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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보이스(Voice), 그리고 한국인의 보이스는? 송종혁(John Song)/ 호주연방검찰청 주임검사, 호주한인변호사협회(KALA) 총무 필자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한국계 호주인들이 어떻게 이곳 호주에서 번창하고, 호주를 진정으로 ‘고향처럼’ 느낄 수 있는가?”이다. 다문화를 지향하는 호주에서 우리 한국인들이 능력에 따라 마음껏 일하고, 사업하고, 이민 공동체를 구축하고, 성공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는 지에도 관심이 있다. 부모님의 세대가 영어를 완벽하게 못하신다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고, 고국을 떠나온 부모님들이 '올인'(all in)한 호주국가로부터 얼마나 보호받고, 그것을 체감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관심이 있다. 또한 한국교민들이 ‘우리끼리’만이 아니라, 우리와 외모, 언어, 문화가 전혀 다른 민족들에게도 어떻게 좋은 이웃으로 ‘더불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지에도 관심이 있다. 비슷한, 너무나 비슷한6년 전, 필자는 NSW 지역 원주민 법률 서비스(Aboriginal Legal Service)의 형법 변호사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자 갑자기 주변 환경이 변했다. 매일 원주민들과 아주 많이 교류하게 되었다. 사무실에서, 법정에서, 감옥에서, 유흥업소에서, 그리고 그들의 집에서.당시 객지생활을 하면서 가족과 한국 사람들을 그리워했다. 그런데 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의외로 많은 면에서 그들이 우리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느 날 원주민 동료 한 명이 리셉션에서 필자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필자는 어머니에게 하듯이 '응~?' 하고 대답했다. 그 ‘어머니’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한국말인 데도 원주민말처럼 알아듣고, 필자에게 걸려온 전화를 한 박자도 놓치지 않고 연결시켜 주었다.   그리고 그들은 한국 문화와 마찬가지로 호칭에 대해서 일상생활에서 친숙한 가족적인 용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혈육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니더라도 '린 이모'(Aunty Lyn), '에드 삼촌'(Uncle Ed), '할아버지'(Pop) 라고 하면서. 또한 한국 문화와 마찬가지로 원주민 문화에서도 명예와 수치심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특히 법정 심리와 선고 중에 그런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작은 경험들이 쌓여가면서, 시드니 가족과 두고 온 집, 그리고 한인 친구들을 생각하고, 한국정서를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필자로서는 이때처럼 원주민과 한국인의 유사점에 대해 많이 생각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여기서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한국인과 토착 원주민들(First Nations People)은 공통점이 대단히 많다는 사실이다. 두 민족 모두 ‘자국의 땅에서 낯선 사람’이 되는 것이 어떤 감정인지 알고 있다. 즉 한국이 일본에게 강토를 강탈당했을 때 나라 없는 서러움을 뼈아프게 경험했다. 원주민 역시 백인에게 영토를 빼앗긴 서러움을 뼈아프게 경험했다. 이처럼 한국민족과 원주민은 국토와 모국어를 빼앗긴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두 민족 모두 인간 이하로 대우받는 잔인함과 부당함, 부도덕을 다양한 모습으로 체험했다. 국권을 상실한 채 한 민족의 정체성과 자국민으로 미래를 형성할 권한조차도 없었던 어두운 역사를 안고 있다. 오늘날까지 두 민족 모두 과거의 사건들을 충분히 인정하면서도, 민족 정체성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긴장감과 씨름해야 한다. 한 가지 구별되는 점은 결국 한국은 일본 식민지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달성했다는 사실이다. 보이스(Voice), 그 바른 이해를 위하여 2023년 10월 14일 토요일, 호주인들은 '원주민 및 토레스 해협 섬주민의 목소리'(Aboriginal and Torres Strait Islander Voice)라는 헌법 자문기관의 설립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약칭으로 ‘보이스’(Voice)라 불리는 이 국민투표의 중요한 개념은, 2017년도에 호주 역사상 원주민들의 지위를 실질적으로 인정하기 위해 제안된 가장 큰 함의가 담긴 성명서인,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울루루 성명'(Uluṟu Statement from the Heart)에 근거를 두고 있다.보이스에 관해 떠돌고 있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호주한인변호사협회(KALA) 집행위원회는 최근 보이스(Voice)를 진심으로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헌법 자문기관으로서 ‘보이스 설립’ 제안은 공정하고 합리적인 요구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는 우리 교민들이 앞서 언급한 대로 호주 원주민을 가장 잘 이해하고, 그들이 겪고 있는 극도의 불이익을 개선하는데 중요하고도 진일보한 단계가 될 것으로 확신하기 때문이다. 또 이 보이스가 합리적인 이유는 의회를 구속하거나 자체 법률을 발의할 수 있는 고유한 권한 없이, 단순히 ‘자문 기관’으로 설립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보이스의 구성, 기능, 권력, 절차와 방법, 구조 등을 비롯해 보이스가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모든 사안은 선출직으로 구성된 의회가 권한을 갖고 있다. 이번에 제안된 보이스는 민주주의에서 적용되는 책임성과 투명성 그리고 엄격함을 적용 받는 협의체이다.한마디로 보이스 설립 제안은 정당하고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여느 투표 때와는 달리 투표 용지는 작으며 질문은 간단하다. 즉 “호주 원주민과 토레스 해협 주민 보이스라는 헌법자문기관의 설립에 동의합니까?”라는 질문에 찬성하면 예(Yes), 반대하면 아니오(No)라고 쓰면 된다. KALA 집행위원회 견해와 마찬가지로, 필자 역시 보이스 설립은 잠재적인 우려보다는 이익이 많다는 견해를 밝힌다.  '찬성'(Yes) 투표는 한국계인 우리가 이제까지 다문화 사회인 호주에서 여러 민족으로부터 ‘좋은 이웃’이라는 평판을 받아온 터전 위에, 더 좋은 명성을 쌓아가는 또 하나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05/10/2023
기고

헌법에 원주민 자문 기구인 소위 ‘보이스’를 명시하느냐를 두고 벌이는 국민투표가 2주 앞(10월 14일) 으로 다가왔다. 한호일보는 이에 대한 찬반 목소리를 균형 있게 지면에 싣기 위하여 노력할 것이다. 시드니 북부지역 한인 네트워크에서 찬성 의견을 보내와 지면에 싣는다. 앞으로 관련된 독자의 투고는 계속 지면에 반영하되 한인 사회에서는 반대쪽 의견을 구체적으로 듣기가 쉽지 않아 No 캠페인 쪽 의견을 개진해 주실 분들의 투고를 기다린다. (편집자 주)시드니 한인네트워크는 보이스 국민투표 찬성 캠페인을 벌이며투표에 대한 한인 시민권자들의 관심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한인동포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중심으로 하여 질문과 답 형식으로 두번째 찬성의견을 피력하고자 합니다. 왜 사회복지사(community worker)들이 나서서 찬성 캠페인을 하십니까?저희 네트워크는 NSW주 내의 비영리 기관, 사회 사업 단체들에서 일하는 커뮤니티 워커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직업적 필요에 의해 호주와 애버리지니의 역사에 대해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편입니다. 정부나 기관의 원주민 대상 사회사업이나 복지 프로그램은 그동안 성공한 케이스가 드물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호주의 다른 시민과 원주민의 격차를 해소 Closing the gap하는 일은 원주민사회에 이러 저러한 수당이나 복지 프로그램을 시혜적으로 베푸는 것으로는 해결이 요원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입니다.여러 자문과 연구를 통해 원주민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려 나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었고 원주민 커뮤니티는 스스로 호주의 방방 곡곡에서부터 중지를 모았으며 마침내 2017년 호주의 중심인 울루루에서 성명을 발표하며 첫번째 거주인 인정과 보이스 설립 헌법 명시을 요구하게 된 것입니다.사회복지사들은 인간이 겪는 여러 이슈에 외부의 도움은 일시적일 뿐이며 자신이 문제해결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원주민 사회가 스스로 요구한 이 보이스의 국민투표 통과가, 아직도 갈 길이 먼 실질적 평등을 이루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찬성을 표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원주민 자문 기구는 그냥 설립하면 되지 왜 헌법에 넣어야 합니까?많이 듣는 질문 중의 하나가 첫번째 거주인으로 원주민들을 인정하는 것은 좋은데 왜 보이스Voice라는 기구를 헌법에 명시해야 하는지에 관해서입니다. 재미 있는 것은 이런 자문 기구가  벌써 여러 번 설립되었다는 것입니다. 먼저 1973- 1977년까지 고프 휘틀럼의 전국 원주민 협의회(NACC)가 있었습니다. 다음엔 1977- 1985년까지 말콤 프레이저의 전국 원주민 회의(NAC)가 있었고 그 후 1990- 2005년까지는 밥 호크의 원주민 및 토레스 해협 섬 주민 위원회(ATSIC)가  작은 정부처럼 운영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구들은 모두 정권의 교체와 함께 운명을 다한 임시 기구일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기구가 헌법에 명시됨으로써 정치적인 변화에 존폐의 유무가 결정되지 않는 게 중요하며 이것이 원주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사항입니다. 과거 연방정부의 원주민부 장관이었던 린다 버니Linda Burney는 " 보이스는 과거의 대표 단체보다 더 나은 단체가 될  겁니다....원주민 및 토레스 해협 섬 주민의 목소리를 포함하도록 헌법을 업데이트함으로써 향후 정부가 마음대로 보이스 조직을 폐지할 수 없도록 보장할 것입니다."( Voice to Parliament: A look back at Australia’s trial of political failure (smh.com.au)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 보이스는 국법 위의 권력이 있는 존재가 될 수 있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보이스 설립은 헌법에 명시되지만 몇 명으로 구성할지 언제 의견을 들을 지 등의 구체적인 행동은 전부 호주 의회Parliament에 맡겨져 있으며 원주민 관련 정책에 보이스의 자문을 구하는 것은 의무이지만 반드시 반영할 필요는 없고 역시 의회가 독자적으로 입법 등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보이스 기구 헌법 명시는 지금 꼭 필요한, 원주민들 자부심의 상징이 될 것입니다. 80%가 넘는 원주민들이 이 국민 투표가 통과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는 어떻습니까?전 세계적으로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는 모두 원주민을 각국의 헌법에서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아메리카 원주민과 350개 이상의 조약을 체결했습니다. 노르웨이의 헌법은 노르웨이를 이중 문화 국가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https://www.creativespirits.info) 꼭 해야 할 말이 있다면?이 국민투표는 정치적인 당략으로 임할 일이 아니라 보다  공정한 호주 사회를 이루기 위한 사회정의 Social Justice의 측면으로 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반대 투표를 한다면 과연 그 대안은 무엇인지 오히려 묻고 싶습니다. 원주민들이 오랜 시간동안 스스로 해결책을 강구해 마침내 우리에게 손을 건네는데 면전에  ‘아니, 나는 당신 의견에 반대해!’ 한다면 그럼 다른 어떤 계획이 있는 것일까요. 이것은 몇몇이 의도하는 것처럼 정치 논란으로 변색시켜 사소한 이해득실을 따질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10월 14일에 투표장으로 가서 Yes를 쓰고 나온다면, 과장을 조금 보태서 우리 한인 동포들의 삶은 달라지는 것이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호주 인구의 3%인 원주민 젊은 세대와 어린이들은 살아갈 희망을 얻고 세상이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아주 간단하게 찬성표를 던지면 그러한 희망을 우리가 줄 수 있습니다. 식민지배라는 동종의 어려움을 겪은 역사를 지닌 우리가 손을 내밀어 찬성에 힘을 싣는 방향으로 같이 연대해 나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0233년 9월 19일Mina Kim (김지현)Chairperson of Northern Sydney Region Korean Network시드니 북부지역 한인 네트워크 

