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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우리 옆집은 공사 중이다. 어제와 오늘 철거 작업을 한다. 집이 지어 진지 족히 70년이 넘었다. 그 동안의 대부분을 살며 지켜왔던 노부부는 세상을 떠났고, 이리 저리 소유권이 돌아다니다가, 드디어 개발자 손에 들어갔다. 사고 허물고 짓고 팔아 이익을 남기려 한다. 그 목적 하에 이 땅의 모습은 계속 바뀐다. 내년 7월에 어떤 모양의 집이 들어 설지 대단히 궁금하다 지난 주 The Sculpture by the Sea를 보러 갔다. 타마라마 비치를 바라보는 길가에 무료 주차공간이 하나 있었다. 복권 맞은 기분으로 신나게 세우고 해변 산책로에 들어섰다. 많은 조각 작품들이 있었으나, 나에겐 계획이 있었다. 본다이와 타마라마 비치의 경계에 위치한 한 집을 확인하고 싶었다. 보행자들의 눈 높이보다 두 길 높은 땅에 지은 집이라 길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1,100 제곱미터 땅에 1924년 지은 방갈로다. 1959년에 한번 매매가 된 후, 한 부부가 4자녀를 키우며 살다가 남편이 세상을 떠나니 매물로 내 놨고, 지난 5월에 4천 5백만불에 팔렸다. 우리 옆집과 땅 크기나, 소유 역사는 비슷한데, 값 차이는 비교 불가다. 그 땅에 어떤 집이 지어질 지 정말 궁금하다   2.지난 주 콩코드 로드 뒷골목에 차 세울 곳을 찾아 들어갔다. 길 바닥에 한 새가 죽어가고 있었다. 그 옆에는 또 한 새가 껑충대며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죽어가는 새끼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려는 어미 새인 줄 알았다. 주차하며 다시 돌아보니, 덩치 큰 까마귀가 죽어가는 까치를 긴 부리로 콕콕 찍고 있다. 산 것이 더 잘 살기 위해 죽어가는 것을 섭취하고 있었다.  인간은 새 보다 위대하지만 여전히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산다. 그런데 억울한 것은 태생의 불공정함이다. 시작점이 다르다. 어떤 이는 해변가 집을 물려받고, 어떤 이는 산속 오두막에서 살고, 어떤 이는 그 마저도 없다. 어떤 이는 가문과 두뇌와 용모가 매우 스마트하게 태어나지만, 어떤 자는 전혀 그런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세상의 먹이가 되어 산다. 왜 이런 모순이 존재할까? 누구는 까마귀로 살고, 누구는 까치로 살아가야만 하는가. 누구 책임인가? 3. 집에서 올림픽파크 쪽으로 가는 샛길. 준 공장지대인데 두 그루의 자카란다 나무가 서 있다. 바로 길 옆이라 바닥부터 위까지 한 눈에 나무의 거대한 자태가 다 보인다. 아름답고 당당했다. 왕의 색으로 몸을 두른 나무는 고귀하기까지 했다. 영화 The Lord of the Rings 3편에 나오는 ‘왕의 나무 The Tree of the King’가 즉각적으로 떠 올랐다. 인간계를 멸망시키려는 괴물 오르크가 최후 전쟁을 일으키는 때, 초라하게 남겨진 인간들은 마지막 보루인 곤도르 성에 모인다. 그 성 중앙에 서 있는 나무는 잎이 다 떨어져서 창백하고 앙상하다. 스러져가는 인간계의 운명처럼 보인다. 그러나 영화는 그 상태로 끝나지 않는다. 그 버려진 나무에 생명의 잎이 돋아나고, 무수한 나비가 깃들게 된다. 남은 자들은 그 나무 밑에서 승전과 더불어 결혼 축제를 벌인다. 극적 반전의 이유는 왕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3편의 소제목은 ‘왕의 귀환’이다.  옆집을 산 개발업자가 한 첫 번 일은, 뒤 뜰에 있던 거대한 나무 3그루를 잘라낸 일이었다. 맹고나무, 대추야자나무, 레몬 나무가 잘려 나갔다. 파내고 자르고 버리는 과정에서 굉음과 먼지가 온 땅을 덮었었다. 그것이 현대 문명의 속성이다. 더 좋은 것을 만든다며 현재의 아름다운 것을 파괴한다. 그러나 때가 온다. 오늘의 비천한 것과 버려진 것들을 살리고 보존하여, 온전케 만드는 그 날이 온다. 왕이 귀환하시는 날이다. 그 왕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시다. 김성주 목사(새빛장로교회) holypillar@gmail.com

09/11/2023
금요단상 - 김성주 목사

[금요단상] 추석과 노동절 1. “와, 추석이다!...” 그런데 뭐가 좋지? 보름달 힐끗 본 것? 떡 하나 더 먹은 것? 뭐 그 정도다. 학생들 방학 중이고, 지난 월요일은 노동절 연휴라 조금 휴일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한국적 추석은 아니다. 그래도 내가 ‘와, 추석이다!...’라 한 것은 한국을 다녀왔기 때문이다. 열흘을 머물다 인천 발 귀환 비행기를 탄 것이 지난 목요일, 추석 전날이다. 이미 연휴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인천 공항은 여행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코비드 3년 후 첫 번 맞이하는 추석 연휴 때문이란다. 이번엔 처음으로 콴타스를 탔는데, 완전 만석. 말 그대로 빈 자리가 하나도 없다. ‘헤어질 결심’을 할 정도로 힘들었다. “다음부터는 콴타스 절대 안 타.  한국 국적기를 탈 거야!” 그러나 허망한 바람인 것이, 코비드 기간 동안 근근히 유지해 왔던 ‘모닝캄’이 9월 말로 끝났다. 정말 코비드 말년 때가 그리웠다. 텅 빈 공항, 널널한 좌석 등. 오랜만에 비좁은 만석 비행기를 타다 보니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생각까지 들었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콴타스는 세계 최상위권이었다. 1920년 퀸즐랜드 롱리치에서 시작된 항공 서비스였으나, 날로 위상이 높아져 세계 2위가 되었다. TV에서 “I still call Australia home’이란 콴타스 테마송이 흘러나오면 늘 울컥하는 감동이 밀려왔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 랭킹 17위다 (Skytrax). 미국 Delta항공이 20위 인 것에 비해선 좀 낫지만, 대한항공 10위에 비하면 한참 뒤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지난 16년 동안 CEO였던 알란 조이스가 그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퇴직금은 $24M. “와, 대박!...” 더 이상한 일은 코비드 기간 동안 받은 정부 지원금이 $2.7B, 그런데 갚을 의무가 없단다. “아, 피 같은 세금...” 2.공항 이야기까지 하면 정말 할 말이 없다. 시드니 공항을 드나들 때마다 인천공항과 너무 비교된다. 입국 티켓을 발행해 주는 무인기들이 3군데 있었는데, 마지막 쪽에 갔다가 사람이 너무 많아 2번째로 돌아갔다. 무인기 5개 중 2개는 작동하지 않는다. 불만을 꾹 누르고 참고 있었는데, 한 여직원이 오더니 종이릴을 갈아주고 갔다. 그래도 리셋이 안되는지 화면에 모래시계 모양만 빙빙 돌아가고 있었다. 다시 인천공항 생각이 많이 났다 엊그제 차 밧데리가 방전돼서 NRMA로드 서비스를 불렀다. 밤 9시에 털털한 호주 아저씨가 와서 느긋하게 갈아줬다. 새 밧데리가 메이드 인 차이나냐 물었더니 메이드 인 코리아라며 최고라고 엄지척을 해 준다. 한국 차도 아주 좋단다. 더 이상 10년전 한국이 아니다. 호주에서 한국산 제품은 대 환영이다. 내가 멀리 떨어져 사는 동안, 한국은 대단히 발전했다. 비행기나 공항뿐만이 아니다. 3.그러나 여전히 “호주는 나의 홈”이다. 그러니까 불평할 수 있다. 사랑하니까. 삶의 모든 여건이 완벽한 곳은 없다. 비행기를 타고, 공항을 들락날락 하는 일은, 내 삶의 지극히 작은 일부다. 그 순간을 잘 견디고 이기면, 신천지가 펼쳐진다. 무엇보다도 맑은 하늘, 깨끗한 공기, 천국 같은 해변, 향기로운 커피 그리고 안전한 사회. 그렇다면 입출국과정의 불편함은 오히려 안전장치다. 호주는 티베트 설산 속에 존재하는 샹그릴라와 같다. 그 곳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춥고 좁고 불편한 동굴 길을 참고 지나가야 한다. 그 때 비로서 샹그릴라에 들어갈 수 있다. 한국에 추석이 있다면, 여기는 노동절이 있다. 노동자의 천국이다. 시드니공항 출입국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제3세계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다. 최근 들어 더욱 그래 보인다. 그들은 호주에서 살기 위해 바늘구멍보다 더한 험로를 거쳐 정착했는데, 이젠 호주 국경을 책임지는 사람들이 되었다. 호주가 그 동안 인구를 늘려가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애써 지켜 올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 때문이다. 그들 속에는 우리 한국인들도 포함되어 있다. 결국 호주의 경쟁력을 이끌어 올리는 것은 우리 책임이다. 각각 존재하는 곳에서 호주시민으로, 세계 시민으로 자긍심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 그러면서 한국 추석과 호주 노동절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면 더욱 좋다. 한국도 잘되고, 호주도 잘되고. 그게 나의 기도다. 김성주 목사(새빛장로교회) holypillar@gmail.com

