이처럼 자랑을 한다. 보청기를 바꿨는지 이제 말도 더 잘 알아 듣고 목소리도 여전히 명랑하다. 리트릿 센터의 고급스런 모든 시설이 문을 닫고 홀로 요리를 해야 하며, 가족들 안부며, 책읽은 애기를 하다가 전화를 끊을 무렵, 코로나로 모든 것들이 다 힘들어도 나에게 아내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알아야 한다고 하는 말에 잠시 멈칫 하게 되었다. 그의 허전함이 얼마나 마음에 깊고 간절한지를 짐작 되었기 때문이다. 오랜 동안 병치레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그에게 보고 싶은 아내의 빈자리는 다른 것으로 채울 수 없는 허망함이 내내 그의 가슴에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모든 인생에 채워지지 않는 결핍을 안고 줄곧 살아가야하는, 매 시대 마다 옥죄이는 삶의 굴레가 야속하기만 하다.  데이비드는 92세의 나이가 되었다. 이제 움직이는 것도 듣는 것과 먹는 것도 모두 어렵고, 돈이 있고 가족이 있고, 살아온 성공의 업적이 있어도 완전히 채워지지 않는, 어느 누구도 도울 수 없는 마지막을 마주하는 결핍의 상흔이 있다.2. 인생의 결핍얼마 전 끝난 도쿄올림픽에 칭찬이 자자한 메달리스트들의 성공의 이면에, 또  비록 메달이 없어도 도전한 모든 선수들에겐 상처입고 결핍으로 상한 마음의 고생과 아직도 달고 다니는 고통의 스토리가 있다. 배구에서 유도에서, 양궁과 펜싱에서, 높이 뛰기와 마루 운동과 수영과 다이빙에서 실패와 낙망과 상처와 좌절의 순간들이 있었음에도 줄곧 달려와야 하는 여정이 있었다.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을 점령하자 이륙하는 미군 비행기 날개에 죽기 살기로 매달렸다가 공중에 종이처럼 흩뿌려진 수 많은 생명이 순식간에 죽음이 되는 보도가 있었다.  두려움과 재앙으로 가득할 인생의 오직 살 길이라고 믿었던 어리석기 짝이 없으면서도, 가슴 아련한 비통한 역사의 장면이 21세기 미디어에 즐비하기만 하다.히잡을 쓰지 않았다고 엄마가 보는 앞에서 총을 맞고 피범벅이 되어 내동댕이 처진 딸의 죽음을 바라보는 거부하고 싶은 처절한 인생의 달래줄 수없는 울부짖음이 가득하다.헤르만 헷세가 쓴 ‘수레 바퀴아래서’의 마지막 장면 처럼, 물에 빠져 죽은 명석했던 아들의 장례에, 자신이 죽음의 원인을 제공한 가부장적 아버지의 자책이 있었을 텐데도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가는 무심한 것 같은 아버지의 뒷 모습에서는 평생을 다시 지울 수 없고 채울 수 없는 결핍으로 가득한 황망함의 여운을 떨칠 수 없다.오랜 팬데믹의 결핍의 배후에 신이 계시다면, 이 혼란의 시대에, 우리가 정녕 매달려야 할 안전 지대가 어디인지, 그 대답은 더욱 명확해 진다.정원일 (공인회계사)  wijung@gmail.com

  19/08/2021
  금요단상 - 정원일 회계사

얼마 전, 아내가 웬 일인지 저녁을 사겠다며 시내로 가자고 한다. 생각해 보면 결국 내 돈으로 내는건데 그래도 큰 소리를 치는 선심에 기꺼이 동의를 하였다. 차를 타고 가면 주차가 힘드니, 데이트도 하고, 운동삼아 사무실에 차를 두고 가자며 전철을 타고 모처럼 시내로 향했다. 전철은 한가롭고 한 칸을 비워 표시된 곳에 앉으니 예전에 외국에 나가 여행을 했던 기억도 나고, 소풍 나온 아이처럼 시내의 즐거움에 소소한 기대가 서린다.얼마 전 시내에 시드니에서 가장 큰 호텔이 생기고 시푸드부페(Seafood Buffet)가 문을 열었다는 소문을 아들로부터 들은 아내의 호기심이 발동한 것이다. 시내에서 전철을 내려 찾다보니 새로운 위치에 정확한 주소가 나타나질 않아 근 한 시간을 시내 이쪽 저쪽을 헤메게 되었다. 어느새 발도 아프고 땀도 나고 배도 고프다. 주소도 대강 알고 가이드를 하는 대담한 안내자는 감으로 방향을 잡고 만보도 넘게 건강을 챙겼다며 짬새 위기 관리를 한다. 호텔에 가까이 다다르니  그 소문에 걸맞게 건물의 높이와 모양과 크기가 위용을 드러낸다. 언제 이런 큰 건물이 시내에 들어 섰는지 코로나로 꽤나 오래 시골 신세를 면치 못한 것이 실감이 된다.      호텔의 부페는 소문만큼 화려하거나 음식이 고급스럽지 않았다. 사람들이 많아 전화로 부킹도 받지 않는다던 콧대 높은 마켓팅 전략과 달리 레스토랑은 빈 자리가 여러 곳 눈에 띄었다.  못 들어갈 수 있다는 염려와 달리 쉽게 자리를 잡고 아내가 열심히 골라온 접시를 마주하고 앉으니 이곳저곳 신혼 부부들로 보이는 젊은 커플들이 여럿 눈에 들어온다. 바깥의 하버를 바라보며 야경을 찍고 가슴에 기대어 예쁜 샷을 찍으려는 여성의 미소와 잘 찍어 점수를 따려는 신랑의 가상한 노력이 더욱 상큼한 경치가 된다. 금새, 결혼한지 얼마 안된 큰 아들과 며느리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둘째 아들이 먼저 결혼하고 늘 쓸쓸해 보였는데, 결혼을 하고 나니, 가녀리고 예쁘고 마음씨 착한 첫째 며느리는 아들의 가장 큰 기쁨이 되었다. 여름에 가까운 바다에 가족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아들 부부가 감사하다며 저녁을 마련한 적이 있었다. 저녁 자리에서 선물을 드리고 싶다며 열은 선물 상자에는 임신을 표시하는 리트머스 자가 진단기가 들어 있었다. 임신을 알고 먼저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 며느리와 아들이 낸 깜찍한 아이디어이다. 보는 순간 뭘까하는 기대감과 궁금증은 금방 어떤 선물보다도, 가슴 속으로부터 샘처럼 솟아 오르는 기쁨이 되고 감동이 되었다. 아내도 뛸 듯이 좋아하고, 톤 높은 탄성이 주위 테이블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좀처럼 우는 것을 본적 없는 아들이 눈물을 훔치며, 귀여운 아내가 자기 아이를 임신을 하고 이제 아빠가 된다는 것에 기뻐하며 감격해 하는 것을 보니, 나도 모르게 울컥 눈물이 맺힌다.게를 좋아하는 아내는 다른 것들은 젖혀 두고 몇 번 게만 골라 먹더니 금새 케익을 먹으며 거창한 저녁 부페는 막을 내렸다. 돌아오는 길에 하버의 바람이 살에 차가운 겨울의 정취가 즐겁고, 올 때와 달리 금새 전철역에 도착하니 순조로운 귀가가 되었다.이제, 록다운이 시작되니 이마저 추억이 되었다.      9월 말에 예정일인 며느리는 자그마한 몸에 벌써 불룩 임산부 티가 난다. 첫 손자가 태어나면 기쁨이 배가 되는 날들이 이어질 것이다. 둘째의 임신 소식까지 있으니 감동의 연속이다.  비록 록다운으로 맘대로 다니지 못해도, 제약이 있어도, 우리에겐 추억과 기쁨의 원천이 주위에 산재하다.신이 아낌없이 내려 주시는 생명과 은혜 덕분이다.정원일 (공인회계사)  wijung@gmail.com