28/09/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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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토요일 ‘Clean up the World’ 행사(환경운동단체 진우회주관/코디네이터 박현호 장로)행사 참가 단체사진 지난주 토요일(16일) 오전 10시 30분, 퍼트니 (Putney) Kissing Point Park에 8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무더운 날씨에도 함께 모여들었다. 진우회의 연중 최대 행사인 ‘Clean up the World’를 위해서였다. 이날 행사는 파라마타강 일대를(키싱포인트에서 라이드 다리밑, 1.5키로지점까지) 깨끗하게 청소하면서 지구환경 정화 운동의 중요성을 자원 봉사자들의 31도의 폭염속에서 흘리는 땀으로 환경문제를 일깨우는 값진 시간이었다.Clean up the World 운동은 호주클린업운동 창시자 이안 키어난 (Ian Kiernan/OA) 총재(2018년10월16일 작고하심)의 제안으로 유엔환경프로그램 (UNEP / UN Environment Program)에 등록돼 1993년부터 시작됐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이 운동은 매년 9월 셋째 주말,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이뤄진다.지난해에는 197여개국에서 7100만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동참해 일반인들에게 환경정화 홍보와 교육의 기회를 제공했다.2006년 유엔환경프로그램(UNEP)에 비영리 호주환경운동 단체로 등록된 진우회도 17년간 호주에서 이 행사를 매년 개최해왔다. 특히 올해는 진우회가 창립 21주년을 맞아 더더욱 의미 있는 행사로 진행됐는데 이날 행사에 예년처럼 키어난 총재(Pip Kiernan)가 직접 참가, 행사에 함께 한 자원봉사자들을 일일이 격려하며 참가증서 (Volunteer Certificate)를 수여했다.진우회는 2003년 5월, 10여명의 은퇴한(Senior)실버들로 시작된 환경운동봉사단체이다. 매월 셋째 주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환경운동(Clean up)을 한인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하고 있다. 이들이 매월 또는 연중 행사를 가지는 곳은 주로 시드니 하버에서 파라마타강 끝까지, 주변의 쓰레기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다.연간 큰 행사로는 3월의 호주 클린업 데이(Clean Up Australia Day)와 하모니 데이(Harmony Day), 6월의 세계 환경의 날 (UN World Environment Day), 7월의 호주 식목일 행사 (National Tree Day) 그리고 9월의 “Clean Up the World” 등이 있다.그날 참가한 내빈인사로는 시드니 이태우 총영님과 호주 크린업 본부에서 총재와 임원 3명이 대동하였으며 라이드시 시위원(Clr. Penny Pedersen)등이 참석하여 참가자들의 헌신적인 봉사활동에 고마움의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그리고 사회자(문단열 목사)로부터 매년 함께하는 중국 커뮤니티 와 인도 커뮤니티 봉사자들에게도 고마움의 인사도   빠트리지 않았다.   더욱이 의미 있는 외부 환경단체(파라마타 강 수질개선 운동단체(Catchment Group/Jasmine Payget Coordinator)가 참여하여 자기단체의 미션(Mission)에 대해서도 설명이 있었다. 이 파라마타강을 2025년까지 목표로 하여 이 강물을 1960년대의 수질로 환원시켜 강가에서 어린이들이 마음 놓고 수영을 할 수 있도록(5곳의 수영장 개설준비단계)하여 현재 죽어가고 있는 파라마타강을 다시 살리자는 운동(Our Living River Swimming 2025)을 전개하고 있는데 오늘 이 진우회(FITA)의 활기찬 환경정화 봉사활동을 보게 되니 큰 우군을 만난 듯 반갑고 보람찬 하루라고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요즘 강변에 물개(Seal)들이 출범하는 모습이 표착되고 있다며 이는 강 수질이 많이 개선되었다는 징조이라며 희망의 미소를 보였다.진우회 역시 꿈을 가지고 향후 행사에는 더 많은 다민족들이 합세하여 이 파라마타 강속에 산적한 플라스틱 공해물들을 수거하는 작업을 관련 협조기관(호주크린업, 파라마타시의 수질개선 구릅, 해양청 및 파라마타강변에 속한 10여곳의 카운실)들과 협업하여 진우회와 그들의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진우회 관계자는 포부를 말했다. 이날 특이한 광경은 전임 호주크린업대표(Terri-Ann Johnson/Clean Up Australia-CEO)가 일찍부터 부친과 참석하여 진우회 회원들과 함께 크린업활동을 하고,  또한 이날 참석하신 이태우 총영사님은 따님을 대동하여 함께 크린업 활동을 봉사자들과 거침없이 활동하시는 모습이 타에 모범이 되었고, 부녀의 다복한 모습이 아름다웠다. 이태우 시드니 총영사 크린업 참여사진이제 모든 봉사자들이 크린업 활동을 마치고 다 함께 모여 기념촬영과 진우회의 21주년 기념식이 진행되었다.우선 호주크린업 총재의 축사와  총영사님의 축사를 이어서 라이드 시위원의 축사가 이어졌다.다음으로 경품(Donated by J-Mart, Vitamin House Australia)뽑기가 진행 되였는데 참가자 다수가 당첨되고 그 중에 3자녀와 함께 참여한 가정에 2번의 경품이 뽑혀서 푸짐한 선물과 초크 파이 2Box를 받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귀여웠다.여성분과 봉사자들의 배식으로 즐거운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즐기는 가운데 그동안 수고한 회원의 공로상 증정식이 진행되고 있었다.지난 20여년간 봉사한 회원의 공로를 치하하는 상패 수여식 순으로 우선 진우회의 창시자들 3분(김봉환, 김석환부부,소춘길부부)에게 20년 봉사 공로기념패를 수여하고, 이어서 10년 봉사자들(이경웅, 이강노, 조희선, 톰강, 이규영, 임인숙, 송부덕)의 공로패 수여식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날 특별한 공로패로 진우회의 효부상패의 수여식이 색달라 보였다.이 대상자는 이영복회원의 며느리(Chizuko Lee)로서 수년간 일본 커뮤니티의 멤버들을 이끌고 진우회 크린업행사에 함께 활동한 경력에 진우회회원(창립회원)인 시부모(이영복부부)를 수발하며 극진히 부양하는 모습에 감동되어 운영위원 전원의 찬성으로 본 효부상을 수여하게 되였다. 진우회는 청소하는 단체 뿐 아니라 회원 간의 어려움을 가족처럼 서로 도와주고(10개의 반 편성으로) 회원 중에 갑작스런 상을 당하면 전회원들이 전원 참여하여 고인회원의 마지막 생을 값지게 보내 드리는 “진우회 친환경 장례식”(Friendly Environmental Funeral/FITA)으로 거행하여 드리는 아름다운 미풍양식 규정이 있다. (지난 3월중에 갑작스레 상을 당하신 고 최광주회원/예비역 공군대령, 대통령 화랑무공훈장수혜자) 이처럼 진우회는 청소봉사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는 회원간의 상부상조와 외적으로는 이 크린업 활동을 통하여 우리와 다른 소수 이민단체(Multi-Cultural Ethnic Communities)와도 함께 환경운동을 통하여 호주 다문화 정책에 공헌하는 한민족 환경단체로 대한민국 국위 선양에 일조하는 단체로 거듭 나아가려 한다. 이태우 시드니 총영사 크린업 참여사진김석환(Austin Kim) 진우회 회원  2023년 9월 19일

21/09/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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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은 지금까지 인류가 개발한 모든 기술과 달리,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믿었던 의사결정과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컴퓨터 기술이다. AI는 재래의 컴퓨터와 다른 여러 가지 특징을 갖고 있는데, 불확실성, 학습 및 유연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재래의 컴퓨터는 정확한 입력과 출력을 요구하는데 비하여, AI는 인간지능 같이 불확실한 입력도 처리할 수 있어, 고양이 같은 이미지 판단과 바둑 같은 게임을 하고,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대화로 지시도 받는다. AI는 사람과 같이 정보에서 배우고 자기의 능력을 계속 발전시킨다. 또 AI는 유연성이 높아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여 추세나 패턴을 찾아내고 그것을 적용하여 스스로 의사결정이나 예측도 한다. 이런 AI는 나날이 놀라울 정도로 빨리 발전되고 있으며 키신저와 구글 회장이었던 슈미트 등은 AI가 경제, 사회, 정치, 지정학, 전쟁 등 모든 분야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인공지능(AI)의 한 예로 작년 년말에 출시된 챗지피티(ChatGPT)는 방대하고 복잡한 자료를 이용하여 사람이 할 수 있는 여러 언어와 지식을 이해하고 대화, 번역, 질의응답, 논문작성 등을 척척 해낸다. 이미 변호사 자격시험, 수학능력시험 등에도 인간수준을 달성했다. 바둑에서 파파고라는 AI를 이길 사람이 없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AI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힌튼 교수와 저명한 역사학자이자 철학자인 하라리 교수는 이런 AI의 급속한 발전을 인간이 따라갈 수 없고, 결국 AI가 인간지능을 능가하여 인간을 지배할 수 있게 되고, 인간이 지배하던 문화나 역사의 종말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를 하고 있다. 이렇게 몰려오는 AI의 도전을 우리 개인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런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자연과학, 의학, 약학, 사회과학, 언어 등 여러 분야에서 그동안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할 가망이 높아졌고, 생산성향상으로 경제생활수준도 향상되고, 맞춤형 제품 및 서비스 제공 등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양심, 윤리, 자아반성도 없는 AI가 의사결정도 하고 아이디어도 고안해내기 때문에 여러 면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 사생활을 침해하고, 사이버공격 및 인간음성을 복제한 피싱사기를 할 수 있고, 여러 경제교류를 교란시킬 수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하여 허위정보를 유포하고 선거결과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런AI 악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여러 선진국에서는 이미 정부의 제재나 규제를 정비하고 있고, 세계통치기구를 통한 규제도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노동시장에 줄 영향이 큰 관심사이다. 