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업소록 |

시드니에서 호주 연방 경찰에 체포된 한국 국적 남성. 한국 경찰이 수사를 공조했다. (사진 출처: 호주연방경찰)최근 한국과 호주 양국에서 헤드라인으로 크게 보도되었던 뉴스가 있습니다. 바로 ‘제2n번방’이라고 불리는 아동성착취 범죄조직의 주범인 ‘엘’(가명)이 호주에서 검거되었다는 소식입니다. 한국 뉴스에 의하면, 호주로 파견된 한국 경찰들이 호주 경찰과의 공조를 통해 지난 11월 23일 시드니의 한 주택에서 20대 한국 국적의 남성을 검거했습니다. 이 남성은 2020년 12월말부터 올해 8월까지 아동 및 청소년 9명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만들고 이를 ‘텔레그램’에 유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호주 경찰에 따르면 이 남성은 현재 아동학대물 소지죄(최대 15년 징역형)와 휴대폰 암호공개 거부죄(최대 10년 징역형)로 기소되었습니다. 기소명으로 추측하건대, 체포될 당시 경찰은 이 남성이 소지한 아동성착취물을 발견하였고 이 남성은 경찰이 압수한 휴대폰 비밀번호 등의 공개를 거부한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이 남성의 휴대폰과 컴퓨터에 대한 포렌식이 완료되면 추가로 발견되는 증거에 따라 추가 기소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국 경찰은 범죄인 인도절차를 통해 한국으로의 송환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호주 경찰은 이 사건이 호주에서 일어난 만큼 호주의 법적 절차를 따르겠다는 입장이어서 실제 이 남성이 한국으로 송환될지는 미지수입니다. 호주에서는 피의자의 국적과 상관없이 호주에서 저지른 범죄에 대해 호주에서 재판을 받게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따라서 ‘엘’은 현재 호주 구치소에 구속된 상태이고, 호주에서 재판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호주에서는 앞으로 어떠한 재판 절차가 이루어질까요?  일반적으로 이러한 형사재판은 첫 재판에서 증거 제출 명령이 내려지고 8주 후 차회 재판이 진행됩니다. 관련 기사에 따르면 이 남성에 대한 첫 재판은 체포 직후 시드니 북부 혼스비(Hornsby) 법원에서 진행이 되었고, 2023년 1월 18일에 다음 재판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 때까지 경찰은 확보한 모든 증거를 제출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다만 사건이 심각하고 그 피해가 중대하여 관련 증거가 많을 경우 경찰은 증거제출 기한 연장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본 사안과 같이 외국에서 수사 협조를 통해 증거를 확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증거 제출에만 4, 5개월 이상 소요되기도 합니다.   경찰의 증거제출이 완료되면 이제 이 사건은 검찰이 담당합니다. 아동성착취물 소지죄는 연방범죄이기에 NSW주 검찰이 아닌 호주연방검찰이 관할을 가지게 되고, 검찰은 모든 증거물을 확인한 후 기소 여부와 기소 죄명을 결정하게 됩니다. 검찰과 변호사는 모두 경찰이 제출한 증거를 통해 유무죄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립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의거하여 경찰은 경찰이 확보한 모든 증거를 제출할 의무가 있으나 변호인은 무죄를 다투기 위하여 자신이 따로 확보한 증거를 사전에 공유할 의무가 없다는 점입니다. 검찰의 기소가 이루어진 후, 피고인의 변호인과 담당 검찰은 유무죄에 대한 협상을 진행합니다. 이때 기소 내용과 증거 여부에 대해 논의하는데, 보통 이러한 협상은 2, 3개월 정도 진행되며 피고인이 무죄를 주장하는 경우에는 배심원 재판을, 유죄를 인정하는 경우에는 선고 재판을 받게 됩니다. 만약 기소된 죄명에 대한 유죄 선고시 약 6개월 정도 소요되나, 배심원 재판시에는 약 1년정도 소요됩니다. 따라서 총 재판에 소요되는 시간은 일반적으로1년에서 2년 정도입니다. 위 사안에서 ‘엘’이 호주에서 재판을 받는다면 위의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엘”은 한국에 송환될 수 없습니다. 만약 실형이 선고된다면 형기를 모두 마친 후 한국으로 송환 절차를 밟게 됩니다. 한국법은 ‘속지주의’와 함께 ‘속인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한국국적자가 해외에서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한국에서 기소되고 처벌받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한국으로의 송환 여부는 한국-호주간 맺은 범죄인인도 관련협정과 호주의 범죄인송환 관련법에 근거하여 호주 법원이 결정할 것입니다. 특히 이렇게 증거확보에 고도의 기술과 긴 시간이 필요한 디지털범죄 사건은 범죄 여부 입증이나 한국으로의 즉시송환 모두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는 범죄 발생 후 많은 시간이 흐르고 피의자가 호주에서 해당 범죄 관련 충분한 처벌을 받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한국 경찰에서 송환을 시도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위의 ‘제2n번방’ 사건은 관련 증거들이 이미 많이 확보된 것으로 보이지만, 화제가 되는 모든 형사 사건들이 이미 명백한 증거가 확보되어 유죄가 확실시되는 경우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기사를 접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연히 뭘 잘못을 했고 증거가 있으니 체포를 했겠지”라며 유죄를 단정하고는 하지만, 이는 형사법의 가장 큰 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는 생각입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호주도 ‘무죄 추정의 원칙’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법원에서 최종 유죄판결이 날 때까지 피의자뿐만 아니라 피고인도 ‘무죄’로 추정되며 이에 따라 묵비권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집니다. 한국이나 호주에서 모두 형사재판은 오랜 시간과 막대한 법률 비용이 소요되는 일입니다. 유리한 재판결과를 얻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변호사 비용도 합리적인 수준에서 조절하기 위해서는 경험이 많은 형사전문변호사를 선임하여 현재 상황에 가장 적합한 재판 진행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작성일: 2022년 11월 28일한국법 감수: 조옥아 한국변호사문의: H & H Lawyers  전화: 61 2 9233 1411이메일: info@hhlaw.com.au홈페이지: www.hhlaw.com.au 강현우 대표 변호사 H & H Lawyers 공인 형사 전문 변호사면책공고본 칼럼은 작성일 기준 시행되는 법규를 기반으로 작성된 것이며 일반적인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므로, 필자 및 필자가 소속된 법무법인은 이후 법규의 신설, 개정, 폐지로 인한 변경 사항 및 칼럼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로 인해 발생한 직·간접적인 손해에 대해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상기 내용에 기반하여 조치를 취하시기에 앞서 반드시 개개인의 상황에 적합한 법률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15/12/2022
형법칼럼

 – 위험한 운전과 부주의한 운전2019년 6월 남호주(SA)의 주도인 애들레이드에서 고급 스포츠카가 인도를 걷던 15세 여학생을 덮쳐 사망에 이르게 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일명 ‘람보르기니 사고’로 유명한 이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에 대한 남호주 법원 (District Court of South Australia)의 판결이 최근 나왔는데, 실형이 아닌 4개월 27일의 집행유예와 자숙명령(good behaviour bond), 200시간의 봉사활동(community service)이 선고되었습니다. 이 판결에 피해자의 부모를 비롯한 유족들이 매우 분노하였다는 기사들이 연일 대서특필되었고 기사에 대한 댓글들도 대부분 법원과 호주법에 대한 실망과 비판에 대한 것이었습니다.사망자가 발생한 이렇게 큰 사고에서 어떻게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가 선고되었을까요?이 운전자는 ‘위험한 운전(dangerous driving)’과 ‘부주의한 운전(negligent driving)’으로 기소가 되어 재판을 받았는데, ‘위험한 운전’에는 무죄판결을 받고 ‘부주의한 운전’에는 유죄인정을 하여 ‘부주의한 운전’에 해당하는 처벌만 받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NSW주에서, ‘부주의한 운전’으로 누군가를 사망에 이르게 했을 경우 초범의 경우 최대 $3,300의 벌금과(또는) 최대 1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을 수 있으며 여기에 최소 12개월의 면허 취소가 추가됩니다. 그러나 사망자가 없는 사고인 경우에는 최대 $1,100의 벌금 또는 최대 9개월의 실형을 받게 됩니다. 이처럼 같은 행위를 하였더라도 피해자의 피해 정도에 따라 가해자에 대한 처벌수위가 달라집니다. 만약 사망자가 발생한 교통사고를 일으켜서 ‘위험한 운전’으로 유죄가 인정되면 10년 이하의 징역(가중처벌 대상의 경우 최대 14년)과 최소 3년의 면허취소라는 처벌을 선고받을 수 있습니다. 남호주 주법도 NSW주 법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위에서 소개한  ‘람보르기니 사고’의 운전자가 만약 ‘위험한 운전’에 대해 유죄판결을 받았다면 실형을 면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부주의한 운전’과 ‘위험한 운전’은 어떻게 다를까요?가장 기본적인 차이는 ‘부주의한 운전’은 운전자의 ‘실수’로 간주하고 ‘위험한 운전’은 어느정도 운전자의 ‘의도’가 있었다고 보는 것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교통사고는 ‘부주의함’과 ‘실수’로 발생합니다. 따라서 교통사고에 경찰이 개입되면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운전자는 ‘부주의한 운전’으로 기소될 수 있습니다. 부상자나 사망자가 없는 사고의 경우 기소가 되더라도 대부분 벌금형으로 마무리되며, 심지어 사망자가 발생하더라도 실형을 받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필자가 맡았던 사건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제 의뢰인이었던 운전자는 사거리에서 비보호 우회전을 하다가 횡단보도를 건너가던 70대 노인을 치었고 이 피해자는 사망하였습니다. 운전자는 우회전을 할 당시 시속 20km 정도의 낮은 속도로 주행하였으나, 오른쪽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서 횡단보도를 천천히 걸어가던 피해자를 미처 보지 못했습니다. 