  15/07/2021
  금요단상 - 정원일 회계사

아침 신문에 철거하던 5층짜리 건물이 갑자기 무너져 길거리에 정차한 버스를 덮쳐 9명이나 숨지고 점차 사상자가 늘어가고 있다는 소식이 실렸다. 공유한 사진과 동영상을 보니 찰나에 평시처럼 아무 것도 알지 못한 채 금방 지나간 소형차와 버스들도 보인다. 다행히 눈 앞에 일어나는 것을 갑자기 목도하게 된 차가 급하게 정지하고 이 장면은 아마도 뒤에 정지한 차의 블랙박스나 먼 발치서 바라볼 수 있었던 거리에 있던 사람에 의해 촬영됐을 것이다. 건물의 콘크리트와 철제 골조가 거리를 온통 뒤덮고 자신의 차에 벽돌 파편이 튀어 차가 찌그러질 것을 염려 하거나 먼지를 뒤집어 쓰고 세차를 걱정하는 정도가 아니라 불과 1-2초 사이에 생사가 결정되는 생존의 현장이 담겨 있다. 큰 아들의 생일에 맛있는 걸 해주려는 60세 어머니의 마음과 상관없이 장을 본 비닐백은 내동댕이 쳐지고 저녁을 기대하던 가족은 절망의 부고 소식을 들어야 했을 것이다. 얼마 전엔 이탈리아의 휴양지에서 1491m 높이의 높은 산을 가로 지르는 상공에서 케일블카가 떨어져 12명이 사망했고 함께 탄 나머지 3명도 중상을 입었다. 할아버지와 모처럼 즐거운 여행을 즐기려던 한 가족의 꿈이 산산조각난 이 사고는 견인 밧줄이 끊어져 일어난 사고였다고 한다 오스트리아의 북부에 프라이 슈타트의 병원에서는 왼쪽 다리를 잘라내는 수술을 해야 하는데 실수로 오른 쪽 다리를 잘라서 결국 양쪽 다리를 다 잃게 된 사건이 발생했다. 회생자인 80대 노인과 가족에겐 황망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미국에서는 2017년 사형이 집행된 레딜 리(사망 당시 51세)가 이웃 여성을 살해한 유죄 판결이 잘못됐다는 다른 범인의 DNA 가 발견 되는 일이 생겼다. 결국 실수로 무고한 사람이 사형을 당하고 소중한 생명이 대가 없는 죽음을 맞이 하였다. 억울한 누명을 썼지만 밝은 세상에 나가 잘 살아보려던 소망 대신, 가족의 명예에 먹칠을 하고 무죄의 항변에도 무시와 거짓으로 간주된 그의 인생의 좌절과 절망은 우리가 쉽게 헤아릴 수 없다. 철학자이며 문학가인 프란츠 카프카(1883-1924)는 인생에 대해서 “나는 내가 알지도 못하고 더 이상 갈 수도 없는 여기 이곳에 있다. 우리의 배에는 키가 없다. 이 배는 훨씬 먼 죽음의 세계를 향해 부는 바람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애를 쓰고 살지만 우리는 재앙과 사고 앞에 무능하다. 음악가이며 화가, 문인인 쇤베르크도, 우리의 인생은 “펄펄 끓는 물로 가득한 대양에 빠졌는데 헤엄도 칠 줄 모르는 형국이다. 나는 최대한 팔과 다리를 휘저어 헤엄을 치려했다. 결단코 단념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과연 대양 한 복판에서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살아남기 위해 그저 발버둥 칠 수 밖에 없는 한 인간의 절박함을 표현했다. 인생은 우리의 기대와 달리 황당한 재앙과 스스로 만든 사고를 맞닥뜨리며 살고 또 생존을 꿈꾼다. 전 세계가 함께 겪는 코로나 팬데믹이 이미 그 명백한 증거이다. 며칠 전 지인들로부터 들은 정보로 백신을 맞았다. 여행 길이 열리면 냉큼 가려는 속셈으로 서두른 셈이다. 접종을 위해 줄을 늘어선 많은 사람들로 나와 비슷한 소망을 가졌을 것이다. 제법 추운 날인데도 반바지에 반팔을 입은 엉덩이가 반쯤은 드러난 어느 아저씨의 마스크 쓴 모습에도, 팔에 장미와 남녀 모습을 퍼렇게 그린 문신을 한 높은 구두를 신은 여성도, 내 또래의 부부도 젊은 청년들도, 생존과 인생의 소박한 즐거움을 기대하며 한 줄에 서 있다. 비록 모습도 다르고 생각도 문화와 종교도 다를 수 있지만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가는 측은함과 느닷없는 동지애가 마음에 와 닿는다. 사고와 재앙이 닥치면 우리는 평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비로소 깨닫는다. 크고 작은 염려와 근심이 우리의 삶에 늘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지만 생존 앞에 우리는 오히려 감사를 배운다. 실수와 사고로 뒤범벅이 된 인생 속에서도 우리는 다시 희망을 꿈꾼다. 어느 선견자의 말처럼, ‘인생의 불건전한 욕구로 인해 행동까지 불건전한 것은 아니다. 욕정을 가진 부부의 관계로 태어난 아이가 나쁜아이가 아니며, 나쁜 부모가 아닌 것 처럼 말이다.’ 재앙과 사고의 바닷 속에서도, 육체를 덧입은 가련한 인생은 거룩과 쾌락을 동시에 꿈꾼다. 정원일 (공인회계사) wijung@gmail.com