세계경제포럼이 많은 회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하여 작성한 금년 보고서에 의하면 사업체의 자동화 비율은 이미 34% 로 되어 있는데, AI를 활용하여 향후 5년내에 42%로 증가하고, 많은 직장이 없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전문지식이 필요 없는 비서직, 행정직, 사무직, 은행창구 직장들이 많이 없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불행히도 현재의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은 새 직장을 채우는데 필요한 자격을 갖추지 못하였기 때문에 재교육과 훈련을 필요로 한다.그러나 AI 시대에 새 직장도 많이 생겨 5년내로 전체 직장수는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새로운 직장이 생길 분야는 1) AI 전문분야와 정보분석 분야이다. 즉 빨리 발전하는 AI에 들어가는 기술분야와 AI의 기술에 적응하는 분야에 새 직장이 많이 발생한다. 2) 기후변화와 환경보호 관리 및 그 기술분야, 3) 사이버보안 등 회사나 정부의 정보 보호 분야이다. 4) 그 외에도 재생에너지 기술, 전자상거래 (e-commerce), 인적자원 개발을 위한 실업 및 대학교육, 농업기술분야 등에서 일자리가 많이 창출될 것으로 예측하였다.  인공지능(AI)의 혁신적인 도전에 대비하기 위하여, 다윈의 진화론이 지적하듯이, 우리는 AI에 적응하고 그 사전준비를 하는 것이다. 첫째, AI 자체에 익숙해지고, AI가 자기 관심분야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하여 수학, 통계학, 컴퓨터의 기초를 갖추는 것이다. 아울러 자기 관심분야의 원리도 깊이 이해하고 있어야 AI를 적용하고 AI의 해석과 결과를 판단하고 이해할 수 있다. 마치 덧셈의 원리를 알고 있어야 계산기가 제공하는 답의 타당성을 확인할 수 있는 것과 같다.  둘째, 인공지능(AI) 시대는 디지털을 통하여 생물학적•물리학적 혁신이 융합되고, AI 뿐 아니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고속 모바일 인터넷 등 여러 중요한 기술의 빠른 발전도 포함한다. 이런 빠른 기술발전을 수반하는 여러 직장들이 요구하는 기본요건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것을 습득하고 단련하는 것이다. 세계경제포럼에 의하면, 정보분석 능력과 창의적 사고를 최우선으로 보고 있다. 대량의 원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그에 내재하는 보편적인 정보, 추세, 변수 간의 관계를 도출하고, 그 결과를 의사결정, 미래예측, 전략계획수립, 시장조사, 기업운영평가 등 복잡한 문제해결에 적용하는 정보분석 능력은 AI 시대 모든 사업계에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데이터분석 능력은 필수적이다.  아마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요건은 새롭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해결을 고안해 내는 창의력일 것이다. 현실적으로 창의력은 기존의 기술, 정보, 소재, 아이디어를 융합하여 새로운 디자인으로 더 높은 소비자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창의력 개발 과정은 적어도 한 분야에 대한 기본적 원리의 깊은 이해와 전문지식이 필요하고, 또 여러 다른 분야를 이해하는 역량을 요구한다. 창의력에 필요한 여러 요소를 한 사람이 다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런 여러 요소를 가진 사람들 간의 협력과 융합이 필수 불가결하다. 셋째, 좋은 인성을 배양하는 것도 뺄 수 없다. 인공지능 시대는 여러 분야 사람들 간의 협력으로 여러 기술과 요소를 융합하는 시대이다. 따라서 네트워크 구축, 팀워크, 지도력, 협동이 필요하다. 이를 위하여 성실성, 도덕성, 신뢰성, 책임감을 가진 성격과 인성을 길러야 하겠다. 협력의 필요성이 높아지므로 의사소통 능력과 글쓰기 능력도 요구된다.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유연성이 있고, 스스로 동기부여를 갖는 성격도 중요하다고 세계경제포럼은 지적하고 있다. 빠른 기술 발전 때문에 향후 5년내에 지금 갖고 있는 기술의 반 정도가 없어지고, 많은 직장이 없어지기 때문에 평생교육을 받을 정신자세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넷째, 인공지능은 인간의 감정적 느낌이나 정서를 나타내지 못하며, 감정에 따른 인간관계를 구축할 수 없다. 따라서 AI는 사람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고, 읽기, 글쓰기, 말하기, 분석하고 추론하는 인간고유의 기능은 여전히 요구된다.   요약하면, 인공지능(AI)은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면서 모든 분야에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오고, 현존하는 많은 기술을 진부하게 하고, 많은 직장을 앗아간다. 이런 AI 시대에는 특정 분야의 기본원리와 전문지식을 갖고, 좋은 인성으로 보완적인 기술을 가진 사람들과 협동하고, 창의력을 기르면서 자기의 지식을 끊임없이 갱신하는 사람만이 계속해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권오율, SFU 경영대 겸임교수, 그리피스대학교 명예교수

17/08/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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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토요일 시드니 힐튼 호텔에서 한인 전용 실버타운 개발 투자 설명회가 열렸다. 주최측에서 참석자의 기고문을 보내와 지면에 싣는다.) 22일 토요일, Hilton Hotel에서 한인전용 실버타운을 위한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 설명회가 성황리에 이루어졌다. 오랜시간을 거치며 잘 기획된 프로젝트의 면면을 살펴본다. 우선, 이민자인 한인들이 노후에 자신의 평상시의 삶(ordinary life)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 조건들의 검토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는 본 프로젝트는 한인 사회의 특수성이 반영된 맞춤형 프로젝트라고나 할까, 다른 영리업체들이 기획해 온 기존의 프로젝트들과 사뭇 달랐다. 7년에 걸쳐 1,000개의 unit을 목표로 하고 있는 본 프로젝트에 각분야의 인적, 물적, 기술적 재원들이 어떻게 융합되어 기획되어 있는가가 본 프로젝트 특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울산의 현대그룹에서 설립한 울산과학대 국제교류원장 이연주 교수는 인트로 연설에서 설명한 인력교류 계획, 강재원 박사의 호주와 한인사회의 노령인구 추이 및 전망, 호주정부의 탄소중립 정책과 맞물려 본 프로젝트의 지방정부 관심도를 높일 수 있는 DC산업개발 김기태 대표의 에너지 자립도가 높은 Net Zero Building 개념, 투자의 안전성과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도주현 회계사의 세무관점에 보는 효율적 부동산 투자 방법 분석 등이 발표되었는데,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기존의 retirement village나 양로원과 차별화된 개발사업주체 YENA Property Group의 개발 컨셉이었다. 한편, 사업성을 확인한 몇몇의 투자회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프로젝트에 한인사회의 이익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하여 어려운 길로 돌아가야 하는 사업주체 회사의 고심이 엿보여 안타깝기도 했다.  오랫동안 건축분야에서 큰 사업을 일으켜 오신 사장님 부부가 은퇴 후, 최근에 방한칸짜리 정부주택으로 이사하셨다. 옹색함이 이루 말할 수 없으셨을텐데, 그것도 감지덕지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고 한다. 노후의 삶을 어떻게 미리 준비할 수 있을까?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하는 대목이다.  운정

27/07/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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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디커플링보다 디리스킹”중국 “시장 경제 규칙에 따른 공정한 경쟁”안보와 경제 구분 쉽지 않고 불확실성 높아미국 재무부 장관이 4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사진: shutterstock)미국 재무부 장관의 나흘간의 중국 방문은 두 경제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무역 제한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하는 중에 이뤄졌다. 양국이 어떻게 관계를 설정할지에 관한 구체적인 합의가 나온 것은 아니다. 대화의 목적 자체가 갈등을 완전히 봉합하는 것이기보다는 양국이 파국에 치닫지 않도록 갈등 수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회담이 끝난 후에 미국과 중국 모두 ‘실용적이고 건설적이었다’는 평가를 내놨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6일부터 나흘간의 방중 일정을 마쳤다. 옐런 장관은 리창 국무원 총리, 허리펑 부총리, 류허 전 부총리, 류쿤 재정부장, 판궁성 중국인민은행(중앙은행) 당 위원회 서기 등을 만났다. 9일 베이징 미국대사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옐런 장관은 “우리는 글로벌 경제, 우리 자신의 경제 발전과 금융시장, 각자가 후속 조치를 하기로 합의한 우려 목록에 관해 실질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옐런 장관은 중국 내 미국 기업에 대한 대우와 세계 시장에서 중국 국영 또는 직영 기업이 누리는 불공정한 우위를 문제 삼으면서, 미국이 중국에 부과한 기술 및 투자에 관한 관세와 제재에 대한 미국의 관점을 제시하려고 애썼다. 미국이 주지하고자 했던 바는 이러한 정책들이 ‘경제적 이익’이 아니라 ‘국가 안보 이익’ 차원에서 고안됐다는 것이었다. 경제와 안보의 경계선이 뚜렷해 보이지는 않지만, 어쨌든 미국은 두 가지를 분리해 접근하길 원한다. 옐런 장관은 10일 NPR 마켓플레이스 인터뷰에서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등에 대한 중국의 유사 대응 조치를 언급하면서 “국가안보가 핵심 관심 사항이기 때문에 양국 모두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안보는 양보하지 않으면서 양국 기업이 무역과 투자에 참여할 여지는 열어두기를 원한다. 옐런 장관은 중국에서 미국의 의도는 패권 다툼에 있지 않다고 설득했다. 9일 기자회견에서 그녀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나는 미・중 관계를 초강대국의 충돌 프레임으로 보지 않는다”며 “우리는 양국이 모두 번영하기에 충분할 만큼 세계는 크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모두 두 국가의 분쟁이 세계와 자국에 미칠 영향을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은 중국과의 완전한 분리를 바라지 않는다. 옐런 장관은 “미국은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재차 언급하면서 이는 “양국에 재앙이 될 것이며, 세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실행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미국은 수출 규제 등 조치의 동기는 부당한 경제적 우위의 점유가 아니라 국가 안보상 우려와 공급망 다양화라고 주장한다. 옐런 장관은 "디커플링과 공급망 다양화는 분명히 구별된다"고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은 “우리와 동맹국들의 국가 안보 이익을 수호하는 데 필요한, 표적화한 조치들을 계속할 것”이다.재닛 장관은 세계가 미, 중 두 나라가 번영할 만큼 크다고 말했다. (사진: shutterstock)그런데 미・중 경쟁의 배경에 패권 장악을 위한 양국의 기술 경쟁을 배제할 수 있을까. 호주 칼럼니스트 스티븐 바톨로메즈는 시드니 모닝 헤럴드에 쓴 글에서 이번 방중 시기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포착했다. “옐런 장관의 방문은 미국과 중국이 21세기 기술을 장악하기 위한 경쟁에서 자국 입지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는 민감한(delicate) 시점에서 이뤄졌다.” 