자동차와 피해자는 살짝 부딪혔지만 피해자가 넘어지면서 머리를 크게 다쳐 사망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이 당시 유가족들이 법원 앞에서 시위를 하고 호주 언론도 크게 주목했던 사건이었는데 운전자의 ‘실수’로 인정되어 자숙명령 선고를 받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반면, ‘위험한 운전’으로 실형을 받은 한 사건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운전자는 관광회사를 운영하면서 관광버스를 운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느날, 며칠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매우 피곤한 상태에서 약 3시간 정도 관광버스를 운전하다가 졸음운전으로 중앙선을 넘었고 반대쪽에서 오는 차와 정면 충돌을 하였습니다. 이 사고로 인해  한명이 사망하였고 다른 한명은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중상을 입었으며 나머지 두명도 중상에 해당하는 부상을 입었습니다. 참고로,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 차 뿐만 아니라 본인이 운전하던 차에 있던 사망자나 부상자도 기소에 고려된다는 사실입니다. 이 운전자는 ‘위험한 운전’이 인정되어 3년 실형이라는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본인이 운전에 집중하지 못할 정도로 피곤한 상태임을 인지하고 있었으면서도 운전을 한 행위를  ‘의도성’의 근거로 보았으며, 운전 도중 잠이 들어 중앙선을 침범한 사실도 ‘위험한 운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위 사례들에서 알 수 있듯이, 일반인들에게는 비슷하게 들리는 용어들이 법적으로는 매우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어떤 항목으로 기소가 되고 유죄판결을 받느냐에 따라 처벌 수위도 상당히 달라집니다.  경미한 교통사고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매우 당혹스러운 일일진데, 만약 나의 운전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목숨을 잃거나 크게 다친다면 엄청난 충격에 휩싸이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상황일수록 더욱 냉정하고 침착하게 재판을 도와줄 변호사가 필요합니다. 이미 커다란 죄책감과 트라우마에 고통받는 운전자가 부당하거나 억울한 형사 처벌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관련 경험이 많은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작성일: 2022년 10월 10일문의: H & H Lawyers  전화: 61 2 9233 1411 (대표) / 0487 192 566 (강현우변호사)이메일: info@hhlaw.com.au      홈페이지: www.hhlaw.com.au H & H Lawyers강현우 공인 형법 전문 변호사 (파트너)면책공고본 칼럼은 작성일 기준 시행되는 법규를 기반으로 작성된 것이며 일반적인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므로, 필자 및 필자가 소속된 법무법인은 이후 법규의 신설, 개정, 폐지로 인한 변경 사항 및 칼럼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로 인해 발생한 직•간접적인 손해에 대해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상기 내용에 기반하여 조치를 취하시기에 앞서 반드시 개개인의 상황에 적합한 법률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03/11/2022
형법칼럼

얼마전, 불법무기소지죄로 기소가 되었다는 내용의 문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해외여행을 마치고 호주공항에서 입국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예전에 한국에서 호신용으로 구매했던 삼단봉을 소지하고 있던 사실이 문제가 된 것입니다. 삼단봉 소지가 불법인지 몰랐던 이분은 가방 속에 삼단봉이 들어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기소가 되어 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여러가지 상황이 참작되어 다행히 벌금형으로 종결되었지만, 판사는 해외에서 ‘무기’를 들여온 행위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강한 어조로 의뢰인을 질책하였습니다. 또한, 전과 하나 없던 이 의뢰인은 재판을 받으며 엄청난 정신적 스트레스와 상당한 법률 비용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비단 이번 사건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무기 소지와 관련된 문의를 종종 받습니다. “호주에서는 총기 소유가 가능한가요?“, “어떤 물건이 무기(weapon) 로 간주되나요?”, “비비탄총은 무기인가요?”, “새총은 무기인가요?“ 등의 질문들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한국이나 호주에서 모두 일반인이 총기류를 접할 기회는 거의 없지만, 삼단봉이나 페퍼스프레이 등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도구들을 소위 ‘호신용’이라는 목적으로 소지하다가 문제가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호주에서 총기를 비롯한 무기소지와 관련된 법 내용을 다루어 보고자 합니다. 먼저, 호주에서는 총기 소유가 가능할까요? 호주에서 현재 허가받지 않은 총기를 소지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호주는 미국처럼 총기 소유가 상당히 자유로운 편이었고 각 주마다 총기관련법이 상이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무렵 총기 관련 사건사고들이 많이 일어나게 되면서 강력하게 총기를 규제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1991년에 시드니 스트라스필드(Strathfield)에서 5명이 총기 사건으로 사망하는 일이 있었고, 1996년에는 타즈마니아의 포트 아서(Port Arthur) 관광기에서 35명이 사망하고 23명이 부상당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이 사건을 촉매로 하여 당시 존 하워드 총리가 이끄는 연방정부는 전국적으로 강력히 총기소지를 규제하는 ‘National Firearms Agreement (NFA)’를 제정하였고 이미 개인들이 소유하고 있는 총기류를 국가가 유료로 회수하는 캠페인을 펼쳤습니다.NSW주에서는 총기소유와 관련하여 ‘Firearms Act 1996’ 이라는 이름의 법률이 적용되는데, 이 법은 법적으로 허가된 상황이나 허가증을 소지한 경우를 제외한 모든 총기 소지나 사용은 근본적으로 불법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모든 총기류는 정부기관에 등록되어야 하며, 허가증을 받은 사람들은 해당 총기를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보관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까다로운 관리와 규제를 받습니다. NSW주에서 불법총기소지죄로 기소가 되면, 최대 14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으며 최소 3년의 실형기간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조항도 있기 때문에 매우 심각한 중범죄로 처벌받게 됩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비비탄총’같은 장난감총 또한 총기로 간주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호주에서는 한국과 달리 장난감 가게 등 어디에서도 비비탄총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이고, 이런 사실을 모른 채 해외에서 구입한 비비탄총을 호주 공항에 가지고 들어오다가는 큰 곤란을 겪을 수 있습니다.  한편, NSW주에서 총기류 외 다른 종류의 무기를 소지한 경우에는 Weapons Prohibition Act 1998 의 적용을 받습니다. 이 법률은 Firearms Act 1996가 통과되고 2년 후에 제정된 법안으로서 Firearms Act 1996와 마찬가지로 허가받지 않은 무기의 소지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불법으로 무기를 소지하거나 사용하는 경우 최대 페널티는 14년의 징역형으로 불법 총기소지죄와 동일하나, 최소 처벌조항은 없다는 점이 다릅니다. 폭약, 폭탄, 수류탄, 미사일 등 상식적으로 당연히 금지될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은 제외하고 어떤 물건이 ‘금지된’ 무기일까요? 흔히 무기로 생각할 수 있는 ‘칼’을 예로 들면, 종류에 따라 무기가 될 수도 있고 무기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식당에서 요리를 위해 쓰이는 칼은 무기가 아니지만, 잭나이프(버튼을 누르면 날이 튀어나오는 칼), 버터플라이칼, 표창 등 하이킹을 할 때에도 흔히 사용하는 칼들은 금지된 무기입니다. 또한, 새총(slingshot), 입으로 부는 화살총(blowpipe), 다트(dart), 채찍, 삼단봉, 전기충격기, 징이 박혀 있는 장갑, 페퍼스프레이, 방탄조끼 등도 금지된 무기에 속합니다. 일반 소매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고 해서 무조건 소지나 사용이 합법인 것은 아니며, 장난감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물건들도 알고 보면 금지무기로 분류되어 중대한 범죄로 기소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하여야 합니다. 호주에서는 ‘호신용’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시민을 보호할 의무와 권리를 부여받은 경찰이나 군인 등만이 합법적으로 무기를 소유하거나 사용할 수 있으며 개인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무기를 소지하고 사용하는 것은 호주법에서 허용되지 않습니다. 또한, “불법인지 몰랐다”라는 주장도 재판에서 인정되는 방어논리가 아니기 때문에 무죄를 이끌어내기 어렵습니다. 상대방에게 위협을 줄 수 있는 물품은 공공장소에서 소지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며, 만약 불법무기소죄로 기소가 되면 형법 전문 변호사의 상담을 받으시기를 추천해드립니다.  H & H Lawyers강현우 파트너 변호사공인 형법 전문 변호사면책공고본 칼럼은 작성일 기준 시행되는 법규를 기반으로 작성된 것이며 일반적인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므로, 필자 및 필자가 소속된 법무법인은 이후 법규의 신설, 개정, 폐지로 인한 변경 사항 및 칼럼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로 인해 발생한 직•간접적인 손해에 대해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상기 내용에 기반하여 조치를 취하시기에 앞서 반드시 개개인의 상황에 적합한 법률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01/09/2022
형법칼럼