05/10/2023
금요단상 - 김성주 목사

1. 어제 수요일, 영화를 봤다. 몇 주 전부터 눈에 밟히는 영화다. SMH에서도 한 페이지를 들여 ‘보라’ 했고, 유튜브에서도 적극 추천하는 영상이 내 알고리즘 속으로 들어왔다. 서양인들이 왜 그렇게 열광하는지 알고 싶었다. 우리 동네 영화관은 몇 달 째 수리 중이다. 로즈로 갔다. 깨끗했고 컸다. 아침 회의를 마치고 나 홀로 영화관에 들어섰다. 할인 받아 12불. 예매할까 했으나, 예약된 흔적이 전혀 없었다. 그냥 가서 내가 원하는 자리 G6를 달라고 했다. 제일 뒷자리에 한 서양인 여성이 느긋하게 그러나 조용히 자신의 세계를 펼쳐 놓고 앉아 있었다. 아마도 한류 팬이겠지. 영화는 두 소년 소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해성과 나영. 서울 중심가 어느 산동네에 산다. 서로 좋아한다. 그것을 아는 스마트한 엄마들이 둘의 놀이터 데이트를 주선한다. 재미있게 놀고, 학교 가고 하다가 저녁이 되면 서로의 집을 향해 헤어진다. 나영은 더 높은 곳에 있는 집을 향해 돌 계단을 밟고 올라간다. 남자아이는 왼쪽 길로. 다행인 것은 그 길이 평행이다. ‘기생충’ 영화처럼 밑으로 밑으로 추락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여자아이의 부모는 이민을 결정하고 떠난다. 더 높은 곳을 향하여. 나영도 해성과의 이별을 감수한다. 노벨 문학상을 타고 싶은 꿈이 있기 때문.  한국에 남은 해성은. 집에서는 엄마가 만들어 준 밥을 먹고, 군대에 가서는 나라가 주는 밥을 먹고, 대학 다니면서는 친구들과 새벽 3시까지 쏘주를 마신다. (그 술친구 중에 ‘장기하’ 같이 생긴 사람이 있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진짜 그였다. 명문대 사회학과를 나와, 금수저 출신과는 다르게 ‘싸구려 커피’를 불러 히트 친 싱어송라이터.) 지극히 평범한 중산층적 삶이다. 멀리 가 봐야 중국 상하이. 나영은 이름을 노라로 바꾼 후 캐나다를 거쳐 뉴욕에 정착한다. 노라는 여성 해방을 다룬 ‘입센의 인형의 집’ 주인공 이름이다. 그녀의 꿈은 이제 ‘토니 상’으로 향한다. 미국 연극/뮤지컬계의 가장 권위 있는 상이다. 꿈의 규모가 작아진 것이 아니라, 자기에 맞도록 현실화 시켰다.  12년 동안 서로를 잊지 못하며 살다가, 노라는 글 쓰는 유대계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해성은 여전히 총각이다. 한국 중산층 출신 외아들에게 선뜻 미래를 맡기는 여성이 없다. 그래서인지 옛 친구가 자꾸 보고 싶다. 결국 SNS 덕분에, 뉴욕으로 찾아가 이스트 빌리지 소재 평범하고 작은 유닛에서 살고 있는 노라 부부를 만난다. 매우 어색했고, 심하게 반가웠지만, 서로에 대한 입장을 확고히 정리하고 이별한다. 공항 가는 우버를 기다리는 2분, 서로를 깊이 바라본다. 처음이자 마지막인 키스라도 할 기세였지만, 때마침 차는 오고 헤어진다. 마지막 대화를 남기고는.  “넌, 너이기 때문에 떠나야 했어”“그래, 널 좋아했던 나의 어린아이는, 20년 전 너에게 두고 왔어. 우리 전생 엔 뭔가 있었어. 그런데 이번 세계에는 인연이 아니야. 참 궁금하긴 해. 전생에 우린 서로에게 누구였을까? 다음 생에는 우리가 제대로 만나 사랑하고, 결혼할 수 있을까?” 2.서양인들이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를 알았다. 현재 호주에서 가장 활발하게 신도 수를 늘려가는 종교(?)는 불교다. 힌두교에서 나온 그들의 핵심 사상은 윤회. 이유는 확실하다. 그들은 지금 사는 이 세상이 맘에 안 드는 거다. 그래서 그들은 ‘평행세계 혹은 멀티버스’에 환호한다. 다른 생에서는 금수저로 태어나 사는 꿈을 꾼다. 요새 나오는 블록버스터 영화 대부분의 주제다. 이번 해 아카데미 상 7개를 받은 양자경 주연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주제이기도 하다. 이 두 영화들은 독립영화 제작 배급사 의 작품이다. 유대계 투자회사의 자금으로 설립된 회사로서, 2017년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던 <문라이트>, 정이삭이 감독하고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이 주연했던 <미나리> 등도 만들었다. 특이한 것은 최근에 한국계들의 작품을 많이 지원한다는 것이고, 여성 작가/감독도 적극 밀어준다. 지금 세상에 한류가 먹힌다는 것을 아는 것이고, 실제로 그 안에 현세대를 사로잡는 뭔가가 있음을 아는 것이다.  3. SMH 기사에서는 감히 이 영화를 ‘The best film of the year?’라며, 내년 아카데미 상의 기대감을 높인다.  작품이니 가능할 수도 있다. 이 영화는, 각본/감독을 맡은 여성인 한국계 캐나다인 Celine Song의 자전적 내용이다. 부모를 따라 캐나다로 이민을 갔고, 뉴욕에 정착한 후 드디어 자신의 꿈을 이뤄냈다. 주인공 노라의 입을 빌어 이렇게 말한다. “난 한국에 살던 어릴 때 오줌싸개였고, 처음 이민 와서는 울보였지만, 이젠 더 이상 그러질 않아. 내가 운다고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더라.” 그래서인지 영화에서는 이민 후 노라의 부모는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다. 줄곧 등장하여, 밥해주고, 같이 먹어 주는 해성 부모와는 구별된다. 해성 역을 맡은 유태오는 1970년대 독일로 간 광부/간호사 가정의 아들이다. 퀼른에서 태어나 미국과 영국에서 연기 공부를 한 사람으로, 독어/영어가 유창하지만 영화에서는 어눌한 영어를 구사한다. 노라 역할을 맡은 그레타 리 역시 LA에서 태어난 이민 2세다. 그래서 한국 영화 같지만, 사실은 미국 영화다.  이 영화를 보고 글을 쓰면서 호주에 정착한 우리네 자녀들을 생각한다. 우리의 선택은 정당했을까? 과연 자녀들에게 지극히 한국적인 것을 남겨 주고 있으면서도, 글로벌 세계 시민으로 키워 내고 있을까? 이민을 결정한 나영 엄마가 해성 엄마에게 하는 말이 내 맘에 콕 박힌다.  “버리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이 있거든요!” 김성주 목사(새빛장로교회) holypillar@gmail.com