실제로 옐런 장관의 구분법은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언급한 ‘작은 마당, 높은 울타리’ 전략과 맥이 닿는다. 상업적 용도와 군사적 용도로 모두 사용될 수 있는 핵심 기술은 보호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은 첨단 칩과 칩 제조 장비에 대한 접근을 차단했다. 중국은 칩 체조에 필요한 주요 금속인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을 제한했다.바톨로메즈는 “옐런 장관의 이번 방중은 국가 안보 이익을 증진하려는 양국의 노력이나 이러한 노력이 더 광범위한 경제 및 지정학적 야망을 감추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멈추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중 갈등의 양상, 경제와 안보의 불분명한 경계, 기술 경쟁의 함의 등을 고려하면, 이번 방중의 의의는 ‘대화 재개’에 머무는 편이 낫다. 공급망을 분리하는 미국의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은 지속적인 대화 없이는 언제든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중국 재정부는 10일 설명 자료를 발표하고, 미국 측에 공정 경쟁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명확하게 설명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요구한 것은 “시장 경제 원칙과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에 따른 건전한 경쟁”이다. 재정부는 "중국은 회담에서 건강하고 안정적인 중・미 관계가 양국 및 세계 평화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언급했다”면서 중국이 표명한 중대한 우려에 미국의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뜻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한호일보 이용규 기자  yklee@hanhodaily.com

14/07/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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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최근 중국은 시진핑 국가 주석이 군·정·관의 권력을 장악하고 사실상 일인 지배 독재국가가 되면서 경제발전을 지속할 수 있을지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독재국가의 역사적인 교훈을 통하여 중국 미래의 발전을 예측해 본다.독재는 유형이 많지만 대개 한 사람이나 충성심이 보장되는 몇 명이 밀착하여 입법, 사법, 행정을 장악하면서, 법과 제도와 언론에 구애되지 않고, 시민의 자유를 억제하고 절대권력을 행사한다. 혁명이나 전쟁을 통하여 독재국가가 형성되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에는 러시아, 튀르키예, 헝가리 같이 선거를 통하여 서서히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물리치고 독재국가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 형태 여하를 막론하고 독재국가는 구소련, 동유럽의 여러 공산국가같이 쇠퇴하고 망한다. 독재국가가 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경제적 쇠퇴나 극심한 빈부격차 때문이다. 그 좋은 예가 북한이다. 1970년도까지 남북한의 생활수준이 비슷하다가 지금은 물가차이를 감안하더라도 북한의 개인당 국민소득이 남한의 4%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경제적 쇠퇴를 통하여 멸망할 수밖에 없는 독재국가가 우리 개인에게 주는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한 나라의 경제성장은 자원(노동, 자본)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자원의 잠재력을 키우고 그 역량을 충분히 발휘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이런 경제성장을 위하여 국가의 역할이 지극히 중요하다. 1) 국가는 자원배분을 위한 경제제도를 마련한다. 제도는 경기의 규칙과 같아서, 경제제도는 경제주체(소비자, 기업가)들이 경제활동이나 경제거래를 하는 규칙이다. 제일 기초가 되는 제도는 민주주의 체제하에서 사유재산권을 인정하면서 자원배분을 시장체제에 맡기는 자본주의와 독재 체제하에서 자원배분을 정부가 결정하는 사회주의가 있다. 1990년도 구소련이 멸망하면서 자본주의가 사회주의보다 우월하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입증되었다. 국가통치자가 어느 시점에 이 두 기본제도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경제뿐 아니라 국가의 흥망도 결정된다. 이런 기본적인 제도의 틀 하에서 국가는 경제정책을 실시하고 그에 수반되는 법과 규정, 정부나 기업의 통치방식, 원활한 시장체제 등을 위한 여러 제도도 마련한다.  그 외도 경제발전을 위한 국가의 임무가 많다. 2) 국가는 자원의 잠재력을 키우고 활용하기 위한 국민교육실시, 사유재산권 보호, 자본조달을 위한 금융제도 구축, 3) 도로, 철도, 항만, 통신 같은 사회간접자본 확충, 4)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경제정보 제공, 5) 국제 무역과 자본거래를 위한 경제개방, 6) 사회복지 사업과 사회안전망 구축, 7) 투명하고 책임 있는 정책을 위한 통치자 견제 제도 설립과 언론자유 보장 등이다. 독재자는 절대 권력을 수호하기 위하여 경쟁자를 제거하므로 적을 많이 만든다. 따라서 독재자의 권력은 팽창하지만, 독재자가 느끼는 안도감은 줄어지고 더 억압적인 통제를 한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권력의 역설(power paradox)’이라 하는데, 지금 중국과 러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다. 독재자는 자기의 실정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고, 반대 여론을 말살하기 위하여 언론의 자유를 탄압한다. 더욱이 국민이 갖게 될 외부의 정보나 영향을 제거하기 위하여 국가를 국제적으로 고립시킨다. 따라서 독재자의 정책은 투명성이 없고, 자기의 치정을 선전하고 정보를 조작한다.이런 독재자는 위에 열거한 바와 같은 경제성장을 위한 정부의 임무를 수행하지 않고, 경제를 자기 권력의 팽창과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하여 사유재산권제도와 경제운영을 여러 면으로 통제한다. 경제정책은 대중의 경제적 부흥보다 몇몇 추종자들에게 경제적 특혜를 주는 경제제도를 마련한다. 이런 정책은 비효율적인 자원배분을 유도하고 부정부패를 유발한다. 사유재산권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대다수의 국민은 부를 창조하거나 창의력을 개발할 의욕을 잃는다. 신뢰할 수 있는 정보나 통계가 없고, 정부정책에 투명성이 없기 때문에 기업가는 사업을 설계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독재국가의 경제는 쇠퇴하기 마련이다.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명언을 남긴 영국 역사가 & 정치인 존 액튼경(19세기 중후반) “권력은 부패한다,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Absolute power corrupts absolutely.)”고 했던가. 권력을 견제하는 기구가 없고 정책이 불투명하고 언론의 자유가 없기 때문에 독재국가는 부패하기 마련이다. 이런 부패는 독재자나 그와 가까운 추종자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여러 하부 정부 부처에서도 만연하게 된다. 이런 부패상황은 지금 중국에도 높고, 러시아의 높은 부패 현상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잘 나타나고 있다. 부패는 비효율적인 자원배분을 하게 되고, 빈부격차를 악화시킨다. 중국과 러시아의 빈부격차는 한국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서구 국가보다 높다는 통계가 독재국가의 빈부격차를 나타낸다. 부패와 빈부격차는 국민들 간의 갈등을 높이고, 준법정신과 사회적 신뢰를 낮춘다. 이런 나라에 투자하기를 꺼리고, 경제주체 간의 협력이 낮아지고 그들의 경제거래 비용은 커져 경제성장을 저하한다. 이렇게 경제가 쇠퇴하는 독재자는 대중의 지지를 계속 확보할 수 없고, 독재국가는 그 속성상 권력의 승계를 둘러싼 권력투쟁을 피할 수 없다. 이렇게 대중의 지지를 잃고, 권력투쟁을 거치면서 독재국가의 말로가 이어진다. 한국이 박정희 독재체제를 가지면서도 경제를 발전시킨 것은 역사적으로 예외인 것으로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사유재산권을 인정하고 시장경제체제와 자유민주주의 제도를 택한 것이다. 둘째, 박정희 대통령은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지만, 경제성장을 통하여 정권을 정당화하고, 북한과 경쟁하기 위하여 경제성장에 필요한 여러 정부 역할을 수행하였다. 또 박정희 대통령 자신은 부패하지 않았고, 탄압은 있어도 야당과 언론이 비교적 역할을 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부패가 심하지 않았다. 전형적인 독재체제와 그 경제적 쇠퇴라는 이론과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보면 시진핑 독재체제 하에서 중국경제의 앞날은 밝지 않다. 게다가 최근의 인구 고령화와 서방과의 탈동조화(decoupling)는 경제 성장둔화를 가속할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하에서 자유와 경제적 번영을 누리고 사는 우리 개인은 그 체제를 수호하기 위하여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다. 경제적 번영의 근간이 되는 민주주의 체제가 멸망하는 것은 그 밑받침이 되는 제도가 무너지면서 일어난다. 법과 규범뿐 아니라 사유재산권 보장, 언론의 자유, 투명한 정보 등을 포함하는 제도는 선거를 통한 정치적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고 보존된다. 최근에 일부 위정자들이 사실을 왜곡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근거 없는 주장을 선전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사회에 유포되는 허위 정보에 현혹되지 말고, 이성적으로 정치를 판단하고, 민주시민으로서 선거에 임하여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를 위한 적절한 투표권 행사가 요구된다. 권오율(그리피스대학 석좌교수 & SFU 경영대 겸임교수) 