  10/06/2021
  금요단상 - 정원일 회계사

연일 배우 윤여정의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 수상이 미디어에서 빅 뉴스로 등장하고 있다. 이미 여러 국제 영화제에서 시상을 하고 최근 영국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면서 미국 아카데미의 오스카상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컸었다. 두 해전 한국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개상을 석권하며 한국 영화사의 100년만에 쾌거를 이루고 뿌듯했는데, 올해는 한국 배우가 한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오스카의 조연상을 받게 된 만큼 언론의 취재 열기가 뜨겁다. 74세 할머니인데 당당히 국제적인 반열에 이름을 올리고 영어로 한 인터뷰는 영국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가라앉은 시상식 자체를 신나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고 국제적인 칭찬이 자자하다. 평생 쌓아올린 연기력에 더해 그녀의 재치있고 소신있는 대답들은 어색하고 긴장감이 컸을 시상식을 경쾌하고 모든 사람을 웃게만는 여유와 유머를 갖추고 있다. 이미 앞선 영화제에서, 또 품위를 앞세우는 영국 사람들을 웃게한 그녀의 쌓여진 경력은 미국의 오스카에서는 더 여유롭게 관중들과 세계 시청자들을 집중시키며 그녀 만의 자연스런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70대 중반의 한국 노인 여성이 화려하기로 유명한 아카데미 오스카를 거머쥐고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내년에는 오스카의 사회를 윤여정에게 맡기자는 말까지 등장하니 가히 본인에게도 놀라운 사건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출중한 영어도 아닌데 그저 알아들을 만한 편안한 생활 영어가 세상 저편에 사는 다른 언어와 문화권의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특별한 것이 아니어도 소소한 일상의 얘기들이 온라인에 인기이듯 윤여정의 인터뷰는 평범한 자신의 말을 한 것인데 거리를 초월한 세상에 신기한 감동이 공유되고 있다. 요즘은 누구나 할 것없이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유튜브에 수없는 영상들을 올리고 재미가 있으면 클릭 수가 늘어나고 그것이 인기를 가늠하고, 능력과 권력의 한 방편이 되기까지하는 온라인 시대가 되었다. 어느 누구도 영상에 자신의 얘기를 전달하는데 익숙해지고 여유로워져서일까? 며칠 전 아들의 결혼식이 있었다. 팬데믹으로 날짜를 마루다 아직 한국에서, 미국에서 올 수 있는 형편이 되지않아 조촐한 결혼식과 리셉션을 가졌다. 오지 못하는 한국과 미국의 가족들을 위해 줌으로 결혼식 영상을 띄웠다. 고사리 같은 손에 결혼식 반지를 전달하기 위해 등장한 한 살 반짜리 손녀의 아장 거리는 걸음도, 한국에서 오지 못한 아빠를 대신해 시 아버지가 신부와 함께 입장한 장면도 송출이 되었다. 리셉션에 신랑과 신부가 준비한 댄스는 보는 이들의 흥을 돋구고 선남선녀의 예쁜 모습에 터진 환성도 전달이 되었다. 동생이 장가가는 형에게, 아빠가 가정을 이루는 장남에게 전한 편지에 듣는 아들도, 함께 테이블에 둘러 앉은 가족들도 따스한 감동이 되었다고 인사를 전한다. 카톡으로, 인스타로, 유튜브로 축하 소식과 궁금한 현장에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이 더욱 축복의 언어들로 모여든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데 감동하는 감성에 스스로 각박했던 마음을 깨닫는다. 윤여정은 젊은 시절 유명 가수와 이혼하고 혼자 살며 두 아들을 키우며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워킹맘으로 쉽지 않은 여정을 살아왔다. 어느 프로의 사회자가 ‘국민 여배우’라고 부르자 그 칭호를 받기에 자신은 생계를 위해 닥치는 대로 일하며 살아왔던 평범한 엄마일 뿐이라고 손사래를 친다. 많은 사람이 화려한 조명없이 그저 평범하게 살지만 소중한 가치와 진실한 감동이 부재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의 삶에도 보화처럼 감춰진 빛이 잔잔한 숨결로 드러나지 않게 호흡하고 있을 따름이다. 성지를 순례하는 두명의 친구의 이야기인 ‘두 노인’ 이라는 톨스토이의 단편에, 순례 과정에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을 돕다가 돈을 다 쓰고, 순례를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온 친구가 조명되고 있다. 그는 결국 예루살렘에 가는 것을 포기했지만 “바다를 건너가는동안 내 안에서 그분을 잃어 버릴 지 몰라”라며 돈을 털어 가난한 자들을 도왔다. 진정한 순례는 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윤여정의 당당하고 여유로운 수상소감은 타인의 각박한 마음과 상관없이 웃음과 감동을 전한다. 기쁘기로 작정하면 기쁨은 공유된다. 보잘 것 없어 보일지라도 가치없는 인생은 없다. 은혜는 은혜를 낳는다. 정원일 (공인회계사) wijung@gmail.com