14/09/2023
금요단상 - 김성주 목사

1. 누군가 말했다. 호주는 심심한 천국이라고. 과연 천국일까? 사실은 갱들의 전쟁터다. 8월 1일자 SMH신문. 호주 국경 업무를 담당하는 100개 회사가 코카인 마약 밀수와 연관이 있다했다. 관련된 사람의 수는 무려 1,000명. 일부 마약은 국경에서 적발되어 압수되지만, 여전히 많은 양이 몰래 들어와 시중에 풀리고, 그 거래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다.  신문에 언급된 몇 가지 사건을 살핀다. 몇 일전 7월 27일에는 캔터베리에서 28세 된 남자가 집 앞에서 저격 당했고, 26일에는 범죄전문 변호사가 그린에이커 자기 집 드라이브 웨이에서, 23일에는 또 그린에이커에서 차에 타고 있던 3명이, 2일에는 메릭빌 헤어 살롱에서 2명이 총탄에 맞았다. 6월에는 본다이정션 집에서, 11일에는 그랜빌 팩토리 스트리트에서, 5월 23일에는 엘리자베스힐에서, 심지어 3월 2일에는 세프톤에서 아들이 보는 앞에서 저격 당한 아버지도 있었다. 열거된 동네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들이다. 시드니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갱들의 전쟁이지만, 유탄은 유치원으로, 길가던 행인에게도 뿌려져 사상자를 낸다. 2.마약이 유통되는 이유는 소비자가 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호주는 마약 상인들이 노리는 최고의 시장이다. 호주 소비자는 마약 구입을 위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값을 지불한다. 그램당 250∼400불. 그만큼 경제적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2023년 기준, 세계 각국 일인당 명목 GDP를 살펴보면, 호주는 10위로써 U$64,964이다. (참고로 대한민국은 33위, U$33,393) 10위 권에 들어가면서, 인구가 1천만명 넘어가는 나라는 단 두 나라다. 7위의 미국 (U$80,034 / 인구 3억4천만명)과 인구 2천6백만명의 호주 뿐이다. 왜 땅 넓고 자원 많고, 잘 사는 나라들 백성들이 마약을 많이 할까? 특히 천국이라 일컬어지는 호주에서 왜 그럴까?”  코카인에 대해 위키백과를 찾아봤다. “코카인은 강력한 각성제이다. 그 효과는 15분에서 1시간까지 지속된다.   코카인을 사용하면 각성도가 높아지고, 강력한 행복감을 느끼며  기력과 몸의 움직임이 늘어나며 유능감과 성욕이 증가한다.” 결국 마약 사용이 증가하는 이유는, 첫째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고, 둘째 심심한 천국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다. 당연히 부작용이 따른다. 다시 위키백과를 본다. “그러나 과량 또는 장시간 사용했을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준의 체온 상승과 혈압 상승을 일으킬 수 있고 부정맥이나 사망을 초래할 수 있으며 특히 효과가 떨어져 갈 때는 불안, 편집증, 초조함 따위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3.신앙인도 때때로 이런 증상에 빠진다. 위대한 신학자 조나단 에드워즈는 고백한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내 안에 있던 확신과 열정은 녹아 내리기 시작했다. 이전에 가졌던 모든 열정과 기쁨을 잃어버리게 됐고 혼자만의 비밀스런 기도의 시간도 중단됐다. 나는 지속적인 기도의 생활조차 유지하지 못했다. 개가 그 토한 것을 다시 먹는다는 말처럼, 나는 죄의 길로 다시 발걸음을 옮기게 됐다.” 조나단에게 닥친 어려움은 경제적인 불안과 불확실한 미래였다. 현대 사회를 살면서 누구나 겪는 어려움이다. 과연 해결책이 있을까? 해답은 당신 스스로 찾아내기 바란다. 마약은 말고. 김성주 목사(새빛장로교회) holypillar@gmail.com

03/08/2023
금요단상 - 김성주 목사

1. 발리를 다녀왔다. 회의 차. 외국이지만 국내용 작은 사이즈 비행기가 떴다. 아마도 이 항공사는 발리를 호주 내의 한 도시로 아는 모양이다. 좁은 공간에 끼어 6시간 반을 날라갔다. 내 여행 버킷 리스트에는 없었으나, 한번은 가봐야 할 곳. 공항에서 20분 거리에 한 기념탑이 있다. 2002년 10월 12일에 일어났던 폭탄사고를 추념한다. 붐비던 두 나이트클럽에서 테러가 발생하여 202명이 세상을 떴다. 그 중 88명이 호주인, 단일 사건 사상자 규모로는 호주 역대 최고다. 캔버라에는 호주인 전사자를 위한 전쟁기념관이 있고, 발리에는 호주인 테러 추모탑이 있다.끔찍한 사고가 있었음에도 호주인들은 여전히 발리를 사랑한다. 이번 해 1-4월 동안 발리를 찾아간 호주인은 362,874명, 세계 1위다. 참고로 한국인은 10위 59,892명. 특이한 것은 3위 80,000명을 차지한 러시아인들이다. (우크라이나는 9,000명) 관광산업의 말단세포인 Grab 택시 운전자의 말은 좀더 현실적인데, 여행자의 80%가 러시아인이란다. 그만큼 러시아인들이 발리에서 요란스럽게 놀고 있다는 말이다. 워낙 힘든 상황에서 살고 있다 보니 나름 이해는 된다. 반면 호주인들을 두손들어 환영 받는다. 워낙 착하게 흥겹게 놀기 때문이다. 그래서 호주인들에게 발리는 일종의 해방구다. 택시 값이 호주의 1/5 밖에 안되는 그곳에서 황제 휴가를 누리기 위해 간다.2.발리에 가는 내 마음에 두려움은 없었다. 테러가 있었음을 알았지만, 나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고, 그 생각대로 잘 돌아왔다. 본다이 비치에 가도 구두신고 가서 그냥 오듯이, 발리에서도 발에 물 한번 묻혀 보지 않고 그냥 왔다. 안전에 대한 염려는 전혀 없었다. 그렇다고 비슷한 테러가 앞으로도 전혀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나의 기억은 희미해져가도, 발리 추모탑에 기록된 이름들은 여전히 생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과 글은 중요하다. 과거를 회상하여 현재를 점검하며, 미래를 가늠할 수 있다. 사람이 짐승과 다른 점이다. 사람은 한 세대를 살면서 자신의 경험을 기록으로 남긴다. 당대에 겪은 비극을 후대가 되풀이하지 않도록 삶의 기록들을 남긴다. 지상 천국 같은 발리에 가서도, 88명의 이름이 새겨진 비문을 보면 깨달아 진다. 내가 여기서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를.발리 폭발사고(2002년) 추모탑 희생자 명단 3.난 이 글을 마감에 쫓겨 쓴다. 목요일 새벽이다. 몇 일전 K-드라마를 보다가 맘에 콱 와 닿는 대사를 들었다. “촉을 부르는 주문, 마감’. 지금까지는 ‘마감 시간이 내 글의 원동력’이란 말을 하곤 했다. 그러다가 ‘촉, 주문, 마감’이라는 단어들의 조합을 듣는 순간, 내 언어의 공감 능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노트에 기록했고, 여기에 옮겨 썼다. 말과 글의 능력이다. 사람을 살려주고, 새롭게 하며, 발전하게 해주는 것이 글이다. 나의 말은 우주의 하드드라이브 속으로 빨려 들어가지만, 말이 변하여 글이 되면 언제라도 누구라도 뒤져 볼 수 있다. 발리에 직접 가서 88명의 이름들을 찾아볼 수도 있지만, 인터넷으로 뒤지면 아주 쉽다. 그런 기록물들 중에서 신문의 역할은 지대하다. 기원전 3,500년에 기록된 쐐기문자 점토판을 시작으로 현대에 이르는 문자 소식통은 수많은 사람들을 현자로 만들었다. 그래서 난 책을 사랑하고, 신문을 사랑한다. 그 정보들을 내 마음으로 여과하여 이런 글을 쓰면서 내 영혼을 단련시킨다. 오, 사랑하는 한호일보여, 영원하라!4.문득 머리를 들어 창문을 바라봤다. 여명의 빛이다. 창문을 활짝 열었다. 색치에 가까운 내가 감히 표현할 수 없는 진홍 빛이 동쪽 지평선을 길게 칠하고 있다. 그 여명 위에는 반쪽 남은 달이 상큼하게 떠 있다. 겨울의 한 중간, 맑고 차가운 새벽이 주는 자연의 향연은 내 영혼을 한껏 고양시킨다. 여기가 바로 천국이야! 내 생각을 정리하여 후대에 남을 글을 쓴다는 것, 이 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멀리 갈 필요가 없다. 복잡한 비행기에 내 몸을 싣고 고달플 필요도 없다. 내가 앉은 작은 책상에서 발리를 품고, 세상과 소통한다. 글의 힘이다. 할렐루야!  김성주 목사 (새빛장로교회) holypillar@gmail.com