18/05/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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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과 일본의 문학을 비교하며 (상) 이승하(시인, 중앙대 교수) 한국 현대문학은 태생이 아주 불행하였다. 고전문학에서 근대문학으로, 근대문학에서 현대문학으로 이행이 되는 과정에 일본의 식민지 지배 시대가 관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외교권이 빼앗긴 것은 1905년이었고 조선총독부에 의한 식민지 지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10년부터였지만 이미 갑신정변(1884)과 갑오경장(1894)과 을미사변(1895) 때부터 일본의 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즉, 60년 동안 우리는 일본의 지배를 받았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이 무렵 일본으로부터 문학을 배웠다. 서구의 문학도 일본을 통해 받아들였기에 임화는 ‘이식문화론’를 주장하였다. 신문학사의 연구에 있어 문학적 환경의 고구란 것은 신문학의 생성과 발전에 있어 부단히 영향을 받아온 외국문학의 연구다. 신문학이 서구적인 문학 장르(구체적으로는 자유시와 현대소설)를 채용하면서부터 형성되고, 문학사의 모든 시대가 외국문학의 자극과 영향과 모방으로 일관되었다 하여 과언이 아닐 만큼 신문학사란 이식문화의 역사다. (…) 신문학은 서구문학의 이식과 모방 가운데서 자라났다.얼마나 끔찍한 말인가. 임화의 주장을 반대하자면 우리 문학이 조선조 후기에서 대한제국의 근대이행기를 거쳐 현대로 접어드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발전해야 한다. 자유시 이전에 신체시가 있었고, 그 전에 가사와 창가가 있었기에 발전의 단계가 어느 정도는 있었다고 봐도 된다. 하지만 한시와 시조도 계속 창작되고 있었기 때문에 발전이라고 하기가 어렵다. 박지원의 한문소설이 과연 발전하여 『춘향전』과 『별주부전』 같은 판소리계 소설로 갔을까? 판소리계 소설에서 허균의 『홍길동전』, 김만중의 『구운몽』을 거쳐 신소설로 이어지는 계보를 확실히 그릴 수 있을까? 우리 소설문학이 일본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발전했다고 말하기 참으로 어려운 것이 한국 근대문학 연구자들의 딜레마이다. 최남선은 1904년 대한제국 황실 유학생으로 선발되어 일본 도쿄부립제일중학교에 입학했다가 중퇴하였다. 1906년 와세다대학 고등사범부 역사지리과에 입학했다. 1907년 6월 와세다대학 정치학과가 주관한 모의국회가 조선의 국왕이 일본에 알현하러 오는 가상의 상황을 토의 안건으로 삼자 이에 반발하는 한국인 유학생의 대표를 맡았고, 이로 인해 학교에서 퇴학당했다.이광수는 일진회의 후원으로 1905년 일본으로 유학, 다이세이(大成) 중학교를 거쳐 메이지 학원으로 편입했다. 1910년 경술국치 직후에 일제의 회유로 메이지 학원을 졸업하고 일시 귀국하여 잠시 교편을 잡다가 다시 일본으로 돌아갔다. 1915년 와세다대학 철학과에 입학했으나 1919년 도쿄 유학생들의 2ㆍ8독립선언 당시 독립선언서를 작성하는 데 참여했다는 이유로 학업을 그만두어야 했다. 두 사람 다 초기에는 이와 같이 민족주의적인 색채가 분명했지만 1920년대 후반부터 변절하여 친일문인의 대표자가 된다. 교토에 있는 도시샤대학의 종교철학과를 오상순이 1917년에, 영문학과를 정지용이 1929년에 졸업하는데 투옥되지 않았더라면 윤동주도 영어로 논문을 써 동 대학 영문학과 졸업장을 받았을 것이다. 시인 김억, 김소월, 김동환, 김영랑, 김기림, 백석, 임화, 이상화, 유치환, 이장희, 이용악, 오장환, 구상, 김종삼, 김수영, 김춘수 등이 일본 유학파다. 그 당시엔 일본 유학파가 아닌 문인이 드물었다. 그만큼 우리 문학은 일본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소설가 김동인, 전영택, 염상섭, 홍명희, 현진건, 주요섭, 계용묵, 박영희, 이기영, 조명희, 이태준, 김사량, 황순원 등이 일본 유학파다. 나도향은 일본에 가긴 했지만 학비가 집으로부터 안 와서 포기하고 귀국했다.이제 동아(東亞)의 천지는 미증유의 대전환기에 들어 있다. 태양과 같은 일시동인(一視同仁)의 황국 정신의 동아 대륙에서 긴 밤을 몰아내는 찬란한 아침에 있다. (중략) 모름지기 필봉을 무기 삼아 시국에 동원하는 열의가 없어선 안 될 것이다. 우리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일제하 대표적인 문학지 『文章』의 창간호 권두언마저도 이렇게 수치스러운 일제 찬양이었다. 책을 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했던 아부였던 것이리라.  중앙대 일어학과를 정년퇴임한 손순옥 교수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다. 이광수의 초기 소설을 읽다가 일본 소설을 표절한 곳이 여러 곳 보여서 연구논문을 써 발표하려다가 이미 친일문인으로 낙인이 찍혀 있는데 표절까지 들춰내면 우리 문학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일이라서 포기하고 말았다고 한다. 사석에서 들은 이야기라 입증할 도리가 없지만 그 당시 일본 유학생들이 일본의 시와 소설을 안 읽었을 리 없다. 표절까지는 아닐지라도 자기가 쓴 작품 속에 일본인의 작품이 형식에서건 내용에서건 음으로 양으로 스며들었을 것이다. 일일이 세부적인 영향 관계를 따지고 밝히면 이 땅의 문학 연구자는 더욱더 고개를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일본의 녹음서방(綠蔭書房) 출판사에서 2001년에 『근대조선문학 일본어 작품집 1939〜1945』 전 6권을 제1기 제1회 배본분으로 출간하였다. 그 뒤로도 계속 나왔는지는 모르겠다. 일본이 자랑스럽게 낸 그 책을 교토대학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내심 피눈물을 흘렸다. 우리나라의 도서출판 해토에서는 2005년에 『은빛 송어』라는 작품집을 출간했는데 이효석이 일본어로 쓴 작품의 한글 번역본이다. 소설 5편과 수필 9편이 실려 있는데 가장 큰 주제는 ‘내선일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나온 모든 이효석론의 수정을 요구하는 책이다. 우리가 식민지의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일제강점기 때의 영향 관계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치자. 2023년인 지금 한국문학과 일본문학의 위상은 어떻게 다른가.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광복 80주년이 될 텐데, 그때까지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고 일본에서 또 한 명이 나온다면? 일본은 1968편에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1994년에 오에 겐자부로가 이 상을 받았다. 2017년 수상자 가즈오 이시구로는 영국 국적이지만 이민 2세대로 혈통은 완전히 일본인이라 일본은 세계화에 성공한 자국의 수상자로 간주한다. 10여 년 전부터 무라카미 하루키가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으므로 생시에 탈 확률이 아주 높다. 서방세계의 문인 9명이 탈 때 아시아와 중남미, 아프리카 문인을 다 합쳐서 1명이 타기 때문에 세계인을 대상으로 한 문학상이 아니지만 일본인이 또 탄다면 우리 문학의 자존심이 또다시 땅에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왜? 우리 문학인 중 노벨문학상에 근접한 이가 고은 시인과 신경숙 소설가였기 때문이다. 재작년에 한국문학번역원의 자료를 입수해 살펴보았더니 이 두 문인만 번역시집, 소설집이 번역원 사업으로 20권 이상씩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있었다. 개인 시조집은 단 1권도 없었고, 작고 시인은 14명, 생존 시인은 44명의 시집이 번역원에 의해 번역되어 있었다. 44명 중 유독 고은 시인의 시집만 20권 이상 번역된 것이 신기했는데 그 이유가 짐작이 갔다.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기 때문에 번역원에서는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가령 고은 시인의 『만인보』 선집이 스웨덴어로 번역된다고 하자. 스웨덴어를 전공한 한국인 번역자에게 일임할 수 없는 일이다. 스웨덴어로 고은의 시가 제대로 번역되었는지 감수할 스웨덴인이 필요할 것이다. 출판사 섭외는? 책 디자인은? 작품 해설은? 몇 개 나라로 발송을? 홍보는 몇 개 국어로? 권당 천만 원 이상이 들 일이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이 일이 행해졌을 터인데 두 사람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이제 어려운 일이 되고 말았다. 우리는 일본이 타지 못한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과 각본상을 탔다. 자랑스러운 일이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몇 억이 봤다고 한다. 빌보드 싱글 혹은 앨범 차트 1위를 방탄소년단, 슈퍼엠, 스트레이 키즈, 블랙 핑크,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다섯 팀이 해냈다. 일본은 사카모토 큐가 유일하기에 이것도 우리가 자랑할 만하다. 그런데 문학 쪽을 살펴보면 가슴이 아플 뿐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상실의 시대』(원제는 ‘노르웨이의 숲’)는 우리나라에서만 200만 권이 넘게, 『해변의 카프카』는 100만 권이 넘게 팔렸다. 그의 『양을 쫓는 모험』 『1Q84』 『기사단장 죽이기』 같은 소설도 100만 권에 육박하는 판매 부수를 보였다. 소설가 한강이 멘부크상을 받자 한국의 언론은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를 받았다고 대서특필했지만 공쿠르상은 프랑스 내의 문학상이고 맨부크상은 대영제국 내의 문학상이다. ‘세계 3대 문학상’은 매스컴이 지어낸 말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받은 프란츠 카프카 상, 예루살렘 상, 카탈로니아 국제상 수상자의 면면을 살펴보면 깜짝 놀랄 것이다. 이런 상을 이미 받은 하루키가 노벨문학상을 받는다면 좀 씁쓸한 일이겠지만 기적이 아니다. 우리나라 소설가 중 50개 이상의 나라에 번역되어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루키의 소설은 45개 국가로 번역되었는데 최근에 50개국을 넘어섰다. 소설가 송영 선생이 모스크바에 다녀온 뒤에 이런 말을 했다. 90년대 초였다. “모스크바에서 제일 큰 서점에 갔습니다. 한국 시인의 시집이나 소설가의 소설책이 러시아어로 번역된 게 있으면 사려고 물어봤더니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 서점에 쌓아놓고 파는 소설이 있어서 펼쳐보니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었습니다. 정말 눈앞이 캄캄했습니다.”하루에도 몇 십권씩 팔리는 일본 작가의 소설. 소설가이기에 더욱더 참담함을 느꼈을 것이다. ---------------------------* 뉴스페이퍼(http://www.news-paper.co.kr) 게재된 이 글은 필자 이승하 교수(시인, 중앙대)의 허락을 받고 연재합니다. - 편집자 주(註)  〈필자 소개: 이승하 교수〉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시집 『사랑의 탐구』, 『우리들의 유토피아』, 『생명에서 물건으로』, 『뼈아픈 별을 찾아서』, 『공포와 전율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생애를 낭송하다』 『예수ㆍ폭력』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꿈꾸듯 미치도록 뜨겁게』,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등을, 문학평론집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 시조문학의 미래를 위하여』, 『욕망의 이데아』, 『경남 문인 4인을 새롭게 보다』 등을 펴냄.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02/03/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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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선각자가 인간의 궁극적인 목표가 행복이라고 주장했고, 이런 행복을 경제학적으로 추구해보려는 ‘행복경제학’이 1970년도에 시작되었다. 행복경제학은 계속 발전하여 2011년에 유엔(UN)은 행복이 사람들의 궁극적 목표라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세계 모든 사람의 행복 증진을 위한 첫 과제로 각국의 행복 수준을 측정하고 세계 공통의 행복 요인을 찾아내어 매년 ‘세계 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에 발표하고 있다. 한국인 10명 중 7명이 내 삶은 불행하다고 생각한다는 설문조사를 보도한 서울신문 기사(2019년 7월31일자) 2022 세계행복보고서 한국 59위 2022년 세계 행복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인의 평균 행복 수준은 세계 150개국 중 59위로 후진국 수준이다. 세계 행복 보고서는 각국의 행복 수준을 결정하는 제일 중요한 요인이 개인 국민소득이라고 주장하였다. 한국은 1960년도 외국 원조 수혜자로 시작하여 오랫동안 후진국 또는 중진국으로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한국이 아직도 후진국인 것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 선•후진국으로 분류하는 기준도 많고 분류하는 세계기관들도 많다. 개인소득에 중점을 두고 여러 세계기구들이 십여 년 전에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하였다. 그러다가 2021년에,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경제력 뿐만 아니라, 국제관계, 문화, 시민의식 등을 종합해서 한국을 31개밖에 안 되는 선진국으로 분류하였다. 한국은 UNCTAD가 1964년 이후 처음으로 선진국으로 분류한 나라이며, 또 외국 원조 수혜국으로부터 공여국으로 전환된 유일한 나라이다.