  29/04/2021
  금요단상 - 정원일 회계사

최근 미국과 중국의 외교 국무위원들간의 국제 외교 회의가 알래스카의 앵커리지에서 열렸다. 이 회의는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처음 갖는 양 대국의 외교 회의라는 점에서 촉각을 곤두세우며 국제적인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첨예한 주제들에 대해, 두 나라 간의 외교적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양측의 외교 수장들이 장시간 치열한 설전을 벌였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맥빠진 성과와 달리, 이 회의는 국제적인 뉴스 거리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것은 두 국가 최고의 외교 국무 위원들을 젖히고, 기대치 못했던 한 무명의 인물이 국제적인 관심의 조명을 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양제츠 중국 외교 국무 위원의 통역을 맡았던 ‘장징’이라는 미모의 여성 통역관이다. 중국 대표의 발언이 15분이나 넘게 지속되자 그에게 먼저 통역을 하겠다며 유창하고 침착하게 긴 내용을 전달하면서 외교가의 이목이 한 여성에게 집중됐다. 신문과 인터넷을 보니 중국의 가장 아름다운 통역사라고 자랑한 말이 빈말이 아니었음이 금방 수긍이 된다. 장징은 순식간에 웨이보에 3억이 넘는 조회수로 그녀의 학력과 경력 등이 알려지며 ‘중국 뿐 아니라 일약 세계적 스타덤’에 올라 서게 되었다. 중국 매스컴은 “장징이 인터넷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중국 여성의 힘을 보여주었다. 중국의 목소리를 세계에 전달하는 가장 유능하고 전문적인 통역사”라고 자랑을 열거했다. 늘 국제 사회로 부터 수세에 밀려 있던 중국의 묵은 응어리를 속 시원히 분풀이 하는 계기가 되었다. 졸지에 그녀는 이름을 온 세상에 알리는 스타가 될 뿐만 아니라 중국을 대변하는 자랑스런 애국자가 되었다. 그녀의 통역은 한편 헐리우드에서 아카데미 상을 받은 영화 ‘ 기생충’의 통역사 샤론 최를 생각나게 한다. 중국에 장징이 있다면 우리에겐 이미 샤론(27, 최성재)이 있었다. 봉준호 감독의 세계 수준급의 작품성과 연출력과 더불어 한 무명의 통역사가 막힘없는 기억력과 단어 뿐만 아니라 톤과 마음까지 뉘앙스를 살린 통역으로 아카데미의 찬사를 한 몸에 받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무슨 일을 할지 해외 미디어가 주목하는 스타가 되었다. 한국인인 것이 자랑스러운 또 하나의 뿌듯한 사례가 되었다. 그녀의 과거 인터뷰를 보니,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을 했을 때 처럼, 본 것을 보고 또 봐도 신이나고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샤론은 봉준호 감독의 통역이었지만 그녀가 전달하는 영화의 메세지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사는 재미와 긴장감을 담고 불평등과 양극화의 현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았기에 더 더욱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이는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공감하는 사람사는 모습이기 때문일 것이다. 장징이 통역하고자 한 메세지는 ‘인권’과 ‘불평등’에 관한 것이다. 미국은 ‘Black Lives Matter’ 와 같은 불평등과 인권유린에 대해 수년간 아무런 해결도 하지 못하면서 중국의 인권과 불평등에 대해 ‘정의’를 얘기 한다면 그건 “내로남불 이네요, 너나 잘하세요” 같은 말로 전달되고 있는 셈이다. 한쪽에서는 정의이고 인권 보장인데, 다른 쪽에서는 내정 간섭이며 자기 눈의 들보인 입장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 말은 누구의 편이기 전에 적어도 한편의 사실을 전달한 것 때문에 많은 이들의 동의를 얻었다. 통역의 탁월한 실력과 미모가 한 몫을 더한 것일까? 불공정한 사회, 불평등과 양극화는 세상 곳곳에 늘 존재한다. 지난 주엔 애틀란트의 마사지와 스파 숍에서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7명 아시안 여성)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 이번 주엔 콜로라도에서 총기 사건으로 10여명이 죽었다. 지난 주부터 한 주동안 미국에서는 7건의 총기 사건이 있었다. 불평등과 인종 차별과 인권 유린이 사건 배후의 이유들이다. 영국 런던의 한 골목에서 임신 27주된 임산부가 정체를 알수없는 건장한 남자가 다가와 베갯잇을 여성의 머리에 뒤집어 씌우고는 여성의 배를 수차례 주먹으로 가격하고 도망치는 참극이 일어났다. 아침 신문엔, 다짜고짜 자신에게 주먹을 날린 백인 남성을 나무 막대기로 응징해 화제가 된 중국계 미국인 할머니 셰 사오전(76)이 자신을 위해 모금된 돈을 아시아•태평양계(AAPI) 공동체를 위해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마이클 샌들(1953-)은 ‘정의’를 판단하는 세가지 기준으로 행복, 자유, 미덕을 들었다. 죤 스튜어트 밀(1806-1873)은 개인의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 그에게 영향을 미친 아리스토 텔레스(기원전 384-322)는 평등을 정의의 또 다른 이면으로 보았다. 바로 평등과 자유와 인권이 오랜세월,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의 기본 권리임을 정리해 둔 것이다. 그럼에도 세상엔 여전히, 불평등과 인권유린이 횡행하고 있다. 모양만 달라진 나치나 스탈린 시대의 전체주의와 결정주의는 인간의 이기심이 존재하는 한, 한물 간 사조가 아니다. 성경은, “ 아브라함을 데리고 하늘을 보며 네 자손이 이와 같을 것이라고 말하자 아브라함이 이를 믿었고 하나님이 이를 그의 의(Righteousness 창세기15:5-6)로 여겼다”고 기록하고 있다. 진정한 ‘정의’는 믿기 어려운 신의 약속을 믿는 것으로 이루어 질 수 있다는 소망을 주려는 것일까? 아브라함은, 성경내내 ‘진리와 공의의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창조주가 친히 부른, 신의 복심이다. 정원일 (공인회계사) wijung@gmail.com

  25/03/2021
  금요단상 - 정원일 회계사

정원일 요즘 새로운 AI(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기사가 신문에 심심찮게 등장한다. 최근엔 애플이 자율 주행 전기차를 2024년까지 생산 할 것이라는 소식이 실렸다. 작으면서도 고성능의 배터리를 개발하고 눈과 같은 ‘라이더 센서’를 개발해서 아이폰이 나왔을 때처럼 획기적인 차가 세상에 나오게 될 것이라고 한다. 종종 거리에서 볼 수 있는 테슬라 전기차처럼, 근사한 모양뿐만 아니라 첨단의 기술력이 탑재되고 자율 주행 기능이 가능하다고 하니 얼른 구경이라도 해보고 싶다. 팬데믹으로 여행을 다니지 못하니 가상이 현실처럼 느껴지도록 여행지를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다양한 아이디어로 속출하고 있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인기 있는 관광 도시를 팩키지화해서 외국을 가지 않아도 머리에 헤드셋을 쓰면 관광지가 화려한 색감을 덧입고 입체로 생생하게 눈에 다가오고 전자 센서가 부착된 조끼만 걸쳐도 바람과 온도, 차량이나 배의 진동이나 풍랑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 되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심지어 AI도우미가 등장을 해서 독거 노인의 집에서 청소를 한다든지 문을 열어 주고 심부름도 가능하고 말을 걸면 대답도 하고 제법 감성 담긴 인사도 나눈다고 한다. 누군가, “예쁜 도우미는 더 비싼가?” 라고 질문해서 AI 애기를 하다 크게 웃은 적이 있었다. 짓궂은 상상력이 발동해 “ 비싸도 좋은 도우미 한 두개 사두면 좋겠네..”라고 내심 편한 발상을 덜컥 말했다가 그 자리에 있던 아내들로부터 싸늘한 눈총을 받고 ‘표현의 자유’를 박탈당한 기혼 중년의 다 말못한 아쉬운 표정이 기억난다. 팬데믹에 여러 AI가 등장하며 우리는 더욱 신기한 시대를 살고 있다. 팬데믹은 많은 고통이 수반되고 폭발하고 싶은 자유를 제한하지만, 다투듯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현실이 따분하지만 않도록 움츠러든 아쉬움을 기발한 가상 현실로 우리를 달래주고 있다. 앞으로 어떤 획기적인 세상이 펼쳐질지 오히려 암울한 시대가 새로운 지평을 열어 가고 있다. 벌써 오래 전 일이지만, 마이애미 올랜도에 있는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아이들이 아직 어렸을 때 다녀왔던 적이 있었다. 고글을 끼고 기차에 올라타니 뉴욕에 맨하탄에 킹콩이 나타나 실제 내가 탄 기차를 향해 거대한 팔로 내려치며, 기차가 흔들리고 성난 킹콩의 괴성을 들으며 기차가 끝없이 추락하고 물에 몸이 젖고 빠져들어가는 것 같아 소리를 지르고 혼비백산했던 적이 있었다. 다행히 그 때쯤 놀이기구가 멈춰서서, 현실이 아닌 것을 감사하며 소스라친 가슴을 쓸어내린 기억이 있다. 어수룩한 호주 촌사람들이 멋 모르고 첨단 도시의 놀이 기구를 탔다가 현실감이 더 했을 것이다. 마치 악몽을 꾸고 깨어난 것처럼 진짜 같았는데 현실은 아닌 것이다. 아마 요즘은 더욱 기술이 발전 했으니, VR 헤드셋을 쓰면 훨씬 더 현실 보다 더 진짜같은 적나라한 가상의 세계가 펼쳐질 수 있을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모형이며 실제 우리가 사는 조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치 미래에 다가 올 시대를 그의 물리학 이론에서 발견했던 것일까? 그는 이미 시간과 공간은 제한 있는 것이 아닌 단지 영원에 연결된 과정일 뿐이라고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이 “과거, 현재와 미래의 구분은 지속적인 집착적 환상”이라고 강조한 것은 마치 작년부터 이어진 팬데믹 상황이 단절된 시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시간은 미래로 연결되고 그리고 영원으로 가는 다리와 같다고 설명하는 것 같다. 결국 영원에 다다라야 실제로 존재하는 영원을 맛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때는 무엇이 실재로 남았는 지 분별이 가능할 것이다. 우리는 때로 작은 일을 큰 일처럼 여기며 걱정하고 전전긍긍하며 산다. 지나고 나면 별 일이 아니었는데 괜한 의심을 하고 노여워하고 고심으로 잠을 설친 자신을 부끄러워한다. 우리 마음 속의 가상 현실은 종종 별의 별 상상과 의구심의 시나리오로 나래를 편다. 집착해도 맘처럼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결국 내가 멋대로 편집한 가상 환상의 왜곡된 결론 때문이다. 그래서 성경은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의 증거”라는 말을 써 두었나보다. 집착하며 현실을 살아도 결국 맞닥뜨리는 영원에 존재하는 미래 현실은, 마음에 실재가 이루어지는 믿음의 진정성이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니까.. 설날에, 혹 미운 시댁 식구를 만나도 결국, 너그러운 마음을 먹기에 달렸다. 가상 현실(VR)은 현재의 집착적 환상을 깨닫게 하는 반면 교사이다.