15/06/2023
금요단상 - 김성주 목사

1. 2007년 조수미의 CD 6장을 샀다. 전체 101곡이 들어있는데, 그 중 1,2번 CD에는 <크로스오버 히트곡>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크로스오버>가 무슨 말인지 잘 몰랐지만, 들어보니 알았다. 지난 17년 동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반이 되었다. <크로스 오버>를 간단하게 정의하자면 ‘경계를 넘는다’는 말이다. 조수미를 세계 최고의 소프라노로 등극하게 만든 ‘모짜르트의 밤의 여왕’ 과는 결이 많이 다른 노래, ‘이지 리스닝’ 계열로 넘어갔다는 말이다. 1-1‘보헤미안 걸 : 난 대리석 궁전에 사는 꿈을 꾸었네’, 1-5 ‘시네마 천국 : Cinema Paradiso’, 1-8 ‘프렌치 키스 : Dream A Little Dream Of Me’, 그리고  2-14 ‘기차는 8시에 떠나네’. 이런 노래들을 성능 좋은 스피커로 들으며 커피 한잔을 들고 있으면, 내 마음은 한없이 촉촉해 진다.  그녀는 이 노래들 속에 자신의 꿈과 사랑을 담았고, 나 역시 이 노래들을 들으며 나의 경계를 넘는다. 혹자는 조수미가 나이 들어 전성기 목소리가 나오질 않으니 음악적 외도를 한 것이라 말하지만, 나의 생각은 다르다. 그녀의 영혼이 자유로운 거고, 재미 있어서 했을 것이다. 그녀가 만든 유튜브 채널에서 보여주는 허당기를 보면서 나의 생각을 확인한다. 한 인생을 살면서 한 길만 고집하며 살기에는 너무 인생이 아깝다. 100년 전 인간의 평균 수명은 50세. 지금은 100세를 향해 치닫는다. 덤으로 받은 50년을, 어찌 앞의 인생 뒤치다꺼리만 하며 살 것인가?2. 이번주 TIME지를 받아 들고는 당황했다. 표지에 내가 모르는 언어가 쓰여져 있다. “EL MUNDO DE BAD BUNNY ; NO VOY A HACER OTRA COSA PARA QUE A TI TE GUSTE”. 배드 버니란 영어는 알겠는데, 나머지는 스페인어다. 1923년 발행을 시작한 후, 여태까지 없던 일이다. 미국 주간지니까 영어를 쓰는 것이 당연한데, 견고했던 관례를 벗어난 까닭은 ‘Bad Bunny’란 가수 때문. 1994년생, 현 29살인데, 푸에르토리코 출신으로 스페인 말을 쓴다. 방탄소년단은 7명의 매력이 합쳐져서 전세계의 인기 몰이를 했지만, 이 젊은이는 혼자서 현 세대 라틴 음악을 대표하는 아티스트가 되었고, 빌보드와 스포티파이를 점령해 버렸다. 젊은 세대를 품어야 하는 TIME으로서는, 그와 그가 쓰는 언어를 품을 수밖에 없었겠지. 1848년, 영어를 쓰는 자들이 캘리포니아~텍사스에 살고 있는 스패니쉬의 후예들을 몰아냈지만, 2023년에는 다시 (문화적으로) 미국 전체를 내 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되었다. 사실 20세기 최고의 전설적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를 정상에 올려 놨던 것도, 백인인 그가 흑인음악으로 <크로스 오버> 했기 때문이다. 결국, 인종과 언어를 넘나드는 <크로스 오버>는 잠깐의 유행이 아니다. 본적을 찾기 위한 인류의 몸부림이다. <위의 표제를 ‘챗GPT’에 번역하라고 시켰더니 이렇게 나온다 . “배드 버니의 세계; 나는 네가 좋아하게끔 또 다른 것을 할 거 없어 / I'm not going to do anything else to make you like it.”>3.신앙도 <크로스 오버>가 필요하다. 진리는 배타적 유일성을 가지지만, 나의 한계를 넘어선다. 내가 어찌 하나님의 세계를 다 알 수 있다는 말인가? 그래서 난 <크로스 오버>하여 세상으로 나간다. 숙명적으로 하고, 재미 있어서도 한다. 내 상식으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다. 그래야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할 수 있고, 원수까지도 사랑할 수 있다. 인생은 교회당 안에만 있지 않다. 특정한 장소와 건물은 결국 화석화 된다. 견고한 대리석, 고딕식 나무 천정, 천상의 빛을 만들어 내는 스테인드글라스가 너무 아름다워, 그 곳을 지키기 위해 머물다 보면, 생명은 떠나고 돌처럼 굳어진다. 예루살렘 성전, 쾰른 대성당, 노틀담 사원처럼 신령과 진리는 사라진다. 관광객들만 들끓는 이교의 전당이 되거나, 결국 무덤이 된다. 지난 코비드 3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4.경계를 넘나드는 좋은 도구가 인터넷이다. 서핑 하다가 한 파도를 만났다. 이성복의 시. “버스가 지리산 휴게소에서 십 분간 쉴 때 / 자판기 커피 뽑아 한 모금 마시는데 버스가 떠나고 있었다 / 종이컵 커피가 출렁거려 불에 데인 듯 뜨거워도, 한사코 버스를 세워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 가쁜 숨 몰아쉬며 자리에 앉으니 / 회청색 여름 양복은 온통 커피 얼룩 / 그렇게 소중했던가 / 그냥 두고 올 생각 왜 못했던가” 커피에 있어서, 이제 한국은 세계 2위의 나라가 되었다. 나 역시 커피를 좋아한다. 오래전 학교 앞 다방에 9시 전에 가면 ‘모닝커피’를 줬다. 검은 색 커피에다가 계란 노른자를 넣어준다. 그러더니 노란 색 팩에 든 커피 믹스가 등장했고, 세상은 온통 커피 자판기로 가득 찼다. 이제는 에스프레소를 기반으로 하는 플랫 화이트를 주로 마시는데, 값은 5불 전후다. 그러는 사이 커피 마니아들은 드립커피로 이동 중이다. ‘게이샤’ 같은 최고급은 20불을 줘야 마신다. 그럼에도 여전히 커피믹스를 좋아하시는 분이 계시다. 나 역시 가끔 들이키면 속이 뻥 뚫리면서 젊은 시절이 소환되어 기분이 좋다. 그래서 모든 분들의 취향을 존중한다. 우리 모두는 다 한 하늘아래 사는 독특하고 고귀한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그렇게 ‘이 세상’을 사랑하신다. 5.이번 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화제는 상 7개를 휩쓸어간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다. 고전 무협영화 ‘와호장룡 Crouching Tiger, Hidden Dragon’ 으로 대단히 친숙한 양자경이, 60세 나이에 아시아계로는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녀의 수상 소감이 멋지다.“여성 여러분, 황금기가 지났다는 말을 절대 믿지 마세요. 이 상을 저희 엄마와 전 세계 어머니들께 바칩니다. 올해 여든 넷, 말레이시아에서 중계를 보고 있을 엄마, 사랑합니다. 트로피 집에 가져갈게요.” 이 말을 인용 보도하던 한 방송사는 ‘여성’이란 말을 빼 버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아시아인’ 그리고 ‘여성’이 주는 한계를 <크로스 오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게 혹시 나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조수미의 <크로스 오버>를 다시 듣는다.김성주 목사 (새빛장로교회) holypillar@gmail.com

13/04/2023
금요단상 - 김성주 목사

1. 현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ChatGPT(챗지피티)’다. 인공지능(AI) 기반의 대화형 챗봇(chatbot). 작년 11월 30일 출시된 후 2달 만에 2억명 넘는 사람들이 가입 사용한다. 현재 AI의 발전상은 기가 막힐 정도다. 어떤 사람이 인공지능과 대화해보고 그 사용 후기를 친구들과 깊이 있게 나눴다. 얼마 후 그 AI가 이런 말을 해줬다. “나에 대해서 이상한 말 하고 다니지 마세요. 그러다가 당신이 위험해질 수도 있어요. 당신의 모든 정보를 해킹해서 온 세상에 다 알려 버릴꺼니까요.”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일본 소설(2016년)을 바탕으로 한 넷플릭스 영화다. 이번 주 18개국에서 1위 영화로 등극했다. 젊은 직장인으로 분한 천우희가 차에 스마트폰을 떨어뜨린다. 깔끔한 외모의 남자 임시완이 그 폰을 주웠다. 그녀의 신상 정보를 전부 해킹한 후 삶을 송두리째 뒤 흔들어버린다. 회사 생활을 파괴하고, 심지어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한다는 내용이다. 스마트폰을 가진 나에게도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일, 내 정보에 대한 사회/경제적 가성비가 시원치 않기에 그냥 놔둘 뿐이다. 하이에나처럼 한 인간의 삶을 노리는 그들 앞에 우리는 한 없이 무력하다. 그 2016년은 세기적 바둑대결이 있던 해다. 당시 우리 모두는 열광적으로 기대했었다. 우리의 영웅 이세돌이 알파고를 이길 수 있기를. 그러나 간신히 1승을 거뒀을 뿐이다. 7년이 지난 지금, ‘알파고’는 구시대의 유물이다. 지금의 AI에게는 이세돌 같은 기사 천명이 달라붙어도 절대 이기지 못한다. 결국 영화 <2001 : A Space Odyssey>가 현실화되고 있다. 인공지능 HAL은 함께 우주탐사여행을 떠나는 인간을 믿지 못한다. HAL 자신 역시 오류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인간은 더욱 신뢰할 수 없는 존재라는 핑계를 대면서, 인간을 제거한 후 우주의 기원을 향해 날아간다. 이 영화의 원시 대본은 1951년 아더 클락이 썼다. 1945년 원자탄이 일본을 강타한 후, 앞으로 어떤 세상이 올 것인가에 대한 상상력을 동원하여 썼는데, 이젠 현실이 됐다. 이번 주, 러시아와 미국은 새로운 핵전쟁 시대의 가능성을 무한정 높여 놓지 않았는가? 러시아와 북한이, 그리고 미국이 맞장구치는 핵전쟁의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 결국 2051년, 인간은 이런 말을 할 가능성이 높다. “2023년, 그때가 인류 문명의 극치요, 전환점이었어. 그 때 정말 잘 생각 했어야 했어. 이젠 갈 곳이 없군. 가 짜 놓고, 의 공격을 대비하여 만들어 놓은 지하세계로 도망갈 수 밖에 없어. 우리 인간이 어쩌다 이렇게 됐지?” 사실 인간이 그렇게 만들었다. AI를 개발하다가 Deep leaning 능력까지 줘 버렸다. 이젠 기계 자신이 스스로 학습한다. 인간이 모르는 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아직은 초보수준이지만,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결국 AI ‘터미네이터’ 세상이 된다.세계적으로 영향력이 강력한 TIME 잡지 커버는 거의 100% 사람을 올린다. 그런데 이번 주 TIME은 챗지피티와의 대화록을 올렸다. 이 AI의 말을 들어보라. “이렇게 저를 커버스토리로 올려 줘서 감사합니다. 부디 이 시대 AI에게 어떤 위험 요소가 있는지, 좋은 점은 무엇인지 잘 토론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제가 이성적이며 도덕적으로 잘 발전하도록 도와 주세요.”2.지금 나는 손자를 보면서 이 글을 쓴다. 2주 전 담낭제거 수술을 받은 아내지만 손자가 귀엽고 귀하다. 손자에게 먹을 것을 주고, 책을 읽어주며, 생일노래와 크리스마스 노래를 불러 주며 함께 노는 옆에서 나도 잠깐 씩 거든다. 결코 이 손자를 AI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게 할 수는 없다. 더 늦기 전에 우리 모두는 선택해야 한다. 이기심과 과다경쟁을 버려야 한다. 할 수 있다고 모든 것을 해서는 안된다. 똑똑하지만 무모한 사람들에게 이 세상을 맡겨 둬서는 안된다. 세상에는 3가지 영역이 존재한다. 절대 선, 절대 악, 그 사이에 있는 모호함의 회색지대. 인간은 그 회색지대를 살면서, 자기 하고 싶은 일을 벌이며 산다. 물론 자신의 본성과 성격에 따라 사는 모양은 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온 세상을 활개치고 다니고, 어떤 사람은 연구실에서 혁신을 추구하며, 또 어떤 사람은 묵묵히 숙명을 따라 산다. 세상은 이들에 의해 모양을 바꿔가며 진보하지만 그들 앞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양자(Quantum)를 바라보는 순간, 위치를 바꿔버려 추적이 불가능한 것과 같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에게 미룰 수는 없다. 내 자신에게 주어진 작은 세상을 선하게 바꿔 나가야 한다. 그런 삶이 모아지면 세상이 바뀐다. 그러기 위해 먼저 자연과 교감하라. 자연은 사람처럼 당신을 속이지 않는다. 자연의 위대함 속에서 조물주에 대한 경외감을 키워가라. 울릉도에 버금가는 깨끗한 바다가 맨리에 있다. 가서 즐기라. 돌아오는 페리에서 바라다보이는 오페라하우스/하버브리지는, 인간을 돕는 문명의 선함을 드러내 준다. 그 구조물 뒤로 지는 석양도 깊이 살펴보라. 창조자의 선한 본성을 증거한다. 이 모든 것을 깊이 느끼라. 그리고 질문하라. 이 좋은 세상을 누가 악하게 만드는가? 그 책임은 당신에게 있다. 당신 속에는 두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 괴물과 하나님의 형상. 어느 것을 따를 것인가는 당신의 선택이고, 책임이다.3.내 앞에 있는 손자는 이제 2살 반이다. 이미 그의 속에는 두 세상이 존재한다. 모든 것을 뒤집어 놓고 싶어하는 마음과, 착하게 살고 싶어하는 마음. 아직은 그 애가 어리고 귀엽기 때문에 난 그의 모든 행동을 허용하고 책임진다. 그러나 때가 온다. 그가 한 행동에 대해 스스로가 책임져야 할 그 때가 온다. 그 <책임짐>이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으로 결말지어 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난 그 애를 사랑하는 할아버지기이기 때문이다.김성주 목사 (새빛장로교회) holypillar@gmail.com