2021년 11월 23일에 NSW 주 의회가 발의한 ‘성적 동의 법안(Sexual Consent Laws)’이 통과됨에 따라 2022년 6월 1일부터 이 개정안이 효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개정된 핵심 내용은 말이나 행동으로 명확하게 표현된 경우에만 성적 행위에 동의한 것으로 인정된다는 점입니다. 성폭행의 유무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쟁점이 바로 피해자의 ‘동의’ 여부이기 때문에 ‘동의’에 대한 규정이 변경됨에 따라 향후 성폭행 관련 판결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NSW주 형법(Crimes Act 1900) Section 61I는 “상대방의 동의없이, 혹은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다른 사람과 성관계(sexual intercourse)를 맺은 사람은 최대 징역 14년에 처한다”리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동법 Section 61HJ에는 동의로 인정되지 않는 상황에 대해 이렇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동의 의사를 표현하기 위한 어떠한 말이나 행동도 하지 않았을 때- 피해자의 인지능력이 부족할 때- 술이나 약물 등의 영향으로 동의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을 때- 의식이 없거나 수면중이었을 때- 위협을 받았거나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혹은 공포에 휩싸인 상태였을 때- 피해자가 불법감금된 상태였을 때- 피해자가 가해자의 권력이나 지나친 의존관계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때- 피해자가 성행위의 성격이나 목적, 또는 상대방의 신원에 대하여 잘못 알고 있었을 때 예를 들어, 피해자가 잠이 든 상태에서 성관계가 있었다면, 피의자는 피해자가 이 성관계에 동의를 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성폭행 혐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잠을 자던 피해자가 성관계 도중 잠에서 깨어나 움직였고 이 때 피해자의 어떠한 특정한 행동이 성관계에 동의한다고 유추될 수 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성폭행 혐의에서 벗어나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한, 피해자가 술에 많이 취했을 경우 피해자는 “나는 너무 취해서 아무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전혀 동의하지 않았고 동의를 했을리도 없다”라고 주장하게 됩니다. 반면 피의자는 “피해자가 술을 마셨으나 성관계 중 피해자가 보인 행동은 충분히 동의하였다고 판단될 수 있다”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재판에서, 직접적인 동의를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 이렇게 피해자의 행동이나 사건 앞뒤의 정황 등을 통해 동의 유무를 추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배심원을 설득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났습니다. 필자가 그동안 담당했던 성폭행 관련 재판 상당수가 이러한 내용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남녀가 서로 포옹을 하고 키스를 하는 등 스킨쉽을 하며 남성의 아파트에 들어갔다가, 약 4시간 후 여성이 아파트에서 나오자마자 본인이 성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를 하였습니다. 이 여성은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기억을 잃었고 정신을 차려 보니 본인이 남의 아파트 침실에서 성관계를 하고 있었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사건을 접수받은 경찰은 당연히 남성을 성폭행 혐의로 기소하였고 긴 재판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발효된 ‘성적 동의법’으로 인해 성폭행으로 기소되었을 경우 유죄판결을 받을 확률이 더 높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정황을 통해 간접적으로 피해자가 성관계에 동의를 하였다고 추정하여 무죄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있었으나, 이번에 직접적인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되는 ‘명확한 동의’만이 동의로 인정되도록 법이 개정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성적 동의법은 다음과 같은 목적으로 개정되었습니다.- 형법에 명시된 동의에 대한 조항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함. 동의는 개인의 자유롭고 자발적인 의사이며 동의 여부는 추정될 수 없음.- 동의가 지속적이고 상호적인 의사소통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함.- 동의는 도중 어느 때라도 철회될 수 있다는 점과 어떤 성적 행위에 동의했다고 해서 다른 종류의 행위에도 동의했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상기시키기 위함.- 성범죄에 대해 보다 공정하고 효과적으로 기소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함.  - 재판 과정에서 동의에 대해 사람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을 바로잡기 위함. -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경험을 개선하고 재판 참석 배심원들이 복잡한 성범죄 재판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 호주 성폭행법은 피해자인 여성에게 상당히 유리하도록 구성되어있기 때문에, 여성의 진술 외 다른 증거가 아무것도 없더라도 기소가 가능합니다. 실제로 많은 피의자들이 재판을 통해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1~2년간 이어지는 재판으로 인해 발생한 막대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수만불의 법률비용에 대해 전혀 보상받지 못한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더군다나, 이번 법개정으로 인해 성폭행 혐의에 대한 무죄를 입증하기가 더 어려워졌기 때문에 성관계를 할 때마다 동의서에 서명을 받거나 녹취 증거를 남겨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 그러나 이번 법개정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특히 10대후반에서 20대초반의 젊은 세대들에게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이번 법개정에 맞춰 NSW 정부는 성관계에 있어 상대방의 동의 획득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Make no doubt’라는 이름의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문의: H & H Lawyers  전화: 61 2 9233 1411이메일: info@hhlaw.com.au홈페이지: www.hhlaw.com.au H & H Lawyers강현우 파트너 변호사공인 형사 전문 변호사면책공고본 칼럼은 작성일 기준 시행되는 법규를 기반으로 작성된 것이며 일반적인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므로, 필자 및 필자가 소속된 법무법인은 이후 법규의 신설, 개정, 폐지로 인한 변경 사항 및 칼럼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로 인해 발생한 직•간접적인 손해에 대해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상기 내용에 기반하여 조치를 취하시기에 앞서 반드시 개개인의 상황에 적합한 법률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04/08/2022
형법칼럼

만약 배우자가 큰 잘못을 하여 이혼에 이르게 되면 “위자료나 많이 챙겨야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호주에서는 기본적으로 이혼이 누구의 ‘잘못’으로 성립된다고 보지 않는 ‘No fault’ 시스템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잘못을 하였다고 해서 그 사실이 재산분할이나 양육권분쟁에서 반드시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또한, 많은 분들이 호주에서 이혼할 경우 보통 재산이 50대50으로 분할된다고 생각하시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특히 결혼기간이 짧거나 부부 양쪽의 수입의 차이가 클 경우, 매우 상이한 비율로 재산이 분배될 수 있습니다. Family Law Act 에 의하면, 법원은 재산분할에 있어 부부나 부부의 가족이 그 재산을 형성하는데 얼마나 기여했는지만 고려하여 결정을 내립니다. 즉, 결혼 전 각자 얼마의 재산이 있었는지, 결혼 후 얼마의 재산을 모았는지, 각자의 부모나 친척으로부터 얼마만큼의 재산을 증여받았는지 등을 고려하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금전적인 기여뿐만 아니라 가사일이나 자녀양육 등 별도의 수입이 없는 노동행위도 기여로 인정됩니다. 다시 말해서, 기본적으로 호주에서 이혼시 재산분할에는 재산형성의 기여 외에 혼인 기간동안의 외도나 가정폭력 등 어떠한 ‘행위’를 하였는지는 고려되지 않으며, 따라서 소위 말하는 ‘위자료’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그러나, 1997년에 있었던 Kennon and Kennon [1997] FamCA 27이라는 재판의 결과는 가정폭력과 재산분할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판례로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이 사건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Kennon부부는 1989년 4월에 동거를 시작하여 1991년에 결혼하였다가1994년 3월에 이혼하였습니다. 파트너로서 관계를 유지한 것은 약5년이며 둘 사이에 자녀는 없었습니다. 재판 당시 약 870만불의 자산과 100만불의 연수입이 있었던 남편에 비해 아내는 약 9만불의 자산과 4만불의 연수입이 있었습니다. 아내측은 남편이 결혼생활 내내 술에 취할때마다 분노를 제어하지 못하고 폭행을 일삼았다고 주장하면서 남편의 이와 같은 공격적인 행동으로 인해 ‘불안증’을 앓는 등 큰 정신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진술하였습니다. 첫 재판의 결과는 남편의 재산 중 20만불을 아내에게 지급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남편의 재산이 총 870만불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20만불은 남편 재산의2퍼센트정도에 불과한 금액입니다. 이에 아내는 항소하였고, 항소심에서는 남편 재산에서70만불을 지급하라고 판결하였습니다. 여전히 남편 재산의 10퍼센트도 채 되지 않는 금액이기는 하지만, 재판부가 처음보다 3배 넘는 금액으로 증가시킨 주요 근거가 바로 가정폭력이었다는 점을 중요하게 보아야 합니다. 재판부는 결혼생활동안 지속된 가정폭력이 아내의 경제활동에 심각한 영향을 끼쳤다는 아내측의 주장을 인정하여 아내의 기여도를 증가시켰고 이에 따라 아내가 받을 금액도 늘어나게 된 것입니다.  가정폭력사실이 재산분할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서는 다음 3가지의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1. 혼인기간동안 폭력적인 행위가 이루어졌음2. 이러한 폭력행위가 본인에게 명백한 영향을 미쳤음3 . 