구매력평가 개인국민소득 호주 17위($49,000) 한국 26위($43,000) 각국의 물가와 생활비용이 다르기 때문에 개인 국민소득 자체로 각 나라의 생활수준을 비교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세계 행복보고서는 각국의 물가와 생활비용을 감안해서 산정하는 ‘구매력평가 개인 국민소득’을 행복요인으로 채택한다. 2022년 세계 행복보고서는 한국의 구매력평가 개인 국민소득이 43,000불로 세계 26위인 것으로 보고하였다. 호주는 49,000불로 세계 17위였고, 일본은 41,000불로 28위였다. 이렇게 명실공히 한국은 선진국이며 생활수준도 선진국 수준이다. 옛날부터 소득은 오복 중의 하나로 믿고 있는 한국인의 소득은 충분히 선진국 수준인데 왜 행복 수준은 세계에서 59위로 후진국 수준밖에 되지 못할까?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 생활수준에 걸맞게 행복하게 살까?1970년도 초에 경제학자 이스털린은 소득이 증가하면 일시적으로 행복 수준이 올라가지만 높은 수준을 계속 유지할 수 없다는 증거를 발견하고 이를   ‘소득과 행복의 역설’이라 명명했다. 이 같은 역설은 우리의 소득이 오른다 해도 남의 소득과 비교하여 상대적 소득이 오르지 않으면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고, 또 높은 새 소득에 곧 적응해버리고, 오른 소득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소득을 바라는 욕망 때문이다.소득과 행복의 역설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의 교육제도와 교육문화가 한국인의 행복지수를 낮게 하는 큰 원인 중의 하나인 것 같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15살 된 학생을 대상으로 독해, 수학, 과학 등 세 과목의 학업성취도를 매년 평가하여 국제학업성취평가(PISA)에 보고한다. 이 학업평가에서 한국 학생은 세 과목 다 상위 4-5위권에 속하는 우수한 성과를 나타낸다. 그러나 학생들의 가정형편에 따라 그 학업성취도의 차이가 크고 또 학교에서 성적순위를 알리기 때문에 남과 비교하고 경쟁하면서 많은 정신적 압력을 받는다.이런 경쟁 과정에서 대개 학교와 학원을 하루 종일 오가는 한국 학생들의 57%만이 삶에 만족하다고 하여OECD 국가중 제일 낮은 편이다. 반대로 항시 불행하다고 느끼는 한국 학생의 비중은 OECD 국가 중에서도 제일 높은 측에 속하는 11%인데, OECD 평균은 6%였다. 이렇게 신체적으로 정서적으로 발달하는 중요한 시기에 불행한 청소년의 성격이 성인이 될 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행복은 전염되기 때문에 자녀가 불행하면 부모나 접촉하는 다른 사람들도 불행해질 가능성이 크다.어릴 때부터 남과 비교하고 경쟁하는 문화에서 자라나는 한국 사람들은 소득이나 직장에서도 남보다 잘하려는 욕구가 높고 경쟁의식이 강한 것 같다. 이렇게 매사를 비교하고 경쟁하는 문화가 소득이 올라도 행복 수준이 증가하지 않은 원인 중의 하나가 되는 것 같다. 또 이런 경쟁하는 문화라서 최근 한국노동자의 근로 시간은 연평균 1,915시간으로 OECD에서 다섯 번째로 높다. 호주와 일본은 각각 1,694시간과 1,607시간이다. 이렇게 훨씬 더 많은 시간 일을 하여 소득은 증가했어도 가정생활을 희생하게 되고, 여가와 취미활동을 못 하면서 결국 지치게 된다. 이런 생활은 우울증과 불안감을 높여 정신질환 발병률이 2021년에 34%의 높은 수준이었는데, 호주는 25%에 불과했다. 한국의 높은 정신질환은 불행으로 이어가고, 선진국 중에서도 월등히 제일 높은 자살률을 갖게 하는 것 같다. 높은 소득불균형, 양극화 심화한국에서는 소득은 빨리 증가했어도 소득분배의 불균형이 다른 나라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높다. 소득불균형을 측정하는 여러 지표가 있지만, 하나같이 한국의 소득 불균형이 OECD 국가 중 상위층에 속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의 소득불균형은 구조적으로 개선하기 어려울 것 같다. 소득에 따라 자녀 교육이 불균형하여 세대 간 빈곤을 대물림한다. 또 임금이 재벌, 은행, 공기업과 중소기업 간 뿐 아니라 정규직과 임시직 간에도 차이가 크고, 이런 임금 불균등이 소득의 양극화로 연결된다. 이런 소득 불평등은 사회적 계층화, 불공정, 갈등 등을 야기하여 사회 전반적 신뢰를 떨어뜨린다. 사회적 신뢰가 낮으면 국민의 행복 수준이 낮아진다는 실증분석을 세계 행복보고서에도 제시하고 있다.주택소유 부유층 편중상위 10% 가구당 3.5채 소유한국에서 자기 집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가구가 44%나 되어 경제문제에서 국민의 큰 관심사이자 불만의 요소가 집 문제인 것 같다. 게다가 집을 투자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높아 집값이 오르든 내리든 이견이 분분하고, 집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간의 사회적 갈등을 높이고 국민을 불행으로 이끄는 것 같다.자기 집 마련이 어려운 문제는 집값이 높은데 있지 않고 관련 제도와 정책적인 점에 있는 것 같다. 한국의 집값과 소득의 비율은 105%로 OECD에서 낮은 수준이고, 집값과 임대하는 집세의 비율도 한국이 113%로 OECD에서 세 번째로 낮다. 한국에서 집을 살 때 담보대출의 의존도가 20%로 OECD 평균이나 캐나다보다 훨씬 낮다. 이것은 은행의 담보대출 요구사항이 까다롭고, 집을 담보로 대출하는 비율이 낮기 때문이다. 집 소유가 부유층에 집중되어 있다. 집을 두 채 가진 가정은 약 30%가 넘는데 이는 OECD에서 세 번째로 높다. 특히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새집이 약 5백만 채가 증가하였는데, 그중 반은 기존의 주택소유자가 샀고, 이런 가정의 84%은 소득상위 10%에 속했다. 즉 소득 상위 10%가 새집의 42%를 사서, 가구당 3.5채를 소유하게 되었다. 더구나 소득 상위 1% 가정은 가구당 7.0 채의 집을 갖고 있다. 이렇게 집 소유가 부유층에 편중되는 이유는 집을 투자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과거 약 15년간 집값은 주식가격과 비슷하게 올랐고, 소비자물가보다 약 두 배가 올랐다. 이렇게 집 소유가 부유층에 편중되는 이유에 한국의 독특한 전세제가 한 몫을 한다. 전셋집 주인은 전세금이나 그것을 담보로 융자를 받아 집을 살 수 있다. 부동산과 관련된 세금으로 재산세, 양도세, 상속세와 증여세가 있는데 전 세수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낮은 수준이고, 그중에 재산세가 낮아 세수의 2-3%밖에 되지 않고, 양도세 비중이 크다. 이런 부동산 세금제도는 부유층이 부동산을 재산증식 수단으로 오래 갖고 있게 하고 시중의 공급을 줄여 집값을 높게 유지한다. 한국 사람은 무엇을 해야 선진국에 걸맞게 행복하게 살까? 무엇보다 정부가 소득양극화를 줄이고 주택문제를 개선해야 하겠다. 학교에서 주입식 교육을 지양하고 인격과 인간성 개발을 포함한 전인교육을 실시하고 학생 스스로 잠재력을 발전시키고 창의력을 높이는 교육에 중심을 두어야 한다.선진국에 사는 교민사회에 시사하는 점도 많다. 기성세대는 자녀들이 살아갈 사회가 고국과 판이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백인사회에서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세심한 계획과 성실한 실천이 필요할 것 같다. 자녀의 학교 공부에만 연연하지 말고 이 사회에서 조화롭게 살 수 있게 좋은 인성을 포함한 전인교육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자녀교육방법도 한국과 달라 부모가 매사에서 모범이 되면서 이끌어 주어야 한다. 행복의 중요한 요소인 좋은 인간관계를 백인사회에서 폭넓게 기르기 위하여 가정에서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기성세대는 스스로 인간의 궁극적 목적인 행복한 삶을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깊은 성찰과 그에 따른 실행이 필요하다고 본다.권오율 그리피스대학교 명예교수,  SFU 경영대 겸임교수

23/02/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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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기억하는 공간의 흔적.. ‘건축조형 설치 미술’로 형상화[Do Ho Suh 서도호 전시회]MCA Australia(Museum of Contemporary Arts, Australia: 호주현대미술관) 서큘라키- 전시일: 2022년 11월 4일 – 2023년 2월 26일(월-목 & 토,일: 오전 10시 - 오후 5시, 금요일 오전 10시 – 오후 9시. 월요일 휴관)- 큐레이터: 레이첼 켄트(Rachel Kent), 미간 롭슨(Megan Robson) - 티켓: 성인 $22, 패밀리 $50많은 이민자들에게 떠나온 고향 집을 그리워하는 것은 머리가 아닌 몸이다. 부엌에서 나는 구수한 된장국 냄새 (후각), 비오는 날 장독대 위에 떨어져 구르는 빗방울 소리 (청각), 아침에 창호지에 가득 찬 햇빛의 향연 (시각), 엉덩이를 덥혀주고 얼은 손을 녹여주는 겨울철 따뜻한 온돌방 (촉각), 온 식구들이 모여 앉아 먹는 한솥밥 (미각) 그리고 방안에서 나누는 은밀한 운우의 정 (성감각) 등등.. 이렇듯 공간에 대한 기억은 머리가 아닌 육체 감각의 몫이다. 몸이 기억하는 가장 친숙한 공간은 집이며 자신의 몸을 기억하는 가장 친숙한 상대방은 배우자이다. 부부와 자식들이 가족 구성원이 되어 한지붕 밑에서 자란 지극히 개인적인 사적 공간인 집에 대한 기억이 작품의 주요 모티브가 된 현대 미술전이 시드니에서 펼쳐지고 있다.작가가 서울에서 살았던 전통 한옥 집 외부 공간의 흔적에 한지를 덧대어 ‘문질러’(rubbing) 실물과 똑 같은 한지 한옥 공간을 창조하거나, 뉴욕이나 런던에서 거주하던 건물 안과 밖의 공간을 바느질이란 꼼꼼한 수작업을 통해 반투명 천으로 재생해 대형 건축조형을 재현하는 연작물로 세계적인 현대 미술가 반열에 올라선 서도호(徐道濩, 60)의 대표작들을 시드니에서 만났다. 몸으로 더듬어 낼 수 있는 공간에 대한 기억과 향수, 그리고 그 집이란 친밀한 공간에서 있었던 행복한 가족의 삶의 편린들이 만져질 듯이 설치 미술로 재구성되어 일반 대중이 함께 즐기는 공공 예술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음이 서도호의 현대 미술 작품 세계에서 확인된다.시드니 도심 서큘라 키에 소재한 호주국립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 Australia)에서 작년 11월4일부터 시작해 올 2월 26일까지 열리는 서도호 현대 미술전시회에서 유일하게 무료 입장이 이루어진 지난 주 1월20일(금) 전시장에는 오전 10부터 저녁 9시까지 예상을 훨씬 뛰어 넘은 많은 인파가 모여 하나의 설치 작품을 보기 위해 무려 20-30분 가량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관람객 가운데 호주 젊은층이 눈에 띠게 많아 서도호의 현대 미술이 폭 넓은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후 군복무를 마치고 미국 유학을 통해 디자인과 회화와 조소를 공부한 후 뉴욕, 런던과 베를린을 중심으로 주로 해외에서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서도호 현대 미술에서 하나의 중요한 뿌리는 그가 태어나 자란 서울 성북동 한옥 집이란 공간과 그 공간에서 있었던 가족에 대한 기억과 향수이다. 그리고 30년 가까운 세월에 미국과 영국 체류에서 경험한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와 공유되는 공감대, 장기간 해외 체류를 통해 깨닫게 되는 작가 스스로의 예술적 정체성에 대한 고찰 등 지극히 개인적인 체험적 감성과 성찰이 작품 곳곳에 스며있다.  그리한 개인적인 사적 체험 공간에 대한 기억을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기상천외한 설치 미술 기법을 동원해 대중과 친숙한 공공 예술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작가의 예술적 지형은 동양화와 서양화의 회화 기법, 한국 수묵화의 추상성, 가구나 생활도구 디자인의 치밀성, 조각품과 건축 조형까지 광대한 범위에 걸쳐 확대되고 있다.이번 시드니 전시의 주제는 서도호의 작품 세계를 일관되게 관통하고 있는 ‘공간과 관계(Space and Relation) 그리고 정체성(Identity)’이란 개념이다. 작가는 이런 추상적 개념을 개인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3차원 공간 예술인 설치 미술의 양식으로 표현하고 관람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끄집어 내는 내재적 설치 미술 방법을 통해 관객과의 소통과 공감을 이루어낸다. 