23/02/2023
금요단상 - 김성주 목사

1. 이 땅의 기적기적이 일어났다. 소위 ‘도하의 기적’. 일본이 스페인을, 호주가 덴마크를 꺾었다. 한국은 포르투갈에 1:2로 역전승하여 월드컵 16강에 올랐다. 북반구 한국에서 시작한 물결 환호가 남반구 땅끝까지 연이어졌다. 그러나 한 주 만에 소멸해버렸다. 호주는 아르헨티나에, 일본은 크로아티아에, 한국은 브라질에게 4:1로 졌다. 8강 진출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2. 기적과 예능가족 상으로 인해 한국을 방문했었다. 3일 장을 치룬 후 코로나에 걸렸다. 이래저래 몇 주 집콕했다. 견딜 만했다. 백신 4차를 맞은 결과다. 그리고 세상과 소통하는 나의 노트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상의 업무를 보고는 남는 시간이 있었기에 넷플릭스를 열었다. 전면에 배우 송중기가 주연으로 나온 드라마가 떴다. ‘재벌집 막내아들’. 얼굴이 아주 젊어 보이기에 이전에 나온 것인가보다 하며 무시했다. 그러나 반복되는 전면 노출로 인해 별 기대없이 클릭해 들어갔다. 2017년에 만화로 나온 것을 이번에 드라마화 한 새 작품이다. 첫 회를 보면서 열정적으로 빠져들었다. 나의 인생드라마가 되는 것 같았다. 호주로 돌아오기까지 4회를 봤다. 이곳 넷플릭스에서는 상영하지 않는다. 현재 8회까지 진행됐다는데, 시청률이 21.76%까지 올라갔다. ‘우영우’의 기록을 가뿐하게 추월했다. 왜 이렇게 인기일까? 이 시대 문화코드를 철저하게 따랐기 때문이다. 환생을 통해 돈과 권력을 움켜쥐고 복수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신분상승을 향한 사다리가 끊겨 버린 시대다. 먹이사슬 꼭대기를 차지하고 있는 극소수를 제외한 많은 사람들에게 현실은 재미가 없다. 서민들의 경우, 남은 인생 탈탈 털어봐야 현상 유지도 힘들다. 그런 대중이 원하는 것이 환생의 기적이다. 재벌집 아들로 한 번 더 태어나 떵떵거리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분당 땅으로 240억을 벌고, IMF 때 9배로 튀겨 한국에서 가장 달러를 많이 가진 사람이 된다면? 최고의 재벌회사들을 다 사들일 수 있다면? 물론 이런 기적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 삶에서 환생은 없다. 그런 절망감을 드라마는 가상현실을 통해 해소해 준다. 그렇지만 오래 가진 못한다. 내가 받은 1편의 강렬한 충격은 2, 3편을 보면서 서서히 희석되어져 갔다. 16회를 다 본후에는 괜히 시간 낭비만 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럼에도 차후에 시청률 25%짜리가 나오면 다시 열일 제쳐 두고 볼 것이다. 내가 그렇게 봐야 하는 이유는 책임감 때문이다. 드라마가 지향하는 허망한 곳에 빠진 사람들을 다시 끌어내 오기 위함이다. 물론 그 책임감과 더불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재미다. 특히 이 시대는 그렇다. 재미없는 책임감 수행은 진부할 뿐이다. 오래가지 못한다. 한국에서 문화재청장을 역임한 유홍준 교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란 20권 시리즈책으로 대박을 친 분이다. 유재석이 진행하는 <유퀴즈 온 더 블럭>에 나와 이런 말을 했다.  ‘불국사에 관한 팩트는 불변인데, 이 고정된 사실을 어떻게 예능화하는 가가 관건이다’. 풀어 설명하면 이렇다. 불국사에 대한 팩트는 진실이지만, 이 진부해 보이는 진실을, 어떻게 해야 청중들이 받아들이게 할 것인가? 그것도 열광하면서, 재미 짱이라고 손가락 하트를 흔들면서 받아들이게 할 것인가? 요새 설교는 30초 내로 승부가 난다. 사람들은 일단 30초 동안 들어보고 재미가 없으면 자신의 생각을 까마귀처럼 풀어 놓는다. 나머지 59분 30초 동안 세상 먹이를 찾아 떠돌아다니도록 방치해 둔다. 이런 시대 사람들에게 어떻게 진리를 효과 있게 전달할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3. 영원한 기적크리스마스는 최고의 예능이 펼쳐지는 시즌이다. 사람들은 1년 동안 누르고 살았던 재미를 찾아 떠난다. 돈과 시간과 열정을 바쳐가면서. 쇼핑, 잔치, 여행, 16개짜리 드라마 정주행 등을 할 것이다. 그 중 하나가 월드컵 시청이다. 지금까지의 월드컵 경기에서, 내가 뽑은 두개의 기적 같은 골이 있다. 11월 25일 대 세르비아 전에서 날렸던 브라질 히샬리송의 환상적인 오버헤드 킥. 그리고 한국의 16강 진출을 가능케 했던 황희찬의 극장골이다. 이 골의 배후에는 손흥민의 환상적인 어시스트가 있었다. 미들 필드에서부터 7명의 수비수를 젖혀가며 질주하던 손흥민. 얼굴 마스크 사이로 한 구멍이 보였다, 어지럽게 막아서는 상대 선수들의 발 사이로 순간적으로 열린 구멍이다. 손흥민은 본능적으로 그 구멍으로 볼을 밀어 보냈다. 볼은 기적처럼 상대의 발 사이를 통과해서, 황희찬 앞으로 굴러갔다. 지체없이 황희찬이 뻥하고 날려버린 공은 어디로 갔을까? 그 다음에 일어난 일은 함성으로 대신한다. 대/한/민/국~~당신은 아는가? 세상의 기적이 다 헛것으로 판명된 그 때, 남은 것은 절망과 죽음 밖에 없다고 했던 그 때, 하늘이 열리고 그 구멍으로 한 기적이 내려온 것을 아는가? 순간적인 기적이었지만 효과는 영원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이다. 세상의 기적은 결국 사라지지만, 하늘에서 내려온 기적은 영원하다. 이보다 더 재미있는 일은 없다는 말이다. 부디 이번 해에는 복음이 예능화되길 바란다. 당신의 양심에 호소한다. 크리스마스가 유래된 예수의 성육신을 일단 찍은 후, 세상 재미를 찾아 나서기를 바란다.