  11/02/2021
  금요단상 - 정원일 회계사

새해가 되면 으레 덥다 못해 뜨거워 자동차 핸들에 손을 덴 것 같은 날씨가 돼야 몸도 마음도 새해가 다가 온 것이 비로소 실감이 되곤 했다. 올해는 충족 요건이 채워지지 않은 채, 마치 예고없이 방안에 불쑥 들어선 손님 같은 유별난 시작이 되었다. 연말에 시드니 북부 해변지역에서 발생한 코로나 확진자들로 타주 여행도 중단됐다. 날씨도 흐리고 비가 오는 날이 2주나 지속됐다. 바닷가에 가서 맨 몸에 여름 햇살을 쪼이고 모래 사장의 따가운 열기와 청량한 바닷 속에 파도를 거슬러 그나마 늘어진 뱃살에 조금 탄력을 받아보려던 마음을 접고 말았다. 대신 늦은 아침을 먹고 느긋이 소파에 앉으니 자연스레 켜놓은 TV에 방청객으로 쉽게 모드 변경이 되었다. 화면엔 채널 어디를 틀어도 경연 프로그램이 대세이다. 미스터트롯에 이어 미스트롯, 전국 트롯 대전, 싱어게인, 여러 경연 프로그램엔 예전과 달리 트롯 열풍으로 가득하고 장르를 바꿔 트롯 가수로 전환하거나 적어도 몇 곡의 트로트를 부르는 가수들도 부쩍 눈에 띈다. 예전엔 그렇지 않았는데 젊은 세대들도 좋아한다고 하니 의아해하면서도 세월이 변해서 인가 한다. 나도 이제 나이가 먹어서인지 예전과 달리 트롯의 노래들이 귀에 정겹게 와 닿는다. 종종 가사가 조금 민망하다 싶은 부분들도 있지만, 절절히 곡조에 담긴 노랫말은 오히려 까발려놓은 마음 밑바닥을 훤히 보여주는 것 같아 속이 시원하기도하다. 그래, 사람 사는게 다 그런게 있지.. 하며 젊은 때는 생각해 보지 못한 그 편의 입장이 가슴에 와 닿는다. 오디션에는 유명인이 등장 하기보다는 무명의 세월이 길었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생소한 얼굴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장을 내고 모처럼의 기회에 최대한 멋지게 가꾸고 구성진 노래를 목청을 다해 부른다. 사회자가 왜 이 프로에 나왔는 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 지.. 를 물으면 전혀 일면식도 없는 그들의 힘들었던 인생 이야기가 마치 트롯 가사처럼 내 마음에도 공감을 불러 온다. 열심히 사느라 행사장을 전전하기에 급급해 아무도 이름조차 알아주지 않는 무명의 긴 세월을 보내고, 딸의 성공을 지켜 보지 못하고 치매에 걸린 어머니에 보답하기 위해 나왔다는 애절함도, 이혼으로 재정적 능력이 없어 사랑하는 아들과 함께 살고 싶어도 그럴 수 없어 돈을 벌어 꼭 같이 살겠다며 다짐하며 다시 힘을 낸 도전자의 이야기도 있다. 들어보면, 외로이 무명의 삶을 살며 생계를 이어가기에 바빠 호방한 삶을 꿈꿔 볼 겨를이 없었던, 이들의 마음 아픈 사연은 우리의 현실이며 우리의 이야기이다. 이들의 홀로 애쓰며 거듭 거듭 새롭게 도전하며 살아온 인생엔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들이 담겼다. 1등이 되어야 성공했다고 대접을 받고 2류로 살아야하는 더 많은 인생들에겐, 푸대접과 갑질을 감내하며 자존감에 숫한 상처를 버텨내야 하는 설움과 억울함이 두렵기 조차하다. 1등을 지켜야하는 정상의 사람은 행복하기 보다 불안한 마음의 연속이다. 하지만 이들의 외로운 불안과 설움에는 만족시키고자 하는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로 부터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어한다. 하지만 내 재능이, 지식이, 학벌과 가문이 나의 작은 소망을 만족시켜 주지 않는 매정한 현실 앞에서 좌절하며 홀로 외로워 한다. 야속한 심사위원들은 탈락자들에게, 상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애쓰는 노래가 아닌 내가 좋아, 심취한 나의 노래를 부르라는 주문을 한다. 세상을 만족시키려고 하기 보다 나에게 주어진 것을 사랑하는 것이 해답이라는 말로 들린다. 12세기의 스페인의 현자 마이모니데스는 의학과 과학 뿐 아니라 신학과 철학에 있어 그의 지성과 학문적인 업적이 유럽의 르네상스를 지나 현대에 이르기까지 모든 세대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그는 유대인이었지만 아랍인들과 기독교인들을 포용한 세계주의자였다. 그의 역작인 미쉬네 토라의 마지막에 그는 “ 세상의 끝에는, 기아도 전쟁도 증오도 적대감도 없고.. 이 땅의 수고와 고통도 사라지고 오직 창조주에 대한 지식만이 남을 뿐이다” 라고 적었다. 외로운 인생, 혼자인 것 같은데 우리에겐 보이지 않는 전능자의 세심한 배려가 있다. 그는 처음부터 우리가 외로운 것을 용인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인류의 첫 사람을 만들고도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않다..” 하고 파트너를 만들어 주셨다. 인생은 외롭지 말아야 한다는 신의 확고한 뜻이 담겼다. 그래서 성경의 맨 마지막도 “ 하나님은 친히 그들과 함께 계셔, 모든 눈물을 닦아 주시고 다시는 죽는 것이 없고 애통하고 곡하고 아픈 것이 모두 사라 질 것” 이라고 알려주고 있다. 비록 오디션에서 떨어져 중간에 탈락하는 사람들에게도 그 만큼의 성공이 있었다. 그리고 새로 시작하는 새 길에도 함께하는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있다. 보이지는 않지만 세상 끝까지 나와 함께 하신다는 신의 사랑의 약속이 있다. 외로운 것 같아도, 이제 우리는 새해에 또 다시 시작해 볼 수 있다. ‘싱 어게인, 비긴 어게인!’