이로 인해 결혼생활에 기여하기 어렵도록 중대한 지장을 입었으며 이것을 입증할 수 있음 즉, 오랜기간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폭력으로 인해 제대로 가정에 기여할 수 없었다는 것을 양적으로 계산하여 입증해야하는데 이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따라서 가정폭력이 상당히 심각하지 않은 이상, 재산분할 재판에 가정폭력이 고려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을 가정폭력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면 재산분할에 조금이라도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이혼절차를 밟는 도중 갑자기 상대방을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합니다. 심지어 변호사들이 그렇게 하라고 조언을 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듯이, 호주의 재산분할 재판에서는 기본적으로 가정폭력을 고려하지 않으며, 그 영향을 체계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만 그 주장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결국 섣불리 가정폭력을 재산분할에 연관시켰다가 아무 소득없이 재판 기간만 늘어나고 그에 따라 불필요한 변호사비용만 더 지출하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유념하셔야 합니다. 이혼은 다른 어떤 사건보다 감정적인 소모가 많은 일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에서도 감정을 앞세우기보다는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합니다. 사실 대부분의 상황에서 재산분할이나 양육권 문제 모두 재판에 가기전에 합의로 마무리짓는 것이 나으며, 비용과 시간이 상당히 많이 소요되는 소송은 최후의 선택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최선의 방법은 각각 다를 수 있으므로 관련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의 전문적인 조언을 받으시기를 추천합니다.작성일: 2022년 5월 30일- 문의: H & H Lawyers  - 전화: 61 2 9233 1411- 이메일: info@hhlaw.com.au- 홈페이지: www.hhlaw.com.au 강현우 파트너 변호사 (공인 형사 전문 변호사)면책공고본 칼럼은 작성일 기준 시행되는 법규를 기반으로 작성된 것이며 일반적인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므로, 필자 및 필자가 소속된 법무법인은 이후 법규의 신설, 개정, 폐지로 인한 변경 사항 및 칼럼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로 인해 발생한 직•간접적인 손해에 대해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상기 내용에 기반하여 조치를 취하시기에 앞서 반드시 개개인의 상황에 적합한 법률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09/06/2022
형법칼럼

형사 전문 변호사로 많은 사건을 접하다 보면, 본인이 연루된 사건에 대해 “억울하다”며 울분을 토하시는 의뢰인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잘못한 것이 없는데 기소가 되었다”, “영어로 의사 소통이 잘 되지 않아서 내 주장이 묵살되었다”, 심지어 “경찰에게 인종차별을 당했다” 등.. 특히 이민자에게 잘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제가 보기에 실제로 억울하게 당하신 분들도 있고 전혀 억울할 일이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 다룰  내용은 최근에 진행되었던 재판에 관한 것인데, 의뢰인으로서는 ‘억울하다’는 감정을 충분히 느낄만한 사건이었습니다. 사건은 어느 늦은 저녁 시간에 한 음주 운전자가 몰던 자동차가 의뢰인 집 앞에 주차되어 있던 의뢰인의 차를 치면서 시작됩니다. 의뢰인과 가족들이 차가 부딪히는 큰 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왔고, 사고가 난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운전자와 대화를 하다가 술냄새를 맡은 의뢰인의 딸이 경찰에 신고를 하였습니다. 이때 같은 스트릿에 사는 다른 30대 남자가 한손에 술병을 들고 집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는 의뢰인의 딸에게 경찰을 부르지 말고 그냥 해결하라고 하였고 의뢰인의 딸은 이를 거부하면서 시비가 붙게 되었습니다. 19세 밖에 되지 않은 이 여성은 이 상황이 두려워 자리를 피하려 했으나, 그 남자는 계속해서 쫓아오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 상황을 본 의뢰인의 아내가 그 남자에게 조용히 하고 집으로 들어가라고 소리를 지르자 그 이웃 남자는 의뢰인의 아내를 밀쳤습니다. 이를 목격한 의뢰인은 격분하여 이웃 남자를 밀쳤는데, 오히려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당해 쓰러졌고 이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습니다. 의뢰인은 너무 분한 나머지 다시 일어나서 그에게 뛰어가 둘은 길거리에서 난투를 벌였습니다. 이 때 경찰이 도착하여 상황이 종결됩니다. 경찰은 당시 길거리에 있던 목격자들에게 진술을 받았으나 의뢰인의 아내와 딸에게는 진술을 받지 않았습니다. 의뢰인과 이웃 남자는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는데, 조사 후 경찰은 의뢰인만 ‘Affray’ 라는 죄목으로 기소를 하고 이웃 남자는 아무 기소 없이 풀어 주었습니다. ‘소란’으로 번역되는 ‘Affray’ 란,  어떤 사람이 길거리에서 기물을 파손하거나 소리를 지르며 폭력적인 행위를 하거나 여러 명이 집단으로 싸움을 함으로써 주변 사람들을 두렵게 하는 행위에 적용되는 죄목입니다. 일반적으로 두 명이 싸웠을 때, 누가 먼저 폭력을 행사했는지 확실하지 않아서 두 명 다 기소를 할 때 이 죄목이 사용되고는 합니다. 본 사건도 폭행으로 기소를 하기에는 애매한 점이 많아서 ‘Affray’ 로 기소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상한 것은, 경찰이 상대방 남자는 기소하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의뢰인은 본 사건으로 인해 이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입었는데 혼자 가해자로 기소까지 되어서 참 억울하다며 제게 호소하였습니다. 하지만 저의 설명을 듣고 기소 내용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하자, 본인이 참았어야 하는 상황인데 다시 뛰어가 난투를 벌인 것이 잘못한 점이라는 것을 인정하였습니다. 물론 제 관점으로는 유죄 인정을 하지 않고 사건을 다퉈 볼 여지가 있었으나,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여 의뢰인은 유죄을 인정하고 재판을 빨리 마무리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50대 중년 남성인 이 의뢰인은 성격이 차분하고 인품이 좋은 분으로 보였지만 Affray 라는 죄목은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이기 때문에 자칫 심각한 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담당 판사에게 의뢰인이 전과도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평생 이러한 사건에 연루되어 본적도 없는 사람인데 이웃 남성이 자신의 아내와 어린 딸에게 폭력적인 행동을 저지르는 것을 보고 순간 이성을 잃게 되었던 점을 집중적으로 강조하였습니다. 담당 판사가  이러한 저의 논리에 수긍하는 것으로 보이자, 저는 판사의 반응을 살피면서 변론을 이어갔습니다. 의뢰인이 잘못한 것은 이웃 남자가 의뢰인의 아내를 처음 밀쳤을 때 바로 한 행동이 아니라 한번 폭력이 오간 후 다시 상대방에게 달려 들었던 행동이고, 그 때 참았어야 했지만 싸움을 지속한 것에 대해 의뢰인은 상당히 후회하고 뉘우치고 있다는 말로 저의 변론을 마쳤습니다.   모든 내용을 들은 판사는 자신이 이 상황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였다며 오히려 의뢰인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였습니다. “얼마나 화가 나는 상황이었을지 충분히 이해가 된다. 누군가가 내 딸에게 소리를 지르고 아내를 폭행한다면, 누구에게나 당연히 큰 분노가 생길 것이다. 그러나 술에 취해서 본인과 상관도 없는 일에 끼어드는 사람은 어떻게 해도 멈출 수가 없으니 그냥 무시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라고 말하였습니다. 또한 판사는 담당 검사에게 “상대방 남자가 왜 함께 기소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재판 결과는 ‘Conditional Release Order without conviction’ , 즉 전과가 남지 않는 자숙 명령 4개월이었습니다. 저의  15년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이와 같은 심각한 죄목에서 이렇게까지 약한 처벌을 받은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의뢰인은 최소 사회봉사명령과 함께 전과 기록이 남을 것을 예상했었는데 예상보다도 훨씬 좋은 결과를 받아 매우 만족하였습니다. 저 또한 판사가 의뢰인의 억울한 처지를 헤아려 주어 이와 같은 판결을 내린 것에 큰 보람을 느끼고 감사한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이와 같이 살다보면 운이 나쁘게 억울한 일을 당할 수는 있지만, 나 혼자 가지고 있는 억울한 마음을 적절한 방법으로 판사에게 전달하는 것은 변호사의 역량에 달려 있습니다. 따라서, 불리한 상황을 타개해나가기 위해서는 관련 사건에 대한 경험이 많은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H & H Lawyers강현우 파트너 변호사공인 형법 전문변호사면책공고본 칼럼은 작성일 기준 시행되는 법규를 기반으로 작성된 것이며 일반적인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므로, 필자 및 필자가 소속된 법무법인은 이후 법규의 신설, 개정, 폐지로 인한 변경 사항 및 칼럼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로 인해 발생한 직•간접적인 손해에 대해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상기 내용에 기반하여 조치를 취하시기에 앞서 반드시 개개인의 상황에 적합한 법률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03/02/2022
형법칼럼