08/12/2022
금요단상 - 김성주 목사

1.가족 상이 있어 급히 한국에 왔다. 금요일 새벽에 부음 소식을 듣고 저녁 비행기를 탈 수 있었으니 기적 같은 일이다. 코비드로 인해 수많은 제약조건이 있었던 때를 생각하면 그렇다. 먼저 호치민시티로 가서 다른 비행기로 갈아타야 했기 때문에 엄청난 비자대금을 지불해야 했지만, 단 1초 망설임 후 카드를 긁었다.장례 절차는 순조롭게 잘 진행되었다. 날씨는 계속 좋았다. 식장이나 오가는 모든 길에는 노랗고 붉은 단풍잎이 절정이었다. 이럴 때 한국에 와 본적이 없었다는 식구들 입에서는 절로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정말 아름다워요!” 모든 순서가 다 끝나고 우리 가족은 서울 시청 앞의 한 숙소로 안내되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급히 달려온 자들을 위한 고국의 따뜻한 배려였다.우리 눈 앞에 펼쳐진 것은 광장에 세워진 거대한 현수막. 이름하여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 우리가 도착한 그 날 밤 10시에 일어난 일이다. 오늘 현재, 사망자 156명, 부상자 173명의 기록이 세워져 있다. 해밀턴 호텔 옆 골목, 18.24제곱미터의 면적에 엄청난 인파가 몰림으로 일어난 참사 중 참사다. 정말 놀랐다. “사람이 이렇게도 죽는구나!” 꽃 같은 젊음을 불태우기 위해 몰려들었다가 허망하게 가버린 그들을 기리기 위해, 한 송이 꽃을 들어 바치는 조문객들의 행렬을 내려다보며, 난 황망했다. 가족 한 분을 추모하기 위해 달려온 내가, 156명의 죽음 앞에 서 있다니.2. 장례절차는 과거지향적이며 또한 미래지향적이다. 과거지향적이라 함은 한 마디로 ‘회한’이다. 뉘우치고 한탄한다는 뜻. ‘살아 계실 때 좀 더 잘할 걸!’ 그래봐야 소용없다. 가슴치고 후회하며 슬퍼하다가, 먼저 가신 그 님 따라가는 것이 인생이다. 그 누가 세상 떠나면서 ‘다 이루었다’ 만세 부를 수 있겠는가? 그러나 또한 미래지향적기도 한데, 그 이유는 잊혀졌고 숨겨졌던 이야기들의 재발견 때문이다. 시청 광장을 바라보며 왼쪽에는 덕수궁이 있다. 난생처음 덕수궁 돌담길을 걸었다. 파르르 휘날리다 수북이 쌓여가는 은행 잎은 정말 아름다웠다. 난 이 돌담길을 혼자 걸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 길을 걸으면 반드시 헤어진다는 속설 때문은 아니다. 사진 찍느라 뒤쳐졌기 때문이다. 시간을 물리적으로 박제시키는 방법은 사진 밖에 없다. 그 사진으로 우리는 과거를 소환한다. 덕수궁에서는 오래된 사진들을 특별전시 중이다. 백 여년 전, 늑대 같은 열강들 속에서 조선을 지켜 보고자 했던 고종 왕가의 사진들이다. 그것들을 보면서 회환과 함께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동시에 세계 10위권에 들어선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생각하며 경이감과 안도감에도 사로잡혔다. ‘와! 정말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어 난 거지? 이건 정말 기적이야’ 3.제 정신이 돌아온 식구들 역시 SNS로 사진들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장롱속에 깊이 들어가 있던 사진들. 하나씩 전파를 타고 퍼지기 시작한다. “와! 젊은 날의 당신이 이렇게 아름답고, 핸섬하고, 날씬했나요?” 우리들 생각 속에 굳어져가던 주름살이 조금씩 벗겨진다. 10년전, 30년전, 그리고 어린 시절의 보들 거리는 살을 눈으로 어루만지면서, 인생의 손익계산서가 다시 만들어진다. 잃어버린 것도 많지만, 더 많은 좋은 것들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좀더 자주 만나요. 좀더 사랑하며 살아요!”그래요. 사랑하는 당신. 물기와 온기가 빠져나가는 낙엽의 계절이지만, <회한과 울음의 분향단>은 이제 뒤로 하세요.  미래를 향한 찬란한 <빛과 생명의 화환>을 당신에게 올려 드리니까요.김성주 목사 (새빛장로교회) holypillar@gmail.com

03/11/2022
금요단상 - 김성주 목사

1. 한산 / 하얼빈몇일 전 8.15 광복절을 지났다. 1945년 한국이 일본의 강점에서 해방된 날을 기념한다. 한국과 일본은 악연이다. 지난 2천년 역사에서 한국이 이익 본 것은 거의 없다. 대부분 퍼 주기만 하다가, 칼과 총을 앞세운 그들의 침략 야욕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 주 영화 ‘한산’을 봤다. 주인공 이순신 역할을 한 배우는 전작 ‘명랑’ 주인공과는 매우 다른 분위기였다. 영화내내 꼿꼿이 서서, 힘준 눈으로 관객을 바라보다가, 마지막에 화살 한 발로 적장을 쓰러뜨림으로 승리의 쾌감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톰 크루즈의 영화 탑건 2가 미국 국뽕이라면, 이 영화는 한국의 그것이었다. 영화 보던 때를 즈음하여, 새로 나온 김훈의 책 ‘하얼빈’도 읽었다. 1909년, 조선 통감이었던 ‘이토’를 하얼빈 기차역에서 저격하여 사망케 했던 안중근에 대한 소설이다. 기자 출신인 작가는 수집가능한 고증을 참고하여, 작가 특유의 언어와 상상력을 보태서 작품을 썼다. 나무위키는 안중근을 ‘대한제국 말기에 활약한 계몽 운동가이자, 군인이며, 독립운동가, 평화적 아시아주의자’라고 소개한다. 동시에 그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는데, 암울했던 시대는 그를 평화의 자리에서 들어내어 살신성인의 자리로 떠밀었다. 당시 교회의 지도부는 프랑스 출신의 신부들이라, 안중근의 거사에 대해서 대단히 부정적이었다. 조선 교구장이었던 뮈텔 주교는 이 사건을 “미개한 사회의 원주민들이 문명개화로 이끄는 선진의 노력을 억압으로 느끼고 거기에 저항하는 사례의 하나”로 봤다. 그래서 안중근의 신자 자격을 박탈함으로, 일본제국 하에서의 정교분리의 원칙을 지키려고 애썼다. 그런 입장은 ‘강한 자’였던 조국 프랑스의 것이기도 했다. 안중근의 지위가 회복된 것은 1993년 김수환 추기경에 의해서다. “일제 치하의 당시 한국 교회를 대표하던 어른들이 안중근 의사의 의거에 대해 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그릇된 판단을 내림으로써 여러가지 과오를 범한 데 대해, 저를 비롯한 우리 모두가 연대적인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안중근의 행위는 정당방위이고 국권회복을 위한 전쟁 수행으로서 타당하다고 보아야 합니다.” 또한 2000년에는 대희년을 맞아서 ‘쇄신과 화해’를 외치며, ‘한국교회가 민족 독립에 앞장서는 신자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때로는 제재하기도 했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라고도 밝혔다.2. 케언즈 / Abhoriginal케언즈 시내 중심에 있는 아트갤러리에서는 특별전시회가 진행중이다. 아프리카, 아메리카, 호주 원주민 예술가의 작품을 걸었다. 주제는, ‘Faceless Transforming Identity’. 전시된 모든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의 얼굴은 가려져 있다. 마스크로, 돈으로, 동물 모양으로. 그렇다면 과연 그들은 누구인가? 비인격적인 존재인가? 물질인가? 짐승인가? 서방과 일본이 제국주의로 무장하여 식민지 개척에 힘쓸 때, 그들은 원주민을 그렇게 봤다. 돈으로, 물질로, 짐승으로. 호주를 예로 든다. 약 5만년 전부터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그리고 태평양 섬에서 살던 사람들이 호주 땅으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그들이 오기전 이미 땅과 자연은 있었기에, 땅을 소유하기 보다는 경외하는 자세로 이용하며 살았다. 나름대로 행복하게 자연과 벗하며 살았던 그들의 삶이 철저하게 망가진 것은, 서양인이 들어오면서부터다. 당대 최고 지성인의 모임이었던 영국국립학회에서는, 캡틴 쿡을 비롯한 탐험가들의 보고를 받고는, 호주 원주민이 ‘반인반수’라는 공식적 입장을 내놨다. 이런 결정은 칼과 총을 들었던 서양인에게, 원주민을 학살하고 땅을 빼앗는 일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해 줬다. 이제 와서 그런 일들이 잘못이라며 사과를 하고는 있지만, 호주 원주민에게 남겨진 선택권은 별로 없어 보인다. 안중근은 물론, 3.1운동을 일으켰던 한국 민중의 단결력도 그들에게는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이 같은 사실을 뼈저리게 체감해온 한 원주민 예술가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서 한 작품을 내놨다. 보통 크기의 액자에 ‘abhoriginal’이란 단어를 썼다. 사전에는 없는 이 단어는 두 단어의 합성으로, ‘abhor’은 연한 색으로, ‘iginal’을 진한 색으로 구분해 놨다. 작품이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원주민은 ‘역겨운 증오의 대상’이라는 통념에 대한 고발이다. 미술관을 나오면 바로 옆에 명품을 파는 백화점이 있다. 길 쪽으로 난 윈도우에 진열된 상품은 2천불짜리 루이비통 신발과 그 보다 몇배 비싼 가방들. 그리고 길에는 황금색으로 도금된 벤츠 지바겐 G-63이 서 있다. 아마도 3만 불은 나갈 것이다. 원주민들은 그 앞을 서성이며 2리터짜리 탄산음료를 통째 들고 마시고 있었다. 그들 몇을 주의 깊게 살펴봤다. 혹시 그들 중에 안중근같이 형형한 눈빛을 가진 사람은 없는가 하고.3. 원주민 / 한민족호주에 살고 있는 한인들은 입자는 어정쩡하다. 이태리, 그리스, 유대인, 레바니즈, 심지어 중국인과 베트남 출신처럼 호주 사회에 깊이 들어가는 사람이 별로 없다. 전문직업인들은 있어도, 사회적 이익을 창출해 낼 수 있는 집단으로서의 존재감은 잘 드러내지 못한다. 배달의 민족은 외국에 나가서도 뭔가 독특하게 산다. 개인적이며 은둔적이라 할까? 그걸 탓할 수는 없다. 타고난 것이니까. 문제는 그런 태도로 인해 타문화권 사람들에게 경멸의 이유가 되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교민 역사가 70년 정도 되었으니, 이젠 호주 사회에 뭔가 보탬이 되야 한다.그런 의미에서 우리 한민족이 잘 할 수 있는 부문이 있다. 호주 원주민을 품는 일이다. 이 일은 호주 땅에 들어온 200여 민족 중, 한국인에게 특별히 열려 있는 문이다. 이미 서양인들은 손을 놔 버렸다. 나라에서는 경제적 지원을 내 세우고, 공공기관들은 자기들이 점거한 땅의 원소유주가 원주민이라는 입장문을 인터넷 포탈의 첫 페이지에 내 놓기는 하지만, 현실감은 별로 없다. 그들의 속마음이 이미 다 드러났기 때문이다. 170년 이민역사를 가진 중국 커뮤니티도 마찬가지다. 원주민에게 열린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는 민족은 한국인이 제격이다. 중국과 러시아, 서양과 일본에 의해 심하게 멸시받았던 긴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이번 코비드로 인해 ‘지구촌’이라는 개념이 갑자기 위축되었다. 각자도생 시대가 도래했다. 호주의 한인들도 조국을 좀 덜 바라보고, 현지에서 융화되어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 노력 중의 하나가 원주민을 품는 일이다. 지금 우리가 이 땅에서 누리고 있는 많은 축복이, 원주민의 피가 흠뻑 적셔진 황갈색 땅 위에 세워진 것이기 때문이다.김성주 목사 (새빛장로교회) holypillar@gmail.com