  07/01/2021
  금요단상 - 정원일 회계사

정원일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기 전에도, 대통령이 되고 난 지난 4년 동안도 전 세계에 드라마 같은 이변을 심심찮게 연출해 주었다. 종종 범인들이 이해하기 힘든 파격적인 뉴스로, 때로 놀라운 기대감과 또 적잖은 실망을 안겨 주기도 했다. 며칠 전부터 미국 대선의 투표가 시작되었다. 한국을 비롯한 전세게의 신문과 미디어는 온통 미국 대선 이야기로 서두의 헤드라인을 채우고 있다. 이번 선거는 트럼프가 대통령직을4년 더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전 부통령)가 새로운 대통령이 될 것인지를 판가름하는 투표이다. 트럼프는 북한과 핵 문제로 갈등의 극단을 치닫다가, 극적인 평화 모드로 70년 만에 처음으로 판문점에서 평화 선언을 하는 영화 같은 연출을 감행 했었다. 앞으로도 그의 돈키호테같은 성향이 우리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이 엄청나게 큰 만큼 과연 그가 다시 대통령직에 오를 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은 국민이 직접 투표는 하지만 선거인단을 선출해서 승자 독식의 선거인단의 숫자를 확보하는 복잡한 셈법이어서 지금도 막바지 개표가 이루어 지고 있지만 엎치락 뒤치락 아직 누가 확실히 대통령에 오를지 장담할 수가 없다. 지난 밤 일찌감치 승리 선언을 한 트럼프의 진영에 대해, 아침이 밝자마자 바이든 쪽에서도 진전된 몇 개 지역의 선거인단의 확보를 근거로 이제 승리는 완전히 우리 것이라고 호언 장담을 하였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쪽에서는 몇 개 선거 지역과 우편투표의 부정이 있다며 개표를 중단 시키고 소송을 제기했다. 유럽의 부패한 사회에 환멸을 느낀 청교도들이 기독교 정신으로 일구었다는 민주 국가의 모습치곤 우리의 치졸한 정치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기대치 않은 위로를 받는다. 아마 진흙탕 같은 소송전이 이어지면 법원의 판결이 내려지는 내년 1월이나 되야 대통령이 정해 질 것이라고 진단이 나온다. 트럼프는 여러 획기적인 일들로 국가 경제를 살리고 전세계를 놀래키는 평화조약을 이끌어 내는 업적을 남기기도 했지만 돌발적이고 자극적인 표현력 때문에 내부의 팀원들에게 상처를 남기고 오히려 적군으로 돌아서게 하는 사례를 많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그와 함께 일했던 각료들 뿐 아니라 같은 당의 고위 정치인들과도 등을 돌리게 하는 일들이, 사소한 스캔들로 분쟁과 잡음이 끊이지 않는 뉴스에 우리의 기억을 때마쳐 쇄신하는 스타성을 잃지 않았다. 초기 개표와 달리 바이든 진영에서 승기를 잡게된 것은 이미 세상을 떠난 알래배마 주를 대표하는 상원의원 이었던 존 매케인 의원이 이번 선거에 살아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매케인을 존경하는 알래배마의 주민들이 상대 당이지만 바이든과 진실한 친구 관계를 유지 했던 그를 추모하는 마음으로 오히려 바이든을 지지하며 패배를 가져오게 했다고 진단한다. 당연히 내 텃밭이라고 여겼는데 배신의 결과가 산출되고 결국 대세에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면 두고두고 후회 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모든 권세는 하늘이 세운다는 말처럼, 죽을 고비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왕이 되었던 주몽과 죄인처럼 도망 다니다 결국 위대한 왕이된 다윗을 떠올리게 한다. 신의 섭리가 함께 하는 그들에게는 분쟁과 모함의 소용돌이 속에서, 또 생명을 담보해야 하는 위기와 배신의 순간들에 놀라우리만치 사람에 대한 미련한 신뢰와 마음의 의로움을 발견하게 한다. 아군을 감동시키고, 오히려 적이 아군이 되게하는 것은 이득실을 따져 쉽게 내 버릴 수 있는 순간들에 한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내면의 진정성의 확인에 있다. 중세의 조반니 피코 델라(1463-1494)가 봉건 시대의 암흑기에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에 대해 외쳤다. 그의 연설은 타락과 부패와 죄악으로만 정죄된 인간의 모습에서 르네상스(문예부흥)를 태동하게 하고 후에 계몽주의 시대까지 영향을 미치는 시대를 변화시킨 위대한 각성이 되었다. 역사를 주관하는 신의 관심은 끊임없이 신의 존엄을 닮은 피조물의 생명의 회복에 있다. 비록 흙으로 돌아가는 존재이지만 신은 그의 영원에 속한 신적 신비를 우리에게 담아 두셨다. 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될 지 아직 알 수 없지만, 그가 이 시대에 함께 살아가는 수많은 인생이 에덴의 평화를 가득 누리게 하려는, 신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기를 기대해 본다.