최근 제가 접했던 사건 가운데 상당히 심각한 문제를 내포한 사건이 있어 이번 칼럼을 통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제가 직접 맡았던 사건은 아니고 동료 변호사를 통해 알게 된 사건임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의뢰인은 Aggravated Break and enter commit serious indictable offence (가택 침입 뒤 중범죄: 일반 가택침입죄보다 가중처벌 가능) 및 여러가지 범죄로 기소되었습니다. 경찰의 주장은 의뢰인을 포함한 여러명이 피해자의 집에 침입하여 피해자를 폭행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기소 내용은 20년 이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심각한 범죄로서, 유죄가 인정된다면 초범의 경우에도 5년 이상 실형이 나올 수 있습니다. 또한 일반 경범죄처럼 Local Court(지법)에서 종결될 수 없고 상급법원인 District Court (지구법원)에서 재판을 받아야 하는 중대한 범죄입니다.의뢰인은 중국계의 한 로펌에 사건 진행을 의뢰하였고, 그 로펌의 대표는 1년차 변호사에게 해당 사건을 배당하였습니다. 담당 변호사뿐만 아니라 대표 변호사조차도 형사 사건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였고, 이로 인해 결국 재판 과정에서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Local Court에 본 사건이 회부된 후, 검사측과 의뢰인의 변호사간의 협상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때, 담당 검사가 의뢰인 및 다른 공범들은 Affray라는 죄목으로 기소하겠다는 제안을 하였습니다. ‘소란’으로 번역되는 Affray 는 10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범죄입니다. 해당 범죄는 District Court 까지 가지 않고 Local Court에서 마무리지을 수 있으며 전과가 없다면 집행유예를 받을 수도 있는, 처음 기소된 죄목보다 형량이 훨씬 가벼운 범죄입니다. 따라서 상당히 관대한 오퍼를 검찰이 제안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의뢰인 측에서는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조건이었습니다. 이 단계에서 해당 오퍼를 수락하였다면 재판은 금방 종결되었을 것이고, 그만큼 변호사 비용 또한 절약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담당 변호사는 이를 거절하고 상급 법원인 District Court 에서 재판을 진행하겠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제가 이 사건에 대해 알게 된 것도 바로 이 시점이었습니다. 사건을 담당했던 1년차 변호사는 대표 변호사의 지시대로 진행을 하면서도 이것이 과연 올바른 선택인지 의심이 되어 개인적으로 저에게 조언을 구한 것입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수 없는 선택이었고, 저는 과연 이 상황을 의뢰인이 인지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합리적인 판단이 아닌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기에 저는 대표 변호사가 의뢰인으로부터 수임료를 더 받기 위해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닌가 의심이 되었습니다. 배심원 공판이 진행되는 District Court 로 사건이 올라가면 수임료가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습니다. 사건은 결국 District Court 로 올라가게 되었습니다.그 뒤로 재판은 더욱 이해하기 힘든 방향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의뢰인은 무죄를 주장했고 배심원 공판 기일을 잡게 되었습니다. 증거를 고려하면 무죄를 주장하기 상당히 어려워 보였지만, 의뢰인의 변호사는 그렇게 재판을 강행했습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변호사가 이렇게 무리한 주장을 강행한 이유는 바로 피해자들이 이미 중국으로 돌아갔기 때문이었습니다. 피해자가 호주에 없기에 진술을 하지 못할 것이라 예상하고 피해자 진술 없이는 재판을 하지 못하리라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피해자나 증인이 해외에 있다고 하여 진술을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많은 재판들이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증인들 역시 화상으로 진술합니다. 의뢰인의 변호사는 이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공판을 강행한 것이었습니다. 검찰 측에서 의뢰인의 변호사에게, 피해자들과 연락이 되었으며 비디오로 진술을 할 것이라는 말을 전달하였습니다. 이 소식에 놀란 담당 변호사가 다시 저에게 연락을 하였습니다. 담당 변호사나 대표 변호사는 재판에서 비디오 진술이 가능한지조차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상황이 흘러간 것에 당황하였습니다. 피해자들이 재판에 참석하여 진술을 하게 되면 유죄 판결의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고, 가택 침입죄로 기소되었으므로 유죄가 인정된다면 5년 이상의 실형도 받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에 대표 변호사는 뒤늦게 의뢰인에게 유죄를 인정하도록 하였다고 합니다. 결국, 재판 초기 단계에서 검사의 제안을 받아 들여 Local Court 에서 재판을 마무리했다면 이미 사건은 종결되고 의뢰인은 집행유예로 풀려났겠지만, 변호사의 잘못된 조언으로 인해 District Court로 사건이 진행되었고 원래 기소된 가택 침입죄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실형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더 많은 비용을 쓰고 더 나쁜 결과를 받게 된 의뢰인은, 과연 이런 내막을 알고 있을까요? 이렇게 의뢰인의 입장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무책임한 변호사를 보면 마음이 참 답답합니다. 하지만, 제 의뢰인이 아닌 이상 제가 직접 연락을 할 수도 없고 이런 상황에 대해 알려줄 수도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린 사례와 같이 변호사를 잘못 선임하면 이렇게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건은 다르기 때문에 그 상황에서 가장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관련 경험이 많은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형사 기소가 되었다면 공인형법전문변호사 등 형사법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변호사를 선임하시기를 추천해드립니다.   문의: H & H Lawyers  전화: 61 2 9233 1411이메일: info@hhlaw.com.au 홈페이지: www.hhlaw.com.au 강현우 파트너 변호사(H & H Lawyers공인 형법전문 변호사)면책공고본 칼럼은 작성일 기준 시행되는 법규를 기반으로 작성된 것이며 일반적인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므로, 필자 및 필자가 소속된 법무법인은 이후 법규의 신설, 개정, 폐지로 인한 변경 사항 및 칼럼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로 인해 발생한 직•간접적인 손해에 대해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상기 내용에 기반하여 조치를 취하시기에 앞서 반드시 개개인의 상황에 적합한 법률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16/12/2021
형법칼럼

공소시효란 어떤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공소의 제기를 허용하지 않는 제도로, 검찰이 법원에 재판을 청구하지 않는 불기소처분의 한 유형입니다. 다시 말해 일정 기간이 지날 경우 특정 범죄를 기소할 수 없으며, 그에 대한 국가의 형벌권이 완전히 소멸됨을 뜻합니다. 그러므로 공소시효가 지나게 될 경우, 범죄를 저질렀어도 처벌을 받을 수 없습니다.한국에서 대부분의 범죄에는 공소시효가 적용되는데,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25년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까지 있습니다. 사형에 해당하는 살인죄의 경우 그동안 25년의 공소시효가 적용이 되어 왔으나, 2015년에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공소시효가 폐지되었습니다. 이외에도 강간등 살인이나 13세 미만에 대한 강제추행 등의 죄 등에도 공소시효가 폐지되었으나, 이와 같은 일부 범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범죄에 공소시효가 적용되고 있습니다.이에 반해, 호주의 경우 공소시효가 적용되는 범죄가 거의 없습니다. 소위 말하는 Summary offence (경범죄)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범죄들에는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Summary offence 란 벌금형이나 6개월 이하 실형을 받을 수 있는 범죄를 말하며 대부분의 음주운전이나 교통법 위반, 공공장소에서 욕설이나 음란행위를 한 사건 유형들이 여기에 속합니다.경범죄의 공소시효는 범죄를 행한 날로부터 기간이 계산됩니다. 범죄가 발생한 뒤 6개월 안에 기소를 해야 하며, 기소를 하지 않을 경우 소추권을 행사할 수 없어 처벌이 불가능합니다. 만약에 기소한 죄목이 틀렸을 경우 6개월 이내에 이를 정정해야 하며 시간이 더 지나게 되면 기소가 불가능해집니다.변호사들이 이러한 부분을 이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의뢰인이 면허 취소기간 중에 운전한 혐의로 기소가 되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사건 발생 뒤 약 한 달이 지나 첫 재판이 열렸습니다. 의뢰인은 무죄 주장을 하였고 이에 따라 공판 일정이 잡혔습니다. 법원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공판이 열릴 때까지 4~5개월의 시간이 걸립니다. 여기에 이런 저런 이유로 시간을 좀 더 벌어서 6개월이 지나게 하는것은 어렵지 않습니다.그런데 공판에서 사실관계를 살펴보니, 이 사람이 운전을 했을 당시 사실은 면허 취소 상태가 아닌 면허 정지 상태였는데 경찰이 처음에 기소를 잘못 한 것입니다. 공판날까지 이 사람을 “면허 정지상태에서의  운전” 혐의로 정정하여 기소를 하지 않으면 앞서 기소된 “면허 취소상태에서의 운전” 혐의는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을 것이고, 해당 사건의 공소시효인 6개월은 이미 만료되었기 때문에 검사는 이 사람을 “면허 정지상태에서의 운전”혐의로는 영영 기소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호주의 교통법은 매우 복잡하여, 일반인들이 이러한 법리적인 부분에 대해 정확히 알기가 어렵습니다. 심지어 검사나 변호사조차도 교통법의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맹점을 이용하여 처벌을 면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것입니다.하지만,  글의 서두에서 말씀드렸다시피 호주에서 공소시효가 적용되는 범죄는 극히 일부분입니다. 대부분의 범죄의 경우 사건 발생 이후 언제든지 수사 및 기소가 가능합니다. 의뢰인들이 경찰 조사를 받은 뒤에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 걱정을 하며 제게 연락을 주실 때가 있습니다. 경찰은 수사가 종결되었다거나 기소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등의 확인을 해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서 5년 후, 혹은 10년 후에라도 경찰은 언제든 사건을 다시 열어 기소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범죄의 특성에 따라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 피의자가 재판을 받는 데 불리한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다면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가능합니다.