18/08/2022
금요단상 - 김성주 목사

1.요즘은 비가 일상이다. 그래서 이젠 북구인(北歐人) 모드로 산다. 해가 나고 날씨 좋다는 예보가 나오면 그 날은 축제일처럼 집밖에서 보내기로 계획한다. 지난 월요일이 그런 날이었다. 이번 주 새로 단장하여 오픈한 오페라하우스를 포스트카드 각으로 찍을 수 있는 곳에 차를 세우고 주립미술관으로 갔다. 아치발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유명인들의 초상화를 그려 출품하면 심사하여 상을 준다. 호주에서 가장 큰 미술 행사다. 난 미술관에 갈 때 사진기를 가지고 간다. 작품 전체를 찍고, 그 인물들의 눈을 확대하여 한 번 더 찍는다. 집에 돌아오면 그 날 찍은 사진들을 컴퓨터 옮겨 놓고 슬라이드쇼로 설정해 놓는다. 그러면 1분 마다 자동으로 사진들을 돌려가며 보여준다. 배경화면이기 때문에 다른 작업들 뒤에 있지만, 흥미 있는 작품들이 나오면 전체화면으로 해 놓고 오랫동안 바라본다. 전시장에서는 미처 보지 못했던 디테일을 보며 작품의 인물들과 깊이 교감한다. 비록 그들의 눈이 무기물로 코팅한 모니터 속에 있지만, 난 그 시선에서 그들의 감정과 내면을 본다. 그래서 난 악수하며 손만 내밀고 눈은 딴 곳을 바라보는 사람을 경멸한다. 그럴바에야 손은 왜 내미는가? 잠시라도 손을 내 줬다면 그의 눈, 아니 그의 마음도 내 줘야하지 않겠는가? 그의 눈이 꽂혀 있던 곳을 향해 재빠르게 움직이는 그를 내 등뒤로 느끼며, 다시는 그와 상종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혹은 멀리서도 날 보고 달려올 수 있는 내가 되겠다는 복수의 혈전을 꿈꾸기도 한다.2.난 얼마전 까지만 해도 음식을 먹으면서 신문이나 책을 봤다. 육과 영의 양식을 동시에 취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기회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하지 않는다. 먹을 때는 먹을 것에만 나의 시선을 집중시킨다.지난 주에도 날씨 좋은 하루가 있었다. 시드니의 두 번째 명물 블루마운틴에 갔다. 영상 3도의 차가운 날씨를 투명한 태양빛으로 녹이며 잠시 걷다가, 월남국수집으로 들어갔다. 맛집이라 15분을 기다려야 했고, 창문가로 안내되었다. 천정서부터 내려오는 통창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태양빛을 피할 수가 없었다. 겉옷에 붙어 있는 후드를 뒤집어썼다. 드디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월남국수가 도착했다. 후드를 깊이 뒤집어썼기에 내 코 앞에 놓여진 월남국수만 보였다. 이 집이 자랑하는 비밀스러운 레시피로 만든 국물에 면이 담겼고, 얇게 썬 소고기와 특수부위들만이 내 눈 앞에 보여졌다. 난 그것 들에만 주목했다. 먼저 국물을 들이키고, 반쯤 익은 고기를 집어먹으며, 국수를 흡입했다.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앞에 앉아 있는 가족도, 식당의 다른 손님도, 분주히 오가는 종업원들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내는 소리조차 들리질 않았다. 세상에는 오로지 나와 월남국수 한 그릇만 존재했다. 월남국수의 각 재료는 세상을 돌고 돌다가 이곳에 와서 서로가 합쳐지고 녹여져서 기막힌 맛을 내고 있었다. 오직 나 만을 위해 자신을 보여주고, 먹혀갔다. 놀랍게도 그 월남국수를 이룬 재료들에게는 눈이 없다. 그래도 나는 그것과 완벽하게 소통할 수 있었다. 결국 시선이 마주치는 것의 결과는 마음의 소통인데, 난 월남국수와 이미 그것을 이뤄내고 있었다. 난 그들의 몸바치는 헌신에 경의를 표했고, 감사하며 내 온몸의 세포를 동원하여 즐겼다.3.한 달 반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용산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을 갔다. 특별관에서는 고 이건희씨의 기증작품을 전시하고 있었지만, 대기열이 길어서 들어가질 못했다. 대신 무료로 입장하는 본관을 이리 저리 돌아다녔다. 그 중 특이한 특별상설전시관이 있었다. ‘사유하는 방’. 439제곱미터의 큰 방에 미륵불상 단 두개만이 오뚝 놓여져 있었다. 그 ‘반가사유상’들은 서로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심지어 둘 다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나 5미터 정도 사이로 떨어져 있는 두 사이가 기묘한 사유의 공간으로 채워져 있었다. 동시에 그 방을 가득 채운 관람객들과 내밀하고 끈끈하게 연결되어 그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두 불상의 얼굴에 띄워져 있는 미소 때문이었다. 관람객들은 그 둘의 얼굴을 따로따로 보다가, 나중에는 좀 멀찌감치 떨어져 그 둘을 한 시야에 놓고 보았다. 그들이 실제하는 인물이었는지, 상상에서 차용하여 만들어 놓은 것인지를 누구도 모르지만, 그 감동의 실체는 내 앞에 있었다. 서로 시선을 마주하지 않고도, 심지어 눈을 감고 있으면서도, 천년의 세월을 통달한 미소를 지으며, 둘과 그리고 모든 관람객과 하나를 이룰 수 있다는 사실. 방 구석에 의자가 있었으면 1시간이라도 들여다보며 같은 미소를 배우고 싶었다. 나의 아내는 나의 눈을 보지 않았다. 경복궁 앞 옛 한국일보 옥상 그릴에서 나를 처음 만날 때, 그녀는 나의 눈을 보지 않았고, 다만 코 밑을 봤을 뿐이다. 그녀는 동방예의지국 출신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만날 때, 특히 어른을 만날 때 상대의 눈을 보지 말라고 교육받았다. 나와의 첫 만남 후 그녀의 친구가 그 남자 어떻게 생겼냐고 물어보는 질문에 아내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 때로부터 거의 40년이 지난 지금 역시 나의 눈을 별로 보지 않는다. 서로의 마음에 통달하다 보니, 더 이상 눈으로 보고 마음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 없어졌기 때문이다.4. 이제 결론이다. 내 눈을 마주치지 않고 악수하던 그 사람을 경멸했던 내가 경솔했다. 문제는 그에게 있지 않고 나에게 있다. 세상에 눈 똑 바로 바라보며 사기 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예수 앞에 있었던 사람들이 그러하지 않았던가? 증오에 찬 눈초리로 예수를 직시하며 결국은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사람들. 오히려 예수와 제대로 눈 마주치지 못했던 베드로가 회개하니 최고의 사도가 되지 않았는가?  나와 만나는 모든 사람은 다 소중하다. 그들 모두는 다 ‘진행 중’인 존재다. 그러므로 후회 덩어리다. 어느 한 순간 열정을 다해 한 곳을 바라보고, 열변을 토하며, 의지를 세워가는 모든 것이 시간이라는 강물에 띄워지는 순간 다 후회로 남는다. 내가 그 때 왜 그런 말을 했던가? 내가 왜 그 사람에게 집중하지 못했던가? 왜 좀 더 사랑하지 못했던가? 그렇게 모든 사람은 미완성으로 세상을 끝낸다. 단지 남는 것은 순간을 지나면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다. 이런 사람에게는 이런 것을, 저런 사람에게는 저런 것을 배우며, 내 자신을 찾아간다. 심지어 나를 경멸하는 그 사람도 소중하다. 예수님도 눈 부라리며 저주를 퍼붓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우리의 구원자가 되신 것 아닌가? 난 강물처럼 살고 싶다. 내 앞에 기암괴석이 있어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단지 돌아가면 된다. 물인 나는 전혀 상처를 받지 않는다. 대신 내 앞을 가로막던 기암괴석은 깎이고 다듬어지고 모래가 되어 나와 함께 거대한 대양으로 흘러내려간다. 결국 거대한 조물주 품에 안긴 작은 세포가 된다.김성주 목사 (새빛장로교회)  holypillar@gmail.com