  05/11/2020
  금요단상 - 정원일 회계사

사무실이 있는 이스트우드에는 지난 몇 년간 중국 이민자 인구가 늘어가면서 아파트들이 세워지고 점차 식당과 식료품점, 가구점, 보석상, 가전제품, 잡화상들도 부쩍 늘었다. 다양한 먹거리들이 있고 상가가 많아지니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차들이 붐비자 자연스레 노란 형광 조끼를 입은 주차 단속 요원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추석과 같은 명절이 되면 말할 것도 없고 평일 점심만 해도 주차를 하느라 애를 먹어야 한다. 급한 나머지 아무데나 차를 대고 속히 일을 보고 돌아오다보면 주차 벌금티켓을 받기 일쑤다. 종종, 자기 차에 티켓을 발부하는 단속 요원을 보면 황급히 달려와 그저 잠시 다녀 온 건데 한번 봐달라고 애절하게 선처를 비는 광경이 눈에 띄곤 한다. 대체로 의기양양한 단속요원들은 선처를 베풀 마음이 없고 단속을 많이 할 수록 자신의 작업 수행 성과가 높아지는 점수를 쌓는 입장차이가 있으니 결국 타협이 불가능하고 스타일만 구기고 상황은 종료가 되기 마련이다. 그 중 머리가 희고 여자인지 남자인지 분간이 잘 안가는 덩치가 크지않은 한 단속 요원은 종종 뭇 시민에게 두려운 요주인물이다. 주차 현장에서 그 사람에게 발견되면 턱을 치켜올리고 아랫 사람을 다루는 봉건 영주처럼 차를 즉시 빼라고 고압적인 명령을 하던가, 일장 연설을 하고 결국은 티켓을 발부한다. 호된 훈육에 혼이난 위세에 눌린 죄인(?)은 입이 나와도 할 말이 없어 기껏해야 혼잣말로 투덜거리며 비싼 주차비 티켓을 손에들고 억울한 발길을 돌린다. 이스트우드에 특수 파견된 보안관 같은 권력을 즐기는 그의 위세는 자기 직업의 성실한 수행자로 충분히 자기 합리화로 포장할 법하다. 과거, 완장을 부여 받은 어린 홍위병들이 거의 폭도로 변하여 옆집에 살던 이웃과 동네 시민을 잔인하게 죽이면서도 시대적 혁명과 과업을 완수한다는 그럴 듯한 권력의 명분을 삼았던 끔찍한 역사가 있었다. 모든 권력에는 늘 설득력 있는 보안관 같은 지위를 장착한 명분이 있었다. 어제(호주 시간 9월 30일)는 미국 대선의 후보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와 TV 토론 대결이 열렸다. 언론은 과거 약 8천여 만명이 시청했고 올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1억명은 볼 것이라고 거대한 선거의 규모와 세계적인 관심의 크기를 예측했다. 트럼프가 4년여 전 등장 했을 때도 한마디 한마디 그가 던지는 말들이 많은 파장을 일으키는 정치인다운 절제와 고도의 전략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신문은 TV 토론이 난장판이었다고 논평을 했다. CNN앵커들은 “내가 본 가장 혼란스러운 토론이었다” “이것은 토론이라기 보다는 불명예 자체다” 라고 혹평을 남겼다. 1시간 30분간 동안 정책의 진정성이 드러나기 보다는, 상대를 약 올리고 조롱하는 설전으로 일관됐다. 트럼프는 상대의 발언 중에도 끼어들어 ‘사회주의자’이며 나이든 ‘무능한 정치인’ 이라며 인신 공격을 퍼 부었고, 바이든은 ‘닥쳐’라고 응수했다. 여느 시장이나 동네 골목에서 있을 법한 싸움을 본 듯하다. 그들은 코로나를 핑계 삼아 만날 때도 헤어질 때도 팔꿈치 인사도 하지 않았다. 온 세상 사람들이 바라보는 가운데 세계 최강의 기독교 국가의 최고 권력자들로서의 인품의 깊이와 품격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 셈이다. 이들은 강대국으로 발돋움 하게된 미국의 서부 시대를 대변하는 보안관의 최고봉에 오른 인물들이다. 체코의 문필가인 프란츠 카프카는 ‘시골 의사’라는 그의 소설에서 같은 집안의 마부에게 하녀가 겁탈을 당할 것을 알면서도 나라의 녹을 먹어야하는 국가 의사로서 병이 심각하지 않은 환자에게도 먼저 찾아가는 의사로서 자신의 직무를 핑계삼아 힘없는 여인의 인생을 방치한 주인의 내면으로부터의 방관을 문제 삼았다. 시민들과 사회를 위해 일하는 즐비한 의사와 변호사와 경찰들과 선생들과 돈 많은 부자들과 정치인들과 종교지도자들마저도 허락된 지위의 권력이 최대한 자신의 갑질을 위해 사용되는 일들이 동네마다, 골목마다 충분히 있을 법하다. 오히려 순진한 희생양같은 선량한 시민들만이 수시로 야심으로 가득한 살쾡이 같은 성정의 못된 권력자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을 뿐이다. 추석이 되어 이스트우드 상가는 가족들과 함께 명절 저녁을 준비하는 주부들의 발걸음으로 더욱 분주하다. 자비를 베풀려는 지, 다행히 오늘은 노란 야광 조끼 입은 보안관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01/10/2020
  금요단상 - 정원일 회계사

이른 아침에 일찍 아내의 카톡이 울리면 어김없이 둘째 아들이 보낸 것을 알고 정답을 맞추는 초등 학생처럼 동시에 ‘..구나’하고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몸을 일으킨다. 요즘 한 살이 채 안된 딸을 보여 주며 화상으로 엄마 아빠에게 아침 인사를 하는 것이다. 아침에 맡은 육아의 한 방편으로 딸의 관심을 끄는 재밋거리로 우리 부부와 보내는 짧은 시간을 여러 패키지 안에 한 아이템으로 포함시켜준 아들의 복합적인 배려가 아침 선물로 배달되고 있는 셈이다. 금방 잠에서 깬 손녀는 아직 침대에서 부시시한 머리에 세수를 하지 않은 무표정한 얼굴이지만 귀엽기 짝이 없다. 시킨 것도 아닌데 아내는 감독의 지시를 잘 받은 엑스트라 배우처럼 박수도 치고, 잼잼도 하고 소리 높여 까르르 웃기도 한다. 손녀가 조금 웃기만 해도 관중을 만족시킨 희극 배우처럼 자신이 더 신이나서 안하던 온갖 개인기를 발휘한다. 톤은 더 높아지고 액션은 더 커지고 빨라진다. 옆에서 보던 나도 어느새 한 몫을 거들고 옆에서 어깨 넘어 배운 몇가지 재롱을 손녀를 위해 아낌없이 연기하고 갑자기 생각난 멘트도 근본없는 즉흥적인 액션도 현란하게 보여 준다. 우리는 갖은 애를 쓰고 딸의 표정에 나타나는 리액션으로 아침의 배역 평가를 받는다. 아이가 별 반응이 없으면 연출자같은 아들은 등을 침대에 기대고 있다가 ‘알았어’ 한마디를 남기고 가차없이 카톡 촬영(?)은 예고 없이 종료된다. 명 연기를 펼치느라 주위의 시선도 아랑곳않고 집중하던 두 노역 배우는 머쓱해 하며 일으켰던 몸을 다시 침대에 뉘이며 잠시 올랐던 흥분을 가라 앉힌다. 백화점 시식 코너에서 맛배기 어묵 맛을 본 것처럼 관중과 감독의 시선에 늘 신경을 곤두 세워야하는 배우들과 연예인들의 어색한 한 순간이 조금은 느껴지는 듯하다. 그래도 갑자기 굳어버린 동상같은 멈춘 순간에 서로 얼굴을 쳐다 보며 피식 웃는다. 귀여운 자식의 딸을 본 기쁨이 일어나기 싫은 차가운 겨울 아침에 활력이 된다.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자식의 관심이 와 닿기 때문이다. 아침 신문엔, 결혼을 하고 마흔 살이 넘어서도 20대 아이돌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국민 언니라고 불리는 이효리가 예능에서 자신의 새로운 예능 이름을 ‘마오’라고 하면 어떨까 하고 예능의 재미를 따라 던진 말이 중국 네티즌으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의도는 쿨하게 말하고 즐겁게 해주려는 애드립 같은 즉흥적인 아이디어 였을텐데, 과거와 달리 인기 연예인에 대한 관심이 생각지 못했던 중국이라는 거대한 문화, 외교의 이웃으로 부터 오히려 역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아마도 프로그램을 제작한 곳에서는 연출자와 제작관계자들이 어떻게 수습을 할 것인가 방안을 찾고 시청자들의 인기와 관심도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고심이 깊을 것이다. 이제 더 큰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외모와 실력의 탁월함과 성품의 매력에 더해 상대 국가의 문화와 역사의 민감한 입장을 이해해야 하는 쉽지 않은 숙제의 댓가를 감수해 내야하는 시대가 되었다. 한국에 잘 알려진 프랑스의 인기있는 소설가인 ‘알랑 드 보통’ 은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의 뜻을 “ 다른 동물과 달리 사람은 자신을 규정하고 자의식을 얻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필요로 하는 차이에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것을 강조하기 위해 “혼자서는 절대로 성격이 형성되지 않는다”는 스탕달의 말도 인용을 했다. 둘 다 주위사람들에 의해 내가 형성되는 것이라는 불가분의 책임이 서로에게 있다는 말이다. 또 나로 인해 타인이, 또 타인에 의해 나의 진정한 존재의 의미가 있다는 말로 설명이 된다. 며칠 전 오랜 만에 다녀 온 시내에는 아직 겨울 낙엽이 뒹굴고 지난 시절 지내 온 기억들이 도시 이곳 저곳에 묻어 있었다.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도시는 여전히 숨쉬고 우리가 함께 살아 가는 이 곳에, 우리의 흔적이 여전히 기억되어 남을 것이다. 나를 배려한 세밀한 관심은 사랑으로 서로에게 기억되고 새 힘을 얻으며 살게 한다. 손녀의 작은 웃음이, 무심한 아들의 멋없는 카톡이, 며칠 전 불쑥 말없이 다가와 쑥스럽게 건네 준 하이스쿨 형준이의 그림이 유난히 길었던 겨울을 보낸 이 봄이, 더욱 화사한 이유이다. 정원일 (공인회계사) wijung@gmail.com