서도호 설치 미술의 특징 중 하나가 작품의 구성 양식의 내재적 요소로 관람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여 자연스럽게 작가와 작품에 대한 ‘예술적 소통과 대화’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이른바 예술 창작자와 감상자와의 소통과 공감이 함께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서도호 현대 미술의 뛰어난 장점이다. 관람객들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서도호 현대 미술에 대한 접근과 이해가 불가능하다. 또한 그의 예술세계는 난해하지 않기에 현대 미술에 문외한 일반인들이 인종과 문화적 배경을 넘어 쉽게 다가가 즐길 수 있는 구체성과 친숙함이 작품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전시관 2층(Level 1 North)에서 설치된 작품은 서도호 현대 미술의 뿌리를 확인해주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영문 제목은 ‘Rubbing/Loving Project: Seoul Home, 2013-2022)’ 굳이 한글 제목을 달자면 ‘문지르기/사랑하기: 서울 집’이 된다. 그가 태어나서 자란 서울 성북구 한옥 한 채를 작가는 탁본 같은 재래적 수동적 방식으로 한지에 물을 적신 후 덧붙여 흑연으로 문질러 벽면, 기둥, 서까래, 기와 흔적을 베껴내어 물기가 마른 한지에 남은 흔적들을 모아서 실물과 똑 같은 크기 한옥 공간을 재구성해 한지로 외피를 입혔다. 창작 기간은 2013년부터 시작되어 2022년 완성되어 발표하기까지 무려 9년을 걸린 수공예적인 방식이다. 탁본에서 시작되어 한지 공예 기법이 활용된 서도호 만의 독특한 현대 미술 걸작이다.설치 전시실 한쪽 구석에 작업 상황을 보여주는 동영상이 상영되어 작품의 이해를 돕는다. 그가 한옥 곳곳을 일일이 꼼꼼하게 붓이나 흑연으로 덧칠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한옥의 기단에서부터 하방 부분, 전통 문양이 양각된 벽돌 벽, 나무 기둥, 문설주, 장여, 주심도리, 중도리, 단면, 대들보, 종보, 종도리받침장여, 종도리, 마루적심, 부고, 착고, 수백장의 기와, 그리고 마지막 한옥 지붕의 제일 높은 부분인 용마루까지… 서도호가 자신이 살던 한옥의 외부를 습탁식으로 일일이 세세히 흑연으로 아름다운 수묵의 세계를 창조하는 9년간의 과정은 깨달음의 경지를 위해 수년간 무릎 끓고 피와 땀을 흘리며 작업하는 수도승의 모습이었다. 작가는 전시용 동영상 인터뷰에서 “한국 사람들이 영어로 ‘rubbing’이라 발음하면 ‘loving’으로 들린다”며 웃으며 말한다. 작품 제목이 뜻하는 것처럼 한옥 외피에 남아 있는 흔적을 탁본식 문지름을 통해 한지 위에 세월의 흔적을 각인시키는 과정에서 그 공간에서 있었던 가족간의 행복했던 기억들을 소환시킨다. 사랑하기(loving)란 추상적인 개념이 문지름(rubbing)이란 구체적인 행위를 통해 표출된 것이다. 인간의 사랑은 보편적으로 얼싸안고 보듬는 행위로 표출된다. 또한 남녀 간의 사랑은 은밀한 속살을 비비고 문지르기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작품의 제목이 ‘Rubbing/Loving Project’이다. “세계적 설치미술가 서도호 개인전 호주에선 흔치 않은 관람 기회” 부친 서세옥 교수, 한국 추상 수묵화 거장작가가 유년기부터 청년기까지의 성장 공간으로 거주했던 북촌 마을로도 알려진 양반촌은 크고 작은 한옥이 많이 보존되어 있는 서울 사대문 안 지역으로 경복궁과 비원 창경궁과 가깝다. 작가의 고향집인 성북동 한옥을 소재로 형상화한 설치미술 작업이 주는 또 하나의 미학적 선물은 탁본 한지에 묻어난 흔적들이 동양 수묵화의 무채담묵(無彩淡墨)과 여백공간의 조화가 이루어진 독립적인 개별 작품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른바 하나의 커다란 작품 안에 수 많은 독립적인 작품들이 내재된(work within work) 셈이다. 작품의 일부 부분이 독립적인 작품이 되고 작품 전체는 일정 거리에서 조망하면 더 큰 걸작으로 다가오는 강렬한 끌림이 있는 설치 미술로 어느 한 부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서도호가 보여준 흑탄 선묘(線描) 기법은 그의 부친 고 서세옥(徐世鈺, 1929-2020) 교수의 영향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부친 서세옥 화백은 한국 수묵화풍에서 서정적인 추상계통의 동양화로 무채담묵과 여백공간 활용이 돋보이는 독자적인 조형세계를 추구한 한국화의 거장이었다. 서도호 작가가 서울대 미대 학부와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할 당시, 부친 서세옥 화백은 한국화 추상 수묵화의 지평을 개척한 대가로 같은 대학 동양화 지도 교수를 역임하고 있었다. 서도호 작가의 연작 작품의 소재가 된 한옥은 부친 서세욱 화백이 창덕궁 연화당의 사랑채를 본떠 지었다고 전해지며, 궁중 전통 가옥을 본 땄기에 규모는 적어도 미학 가치와 예술적 품위를 느낄 수 있는 한옥이다.부친 서세옥의 그림자는 서도호의 설치 미술 걸작으로 뽑히는 ‘Who Am We(Multicoloured) 2000 and Floor 1997-2000’에서도 일부 확인된다. 관람객이 직접 걸을 수 있도록 고안된 유리 마루 설치 작업에서 서도호는 불과 몇 센티로 축소된 수많은 인형 군중들이 손에 손을 잡으며 유리 마루 천장을 떠받치고 있는 형상을 표출했다. 사람들이 손에 손잡고 힘을 합치는 형상은 서세옥의 추상 수묵화인 ‘춤추는 사람들’에서도 볼 수 있다. 작가가 추상 수묵화를 개척한 부친을 떠난 것은 한편 한국 수묵화의 세계 밖으로 탈출을 의미하지만, 그는 결국 고향에 돌아와 아버지 품에 안기 듯, 설치 미술 작품을 통해 작고한 아버지와의 예술적 화해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전시에 포함된 채색 실타래의 인간 추상 묘사 역시 부친의 추상 수묵화 ‘인간’ 연재 작품의 흔적이 보인다. 부친 서세옥 화백은 거친 선과 점을 강조한 수묵 기법을 표출한 반면, 서도호는 채색 입체 실타래를 매개로 찬연한 추상 작품으로 펼치고 있다.4층 대형 전시공간은 모두 서도호 작품 전시에 할애됐다. ‘Rubbing/Loving Project: Company Housing of Gwangju Theater 2012’,  ‘Staircase III 2010’, ‘Hub Series 2015-2018’ 그리고 ‘Who Am We” (Multicoloured) 2000, Floor 197-2000’이란 제목의 대형 건축 조형 작품들이 설치되어 있으며, 초기 작품인 ‘Metal Jacket 1999-2001’ 그리고 채색 실타래 설치물과 드로잉을 포함해 총 30 여점의 작품들이 있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작가가 한국에서 입었던 유니폼들이 일렬로 정렬되어 있다. 초등학교 교복에서 중고등학교 교복, 교련복, 대학교 정복, 학도호국단복, 육군군복, 예비군 군복 그리고 마지막으로 민방위복까지… 이 유니폼의 정렬은 표면적으로는 작가의 연대기적 성장과정을 나타내지만, 또 다른 한편으론 작가가 태어나 교육받고 살았던 한국의 사회상이 유니폼의 억압구조로 노출된다. 작가는 전시용 동영상에서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유학 갔을 때, 자유를 느꼈다”고 담담히 밝힌다.동생 서을호, 서울에서 건축가로 활동62년 생인 서도호 작가는 미국 명문 예술대학인 로드 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Rhode Island School of Design)을 거쳐 예일 대학(Yale University)에서 조소와 회화를 공부했다. 동서양의 회화, 조소, 디자인 등 예술 기법을 폭넓고 깊게 체득한 후, 작가가 진출한 영역이 현대 미술이란 설치 예술 분야다. 2000년 뉴욕 리만 모핀(Lehmann Maupin)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 그리고 2001년 세계 최고 권위의 베니스 비엔날레 본 전시 및 한국관 작가로 초대되어 그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2010년 서도호는 서울에서 건축가로 활동 중인 동생 서을호와 함께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에 한국관 대표 작가로 참여한 이후, 그의 설치 미술 작업은 건축조형 예술로 초점이 이동되고 있는 듯 보인다. 이들 형제의 중등학교 시절 사진 두 장이 전시관 초입에 나란히 걸어 놓아, 이 형제들이 예술적 동반자임을 확인시킨다.이번 서도호 설치 미술 전시에서 가장 뜨거운 대중적인 관심과 참여를 이루어 낸 작품들은 반투명 나일론 천으로 이루어 놓은 건축조형 설치물들이다. 영국의 대표적인 현대 미술관 Tate의 소장품이 된 ‘계단(Staircase-III)’은 작가가 20년 뉴욕에서 거주하던 작업 스튜디오이며 동시에 생활 공간을 바탕으로 수년간의 수작업을 통해 반투명 천으로 공중에 매달아 놓은 설치 미술 작품이다. 작가는 뉴욕 타운하우스 전셋집 실내 내부의 모든 구조물들을 반투명 천으로 복제하듯 재현해 놓았다. 세탁기, 화장실 좌변기, 냉장고, 그리고 침실과 주인이 거주하는 높은 층에 이르는 계단 구조까지 모든 실내 구조를 반투명 천의 설치 작업으로 재창조해냈다.예술의 힘.. 치유와 구원서도호의 설치 미술 작품들이 대부분 대중적 재미와 동시에 심오한 철학적 깊이를 느낄 수 있도록 장치된 것이지만, 이번 전시의 화룡점정은 ‘Hub Series 2015-2018’이란 초대형 섬유 건축조형 설치물이다. 작가는 건물의 실내에서 통로 공간을 포착, 예를 들어 현관 입구, 복도, 건물 옥상으로 나가는 비상구, 양쪽에 몇개의 방으로 길게 이어지는 긴 회랑 등 이동성이 요구되는 공간을 따로 모아 하나의 연결 통과 공간으로 구성된 반투명 천의 건축조형물을 관람객이 그 내부 통로를 직접 걸어 통과하도록 설치했다. 서도호의 치밀한 마감처리는 낡은 문 손잡이나 못이 빠질 듯 보이는 낙후된 내부 구조 등 실내 작은 구조물까지도 세세하게 섬유 설치물로 재창조하고 있어 더욱 돋보였다. 이런 통과 공간을 걸으며 나오는 관람객은 거의 모두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운다. 통과란 개념이 형상화된 건축조형 설치 미술 내부를 직접 걸어 통과해 보면, 대부분 관람객들은 자신들이 예술 작품의 관람자로 방관자나 객체가 아닌 예술 작품 속에 참여해 작가와 소통하며 공감을 통해 창조적 주체가 됐다는 희열을 느낀다. 예술의 힘으로 인간은 고통을 치유하고 구원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시킨 현대 미술 전시다.이런 예술 창작 작업을 통한 치유와 구원은 서도호의 또 다른 탁본식 한지 작업인  ‘Rubbing/Loving Project: Company Housing of Gwangju Theater 2012’에서도 확인된다.  광주 지역의 시민들로부터 의뢰 받아 제작한 이 작품은 1930년대 건설된 광주 극장의 수위 숙소 방 내부를 흑연으로 문질러 흔적을 베껴내는 작업이었다. 작가와 작업에 동참한 현지 2명의 대학생은 모두 흰띠로 눈을 감긴 채 작고 침침한 방에서 의도적으로 거칠게 건탁식 탁본 방식으로 1980년 5월 광주 봉기와 민간인 학살의 어두운 상흔의 기억들을 불러내어 한지에 담아 낸다. 참혹한 비극의 역사를 기억하는 공간을 설치 미술로 재구성하며, 작가는 작은 창문의 4개의 유리창 가운데 3곳은 작업을 하지 않은 때 투명한 빛의 공간으로 살려 두었다. 치유와 구원이 이루어지는 서도호 현대 미술 설치의 공간 현장이다.이밖에 서도호의 설치미술로 세계적인 성과를 얻는 작품 가운데 성북동 한옥집 내부와 외부를 반투명 천으로 재생에 실과 철사를 이용해 공중에 걸쳐 놓은 ‘집 속의 집(home within home)’  시리즈 연재 작품과 성북동 한옥 집이 바람에 날리듯 뉴욕의 한 거리에서 낡은 건물 사이에 끼여 쳐 박아 놓은 설치 작품, 영국 리버풀시 한 다리 위를 걸치 듯 덮고 있는 한옥 설치물 등등.. 시드니 전시에서 볼 수 없는 서도호 설치 미술 작품에 대한 본격적인 동영상 소개가 없어 다소 아쉬웠다. 서도호 현대 미술의 진가를 모두 맛볼 수 있는 대형 전시는 시드니 현대미술관 뿐 아니라 세계 어느 미술관에서도 불가능하다. 그만큼 서도호의 예술 세계는 거대하며, 작가는 세계 현대 미술계 정상에 우뚝 올라서 있다.  한편, 지난 19일에는 동포 재즈 드러머 클로에 김(Chloe Kim)이 전시 현장에서 서도호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즉흥 타악 연주를 선보였다. 시드니 예술계에 참신한 충격을 선사한 서도호 개인전은 한국 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의 지원으로 성사됐으며, 호주 현대미술관의 시드니 국제미술 시리즈(Sydney International Art Series)의 일환으로 두 번째로 개최된 행사이다. 시드니 국제미술 시리즈는 NSW 주정부 주관으로 시작된 문화예술 진흥프로그램으로 매년 여름에 세계적인 예술가 반열에 오른 해외 작가를 소개하고 있다.고직만(재호 언론인)[편집자 주(註)] 고직만은 시드니 거주 언론인으로 호주 이민 전 한국일보사 계열 영자신문사 The Korea Times 문화부 기자를 거쳐 2000년 이민 후 시드니 한국신문 취재부장과 호주동아일보 편집국장을 역임했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 호주 건설노조 (CFMEU) 상근 조직가로 활동한 바 있다.