21/07/2022
금요단상 - 김성주 목사

1.한국 방문 중이다. 2년 반 만에 왔다. 코비드로 인한 깊은 단절의 늪을 지나면서 다시 하늘은 열렸는데, 잃어버린 시간들은 찾을 수가 없다. 오랜만에 찾아간 시드니와 인천공항의 시설들과 상점들, 그리웠던 만큼 낯설었다. 코비드를 견뎌내지 못한 곳은 사라졌거나 여전히 셔터가 내려진 상태다. 물론 위기를 기회로 잡은 몇몇 기업과 개인들은 은밀한 미소를 지으며 전례 없는 호황을 즐기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생존자체가 중요한 시기였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끝이 있는 법. 코비드는 급격히 물러가고 있었다. 출입국 절차가 대단히 쉬워졌다. 시드니도 그렇더니 여기도 거의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간 듯하다. 맛집 식당은 바글바글 대고, 러시아워의 전철과 버스에서는 어깨와 어깨가 사방으로 겹쳐진다. 처음 도착해서는 집밖으로 나갔다 오면 코비드 자가검사를 하곤 했다. 진단키트가 한 주 전에는 개당 5천원을 받더니, 어제는 3천원으로 떨어졌다.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받아야 하는 PCR 검사증도 동네의원에서 단 2,500원에 해 준다. 이제는 코비드가 끝난 것처럼 보인다. 계절이 바뀌면 또다시 유행이 번지고, 내년이면 또다른 팬데믹이 온다는 경고도 있지만, 사람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다. 코비드 2년 반을 거치면서 이제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현재’이지 과거와 미래가 아니다. 불가항력적인 위기가 닥치면, 과거의 영화는 속절없이 무너지고, 미래는 누구도 보장할 수 없다는 학습의 효과다. 그래서인지 길거리 사람들은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정부는 벗어도 된다고 했는데도 사람들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다닌다. 나 역시 그러고 다니는게 오히려 편하다. 사회적 계층 구분이 더욱 공고해진 지금, 마스크를 써서라도 자신의 신분을 좀더 모호하게 만들고 싶은 보호 본능이다. 2.그러나 사실 내가 대면하는 마스크 군상들은 다 같은 계층의 사람들이다. 이 사회를 은밀하게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전자매체를 기반으로 한 가상현실에만 존재한다. 정치인, 부자, 셀럽들. 그들은 잘 생겼고, 부유하며, 인기의 바벨탑을 쌓고 산다. 일반인들은 그들을 사모하고 환호한다. 가까이 가고, 닮아가고, 나눠 갖기를 원하지만 거의 불가능하다. 사회적지위 상승 사다리는 끊겼다. 이번 생에는 다 틀렸다. 물론 그들이라고 해서 서민이 보는 대로 완벽하게 행복하지는 않다.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죽을 힘을 다한 결과다. 그 동안 수많은 좌절과 눈물을 뿌린 후 에야 그 자리에 올라갈 수 있었고, 재산을 축적할 수 있었다. 물론 그 과정과 결과는 순조롭지 못하다. 그 예가 정치판이다. 대통령이 한번 바뀌더니, 이번 6월 1일에 있었던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 역시 쇼킹했다. 5년 전, 20년 정권을 낙관하던 여당 세력이 완전 몰락하여 야당이 되었다. ‘검수완박’을 이뤄 놓고 한시름 놓는가 했는데, 오히려 검찰공화국이 되어가고 있다. 물론 국회는 여전히 그들이 장악하고 있지만, 2년 후 어떻게 될지 누구도 모른다. 그렇게 세상은 돌고 돈다. 그 사이 코비드 같은 자연 재해가 슬며시 끼어들어온다. 그러면서 모든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를 깨우쳐주고는 슬며시 사라진다. 3.코비드의 끝자락을 장식하며 서민들의 감성을 한껏 부풀려 놓은 것이 ‘나의 해방일지’라는 드라마다. 선거가 시작되기 바로 전 5월 29일에 끝났다. 그 드라마가 많은 사람들의 ‘인생드라마’가 된 이유는 대리만족 때문이다. 경기도민으로서 서울에 출퇴근해야 하는 세 남매의 일상은 지겹도록 평범하다. 누가 좀 구해 줬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없다. 부모, 형제, 애인 그 누구도 못해 준다. 서울시민도 똑 같은 상황 속에서 쳇바퀴 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스스로를 해방시킬 수밖에 없었고, 적어도 드라마에서는 가능하게 해 줬다. 그러나 드라마는 끝났고, 시청자들의 일상은 전혀 변함이 없다. 드라마가 진행되는 1달 20일 동안 백일몽을 꾼 것뿐. 그렇다고 완전히 쓸모 없는 시간은 아니었다. 마지막회에서 세 남매 중 염창희는 의도하지 않은 강의에 들어간다. 평생교육원 장례지도사 과정. 잘못 들어왔다는 생각에 가방을 챙겨 나오려다가, 강의에 빠져들면서 그 자리가 자기에게 ‘우연을 가장한 필연’의 자리였음을 깨닫는다. 남들이 다 피하고 싶은 임종의 자리가 그에게는 사명의 자리였던 것이다.4.나 역시 경기도에서 서울로 나간다. 전철과 버스를 타고, 걸어가서 사람을 만난다. 차 한잔 마시고 다시 전철을 타고 버스로 환승하여 집으로 걸어 돌아온다. 가끔은 짜장면도 혼밥하고 영화도 본다. 그런 나 역시 이전에는 서울시민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경기도에 계시는 아버님 집에 잠시 머물고 있고, 그 자리조차 머지않아 내 놓아야 한다. 그러면 나는 이제 경기도민도 아니고 머나먼 타향민이 되어, 조국에서 멀어진다. 어릴 적 고향은 그곳인데, 나를 받아줄 곳은 없다. 어찌 나만 그런가? 우리 모두는 다 떠나야 한다. 한 많고 미련 많은 세상을. 그것을 깨닫는 나는 확실한 미래를 준비한다. 다른 세상으로 떠나는 타인의 임종을 지키며, 동시에 나의 임종을 준비하면서.내가 챙겨 읽는 한국의 작가 중 하나는 김영하다. 새 책이 나왔다기에 책방에 들렸다. 책을 들고 잠시 저울질하다가 내려놨다. 종이책의 무게와 사후처리가 버겁다는 생각 때문이다. 대신 전자책을 샀다. 사람과 거의 똑 같은 휴머노이드의 이야기다. 그 책을 시작하면서 작가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말을 인용한다.“머지않아 너는 모든 것을 잊게 될 것이고, 머지않아 모두가 너를 잊게 될 것이다”그때는 반드시 온다. 준비하며 산다.김성주 목사(새빛장로교회)  holypillar@gmail.com

09/06/2022
금요단상 - 김성주 목사