가정폭력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를 하면서 해당 사건이 아닌 몇 년 전에 발생한 사건들까지 모두 얘기를 하면, 과거의 사건으로 피의자가 기소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동안 신고만 하지 않았을 뿐, 모든 증거를 기록해두었고 과거의 어느 때 어떤 일이 있었다고 설명을 한다면 해당 사건들로 인해 기소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혼과정에서 과거에 가정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면 판결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나올 것이라 생각하여 이런 전략을  취하는 사람들을 많이 목격하였습니다. 주변인들, 심지어는 일부 변호사들이 이런 식으로 조언을 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몇년 전, 호주에서 가톨릭 교회의 아동 성폭행 사건에 대한 특검이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성폭행을 당했던 많은 사람들이 증인으로 나섰고, 이로 인해  3~40년 전에  발생한 사건들로 기소하는 경우가 많이 생겼습니다. 저 역시 검사로 재직할 당시 이런 사건들을 상당히 많이 맡은 바 있습니다. 오랜 세월이 흘러 아동이었던 피해자는 성인이 되었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피해자들은 오래전에 발생한 사건을 다시 기억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그들이 자신에게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처벌하기 원한다면, 많은 시일이 흐른 후에라도 법의 심판대 위에서 재판을 받게 할 수는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공소시효의 존폐를 둘러싸고 언제나 갑론을박이 있어 왔지만 양측 모두 합당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쉽게 판단할 수는 없는 문제입니다. 형사법에 의해 기소가 되었다면, 해당 유형의 공소시효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형사법 전문가의 법률 조언을 받으실 것을 권해드립니다.한국법 내용 감수: 조옥아 한국변호사문의: H & H Lawyers  전화: 61 2 9233 1411이메일: info@hhlaw.com.au홈페이지: www.hhlaw.com.au강현우 변호사 (H & H Lawyers 파트너 변호사 / 공인 형법전문 변호사) 면책공고본 칼럼은 작성일 기준 시행되는 법규를 기반으로 작성된 것이며 일반적인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므로, 필자 및 필자가 소속된 법무법인은 이후 법규의 신설, 개정, 폐지로 인한 변경 사항 및 칼럼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로 인해 발생한 직•간접적인 손해에 대해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상기 내용에 기반하여 조치를 취하시기에 앞서 반드시 개개인의 상황에 적합한 법률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07/10/2021
형법칼럼

호주에서 한국인들이 본의 아니게 마약 운반 사건에 연루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한국과 호주 양국이 모두 마약의 소지나 운반 등을 법으로 엄격히 금지하고 있지만, 한국에 비해 호주에서는 비교적 마약을 접하기가 어렵지 않기 때문에 형사사건으로 비화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한국과 마찬가지로 호주 역시 마약 관련 법규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처벌의 수위도 점점 높아지고 있는 바, 이번 칼럼에서는 마약 운반과 관련한 최근의 형사 사건 사례를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래에서 살펴볼 사건은 마약 운반이나 소지에 대한 큰 경각심 없이 사건에 연루되어 결국 징역 6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건으로서, 마약 범죄와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시드니에 사는 청년 두 명이 어느날 퍼스(Perth)로 비행기를 타고 갔습니다. 이들은 퍼스에서 승용차를 렌트하여 약 일주일간 지낸 후 렌트카를 반납하고 새로 SUV자동차를 렌트하여 약 2주 후에 멜버른에서 반납하는 것으로 계약을 하였습니다.  이 청년 둘은 SUV를 렌트하자마자  자동차 용품 가게에서 서브우퍼(Subwoofer)를 사서 트렁크에 보관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차량을 운전하던 중 남호주의 한 지역에서 경찰의 차량 검문을 받았습니다. 경찰은 차량 검문을 실시하던 중 트렁크에 보관되어 있던 서브우퍼 안에서 메스암페타민(일명 ‘아이스’) 약 10kg 을 발견하였습니다. 이는  5백만 달러 정도의 가치에 해당하는 양으로서 마약 관련 다른 범죄 사례와 비교하여 보아도 매우 많은 양에 해당됩니다.  위 메스암페타민이 발견될 당시 서브우퍼는 트렁크 안에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차량과 서브우퍼는 단지 나사로 조여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트렁크 안에는 이 두 청년의 가방과 소지품도 모두 있었고, 서브우퍼 안에서 발견된 메스암페타민에서는 이 청년들의 지문이나 DNA 등이 검출되지 않아 이들이 직접 위 메스암페타민을 소지하여 운반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두 청년은 마약 운반 혐의로 기소가 되었고, 약 2년에 걸친 재판 후 결국 6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호주에서 마약을 운반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려면 검찰은 다음 내용을 입증해야 합니다. 다른 범죄와 마찬가지로 마약 범죄도 혐의와 관련된 피의자를 확정하여야 하는 것이 우선이고, 해당 피의자가 마약을 운반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이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해당 피의자가 해당 물품이 마약인지 알고 있었는지 여부, 즉 고의성을 판단하는 문제입니다. 일반적으로 고의라는 것은 마약임을  알고 있었거나, 마약임을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지 못한 경우를 포함합니다. 다시 말하면 후자의 경우 일반인의 시각에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해당 물품이 마약임을 직접 보거나 알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합리적인 기준으로 판단하였을 때 그것이 마약이라고 의심할 만한 상황이었고 주의를 기울였다면 이를 알 수 있었을 경우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만약 어떠한 상황에 놓인 일반적인 사람이 “이거 상황을 보니 마약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간과하고 행위를 하였다면 그것이 바로 유죄의 요소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이 사건 재판의 쟁점도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한국인은 마약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마약에 대한 인식이 크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설령 어떠한 정황상 내가 불법적인 물건을 소지하거나 운반하는 것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그것이 마약일 수도 있겠다는 의심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한국인이 마약에 대하여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그만큼 오히려 마약 관련 범죄에 노출되기도 쉽습니다. 반면에, 호주인들은 한국인에 비하여 비교적 마약에 대한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위와 같은 상황을 접할 경우 그 불법적인 물건이 마약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따라서 호주 법정에서 그것이 마약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는 주장은, 호주인들의 마약에 대한 일반적인 접근방식을 기준으로 볼 때 합리적인 것으로 받아 들여지기 힘들다고 할 수 있습니다.이 사건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청년이 아무리 서브우퍼 안에 숨겨진 것이 마약인 줄도 몰랐고, 누가 숨겼는지도 모르겠다며 마약과의 연관성을 부인해도 호주 재판부는 이를 받아 들이지 않았습니다.이 청년들은 새 SUV를 렌트하고 약 2시간 후에 서브우퍼를 구입하였고, 그리고 약 15시간 후에  서브우퍼 안에서 마약 10kg이 발견되었습니다. 마약이 서브우퍼 안에 보관되려면, 이들이 직접 마약을 건네받아 서브우퍼 안에 보관하였거나 아니면 서브우퍼를 산 곳에서 이 둘이 알았거나 모르는 상황에서 누군가가 이것을 서브우퍼 안에 보관하였어야 합니다. 또는 차량을 운행하는 도중 어떤 시점에 마약이 보관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가능성이 있겠지만 호주법원은 어떠한 경우라도, 이 두 청년이 전혀 개입되지 않은 상태로 10kg의 마약이 보관되었다는 것에 합리적인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적어도 이 두 청년이 그것을 마약이라고 의심할 만한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호주 법원의 판단은 이 두 청년에게는 매우 억울한 결과였을 것입니다. 5백만 달러나 되는 마약임을 알았거나 적어도 이를 의심하였다면 그들의 행동이 매우 달라졌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위와 같이 마약 공급자들은 대부분 위의 두 청년과 같이 마약에 대하여 잘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범죄에 이용합니다. 설령 위의 사례와 같이 범죄행위가 발각되더라도 이용당한 사람이 이용한 사람의 존재를 모르면, 이용한 사람은 경찰 조사에서 빠져 나가기 쉽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위와 같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항상 스스로 조심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마약 운반 등의 범죄로 처벌받는 것은 결국 이에 대하여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범죄에 연루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누군가에게 무엇을 옮겨 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정황상 그것이 불법적인 것으로 의심된다면 섣불리 이를 승낙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강현우변호사H & H Lawyers파트너 변호사공인 형법 전문 변호사문의: H & H Lawyers  전화: 61 2 9233 1411이메일: info@hhlaw.com.au홈페이지: www.hhlaw.com.au 면책공고본 칼럼은 작성일 기준 시행되는 법규를 기반으로 작성된 것이며 일반적인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므로, 필자 및 필자가 소속된 법무법인은 이후 법규의 신설, 개정, 폐지로 인한 변경 사항 및 칼럼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로 인해 발생한 직•간접적인 손해에 대해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상기 내용에 기반하여 조치를 취하시기에 앞서 반드시 개개인의 상황에 적합한 법률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12/08/2021