  27/08/2020
  금요단상 - 정원일 회계사

요즘 타던 차가 문제가 있어 서비스센터에 맡기고 차 회사에서 SUV한대를 대여해 줘서 빌린 차를 타고 다녔다. 며칠 전 이른 새벽에 다녀 올 데가 있어 밖엘 나가려다 아직 어둑한데, 비도 내려 뒤를 잘 보지 못하고 우리 집의 담벼락에 차를 부딪치고 말았다. 우직끈 하는 소리가 들리고 바닥에 플라스틱 조각들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직감적으로 제법 많이 찌그러 졌겠네하며 비를 맞으며 급히 내려 보니, 차 뒷면 코너의 깜빡이 등이 깨지고 뒷부분과 범퍼가 심하게 파이고 스크래치가 생겼다. 그래서 오늘은 차를 정비소에 맡기고 이틀동안 차 없이 대중 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신세가 됐다. 빌린 차로 사고를 냈으니 더 빌려 쓰고 싶은 마음도, 주위 사람에게 부탁하기도 부담이 됐다. 아내는 모처럼 잘 됐다며 걸으며 운동도 하고 전철을 타고 시내도 가자고 한다. 지난 주 며칠에 걸쳐 주말까지 비가 오더니 모처럼 날이 개었다. 비가 온 후, 공기는 시원하고 하늘은 맑고 푸르다. 뉴잉턴 지역의 산책길을 걷다가 길도 헤매며, 운동 삼아 가는데까지 가보자는 마음으로 봄날같은 겨울 날씨를 즐기다 보니 어느새 올림픽 파크까지 도착했다. 넓게 펼쳐진 광장엔 유난히 커다란 건물만 휑하니 자리를 잡고, 오고 가는 사람이 없으니 마치 먼 곳에 휴가를 온 것 같은 여유로운 착각이 마음에 스민다. 좀처럼 전철과 대중 교통을 이용한 적이 없는 나에겐 거기에 그런 큰 역이 있었는지, 그 안에 최고급의 근사한 화장실이 설치돼 있는 것도 새롭다. 여행을 다니면 화장실이 없어서 난감해 하거나 그나마 돈을 내야 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데 초현대식으로 잘 지어놓은 역과 화장실을 무료로 쓸 수 있다는 것에 쇼핑몰에 걸친 세일 사인을 발견한 여성의 흥분된 마음에 버금가는 감격이 있다. 전철엔 텅빈 자리가 많았다. 아내는 옆자리에 앉자 OPAL카드만 있으면 하루종일 어디를 다녀도 거의 공짜라면서 전화기 카버 뒷면에 끼어 넣은 카드를 보여주며 친구 아줌마들로부터 배운 OPAL 카드 최근 패션을 자랑한다. 여러 역을 거쳐 써큘라키에 내리니 이미 여러번 시내에 나와 본 관록으로, 관광가이드처럼 이쪽 저쪽 출구를 알려준다. 어눌한 촌뜨기 관광객을 안내하 듯 카드 찍는 기초 상식과 좋은 경치를 볼 수 있는 팁들을 제공하며 모처럼 남편을 제압할 수 있는 기회에 위압적인 표정을 감추려는 눈치가 보이지 않는다. 시드니는 시내 한 가운데에 바다가 있고 넘실대는 파도와 널찍이 푸른 고목들과 운치있게 가꾸어진 정원이 있어 쫒기듯 살던 바쁜 마음을 여유롭게 한다. 잘 가꾸어진 잔디와 이름 모를 많은 수목들 사이에 운치있게 자리 잡은 벤치들은 보는 것 만으로도 풍요로운 평화를 맛보게 한다. 역시 자연 속엔 각박한 세상의 풍파와 달리 충만한 생기가 있다. 점심도 먹고 바다도 보고 벤치에 앉아 책도 보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또 일어나 걷다보니 어느새 해질녁이 되었다. 이미 이 만보를 걸었다며 운동을 다부지게 했다는 보람을 자랑할 쯤 아들로부터 전화가 왔다. 곧 결혼할 여자 친구와 함께 시내에서 저녁을 먹자고 한다. 젊은 세대답게 기동력을 발휘하여 금새 식당에서 만나니 마치, 낯선 외지에서 흩어졌던 가족을 오랫만에 상봉한 듯 반갑다. 빚어 놓은 것 처럼 하얗고 환한 얼굴과 몸도 자그마한 미래 며느리는 한결같이 마음까지 예쁘다. 다리는 뻐근하고 몸은 피곤해도 하루에 담을 수 있는 모든 행복을 낱낱이 다 찾아 누린 것 같다. 따사로운 햇살과 숨쉬 듯 신선한 공기와 눈에 푸른 하늘과 울창한 숲과 공중의 새와 찬란한 바다 위의 부서지는 파도를 아낌없이 선물로 베풀어준 신의 넉넉한 관대함 덕분이다. 신은 영원으로부터 날마다 우리에게 선물로 가득한 새로운 하루를 아낌없이 토해 내신다. 정원일 (공인회계사) wijung@gmail.com

  16/07/2020
  금요단상 - 정원일 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