25/01/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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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영 한호문화교류협회(AKCEA) 회장  존 페이커 버우드 시장과 김혜영 회장작년에 이어 올해도 나는 1월이 매우 바쁘다. 1월 26일 오스트레일리아 데이(Australia Day) 행사를 주최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민자인 내가 오스트레일리아 데이 경축 행사를 주최하게 되었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 이런 국경일 행사를 왜 한인 이민자 단체에서 주관하는지도 묻는 분들이 많다. 나는 이민 온지 올해로 35 년차다. 그동안 오스트레일리아 데이는 내게 있어서 그저 여름 휴가 기간 중 마지막으로 놀러 갈 수 있는 ‘쉬는 날’이었다. 딱 한번 호주 건국 200 주년이 되던 1988년도 시드니하버에서 열리는 보트 경주를 구경하고 기념품 머그잔을 두개 산 기억이 전부였다. 행사 내빈들오스트레일리아 데이는 많은 분들이 이미 잘 알고 있듯이 1788년 영국 해군 선장 아서 필립이 해군 함대에 죄수들을 이끌고 시드니 코브(뇨우됴 Cove)로 들어와서 영국 국기(Union Jack)를 꽂은 날이다. 1800 년대 초에는 파운데이션 데이(Foundation Day: 건국절 의미)라고 불렸고 주로 정치인과 경제인들이 모여서 저녁 식사를 즐기며 축하 모임을 가졌다. 1836년 처음으로 시드니 하버에서 기념 보트 경기를 열었고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보트 경주로 남아있다. 1838년 50주년이 되던 해에 처음으로 공적 경축 행사가 열렸다. 1888년에는 10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고 150주년이 된 1938년에는 처음으로 1월26일이 공적인 휴일로 지정됐다. 200주년이 되던 1988년도에는 국경일이 되었다. 중국무용커뮤니티 봉사 표창1940년도 초반에 이르러서는 국가적인 경축행사를 치르는 날로 발전하였다. 많은 스포츠 행사가 이루어졌는데 주로 요트 경기, 승마 등이 주요 행사였다. 밤에는 불꽃놀이로 하루 행사를 마감했다. 20세기 후반부터 원주민들과 지지자들은 지나치게 국가적인 경축 행사가 되어가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이 높아졌고 정부는 이에 대한 여론을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있는 중이다.원주민 입장에서 토지를 비롯 모든 것을 백인들에게 빼앗긴 통곡의 날이기 때문이다.호주는 한국과 달리 많은 나라에서 들어온 이민자들로 구성된 다문화 국가이다. 400개 이상의 언어가 사용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민족들이 살고 있는 나라이다. 이런 국가적 특성으로 인하여 한국과 달리 호주 정부는 다문화를 지지하고 유지하지만 가능한 다문화 민족들이 자신들의 국가적 정체성을 바로 알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상호 존중하면서 살기를 원한다. 다양성의 풍요로움은 다양한 문화를 맛보게 하고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국가로 뻗어 갈 수 있게 하는 반면 갈등(conflicts)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에 이를 조절하고 우리는 모두 한 호주 시민임을 확인하는 시간을 만들려고 노력한다.이런 정책을 배경으로 오스트레일리아 데이의 경축 행사도 정부 주관아래 시티의 바랑가루나 서큘라 키에서 공식 행사를 하지만 각 지역 카운슬이나 다문화 그룹들이 참여하여 정부를 대신하여 행사를 주도하게 한다. 이는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이해하게 함으로써 정부의 의도가 전달되게 하려는 취지이다. 우리 한호문화교류협회(AKCEA)도 정부의 이런 방침을 지지하고 따르기에 정부의 승인과 지원을 받아 이 경축 행사를 주최하게 되었다. 이 행사는 한국인의 문화와 전통을 유지하고 전달하면서 다문화 민족들과 함께 우리 모두는 한 호주 시민임을 확인하고 함께 기뻐하고 축하하는 날이 되게 하는 것이다. 한 국가가 국가로서 직면하는 문제는 참으로 다양하고 그 해법도 여러가지다. 수많은 민족들로 이루어진 호주가 더 든든하고 건강한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1년에 단 하루라도 다 함께 우리가 이 국가의 주인임을 확인하고 일치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 필자 역시 이 나라에 살아오는 30 년이 넘는 오랜 기간 동안 내가 호주인이라는 인식을 가져본 적이 별로 없었다. 해외 여행을 다닐 때만 국적이 호주인(호주 시민권자)이라고 했지. 내 일상에서는 호주 시민이라는 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살았음을 고백한다. 이제 이 행사를 주최하게 되다보니 정부의 정책도 이해하게 되고 그 깊은 뜻도 헤아리게 되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하여 준비하고 그날을 다함께 같이 기념 하려고 한다. 많은 한인 동포들의 이해와 참여를 당부 드린다. 동참하는 정신이 있으면 우린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   우리가 주인인 호주의 날임을 기억하고 기뻐하면 좋겠다.

19/01/2023
기고

보람과 자긍심, 참여정신의 중요성을 배웠다 지난 10월30일(일). NSW에서 시드니 다음으로 큰 도시인  뉴카슬을 향했다. 천혜의 해안 요새이자 뉴카슬 하버의 관문인 포트 스크랫치리(Fort  Scratchley)에서 노을이 지는 태평양 앞 망대에 펄럭이는 호주의 국기 앞에 모든 일행들이 모였다. 군인 나팔수의 기상나팔(Reveille)로 시작하여 군악대행진과 연주로 RSL(재향군인회)의 연차 총회(AGM)를 위해 모인 5백여명 맴버들을 환영했고 호주 전몰장병들을 위해 추념하는 묵념을 올렸다. 축포까지 더하여 근래에 보기드문 장엄함 속에 개막식이 시작됐다.마가렛 비즐리 NSW 주총독, 데이비드 엘레오트 NSW 보훈부장관, 레이 제임스(Ray James) NSW 재향군인회장 등이 내빈으로 참석했다.시드니 리드컴 RSL에서 우리 일행 2명(양상수 리드컴 RSL Sub-Branch 회장, 필자 한인국)도 함께했다. 엘리오트 보훈부 장관과 본부 대표와는 많은 안면이 있어 같이 사진도 찍고 어울려 대담도 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등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졌다. 우리가 나라를 위한 헌신이 자랑스럽고 정의로운 것임을 깨우치게 하는 시간이었다. 지금까지 선배들의 고귀한 희생이 없었다면 국가의 안전과 평화, 자유를 어찌 누릴 수 있었을까를 생각하며, 우리 모두 깊은 감사를 드렸다. 아울러 가족들과 함께 하는 RSL 회원이 되었다는 게 얼마나 자랑스러운 것인가?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가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하는 시간이었다.다음날인 31일(월) 아침 8시에는 호주 RSL 역사 106년이 흐르는 오늘날까지 많은 전우들의 국가를 위한 봉사와 헌신의 의미를 되새기는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감사와 존경을 전하는 소중한 자리로서, 내가 살아가고 있는 호주를 더욱 존경하고 싶어졌다. 특히, 리드컴 RSL을 위해 놀라운 적응력으로 낯선 동료들과 함께 어울리려는 열정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양상수 회장의 끈질긴 활동은 실로 놀라웠다. 유일한 동양인, 첫 한국인으로서 많은 장성 출신들과 임원들 속으로 어떻게든 파고들어 놓치지 않고 정보를 얻고 화합하며 리드컴 RSL을 홍보하는 그분의 노력은 박수를 받을 만했다. 그러한 노력에 우리 일행은 모든 이들로부터 친근감과 호감을 받으며 활동하고 어울릴 수 있고 대우를 잘 받게 되었으니 회장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생각하며, 깊은 감사를 많이 드리고 싶다. 무엇보다 우리 일행은 호주 NSW RSL의 큰 규모와 스케일에 더욱 흥미를 느꼈다. 그리고 나라를 위해 봉사하고 헌신한 보람의 가치를 꼭 알아주고 대우해주는 호주 제도와 그런 행사에 더 많은 감명을 받게 되었다. 우리 일행은 350여 Sub Branch의 500명의 대의원들(Delegates) 중에 Lidcombe Sub Branch의 대표로서 연설할 기회가 주어졌다. 양 회장의 Sub Branch의 현황 설명과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지원 요청에 대해 모두 대견스러워하는 반응들이었고  집중해서 듣고 있는 모습에 더욱 흐뭇함을 느꼈다. 우리가 호주에 살면서 이런 기회를 얻게 됨을 고맙게 생각하며 모두 힘을 합쳐 Lidcombe Sub Branch가 어느 Branch 보다도 더욱 발전하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일과 후에는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볼링클럽(Bar Beach Bowling Club)에서 친교를 위한 시간이 마련됐다.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다시 회원들을 만나 더욱 반가운 시간이었다. 퀘인비안, 타르, 본다이, 블랙타운, 컴벌랜드, 카이야마 등 많은 곳에서 온 전우들과 ‘브라보’를 외쳐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마지막 날인 11월 1일(화) 아침 일찍 콘퍼런스에 참석해 정해진 아젠다에 따라 토론을 하는 등 오후 5시반까지  하루종일 많은 의제를 다뤘다. 3일 동안 바쁘고 피곤했지만, 리드컴 서브 브랜치를 위해 이곳에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2박3일이었지만 정들었던 많은 전우들과 아쉬움과 미련을 남기고 작별 인사를 나누며 헤어졌다. 모든 전우들이여 건강하고 행복하며 각 소속 Branch의 발전이 있기를 빌었다.2023년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면서 우리 일행은 시드니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땅거미가 지는 도시 뉴카슬, 석양이 진 어두운 길 위엔 깊은 아쉬움이 남았다. 한인국(리드컴 RSL 서브 브랜치 회원)

08/12/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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