형법칼럼

NSW의 음주 운전은 혈중 알코올 농도 측정치에 따라 기소 내용이 정해집니다. 0.05 이상 0.08미만은 Low Range, 0.08 이상 0.150 미만은 Mid Range, 그리고 0.150 이상은 High Range 입니다. 기소 내용에 따라 처벌이 다르며 이번 칼럼에서는 가장 위중한 High Range PCA(prescribed concentration of alcohol)에 대해 다루겠습니다. High Range PCA 는 첫 번째 일 경우, $3,300 이하의 벌금 및 18개월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고, 5년 안에 두 번 이상 위반일 경우, $5,500 이하의 벌금 및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심각한 범죄입니다. 실제로 음주 운전으로 실형을 선고받아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사람도 많을 만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범죄는 아닙니다. 이러한 형법상의 처벌 외에도 추가로 면허 취소 및 Interlock과 같은 행정적 제재도 내려집니다. 2017년도 법안 개정으로 모든 High Range 위반의 경우 최소 24개월간 Interlock 기계를 설치해야 합니다. 이는 차에 다는 음주 측정 기계로, 매번 운전할 때마다 음주 측정을 통과해야 하며, Interlock 설치 처분을 받은 사람은 Interlock 이 설치된 차만 운전할 수 있습니다. 대신 면허 취소 기간이 12개월에서 최대 3년이었던 것이 6~9개월로 바뀌었습니다. 대신 5년안에 두 번 이상의 위반이 발생할 경우 면허 취소는 9~12개월, Interlock 설치는 최소 48개월이 됩니다. Interlock 설치는 의무입니다. 판사가 기간을 늘릴 수는 있으나 줄일 수 없고, RMS 에서 자동으로 실시하게 됩니다. 만약 Interlock을 원하지 않는다면 Interlock Exemption Order를 신청해 볼 수 있습니다. 조건은 두 가지입니다. 의학적으로 음주 측정을 할 수가 없다거나, 이용 가능한 차가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 합니다. 이는 신청인이 입증해야 하며, 일반적으로 첫 번째 조건의 경우 의사 소견서가 필요하고, 두 번째의 경우 본인 이름으로 등록된 차량 및 같이 사는 사람(가족 등) 아무에게도 차가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 합니다. Interlock exemption order의 단점은 면허 취소 기간에 개정 전 법 규정이 적용되므로 그 기간이 초범일 경우 기본 3년(최소 12개월), 두번째 이상일 경우 기본 5년(최소 2년)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차가 없다는 이유로 Interlock 면제 처분을 신청했을 때에는 면허 취소 기간을 최소로 해달라고 요청하기는 어렵기에 대부분 기본 기간이 적용된다고 보면 됩니다. Interlock 명령을 받고도 Interlock 을 설치하지 않는다면 기본 5년 면허 취소가 됩니다. 그러므로 재판을 받기 전 확실한 법률 조언을 받고 진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 한 법원에서 어떤 변호사가 High Range 음주 운전 사건 재판을 맡아 변호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피고인과 변호인 모두 한국 사람이었고, 리딩은 0.18정도 되는 높은 혈중 알코올 농도였습니다. 그런데 당시 변호인의 변론을 들었을 때, 상당히 당혹스럽고 창피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이 변호사는 Interlock으로 변경된 법을 모르는 듯 했습니다. 판사에게 현재 자신의 의뢰인은 High Range 음주 운전으로 기소되었기에 기본 3년, 최소 12개월의 면허 취소가 될 수 있으나, 최소인 12개월을 적용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보니, 법이 변경된지 이미 약 4년이 지났음에도 그 사실조차 모르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그는 Section 10을 달라고 판사에게 요청했습니다. 여기서 Section 10이란, 심각하지 않은 범죄의 경우에 특별한 상황을 고려해 전과를 남기지 않고 처벌만 받게 하는 선고에 관한 법조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약 2년 전 법이 개정되어 더이상 Section 10 이라 하지 않고 ‘Conditional Release Order without conviction’이라고 하며 현재는 Section 9 에 있습니다. 의뢰인과 얘기할 때는 너무 길게 말하는 것보다 Section 10이라고만 말하는 것이 편하고 많은 사람들이 아직 조항을 그렇게 알고 있기 때문에 비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그렇게 지칭할 수 있으나, 정식 재판에서 판사에게 그렇게 말하는 것은 큰 실수입니다. 또한 High Range 음주 운전에서 전과 기록을 남기지 않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아주 예외적인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언급조차 할 수 없는, 말도 안되는 요청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그 변호사는 현재 피고인이 차를 아내와 같이 쓰기 때문에 Interlock 을 내리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Interlock exemption order를 신청할 수 있는 경우는 두 가지뿐입니다. 그런데 이 중 의학적 요건은 그 피고인에게는 해당이 안되었고 나머지 조건마저 절대 충족될 수 없는 상황인 것을 본인의 발언 자체로써 언급하면서 이러한 요청을 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기본적인 법조차 알지 못하고 판사에게 그러한 요청을 하니 계속해서 말이 안되는 소리를 하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다행히 판사가 친절한 사람이어서 변호인이 이런 소리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아무 말 하지 않고 듣고 있었습니다. 판사가 특히 변호사로부터 이런 터무니 없는 발언을 듣게 될 경우, 한소리를 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당신 변호사 맞습니까?”라고 하는 것도 본 적이 있습니다. 아무튼 이 사건의 판사는 별 말을 하지 않았지만, 당시 법정에 있던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이러한 오류를 알고 있었고 서로 쳐다보며 민망해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의뢰인은 이런 상황을 알기 어렵습니다. 자신의 변호인이 얼마나 얼토당토 않은 소리를 하는지, 법적으로 불가능한 주장을 하는지 등등을 말입니다. 아마도 그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자신의 정당한 주장을) 판사가 받아들여주지 않았다고 말할 것이고 의뢰인은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갈 것입니다. 변호사를 선임할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의뢰인이 정확한 조언을 받아 본인의 상황을 알고 이에 따른 적합한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잘 모르고 변호사에게만 의지하여 잘못된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경우를 너무도 많이 봅니다. 사실 변호사가 이렇게까지 기본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런 일을 하면 안 되는 것이 당연합니다만, 영어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이민자들도 많은 호주라는 국가의 특성상 이런 변호사들도 한국말을 할 줄 안다는 장점을 살려 그냥 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타국에서 법률 지식이나 영어에 취약한 의뢰인을, 변호사 본인의 이득을 위해 악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할 것입니다. 강현우 변호사 H & H Lawyers 파트너 변호사 공인 형법 전문 변호사 면책공고: 본 칼럼은 작성일 기준 시행되는 법규를 기반으로 작성된 것이며 일반적인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므로, 필자 및 필자가 소속된 법무법인은 이후 법규의 신설, 개정, 폐지로 인한 변경 사항 및 칼럼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로 인해 발생한 직•간접적인 손해에 대해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상기 내용에 기반하여 조치를 취하시기에 앞서 반드시 개개인의 상황에 적합한 법률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06/05/2021
형법칼럼

2017년경,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호주 국자’ 사건이 있었습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사건에 대한 정보가 많이 나와있으나,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한국 워마드라는 홈페이지에 ‘하용가젠시병자59’ 라는 닉네임을 쓰는 한 회원이 ‘자신은 호주에 살고 있으며 서양 남자 어린이를 강간하겠다’는 내용의 글과 사진들을 올렸습니다. 글쓴이는 본인이 아이를 성폭행하고 영상을 찍었다 주장하며, 잠자는 남자아이의 사진 및 성폭행 장면으로 의심되는 섬네일 및 다수 영상을 첨부하였습니다. 이 사건을 인지하게 된 호주인들이 경찰에 신고를 했고, 2017년 11월 20일 다윈에서 ‘호주국자’라는 유튜버가 방송 중 갑자기 경찰이 들이닥쳐 체포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그녀는 오페어(au pair)라고 하는, 가정집에서 보모일을 하며 하숙을 하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 집 주인도 자신들의 아이를 돌보던 보모가 이렇게 체포가 되면서 많이 놀랐던 상황이었습니다. 경찰은 글의 내용대로 아동 강간 및 동영상 촬영 관련 사건이 있을 거라 의심하여 체포를 하였으나, 수사 후 실제 그런 사건이 있었다고 입증할 수 없어, 그녀의 컴퓨터와 휴대폰에서 나온 사진들만을 토대로 ‘아동 착취물 소지 및 배포’ 혐의로 구속하게 됩니다. 실제 워마드에 올라간 글이 그녀가 쓴 글이라고 입증되지 않았고, 그녀의 컴퓨터와 휴대폰에서 발견된 사진 또한 그녀가 찍은 것이라고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그녀는 국선변호인를 통해 보석 신청을 하였으나, 도주 우려 위험 및 증거 훼손 가능성으로 보석이 기각되었습니다. 당시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선변호인를 통해 신청을 했기에, 보석을 받지 못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 후 다음 재판 일정은 약 2달 후로 잡히게 되고, 판사는 검찰과 경찰에 증거 제출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한국에 있는 그녀의 지인을 통해 저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당시 저는 담당 검사 및 경찰과 직접 통화하여 본 사건에 대해 파악을 했습니다. ‘아동착취물 소지 및 배포’ 사건은 사진이나 영상의 수위에 따라 처벌이 달라질 수 있는데, 본 사건은 그렇게 심각한 사건은 아니었습니다. 사진의 수위가 그렇게 높지 않았고, 피고인은 전과가 없는 초범이었기에 설령 유죄 판결이 난다 하여도 실형을 받지 않을 수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간단하게 초기 상담을 진행하고 안내를 해주었으나, 그녀의 가족들은 골드코스트에 있는 다른 한인 변호사를 수임하여 재판을 진행하였습니다. 그 후 약 5개월이 지난 2018년 4월쯤, 그녀가 제게 직접 연락을 하여 그동안 재판 진행이 어떻게 되었는지 듣게 되었습니다. 주 대법원 보석 심사 재판을 통해 보석을 받긴 했는데 그 전까지 5개월여를 감옥에서 보냈고, 현재는 비자가 취소된 상태이기에 수용소에 있다고 하였습니다. 사실 본 사건은 처음부터 보석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리고 유죄가 되더라도 실형 가능성이 매우 낮은 범죄였고 집행유예가 충분히 가능한 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5개월의 시간을 감옥에서 보낸 것입니다. 저는 당시 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던 변호사와 통화를 하였고, 그 담당 변호사가 본 사건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 담당 검사와 통화를 하였고,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확인하였습니다. 검사조차도 왜 이런 사건이 이렇게까지 시간을 끌고 피고인을 5개월동안이나 구속된 상태로 두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그녀는, 그동안은 지인들이 자기 사건을 처리해주었지만 이제 스스로 상황 파악이 되고 직접 하겠다고 하며 저를 선임하였습니다. 이전의 변호사에게 사건 관련 파일을 넘겨 받으려 했으나, 그 변호사는 미납된 비용이 있다며 주지 않았습니다. 이미 $20,000 이상을 지불 한 상태였는데, $10,000 이상을 더 내놓으라 하는 것을 보니 정말 가관이었습니다. 저는 의뢰인에게 전 변호사의 행태와 잘못된 조언 및 비용과 관련해 다투자고 하였으나, 그녀는 이미 지칠 대로 지쳐 그저 하루빨리 본 사건을 마무리 짓기를 원했습니다. 결국 저는 검사를 통해 모든 파일을 받게 되었고, 사건 파악 후 의뢰인이 원하는 방향대로 사건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기소 내용을 유죄 인정하는 대신, 집행유예로 사건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사실 본 사건은 진작에 이렇게 했더라면 약 한두 달 내로 마무리 되었을 것입니다. 감옥에서 5개월 동안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고 재판을 6개월간 지지부진하게 끌 필요도 없었습니다. 또한 $20,000 이상의 비용을 쓸 필요도 없었던 사건입니다. 당시 담당 변호사의 무능력 혹은 장난질로 의뢰인만 엄청난 피해를 본 것입니다. 변호사는 ‘의뢰인의 최선’을 위해 일해야 합니다. 절대로 ‘자기 자신의 최선’을 위해 일하면 안됩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변호사가 제대로 사건을 파악하지도 않은 채 혹은 자신의 수임료를 올리기 위해 잘못된 조언을 하거나 의뢰인에게 손해가 되는 일을 하곤 합니다. 본 사건도 의뢰인은 한 순간의 어리석은 선택으로, 무능하거나 이기적인 변호사에게 일신의 중요한 사건을 맡김으로써, 너무나 큰 피해를 입은 것입니다. 강현우 변호사 H & H Lawyers 파트너 변호사 공인 형법 전문 변호사 [면책공고] 본 칼럼은 작성일 기준 시행되는 법규를 기반으로 작성된 것이며 일반적인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므로, 필자 및 필자가 소속된 법무법인은 이후 법규의 신설, 개정, 폐지로 인한 변경 사항 및 칼럼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로 인해 발생한 직•간접적인 손해에 대해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상기 내용에 기반하여 조치를 취하시기에 앞서 반드시 개개인의 상황에 적합한 법률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문의: H & H Lawyers Email: info@hhlaw.com.au Phone: +61 2 9233 1411

08/04/2021
형법칼럼

지난 칼럼에서도 언급했듯이 대부분의 성폭행 사건은 배심원 공판까지 가게 됩니다. 이번 칼럼에서 다룰 내용은 실제 제가 담당했던 사건이며 성공적으로 변호하여 무죄 판결을 받은 사건입니다. K씨(남)는 나이트클럽에 갔다가 Y씨(여)를 만나 술을 마시고 춤을 추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날 둘은 서로 SNS 아이디를 주고받고 헤어졌습니다. 그 후 며칠간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연락을 하다 약 일주일 후쯤 다시 만나게 되는데, 만나서 저녁을 먹고 데이트를 하고 술을 마셨습니다. 이날 둘은 키스를 하게 되었고 K씨가 Y씨를 집에 데려다주고 헤어졌다고 합니다. K씨는 Y씨와 남녀 관계로서의 만남을 추구했으나, Y씨가 자신은 호주에 공부를 하러 왔기에 남자친구를 사귈 수 없다고 거절했다고 합니다. 그 후 둘은 한동안 만나지 않다가, K씨가 본인이 한국으로 돌아가게 됐다고 연락을 하자 Y씨가 ‘가기 전에 보자’고 하여 둘이 다시 만나게 됩니다. 이날 둘은 저녁 식사 후 한 한인 식당에서 약 4시간 동안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식당 CCTV를 보면, 서로 손을 잡기도 하고 얼굴을 어루만지기도 하며 술을 따라주고 마시면서 애정 행각을 하는 부분이 보입니다. 새벽 2시쯤 둘은 나와서 K씨의 아파트로 갑니다. 여기서부터 진술이 엇갈리는데, Y씨는 경찰에 ‘본인은 술을 마시다가 기억이 끊겼고, 다음 기억은 아파트 엘리베이터였다’고 했습니다. 그다음 기억은 K씨가 자신의 위에서 성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었는데, 본인은 거부를 하고 밀쳤으나 강압적으로 성폭행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식당이나 아파트의 CCTV의 내용은 달랐습니다. 한인 식당에서 나올 때 그들은 손을 잡고 있었고 서로 허리를 잡거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연인처럼 걸어 나갔습니다. 아파트 입구 CCTV에도 둘이 손을 잡고 키스를 하며 웃으며 올라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Y씨와 K씨가 아파트에 들어가고 약 4시간 후 Y씨가 아파트에서 나오는데, CCTV를 보면 Y씨는 매우 화가 나있고 물건들을 던지며 나옵니다. 그 후 Y씨가 다시 아파트 문을 두드리고 자신의 신발을 가지고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는데, 다음 CCTV의 장면은 Y씨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 바닥에 쓰러져 걷지를 못하며 기어가는 것입니다. 그때 다른 사람이 와서 Y씨를 도와주고 그녀는 본인이 성폭행 당했다고 하여 경찰이 오게 됩니다. K씨는 이로 인해 성폭행으로 기소되고 구속되었습니다. 구속된 상태에서 제게 연락을 하였고 저는 바로 다음날 보석 재판을 준비하여 K씨는 보석을 받아 불구속 재판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K씨의 주장은 이랬습니다. “둘이 술을 마실 때 분위기가 좋았고, Y씨가 먼저 내 아파트에 가자고 해서 가게 되었다. 아파트에 들어간 후, 오히려 Y씨가 적극적이었고 둘이 관계를 갖게 되었다. 당시 나는 술을 많이 마신 상태라 성관계를 하기가 힘들어 안 하려고 하였으나, Y씨가 워낙 적극적이어서 꽤 오랜 시간 시도를 하였다. 그래도 내가 계속해서 제대로 하지 못하자, Y씨가 갑자기 화를 내며 옷을 챙겨 나갔다. 나는 너무 당황한 채 그녀를 내보냈는데, 곧 경찰이 와서 체포가 되었다"라는 것입니다. 둘이 식당에서 했던 행동, 아파트에 가기 전 행동, 엘리베이터를 올라갈 때 행동, 그리고 이후 4시간 동안 방에 함께 있었다는 물적 증거인 CCTV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기소하였고 재판을 강행하였습니다. 이런 사건이 기소되었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볼 수도 있으나 호주에서는 충분히 기소될만한 사안입니다. 피해자의 진술이 있었고, 그 진술에 따르면 피해자가 다른 사람에게 성폭행 당한 것 같은데 피해자 본인은 당시 너무 취해서 기억을 하지 못하므로, 그 ‘정신이 없고 기억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가진 관계는 성폭행이라는 원리가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배심원 공판이 진행되어 12명의 배심원 앞에서 진술하고 판결을 받게 되었습니다. 저는 위에 언급한 모순들과 문제점들을 지적하였고 피해자의 진술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고 반박하였습니다. 하지만 피해자가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하지 않고 기억이 잘못됐을 수도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성폭행 사건, 특히 배심원 재판에서는 이렇게 주장하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왜냐하면 호주는 문화적으로, 성폭행 피해자가 거짓말로 본인이 성폭행 당했다고 신고하거나 진술할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처럼 합의 제도가 있는 게 아니고, 설마 돈이나 다른 목적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할 것이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기에 오히려 그렇게 공격을 했다가는 역공 당할 수 있습니다. 여성 피해자를 나쁜 사람으로 몰아갈 경우, 오히려 배심원이 변호인단을 싫어할 수 있기에 조심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결론은 무죄였습니다. 당연히 받아야 할 결과였습니다. 그럼에도 안타까운 것은, 본 사건의 피의자/피고인이었던 K씨는 이로 인해, 한국에 돌아가지도 못하고 몇 년간 재판을 받으며 변호사 비용을 지불해야 했으나, 이를 보상 받지 못했다는 것 입니다. 이게 호주의 시스템입니다. 그러니 그만큼 조심해야 합니다. 【면책공고】 본 칼럼은 작성일 기준 시행되는 법규를 기반으로 작성된 것이며 일반적인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므로, 필자 및 필자가 소속된 법무법인은 이후 법규의 신설, 개정, 폐지로 인한 변경 사항 및 칼럼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로 인해 발생한 직•간접적인 손해에 대해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상기 내용에 기반하여 조치를 취하시기에 앞서 반드시 개개인의 상황에 적합한 법률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문의: H & H Lawyers Email: info@hhlaw.com.au Phone: +61 2 9233 1411 강현우 변호사 H & H Lawyers 파트너 변호사 공인 형법 전문 변호사

25/03/2021
형법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